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님 피티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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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빙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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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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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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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삼 PD(2)

DUMMY

# 18화









"정미야! 정미야!"


장원삼은 자신의 몸에 달린 링거를 과감히 뽑아냈다.

그는 급히 병실을 뛰쳐나갔다.


"정미야! 내가 잘못했어. 제발 떠나지 마!"


사실 강정미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요즘 한창 주가를 높여 놓은 상태.

타방송으로의 이적 따위는 언제든 가능했다.


"허억, 허억, 정미야. 정미야."


얼마 지나지 않아 장원삼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강정미를 붙잡을 수 있었다.


“정미야. 진짜 왜 이래. 꼭 진짜 갈 것처럼...”

“장원삼. 이거 안 놔?”

"아니 왜 그러세요, 강 작가님. 아이잉.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그래 나 운동하러 간다. 가! 정미야! 제발 프로그램은 함께 끝까지 가자? 응? 내 진짜 피티 받으러 간다. 가. 거기 어디야?”

"흥, 내가 나간다니까 갑자기 PT를 받겠다고? 그래 좋아. 어디 한 번 두고 봐야겠네. 이번엔 진짜지? 어디 또 지난번처럼 딴 놈을 대신 보내거나 하기만 해! 이번엔 얄짤 없이 나 딴 데로 간다!”


장원삼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정미가 프로그램을 떠나면 이 예능은 끝장이었다.

그만큼 그녀는 이 프로에선 대체불가의 존재였다.


"알겠습니다. 강정미 작가님. 꼭 받겠습니다. 그 놈의 피티. 야, 제발 이 친구 한 번만 믿어주라. 자, 화 풀어. 정미야.”


억지 웃음을 짓는 장원삼을 보며 강정미는 속으로 승리의 웃음을 지었다.


‘휴우, 드디어 저 고집 센 부산 사나이를 설득했군!’


그녀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묘한 성취감이 그녀의 온 몸을 감쌌다.


"좋았어, 장원삼. 그럼 내일부터 바로 시작하는 거야? 각오 단단히 해둬! 자, 여기 명함."


설현우의 명함을 받으며 장원삼은 PT를 받겠다고 한 것이 벌써부터 후회되었다.

하지만 이걸 받은 이상,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

그는 한숨을 삼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 귀찮아 죽겠네.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면.'


원삼은 전 남편 때문에 가뜩이나 예민해진 강정미를 더 이상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정미가 나간 후, 몇 번의 고민 끝에 장원삼은 명함을 꺼내 설현우의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탄미 피트니스 클럽이죠? 설현우 트레이너... 지금 예약할 수 있을까요?"



##

화창한 오후.

동탄역 상업지구에 위치한 탄미 24시 피트니스클럽은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우야, 강정미 작가 소개면... 방송국 사람이겠네?"

“글쎄다.”


이곳은 헬스 기구들 사이를 오가며 회원들을 지도하는 트레이너들, 그리고 땀을 흘리며 운동에 매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만약 블리핑크의 제나라도 오면 어쩌지? 내가 너 부러워서. 크크크크."

"야, 제나가 여길 오겠냐? 개인 PT를 받겠지."

"그럼 누가 올까? 심혜윤이나 이채아 같은 신인 여배우라도 오면 좋겠다. 야! 그럼 나랑 반반 나눠서 가르쳐야 해! 꼭 한 명은 날 추천해야 해!"

"반반? 야, 여배우가 뭐 물건이야?"


PT실에서는 설현우와 그의 절친 김종태가 오늘의 새로운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강정미 작가의 소개로 방송국 관계자가 온다는 것 외에는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라? 현우야, 혹시 저 사람 아니야? 강 작가님이 소개해 주신 분이 저 사람인 것 같은데? 아니, 뭐야. 남자 고객이잖아? 그것도 배 나온? 으아, 나 완전 실망!"


김종태의 말에 설현우가 고개를 돌렸다. 유리창 밖에선 한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피티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니? 저··· 저 사람.”


남자가 가까워지자 실망했던 김종태의 표정이 순식간에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혀, 현우야.”

“왜?”

“저, 저 사람··· 아무리 봐도 장원삼 같다.”

“장원삼?”


『헉!』


피티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를 본 종태의 얼굴이 흥분으로 붉게 물들었다.


『현우야. 맞아. 분명해. 크억, 장, 장원삼이 왜 이 곳에 오는 건데!』

『그게 누군데?』

『임마! 극혐··· 극혐야구! 피디!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


JTBS의 초대박 예능 프로그램, '극혐야구'.

'극혐야구'는 과거 프로선수 경력이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야구에 실망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던 선수들이 다시 모여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극혐야구... 들어본 것 같은데.'


이 예능의 출연자들은 주로 불미스러운 사건, 심각한 부상, 또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해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이었다.

평균 나이가 40대를 넘는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고민과 갈등을 겪으며 자신들이 한때 극혐했던 야구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는다는 설정이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강정미 작가님게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이 헬스클럽의 퍼스널 트레이너 설현우라고 합니다.”

“네, 장원삼입니다.”

"오늘부터 제가 장원삼 님의 건강 관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럼, 시작하기에 앞서 인바디 측정부터 진행하겠습니다."


설현우는 정중히 인사한 후, 그를 인바디 기계 위에 올라서게 했다.

현우의 예의 바른 태도에 장원삼은 일단 호감을 느꼈다.


"자, 다음은 이쪽입니다. 회원님, 여기 누워 주세요. 제가 잠시 촉진을 하겠습니다."

"촉진이요? 아! 정미가 말하던 그 신기한 거... 말씀이시군요."


잠시 후.

촉진을 마치고 테이블에서 장원삼과 단둘이 마주 앉은 설현우는 그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회원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쭐 게 있습니다. 혹시 최근에 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으신 적이 있으신지요?"


현우의 말에 장원삼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마약이라고요?"


원삼은 순식간에 얼굴까지 붉어졌다.

곧이어 다혈질인 장원삼은 설현우를 향해 대뜸 소리치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요? 마약? 이봐요, 설현우 씨! 이게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입니까? 내가 무슨 마약을 한다는 겁니까? 그리고 강 작가는 왜 안 와요? 오늘 여기 온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강 작가에게 당장! 당신 이야기를 해야겠어!"


장원삼은 벼락같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가 전화를 걸자 수화기 너머로 강정미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삼아, 무슨 일이야? 조금만 기다려. 나 거의 센터에 도착했어』

『야! 정미야! 네가 소개해 준 이 트레이너 말이야. 나한테 느닷없이 마약을 하냐고 묻잖아? 아, 진짜 열 받네! 기분 더럽다! 더러워!』


장원삼 PD는 강정미를 향해 자신의 분노를 거세게 표출했다.


『원삼아, 일단 거기 있어! 설 코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야! 장원삼, 혹시라도 네가 이걸 핑계로 도망가면, 나도 회사 그만둘 거야. 얌전히 기다려!』


강정미는 원삼을 향해 단호하게 경고했다.


‘분명 보랏빛 연기였어.’


한편, 현우는 촉진 이후 계속해서 풍기는 장원삼의 역겨운 냄새에 구역질이 났다.

그는 즉시 PT실의 문을 열고 서둘러 환기를 시작했다.


'역겹군. 정말 역해. 이 냄새는 틀림없이 예전에 봤던 그 약물 냄새야. 확실해.'


현우가 마약을 언급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 예산에서 쓰러진 남자에게서 나던 역겨운 냄새와 연기가, 촉진을 받던 원삼에게서도 분명 스물스물 새어 나왔다.


“야! 장원삼! 너 아직 있지? 헉헉헉.”


PT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강정미 작가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설코치님. 이 녀석. 마약 했어요? 진짜?”

“야! 강정미. 미쳤어? 너 나 못 믿어? 그게 도대체 뭔 말이야!”

“장피디. 시끄러. 잠시만 가만 있어봐.”


설현우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강정미는 원삼의 입을 강하게 틀어막았다.


“진짜인가요? 코치님, 말씀 좀 해주세요.”

“강정미 회원님. 제가 촉진해 본 결과 장원삼 씨에게서 환각성 진통제, 즉 일종의 마약 냄새가 나더군요.”

"환각성... 마약이라고요?"

"네, 미량이지만 확실합니다. 자세한 원리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제 경험상 이 냄새는 분명...”


이 비논리적인 대화를 들으며 장원삼은 문득 자신의 친구 강정미가 미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강정미, 그동안 외로웠냐? 이혼하고 사이비 교주 같은 이 젊은 남자에게 빠져서... 기어이 돌아버린 거야?’


하지만.

설현우에 대한 정미의 신뢰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장원삼을 범인 취급하듯 날카롭게 캐물었다.


"원삼아, 잘 생각해 봐. 혹시 극혐야구 출연자들한테 뭔가 이상한 약 받은 거 없어? 있잖아, 노장 선수들이 스태프들한테 잘 보이려고 보충제 같은 거 막 나눠주곤 하잖아. 야, 정말로 한 번도 안 받았어?"

"야! 내가 왜 그런 걸 받아? 강정미! 너 나 못 믿어?”


장원삼은 정미를 향해 강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한편으론, 원삼은 씩씩대는 도중에도 다시 한번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아, 나 진짜... 강정미, 우리가 본지 몇 년인데! 저 딴 어린 놈 말만 믿고. 야! 넌 도대체 사람을 뭘로 보고.”


바로 그 때.

원삼의 전두엽 속 뉴런의 작은 돌기에 그가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


그건 바로 며칠 전, 극혐 야구의 유격수 보강을 위해 면접을 봤던 KBO 내야수의 전설 오원준 선수.


『피디님, 아유~ 너무 피곤해 보이네요. 자,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이거 먹으면 피로가 싹 가신다니까!』


오원준이 건넸던 그 작은 알약 봉지.


“맙소사, 그러고보니... 오원준.”

"뭐라고? 오원준? 그 사람이 왜?"


장원삼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불안한 낯빛을 보였다.

그의 눈은 이미 겁에 질려 있었다.


"설... 설마 내가 먹은 그 약이... 마약이었던 건가? 큭, 생각해보니 그 약 먹고 나서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긴 했었어!”


그때였다.


[띠리리리-]


『작가님! 혹시 거기 장피디님 계신가요?』

『응, 나랑 같이 있어. 근데 수아야, 무슨 일이야?』


조연출 홍수아로부터의 전화.

수아의 목소리는 무척 떨리고 있었다.


『작가님? 피디님도 듣고 계시죠? 큰일 났어요. 우리가 섭외한 오원준 선수가 마약 혐의로 방금 경찰에 붙잡혔어요!』

『뭐, 뭐라고!』

『빨리 회사로 돌아와 주세요. 여기 완전히 발칵 뒤집혔다구요!』


스피커폰으로 함께 듣던 강정미와 장원삼은 동시에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아이고, 정미야! 크흑. 이제 나 어떡하냐. 이러면 내가 먹은 알약이 마약인 게 분명한데! 으아아! 큰일이네. 시청률 10%는커녕 프로그램이 폐지되게 생겼어!”

"침착해, 원삼아. 넌 그게 뭔지도 모르고 먹은 거잖아!"


우선, 강정미는 열려 있던 PT실의 문을 급히 닫아버렸다.

누군가 이 대화를 듣고 녹음이라도 한다면 극혐야구는 곧바로 끝장날 것이 분명했다.


"죄송합니다. 설현우 코치님, 정말 별 꼴을 다 보여드리네요."

"아닙니다, 강정미 회원님."

"아아, 정말 고민되네요. 지금 당장 경찰서로 무조건 가야 하겠죠? 코치님, 말도 안 되지만... 혹시 좋은 생각 없으세요?"


강정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설현우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현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 즉시 대답을 해 주었다.


"일단 당장 해야 할 건 혈중 마약 농도부터 떨어뜨리는 게 좋을 겁니다."

"농도요? 이 클럽에... 마약을 제거해 주는 기계라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물론 그런 기계는 없습니다만."


두 사람의 이야기들 듣던 장원삼이 갑자기 패닉을 일으켰다.


"으아아아아! 정미야! 이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 프로그램은 망하는 거야! 내 경력도 끝장이고!"

"원삼아, 너무 걱정하지 마! 오원준은 아직 정식으로 캐스팅된 게 아니잖아! 네게만 마약이 검출되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에는 큰 타격이 없을 거야."

"야! 난 그 약 먹었다니까? 벌써 12알을 다 먹었어. 내가 경찰서에 가면 100% 구속이야. 구속!"

"야, 쫄 게 뭐가 있어. 모르고 먹은 건데. 그래, 차라리 자수하자. 그리고 선처를 부탁하자고."


패닉에 빠진 두 사람을 지켜보던 설현우는 급히 두 사람의 말을 중단시켰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강 작가님"

"네?"

"제가 해결할 방법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만."

"네? 방법이요?"


설현우의 말에 강정미와 장원삼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졌다.

그들의 시선이 현우에게 고정되었다.


"네, 하지만..."


현우가 잠시 망설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방법은 장 PD님이 절 백 퍼센트 신뢰해야 가능한 방법입니다."

"네? 백, 백 퍼센트?"


장원삼의 동그란 눈이 훨씬 더 동그랗게 변했다.


"어떠신가요? 장 PD님. 절... 백 퍼센트 신뢰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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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중국 출장PT 계약 NEW +2 22시간 전 194 10 15쪽
49 천관우의 방문 +2 24.09.15 255 11 13쪽
48 압살(壓殺) (2) +2 24.09.14 304 13 15쪽
47 압살(壓殺) (1) +2 24.09.13 353 16 13쪽
46 디아나볼(Dianabol) +3 24.09.12 388 13 14쪽
45 연예인 라이프 +2 24.09.11 417 13 13쪽
44 CF 촬영 +3 24.09.10 451 12 15쪽
43 최칠순의 과거 +2 24.09.09 495 12 16쪽
42 코어원 +2 24.09.08 529 15 13쪽
41 팀장 회의 +4 24.09.07 567 16 13쪽
40 자객과의 데이트 +1 24.09.06 597 20 13쪽
39 금괴의 용도 +2 24.09.05 618 17 13쪽
38 팀장 승진 +1 24.09.04 659 16 15쪽
37 부산 직관(2) +2 24.09.03 698 14 15쪽
36 부산 직관(1) +1 24.09.02 735 16 17쪽
35 우수사원 +1 24.09.01 750 15 15쪽
34 선금 입금 +3 24.08.31 767 14 15쪽
33 크라이오 테라피 +3 24.08.30 784 15 13쪽
32 재활 드림팀 결성 +2 24.08.29 797 14 14쪽
31 내공 업그레이드 +2 24.08.28 806 14 13쪽
30 후폭풍 +1 24.08.27 818 13 15쪽
29 다음주 예고 +1 24.08.26 821 15 14쪽
28 혈영마선 +1 24.08.25 839 14 12쪽
27 재회(3) +1 24.08.24 843 14 14쪽
26 재회(2) +1 24.08.23 861 17 16쪽
25 재회(1) +1 24.08.22 897 15 16쪽
24 역주행 +1 24.08.21 922 15 17쪽
23 와이스틴 천지혜 +2 24.08.20 935 18 13쪽
22 화재 +3 24.08.20 942 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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