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비정현파
작품등록일 :
2024.07.28 19:06
최근연재일 :
2024.09.19 00:16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067,167
추천수 :
30,278
글자수 :
268,685

작성
24.08.17 23:20
조회
22,472
추천
593
글자
10쪽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DUMMY

조금은 뜻밖의 말. 병사의 말을 들은 나는 눈을 깜빡였다.


‘의원의 사망이라.’


카블락은 기본적으로 자유도시다. 애초에 내가 이곳을 처음 목적지로 잡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영주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제한을 받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조금 더 자세하게는 왕이나 영주와 같은 한 명의 지도자가 아닌, 여러 명의 의원이 존재하는 통치 방식.


물론 그에 따른 장단점 역시 존재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세 명 중 한 분인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히라스 의원님입니다.”


대도시 카블락을 관리하는 세 의원 중 하나의 죽음. 갑자기 삼엄해진 입구의 경계 태세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물론 의원의 죽음 자체가 낯선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의원은 고령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면 경비대에 비상이 걸리지는 않았을 터.


‘암살인가.’


자연스러운 결론. 입구의 말단 경비들도 아직 정확한 상황을 알지는 못하는 모양.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단 성안으로 들어가야 할 듯싶었다.


“...일단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부상자들도 있어서.”


내 말을 들은 경비병이 빠르게 물러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기다리실 필요 없습니다. 카론님과 알카루스 공방이야 검문 대상이 아니니까요.”


경비병은 옆으로 비켜섬과 동시에 소리쳤다.


“어이! 여기 카론님하고 알카루스 공방의 마차다! 부상자도 있다니까 검문 생략하고 바로 통과시켜!”


병사의 외침과 동시에 열리는 길. 우리는 별다른 기다림 없이 성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알카루스 공방이었다. 사건의 자세한 정황을 알기 위해서는 경비대장 버나드, 혹은 정보 길드 아르젠시아로 향하는 것이 맞았지만, 일단은 마친 의뢰에 대한 보고와 부상자들의 치료가 먼저였으니까.


의뢰가 깔끔하게 마무리된 이상 어차피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터. 나는 곧바로 공방에 도착해 페르겐 알카루스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이지 놀랍군.”


다시 찾은 응접실. 함께 했던 공방의 인원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 빠르게 나를 맞이한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 정도로 빠르고 완벽하게 처리할 줄은 몰랐어. 라일이 괜히 장담했던 게 아니었구먼.”

“운이 좋았죠.”

“하하. 그렇게 겸손하게 말해도 자네의 실력은 다 알고 있네. 베리드라는 금패 용병을 단숨에 제압했다지.”


아마 의뢰에 함께했던 공방의 직공에게 전해 들은 모양.


나름의 계산과 수 싸움이 오갔던 전투였지만 뭐, 옆에서 보았다면 몇 번의 호흡 만에 끝난 싸움처럼 보였을 수도 있을 테지.


어쨌거나 굳이 세세한 설명으로 바로잡을 말은 아니었다.


“공방의 문제를 해결해준 은인에게는 마땅한 보상이 있어야겠지. 몇몇 도제들은 보상을 금화로만 지급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나는 이쪽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네.”


이어진 페르겐 알카루스의 말. 그가 미리 준비한 듯 보이는 뭔가를 꺼내 들었다.


물건은 두 가지.


흡사 카드처럼 보이는 얇은 금속판과 평범해 보이는 장갑이었다.


“이건 징표이자 출입증이네. 데비르티아 내부의 비소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그 말을 들은 나는 눈썹을 들어 올렸다.


수많은 공방들을 탄생시킨 마도 공학의 도시 데비르티아. 그 내부의 비소라면 한 군데뿐이었다. 도시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술들이 만들어진다는 곳, 일명 ‘강철 피라미드.’


아마 이곳 공방의 마스터인 페르겐 알카루스 역시 그곳 출신이었던 모양.


물론 까마득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데비르티아에 가는 것은 꽤 나중의 일이 되겠지만, 이건 생각보다도 더 값진 보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장갑을 받아든 나에게 페르겐의 말이 이어졌다.


“그건 우리 공방의 역작이네. 외관은 용병이나 모험가들이 착용하는 평범한 장갑과 똑같지만, 다양한 기능이 새겨져 있거든.”


나는 받아든 장갑을 착용했다. 부드러운 느낌. 하지만 동시에 힘이 증폭되는 것이 느껴졌다.


“착용자의 완력을 일정 수준만큼 늘려주는 것에 더해 강력한 내구성, 심지어는 외부 마나에 대한 높은 저항성까지 갖춘 물건이지.”


그러니까 힘을 올려주는 것에 더해 마법에 대한 저항성까지 갖춘 장갑이라는 건가. 여러모로 검을 다루는 용병이나 기사에게는 안성맞춤인 물건이었다.


“뭐, 대량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물건이지만 자네라면 이 장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 같군.”

“기대 이상의 보상이로군요. 감사합니다.”


나는 페르겐 알카루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공방의 귀한 친구로서,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상을 약속하겠다는 페르겐의 말은 과장 없는 사실이었던 모양.


나에게는 금화보다 더 만족스러운 물건들이었다. 애초에 돈이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었으니까.


공방 역시 막 위기를 벗어난 상황에서 금화를 잔뜩 지출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나을 터였고.


여러모로 양쪽 모두가 만족할 만한 마무리. 물건들을 받아든 나는 페르겐 알카루스와 약간의 대화를 더 나눈 뒤에 적당히 마무리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방의 의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이제 카블락을 떠들썩하게 만든 의원 사망 사건에 대해 알아볼 차례였다.


***


“암살이야.”

“역시.”


곧바로 찾은 정보 길드. 아르젠시아가 건넨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는 카블락이라는 곳을 알지도 못했던 시점.


이 즈음 카블락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의원 히라스의 죽음이 정상적인 일이 아닐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지난번 그 사교도들의 잔당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거였지만...”


나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인 그녀가 말을 이었다.


“뭐. 그쪽은 카론 네가 완벽하게 박살을 냈으니까. 그 이후에 경비대가 뒷정리를 철저하게 하기도 했고. 다시 훑어봐도 아무것도 없더군.”


지난번 내가 베었던 그림자 교단의 끄나풀. 역시나 그쪽은 도시 안에서 확실하게 뿌리뽑힌 모양이었다.


“따라서 현재로는 외부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어.”


아르젠시아의 추측은 타당했다.


카블락은 지금껏 균형을 잘 유지해온 곳. 도시 내부의 사람이 명망 높은 세 의원 중 하나의 암살을 사주했을 가능성은 낮았다.


게다가, 애초에 가장 강력한 동기를 가진 쪽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곳 카블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부터 펼쳐진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는 귀족, 헬몬트 백작이었다.


“헬몬트 백작이라. 근처의 다른 영지를 점령하기 위해 병력을 끌어모으고 있다지.”


그에 대한 정보는 용병들 사이에서도 많이 떠도는 이야기였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래. 벌써 몇 차례나 이곳 카블락에 위협 섞인 지원 요청을 보내왔었고.”


내가 알카루스 공방의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를 떠나기 전. 이미 도시의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나에게 말했던 그녀였다.


아마 암살과 관련하여 많은 것들을 알아본 모양.


“그리고 이번에 죽은 채로 발견된 히라스 의원은 세 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중립을 주장해온 인물이지.”

“음.”


아르젠시아의 설명대로라면 이유는 충분했다.


중립을 주장하는 히라스 의원을 암살함으로써 카블락에 경고를 주고, 더 나아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함이겠지.


이 정도 규모의 성이라면 전쟁이 큰 도움이 될 테니.


“하지만 당장 중요한 건 따로 있어.”


조금 진지해진 표정. 아르젠시아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직 암살자가 이 도시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가?”

“...맞아. 역시 예리하군.”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암살자가 붙잡혔다면 성에 들어오면서 보았던 철저한 검문은 없었을 터였다. 게다가.


“헬몬트 백작은 높은 확률로 아직 남아있는 두 명도 노릴 테지.”


자연스러운 추측이었다.


선이야 이미 넘은 상황. 히라스 의원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카블락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했다.


“경비대장 버나드가 도시를 이 잡듯 뒤지고 있을 텐데. 너희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테고.”

“...맞아.”


내 말에 옅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 아르젠시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경비대. 그리고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아르젠시아의 정보망에 아직까지 걸리지 않았다는 건 제법 흥미로웠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빠르게 떠올렸다. 크고 작은 전쟁들이 시작되고 대륙이 혼란에 빠지게 되는 미래. 이와 비슷한 사건들은 꽤 많았다.


“물론 짐작 가는 은신 장소는 있어. 우리와 경비대 모두의 시선을 피할만한 도시 내부의 장소는 한 곳뿐이니까.”


아르젠시아의 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지하 수로로군.”

“그래. 맞아. 그 빌어먹을 암살자가 증발한 것이 아니라면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현재로는 가장 높지. 바깥의 강줄기 역시 감시 대상이었으니, 아직 빠져나가지는 못했을 거야.”


어렵지 않게 내려진 결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암살자의 정확한 정체를 알지는 못해도, 넓은 영토와 강한 세력을 가진 헬몬트 백작이 신경 써서 보낸 인물임이 틀림없을 터.


그런 놈을 그냥 멀쩡하게 돌려보낼 수는 없다. 생각을 마친 나는 공방의 장갑을 낀 손으로 장검의 손잡이를 매만지며 작게 말했다.


“꽤 지저분한 수색이 되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밤 12시 입니다. 24.08.17 21,414 0 -
52 왕위 쟁탈전 (2) NEW +10 11시간 전 4,811 237 14쪽
51 왕위 쟁탈전 (1) +19 24.09.17 10,648 407 13쪽
50 수도 (6) +19 24.09.16 12,065 447 12쪽
49 수도 (5) +15 24.09.15 12,600 458 12쪽
48 수도 (4) +24 24.09.14 12,929 493 11쪽
47 수도 (3) +22 24.09.13 13,490 501 12쪽
46 수도 (2) +14 24.09.12 14,344 447 11쪽
45 수도 (1) +16 24.09.11 14,721 477 11쪽
44 흑마법사 +25 24.09.10 14,712 532 12쪽
43 수도의 감사관 +15 24.09.09 15,146 472 12쪽
42 들판의 배회자 (4) +10 24.09.08 15,512 473 12쪽
41 들판의 배회자 (3) +21 24.09.07 15,632 518 11쪽
40 들판의 배회자 (2) +21 24.09.06 16,132 494 11쪽
39 들판의 배회자 (1) +12 24.09.05 17,038 484 12쪽
38 영지전 (6) +18 24.09.04 16,758 558 13쪽
37 영지전 (5) +21 24.09.03 16,528 573 11쪽
36 영지전 (4) +13 24.09.02 16,982 521 12쪽
35 영지전 (3) +16 24.09.01 17,061 546 11쪽
34 영지전 (2) +16 24.08.31 17,409 534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8,329 514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8,508 530 12쪽
31 숲의 거미 (1) +19 24.08.28 19,239 560 11쪽
30 복귀 +16 24.08.27 20,005 563 12쪽
29 대화 (3) +14 24.08.26 19,845 613 12쪽
28 대화 (2) +10 24.08.25 19,944 567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1,005 588 12쪽
26 기사의 자격 (3) +17 24.08.23 21,133 581 12쪽
25 기사의 자격 (2) +15 24.08.22 20,477 596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3 24.08.21 21,410 623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0,945 591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1,486 584 12쪽
»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7 24.08.17 22,473 593 10쪽
20 베리드 용병단 (3) +13 24.08.16 22,093 628 11쪽
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1,995 601 11쪽
18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2,979 609 11쪽
17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3,184 621 11쪽
16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3,599 622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4 24.08.12 25,080 608 11쪽
14 포겔스 마을 (2) +15 24.08.10 24,231 666 11쪽
13 포겔스 마을 (1) +16 24.08.09 25,191 663 11쪽
12 접촉 (2) +17 24.08.08 25,768 672 11쪽
11 접촉 (1) +8 24.08.07 25,540 664 11쪽
10 트롤 (3) +13 24.08.06 25,545 679 10쪽
9 트롤 (2) +12 24.08.05 25,543 708 10쪽
8 트롤 (1) +12 24.08.04 26,488 695 10쪽
7 대도시 카블락 +23 24.08.03 26,663 706 12쪽
6 이동 (2) +20 24.08.02 27,297 741 10쪽
5 이동 (1) +22 24.08.01 28,092 734 11쪽
4 마땅한 값 (2) +24 24.07.31 28,679 764 13쪽
3 마땅한 값 (1) +13 24.07.30 30,096 755 9쪽
2 기사 +23 24.07.29 32,229 771 10쪽
1 특전 +15 24.07.29 37,272 69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