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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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작품등록일 :
2024.07.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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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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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배회자 (3)

DUMMY

머리 없는 기수가 달빛을 받으며 서있던 언덕은 나와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거리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기수가 탄 말의 속도는 무시무시했으니까.


두두두두. 기수의 형체가 시시각각 커지는 것이 보였다.


이곳은 가시나무가 많아 말을 타기에 그리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애초에 내가 말을 도시 안에 맡기고 나온 이유이기도 했고.


하지만 녀석이 탄 말은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달려오고 있었다.


으직, 으직. 나무들이 무너지며 하나의 길이 생기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들어 올려지는 손. 검은 기운이 또다시 창의 형태를 이루는 것이 보였다.


후우웅─


그리고 또다시 날아드는 원거리 투창. 나는 작게 혀를 차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두 번째 회피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아까 나의 동작을 확인한 건지, 머리 없는 기수가 던진 창의 방향은 예측에 가까웠으니까.


콰아앙!


지근거리에 꽂히며 폭발하는 창. 산산이 부서진 나뭇가지와 움푹 파인 땅. 그리고 창이 사라지며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이 주변을 휘감았다.


‘...!’


느껴지는 찌릿함. 직접 타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창을 이루고 있던 검은 기운이 주변을 잠식하며 생긴 결과였다.


아마 아르젠시아의 부상 역시 이 기운에 의한 모양.


생명체라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죽음의 향을 풍기는 기운이 뭔지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기.’


하지만 나는 주변을 훅, 하고 감싼 검은 기운을 털어내며 몸을 움직였다.


이전에 몽마를 처리하며 얻은, 마기 잠식에 대한 저항력 덕분이었다.


어느새 가까워진 거리. 머리 없는 기수는 창이 폭발하면서 생긴 검은 기운을 별다를 것 없이 털고 나온 나를 바라보며 잠시 멈칫했지만, 공격의 끈을 늦추지는 않았다.


‘와라.’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자세를 다잡았다. 말을 탄 기수를 상대로 정면충돌은 그리 현명한 짓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종류의 전투에 꽤 익숙했다.


그림자 사슬, 강화 거미줄.


약간의 마나 소모와 함께 순식간에 완성된 두 종류의 스킬. 거대한 흑마의 앞쪽에 서로 다른 장애물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일부러 맞춘 아슬아슬한 시점. 속도가 한껏 붙어 있던 상대가 미처 피할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콰직.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턱에 걸린 말.


사방에 가득한 가시나무들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달려왔던 녀석이었기에 어지간한 강도였다면 그대로 끊고 지나갔겠지만, 그림자 사슬과 강화 거미줄이 서로 얽혀 만들어진 줄은 간단히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히히힝. 거대한 말이 거친 울음소리를 내며 땅을 휩쓸며 넘어졌다. 자욱하게 일어나는 먼지.


무지막지한 속도로 칼날을 들이받은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상황. 제아무리 커다란 흑마라 할지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수준의 피해가 아니었다.


물론 나는 그에 개의치 않은 채 다음 동작을 펼치고 있었다.


말이 넘어짐과 동시에 튕겨 나가는 기사를 향해 날린 일격. 날카롭게 허공을 가른 검이 머리 없는 기사를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악!


검은 기운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흙먼지 속에서 빠르게 중심을 잡은 기수가 내 검을 받아내었다.


채앵─


내 검을 가로막은 것은 또다시 생겨난 검은 창. 안개와 같은 기운으로 만들어졌다고는 보기 힘들 정도의 단단함이었다.


하지만 내 검 역시 평범한 것은 아니었다. 마기로 이루어진 창과 맞댄 상태에서도 조금도 바래지 않는 빛. 손잡이의 붉은 보석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콰앙. 폭발과도 같은 충돌로 잠시 물러난 양쪽. 녀석의 뒤쪽으로 앞발이 잘린 말이 서서히 흩어지듯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역시나 머리 없는 기사가 타고 있던 흑마 역시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었던 모양.


“─!”


창을 고쳐 잡은 상대에게서 알아듣기 힘든, 쇳소리에 가까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마기를 이용해 존재하지 않는 입의 역할을 대신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종류의 언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노의 감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쿵쿵쿵. 고함을 내뱉은 기사의 커다란 몸이 나를 향해 빠르게 돌진해왔다.


머리가 없음에도 나보다 높은 거구의 신체. 이 미터는 훌쩍 넘는 길이의 창이 어마어마한 반동과 함께 나에게 휘둘러졌다.


쩌어엉─


다시금 맞부딪힌 서로의 무기. 마나의 푸른 기운과 마기의 검은 기운이 충돌하며 허공에 불꽃이 일어났다.


이제껏 정면으로 맞부딪혔던 힘 중 가장 강력한 수준. 하지만 나는 밀리지 않았다.


“...!”


오히려 당황한 듯 몸을 살짝 움직이는 건 상대. 자신보다 훨씬 작은 인간이 이만한 완력을 낸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 듯했다.


물론 그것과 별대로 상대의 창술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후우웅. 정면 대결을 이어가지 않은 채 한 발자국 성큼 물러서며 휘두르는 창.


길이에 어울리지 않은 유연함. 그러면서도 절제된 움직임.


‘상당한 창술이다.’


두 종류의 검술을 익히며 어느 정도의 지식이 쌓인 나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힘과 속도만을 믿고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것이 아닌, 정형화된 체계가 존재하는 창술.


하지만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나였다. 전투력의 절반이나 다름없는, 기수의 말을 없앤 것에 더해 이미 거리를 좁힌 상태였으니까.


녀석의 창술은 상당했지만 긴 창은 근접전에 그리 적합한 무기가 아니었고, 지난번의 흡수로 인해 응용의 경지에 오른 내 검술의 위력은 폭발적이었다.


콰직.


몇 번의 경합 후 내질러진 내 검이 기수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감각. 마치 모래와 짚으로 가득 찬 물체를 찌른 것과 같은 버석한 이질감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 기수의 몸. 나를 서늘하게 바라보는 녀석의 시선이 느껴졌다.


머리통도 존재하지 않는 마물의 노려봄이 느껴진다는 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나는 작게 혀를 차며 그대로 검을 비틀어 뽑았다.


후우웅─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내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창. 거의 구르다시피 몸을 낮추어 그 일격을 회피한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중심을 잡았다.


복부를 꿰뚫리고도 멀쩡히 서서 휘두르는 창. 하지만 상대 역시 멀쩡하지는 않았다.


마나를 휘감은 내 검에 뚫린 곳에서 마치 모래처럼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


마물에게 가장 효과적인 힘은 신성력이었지만, 마나 역시 어느 정도 타격이 가능했다.


당장 지난번 몽마도 나에게 몸이 반으로 갈라져 죽었으니까.


하지만 무시무시한 창을 휘두르는 저 거구를 상대로 같은 행동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급소를 노린다.’


목이 잘린 시체의 모습이라고는 하나, 상대는 확실히 인지 능력과 본인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마물.


그 힘을 이루고 있는 급소가 몸 어딘가에 분명 존재할 터였다.


‘비전 시야.’


곧바로 끌어 올린 기운. 적정량 이상의 마나를 때려 박은 내 눈이 푸르게 빛났다.


뭉클거리는 검은 안개. 그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덩어리.


녀석의 핵이었다.


‘오른쪽 가슴.’


일반적인 심장의 위치와는 반대되는 방향.


눈을 한번 깜빡이며 비전 시야를 꺼뜨린 나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올랐다.


“─!”


동시에 기수 역시 소름끼치는 쇳소리와 함께 거대한 창을 풍차처럼 돌리기 시작했다.


‘한 번으로 끝낸다.’


일견 느리게 보이는 듯한 창의 움직임. 나는 고도로 끌어 올려진 집중력 속에서 섬광 찌르기로 몸을 날렸다.


한 호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루어진 일격. 검은 창날이 머리를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내 검이 녀석의 오른쪽 가슴팍에 틀어박혔다.


콰직. 이전과는 달리 손끝에 확실하게 걸리는 느낌. 공격이 먹혀들었다는 확신이 떠오름과 함께, 아직 다 지나가지 않은 창 자루의 끝부분 일부가 내 복부를 그대로 타격했다.


퍼억─


아찔한 통증과 함께 튕겨져 나간 몸. 하지만 내 검은 이미 녀석의 핵에 박혀 있었다.


퉷. 나는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재빨리 일어났다.


울컥거리며 피가 역류했지만, 나는 중심을 다잡으며 상대를 주시했다.


다행히 추가적인 공격은 없었다.


“─!”


터져 나오는 비명. 흡사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소름끼치는 원령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리고 잠시 후.


쿠웅. 창대를 손에서 놓은 채 무릎을 꿇은 기수의 몸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프스스. 동시에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전투의 끝을 알리는 신호였다.


***


어질거리는 머리. 울컥거리며 올라오는 핏물.


마지막 순간 무지막지한 힘으로 휘둘러진 창대에 얻어맞은 복부가 욱신거렸다.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겠지만.


“...힘은 더럽게 쎄네.”


역시나 이번에도 제 역할을 다한 트롤의 재생력. 나는 장갑을 낀 손으로 옆쪽의 가시나무 밑둥을 잡으며 거친 숨을 토해내었다.


녀석은 죽었다. 뭐, 어쩌면 두 번째 죽음일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


내 시선이 닿은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검은 연기. 물론 그 사이에서 빛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전에 몽마를 죽이고 나서 확인한 것처럼, 마물 역시 힘을 흡수할 수 있는 대상.


물론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육신을 취했던 몽마와는 조금 다르긴 했다.


녀석의 말이나 창처럼 빠르게 흩어지고 있는 몸. 나는 살짝 불편한 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이 있었다.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는 기수의 몸.


거구의 신체가 모두 흩어지기까지는 오 분도 걸리지 않을 듯했다. 만약 그 전에 흡수를 하지 못한다면 그만한 손해도 없을 터.


퉤. 다시 한번 핏물을 뱉어낸 나는 아직 몸을 숙여 아른거리고 있는 빛에 가까이 다가갔다.


-시전자와의 종족이 달라 완벽한 흡수가 불가능합니다. 흡수하시겠습니까?


익숙한 문구. 불쾌하게 느껴지는 검은 연기를 반대편 손으로 휙휙 저어 걷어낸 나는 빛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흘러들어오는 지식들.


-마기 잠식에 대한 추가적인 저항력을 흡수하였습니다.

-타셀 가문의 창술에 대한 지식 일부를 흡수하였습니다.

-사라진 고대 왕국, 이카보드의 언어에 대한 지식을 흡수하였습니다.

-고유 능력, ‘폭발하는 투창’ 기술을 흡수하였습니다.


주르륵 흘러 들어오는 지식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완전히 가시지 않은 복통과 어지럼증이 느껴지는 가운데, 새로운 지식들이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색다른 종류의 힘과 지식.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모든 흡수를 마친 나는 빛이 사라진 기수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


스으으. 이내 거구의 육신이 모두 사라진 바닥. 하지만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두 뼘이 조금 안 되는 길이의 날붙이. 아마 창의 날 부분으로 보였다. 반쯤 녹슨 것과 마모된 부분 부분으로 보아 매우 오래된 물건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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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영지전 (2) +16 24.08.31 17,409 534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8,328 5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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