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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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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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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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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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사면초가(四面楚歌)

DUMMY

골프장 사건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났을 때 천태우는 대한민국 최고의 유튜브 스타가 됐다.


처음에는 모 증권사 부사장 정도로 언급됐다.


그런데 골프장 식당 룸에서 여자 변호사를 강간하려는 영상이 퍼지자마자 SNS에서는 천태우라는 실명이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여자 변호사는 당연히 익명 처리.


유튜브 방송 대각선연구소에서 제일 먼저 실명을 알리고, 그 친형이 천진우 국회의원이라는 것까지 명시해 버렸다. 전직 방송사 기자가 운영한다는 대각선연구소는 소송 따위는 걱정도 아니라는 듯 ‘노빠꾸 보도’를 이어갔다.


그때부터 이 사건은 SNS에 떠도는 가십에서 레거시 언론이 주목하는 이슈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천태우의 이름을 거론하기 시작했고, 그의 엽기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한결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에박. 엄마, 엄마. 이거 봤어?”


소진은 호들갑을 떨며 채원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채원은 또 뭔 일인데 딸이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소진이 내민 태블릿을 넘겨받았다.


한결은 식탁에 앉아 유심히 채원의 얼굴을 살폈다.


처음에는 무표정하게 태블릿을 넘기던 채원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 사람이?”

“엄마, 진짜 무섭지. 이런 사람이 세상에 증권사 부사장이래. 이 사람이 밑에 있는 여직원들도 엄청 괴롭혔대.”


채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태블릿을 다시 처음부터 넘겨 가기 시작했다. 굳어있던 표정이 점점 풀어지기 시작했다.


“여자가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한 것 같아. 야, 한결. 넌 여자들한테 절대 그러지 마라. 나한테 죽는다.”


소진은 이를 앙다물면서 자그마한 주먹을 꼭 쥐고 흔들어댔다.


날아오는 채원의 등짝스매싱.


“아야야, 또 왜?”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이니? 오빠가 어디 그럴 사람이야?”


소진은 진짜 등짝이 아픈 듯 계속 신음소리를 냈다.


“아, 진짜 아프네. 엄마 손이 왜 이렇게 매워졌어. 아야야.”

“그러니까, 말 조심해.”

“아, 엄마는 그런 말 못 들었어?”

“뭔 말?”

“남자들은 잠재적 성범죄자다.”


소진의 말에 채원은 정말 화가 난 듯했다. 채원은 태블릿을 식탁 위에 탁 내려놓더니 목소리를 깔았다.


“소진이 너 어디서 그런 못된 소리를 들었니? 네 말은 오빠가 잠재적 성범죄자다 그 말이니? 그리고 돌아가신 네 아빠도 그렇고?”


엄마가 정색을 하자 평소 까불어대던 소진도 약간 움찔하는 듯했다.


“아, 아니 엄마.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고 인터넷에 그런 말들이 떠돌더라고.”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졌다. 한결이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엄마, 소진이가 안 좋은 뜻으로 그 말을 한 건 아닐 거예요. 세상이 험한데 조심하는 건 좋은 거죠.”


실제로 권규진이 아직도 소진이를 찾고 있다. 소진의 저런 방어적 자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니야, 그래도 이건 너무 나갔어. 아닌건 아닌거야. 소진아, 오빠한테 어서 사과해.”


아, 모양 빠지게 사과를 해야 하다니···


“사과 안 해도 돼요.”

“어서 사과 안 하니?”


자식 교육만큼은 정말 똑 부러지는구나. 절대 물러섬이 없었다.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누구한테 미안하니. 정확하게 말해야지.”


절대 설렁설렁 넘어가지도 않는구나. 소진아, 너 잘못 걸렸다.


“한결, 미안해.”

“오빠라고 불러야지. 어디서 오빠 이름을 부르는 거니?”


친구들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부르더니, 정말 오빠라고 부르기 싫어하는구나. 하긴 그동안 한결이가 오빠로서 역할을 전혀 못했으니···


“오빠, 미안해.”


청력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마침내 사과했다.


“괜찮아, 소진아. 밖에 나가면 진짜 남자들 조심해. 겉만 봐서는 누가 나쁜 놈이고 누가 좋은 놈인지 잘 구분되지 않으니까.”


한결은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소진을 위로해 줬다.


**


“그런데 오늘 과외하는 날 아니니?”


저녁을 먹고 나서 채원이 한결에게 물었다.


“지난주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쌤 친구가 오늘 생일이라서 생일파티 때문에 내일로 미뤘다고. 기억 안 나세요?”


그제야 기억난 듯 채원은 ‘아’ 하는 작은 소리를 냈다.


“그럼, 내일 또 일찍 와야겠네. 내일 저녁 미팅이 잡혀있는데 미뤄야겠구나.”

“아니, 엄마. 안 오셔도 돼요.”


지금 이러는 게 남자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고 있는 거 아니니? 채원아, 아들을 못 믿는 거니? 그런 거니?


하긴 꼭 범죄를 일으킨다는 게 아니라 둘이 합의 하에 사고를 칠 수도 있으니 그걸 감시해야겠지.


어쨌든 이러나 저러나 혈기왕성한 10대 청소년으로서 엄마의 엄청난 견제를 받고있는 건 확실하구만.


10대라고 해서 모두 다 그렇게 동물적 본능에 좌우되지 않는단다, 채원아. 청소년들에게도 이성이라는 게 있어.


“아냐, 일찍 올 거야. 와서 밥도 해주고···”


둘이 공부만 하는지 감시도 해야 하고. 그런 거겠지?


“그냥 매일 과외해. 그러면 엄마가 매일 일찍 오잖아. 얼마나 좋아.”


삐침 모드로 말없이 소파에 앉아 사과를 먹던 소진이 입을 열었다. 엄청 삐쳤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30분 동안 묵언수행을 했는데 그게 한계였던 모양이었다.


“소진아, 엄마가 노느라 늦게 오는 거니? 다 회사 일 때문에 그런 건데.”

“핏. 맨날 술 마시면서 그게 무슨 회사 일이야? 그리고 지난번에 보니까 목덜미에 멍이 시커멓게 들었던데 그거 술 먹다가 그런 거 아냐?”


소진도 채원의 쇄골 위에 있던 손가락 자국 멍을 봤다. 성격이 야무지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관찰력은 뛰어났다.


채원은 황급히 손으로 쇄골 위를 가렸다. 그때 그 일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채원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기를 성추행했던 천태우가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채원아, 천벌이 아니라 나 류지오가 내린 벌이야. 널 건드린 놈은 누구든 용서하지 않아. 앞으로도 쭉.


**


결국 천태우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구속만은 피하려고 갖은 수를 다 써봤지만 유튜브 스타가 되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구속으로 기울었다. 천진우 의원은 동생을 위해 각계각층에 로비를 했다가 오히려 역풍만 맞았다.


한결이 같이 골프를 쳤던 고선주 변호사에게 부탁해 야당 쪽에다 외압 사실을 알리라고 팁을 줬다.


고려일보 기자 시절 정치부에도 잠시 몸담았던 게 큰 도움이 됐다. 고선주는 당시 알고 지내던 야당 의원에게 천진우 의원의 외압 사실을 제보했다.


보궐선거에서 패배해 수세에 몰려 있던 야당은 반색했다. 곧바로 당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냈다.


제목은 <천진우 의원은 동생 성범죄 수사에 대한 외압을 즉시 멈추십시오>.


야당 대변인 명의로 논평이 나가자 언론도 더 이상 이 사건을 묵살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취재경쟁이 시작됐다. 눈치 빠른 몇몇 방송사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따로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천태우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한 종편은 골프장 캐디까지 취재해 골프장에서 부적절한 유사성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등장인물이 중진 국회의원에 대기업 고위 임원, 대형 로펌 여성 변호사, 10대 여고생 등이란 점만 해도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미성년자약취유인, 성폭행 미수, 사내 성희롱, 골프장 유사성행위 등 사건 내용에도 ‘옐로저널리즘’을 위한 레시피가 가득했다.


아무리 점잖을 떠는 사람도 너무 재미있어서 도저히 뉴스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일부 연예매체에서는 천태우 스캔들 때문에 영화 관객이 줄어들었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천태우의 회사도 빠르게 손절에 나섰다.


원래는 재판 중이라고 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 따위를 들먹이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는 게 관례였다. 보통 회사 고위임원이 재판을 받는 건 회사를 위해 배임 등을 한 경우가 많기 때문.


하지만 천태우의 죄질은 너무도 파렴치한 범죄들뿐이었다. 회사에서도 더 사정을 봐줄래야 봐줄 수 없었다.


오히려 회사는 천태우에게 구상권 소송을 걸어야 할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았다.


천태우의 성희롱 피해자 모임이 결성된 후 이들이 천태우뿐 아니라 회사의 관리부재에 대해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패소하게 된다면 엄청난 액수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그 배상금에 대한 구상권소송을 천태우에게 제기해야 한다.


천태우를 더욱 절망에 빠뜨린 건 옥중 이혼통보였다.


완벽한 ‘사면초가(四面楚歌)’였다.


**


“여보, 왔어?”


구치소에 갇혀 있던 천태우는 부인이 왔다는 소식에 반색하며 면회실로 나왔다.


변호사와 재판에 대해 논의할 게 있다는 핑계로 아크릴벽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게 아니라 룸에서 따로 만날 수 있도록 배려받았다.


이 정도 배려는 굳이 천진우 의원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됐다. 구치소장이 알아서 기었다.


반가운 얼굴의 천태우와 달리 부인 이신옥의 얼굴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매일 뉴스가 남편 얼굴로 도배되고, 그 내용도 성적인 내용밖에 없으니 그럴 만했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 곧 나갈 수 있을 거야. 우리 형이 누군지 당신이 잘 알잖아?”


이신옥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 형도 손절했어.


“왜 말이 없어? 지금 뉴스에 나오는 거 전부 거짓말이야. 내가 연말에 사장으로 승진한다니까 반대쪽에서 마타도어를 하는 거라구. 정말이야, 난 결백해.”


이신옥은 더 이야기하기도 귀찮은 듯 손짓을 했다. 그러자 이신옥과 같이 온 검은 정장차림이 서류를 들고 와 천태우 앞에다 놓았다.


천태우는 처음에 자기가 고용한 로펌의 변호사인줄 알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로펌에는 워낙 변호사들이 많으니 그중 한 명일 거라 막연히 짐작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검은 정장은 이신옥의 변호사였다.


그가 내민 서류는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서>와 <위자료 및 재산분할 합의서> 양식이었다.


“여보, 이게 뭐야?”

“눈 없어? 한글 못 읽어?”


이신옥은 결국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했다. 참고 참고 또 참으려 했는데 이건 인력으로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딸과 중학교 3학년 딸이 학교에서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알기나 하나.


그런 딸들을 키우면서 자기 딸 나이 또래 어린애를 오피스텔에 감금해 놓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네가 딸 키우는 아빠가 맞긴 한 거니?


이 모든 걸 쏟아내고 뺨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겨우 참고 있었다.


머리를 조아리며 반성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끝까지 변명, 변명.


“당신 재산은 어차피 다 내 명의로 돼 있으니 재산 분할은 쉽겠어. 얼마나 감빵에서 썩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면 그래도 지낼 곳은 필요하니까 강남의 그 오피스텔은 남겨둘게. 거기서 또 여고생이랑 살림을 차리든 알아서 해.”


천태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신옥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곧 캐나다로 이민 갈 거니까 앞으로 찾지 마. 아마 찾기도 힘들 거야.”


그제야 다시 현실로 돌아온 천태우는 괴성을 지르며 앞의 서류를 찢어발겼다.


“이혼이라니, 누구 맘대로 이혼이야?”

“협의이혼이 그나마 당신에게 떨어지는 게 있을 거야. 소송으로 가면 그 오피스텔도 지키기 힘들 거야. 알아서 해.”


이신옥은 자기 할 말만 끝낸 후 면회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애, 애들은···”

“이민 결정이 누구 때문이겠어? 애들이 학교는 쪽팔려서 더 못 다니겠다고 해서···”


천태우는 그제야 모든 걸 잃었다는 걸 알았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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