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테스터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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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작품등록일 :
2024.08.01 00:17
최근연재일 :
2024.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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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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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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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튜토리얼

DUMMY

“영주! 눈 감고 뭐 하고 있어! 적 정찰대가 코앞이라니까?”


세현은 자신을 부르는 이샤르의 외침에 감았던 눈을 떴다.


달이 뜨지 않는 이곳의 밤하늘은 시간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는다.


“두란은?”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뛰쳐나갈 거야.”


세현이 손짓하자 이샤르는 하늘을 향해 붉은빛이 맴도는 화살을 쏘아 올렸다.


펑-


“크억!”


화살이 폭발음을 내며 붉은빛으로 하늘을 물들이자 적 정찰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

.


-6개월 전-


오늘은 세현이 베타테스터로 뽑힌 가상현실 게임 [킹덤]의 캡슐이 배송 되는 날이다.


본인이 영주가 되어서 영지를 건설하고 발전시키는 게임인데 평소 경영 장르를 좋아하던 세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야! 너 진짜 안 갈 거지? 거기 과 애들 진짜 예쁜데.. 송주연도 온대!”


“괜찮으니까 너네끼리 가라. 나 오늘 바빠.”


세현은 동기들이 어렵게 잡은 항공과와의 미팅 자리도 마다한 채 집으로 들뜬 발걸음을 옮겼다.


“흐읍!”


자취방 앞에 고이 놓여있는 택배 박스를 힘겹게 들어 집 안에 옮겨놓자 세현의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전원부터 연결하고..”


세현은 설명서를 보며 캡슐의 설치를 마쳤다.


“이제 이것만 누르면?”


캡슐에 들어가 누운 세현은 마지막으로 캡슐 내부에 있는 버튼을 눌러 뚜껑을 닫았다.


푸슈욱-


안마의자 바람 꺼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뚜껑이 닫히자 친절한 안내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진세현 님과 427호기의 연동을 시작합니다. 눈을 감고 편하게 누워 규칙적으로 호흡해 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떨려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거 아냐? 하.. 너무 재밌겠다..’


세현은 어거지로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맘을 진정시켰다.


“사용자는 눈을 떠주시기 바랍니다.”


“어!?”


세현의 눈앞에는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세현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벙찐채 눈앞의 풍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우와.. 미팅 안 가고 집에 오길 잘했다..”


-영주 튜토리얼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이젠 기계음 대신 눈앞의 창이 안내를 시작했다.


‘음.. 튜토리얼은 필수겠지?’


세현은 주저 없이 YES를 눌렀다.


“엥? 뭐야. 터치가 잘 안 먹나?”


세현은 허공에 손가락을 허우적거리며 YSE라고 적힌 곳을 연타했다.


-인벤토리에 있는 영지건설 아이템을 이용하여 적당한 곳에 영지를 건설하십시오-


“어? 잠깐만!”


틱-


-영지가 건설됩니다-




“X 됐다.”


잠깐 렉이 걸렸었던 것일까?


세현이 마구 YES를 연타한 덕분에 첫 단계였던 영지건설 아이템까지 사용되어 초원 한가운데에 세현의 영지가 생성되어 버렸다.


영지라고 해봐야 허름한 오두막 한 채에 울타리가 주변을 두른 게 다였다.


“야! 잠깐만! 이거 물러줘! 렉 걸린 거잖아!!!”


세현이 억울한 듯 소리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인벤토리에 지급된 영지민 뽑기권을 사용하십시오 (0/3)-


세현을 놀리듯 알림 창이 뜰뿐..


“하하.. 그래.. 베타테스트잖아.. 본 섭 열리면 그때 제대로 하면 되지..”


세현은 실성한 듯 웃으며 인벤토리의 뽑기권을 연타했다.


펑! 펑! 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영지민들의 스탯을 확인해 보세요-


“스탯..? 어떻게 확인하는데?”


세현이 혼잣말을 하는 사이 안개가 걷히고 첫 영지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두란(남)

전투계열


“뭐야. 설명이 뭐 이리 간단해.”


세현이 가장 왼쪽의 초록 머리 영지민을 바라보자 간단한 설명이 상태창을 통해 나왔다.


‘2성 밖에 안돼..? 아니야. 그래도 두 명 더 남았으니까..’


****

이샤르(여)

내정계열


“오! 그렇지!”


세현은 4성 영지민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절로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

라칼(남)

채집계열


‘아.. 2성..?’


세현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역시 뽑기 운은 지지리도 없네. 그나마 4성 하나 뜬 게 어디야. 뭐라도 해보자..’


“영주님 저희는 뭐부터..?”


생각에 잠긴 세현에게 영지민들이 다가왔다.


-사슴을 사냥해 식량을 확보하십시오-


“두란은 사슴을 사냥해 올래? 혼자서 가능하지..?”


“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타이밍 좋게 뜬 튜토리얼 알림에 따라 두란을 사슴 사냥에 투입했다.


‘다음은 뭘..’


“나무부터 캐야 합니다. 저희 영지엔 오두막 한 채뿐이라 지금 당장도 그렇고 앞으로 영지민이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목재를 확보해 집을 지어야 합니다.”


세현이 고민에 빠지려는 순간 이샤르는 얼굴을 불쑥 들이밀며 의견을 냈다.


‘역시 4성 내정.. 튜토리얼이 필요 없겠는데..?’


세현은 이샤르의 말에 따라 채집계열인 라칼에게 나무를 베어 오도록 명령했다.


“그럼 우린 쉬고 있으면 되려나?”


세현이 은근슬쩍 자리 잡고 앉으려고 하자 이샤르가 라칼이 멀어진 것을 확인하곤 세현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어이.”


“어이..? 나..? 어이가 없네..?”


순식간에 바뀐 이샤르의 태도에 당황한 세현이었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잘 좀 하자? 초보 영주인건 알겠는데 너무 대놓고 사람 차별하잖아. 너 그러다 영지민들 떠나면 어쩌려고?”


세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진 채 땅만 바라봤다.


‘별 개수 가지고 실망하는 게 눈에 보였구나.. 가상현실이라고 해도 영지민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는데,,’


“너무 그럴 필요는 없고.. 앞으로 잘하라고! 영주가 하는 거에 따라 영지민이 들어올 수도 떠날 수도 있는 거니까.”


이샤르는 세현이 민망해하는 게 눈에 보였는지 화가 좀 누그러져 보였다.


“알았어.. 근데 영지민은 뽑기권으로만 추가 가능한게 아니야?”


“당연하지. 우리도 맘에 안 드는 영주를 떠날 수 있고 맘에 드는 영주가 있으면 받아들여 달라고 찾아갈 수도 있어.”


‘생각보다 영지민들의 자유도가 높았구나..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고마워. 내가 너무 무신경했다. 이샤르의 말대로 난 초보 영주라 많이 부족하니까 옆에서 도와줘. 부탁할게.”


세현이 부탁하자 이샤르는 고개를 돌리더니 천천히 끄덕였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라칼이 나무를 끈으로 엮어 끌고 왔고 이샤르의 지시에 따라 세현과 라칼이 목재를 가공해 집을 짓기 시작했다.


‘재료만 모인다고 뚝딱 지어지는 게 아니구나.. 되게 현실감 있다..’


세현은 게임 퀄리티에 감탄하다가 두란이 생각보다 늦는다는 걸 자각했다.


“근데 두란은? 원래 사냥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흐음..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이렇게 늦지는 않는데.. 제가 찾으러 가볼까요?”


이샤르가 말했다.


라칼이 돌아왔다고 다시 존댓말을 하는 모양이다.


“영주님! 많이 늦었죠?”


그때 두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푸르르-


두란의 옆엔 말도 한 마리 서 있었다.


“너 그거..”


“사슴을 잡고 있는데 이 녀석이 보이더라구요. 영지에 아직 말도 없으니 힘들게 잡아왔습니다.”


씨익 웃는 두란의 몸에는 말을 잡으려 얼마나 고생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고생했어. 고마워.”


세현은 담백하게 말하곤 뒤돌아 집으로 향했다.


‘난 두란이 2성 이라고 무시했는데 두란은 날 위해 말까지..’


세현은 등급으로 사람을 판단한 자신이 다시 한번 부끄러워졌고 영지민에게 진심으로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똑- 똑-


“영주님 저녁 드세요. 준비 끝났습니다.”


밖에서 들리는 이샤르의 목소리에 세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밖으로 나섰다.


“영주님 어서 드세요. 아주 잘 구워졌어요.”


바보같이 웃는 두란의 얼굴에 세현은 울컥했지만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


“미안해. 셋을 처음 만났을 때 등급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멋대로 판단했어. 많이 기분 나빴을 거 알아.

그래도 나한테 기회를 준다면 너희들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좋은 영주가 되려고 노력할게 믿고 따라와 줄 수 있을까?”


셋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히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런 말 해주는 영주님이 또 있을까요? 전 영주님이 벌써 좋네요.”


“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실게 뻔한데 어디 가겠어요.”


두란, 라칼, 이샤르 모두 세현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연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넷은 오두막에서 쉬기로 했다.


두란은 다른 집이 완성되기 전까지 밖에서 지내겠다고 했지만 세현과 이샤르가 설득해 오두막에서 지내기로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로그아웃을 할까? 내일 학교도 가야 하니..’

.

.

.


‘로그아웃 창이 없다..!’


세현은 체감상 한 시간 넘게 이것저것을 해봤지만 게임을 끌 수 없었다.


“영주님..? 안 주무시고 뭐 하세요?”


먼저 잠에 들었던 이샤르가 일어나 초조하게 허공을 향해 팔을 휘두르는 세현에게 말했다.


“원래 있던 세계로 안 돌아가져.. 어떻게 하는지 알아..? 나 좀 도와주라.”


세현의 표정은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원래 세계요? 영주님 무슨 말씀이세요?”


이샤르는 세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이샤르가 알 리가 없지.. 어..?’


그러고 보니 튜토리얼 알림도 사슴 사냥 이후로 뜨지 않고 있었다.


두란이 사슴을 사냥해 온 시점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어야 할 튜토리얼이 아무런 알림 없이 그대로다.


‘X 됐다.. 아까 뽑기 할 때 보다 더 X 됐다..’


“영주님 피곤해 보이는데 일단 주무시는 게 어떨까요?”


이샤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세현에게 다가왔다.


“어.. 그래.. 잠부터 자자..”


세현은 다시 잠에 들면 현실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눈을 감았다.


불안감이 쉽사리 세현을 놓아주지 않아 잠에 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세현도 모르는 새 잠에 들었다.

.

.

.


아우----


‘으음.. 아침을 깨우는 늑대울음소리.. 역시 잠에 들면 원래 세계로 돌아오는.. 늑대울음소리..?’


“영주님! 일어나세요!”


이샤르가 다급히 세현을 깨웠고 밖에선 늑대들이 하울링을 하고 있었다.


아우우---


“숫자는요?”


“어두워서 파악되지 않아. 꽤 큰 무리 같은데.”


이샤르가 문을 열고 세현을 데리고 나가자 두란이 놀란 말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일단 횃불을 만들어서 울타리 곳곳에 꽂아놓자.”


현실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상실감이 세현의 발목을 잡았지만 당장의 두려움이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허억.. 허억.. 근데 왜 이렇게 어둡지?”


영지민들과 함께 곳곳에 횃불을 놓고 온 세현이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엔 달이 떠있지 않았다.


짙은 어둠이 하늘에서 손을 뻗어 전부 집어삼킨 것 같았다.


“영주님. 저희 포위당한 것 같습니다.”


라칼의 말에 세현이 울타리를 둘러보자 늑대들이 이를 들어내며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10 마리 이상.


“아무래도 말을 내줘야 할 것 같네요.”


이샤르가 말했다.


‘그래도 영지민한테 받은 첫 선물인데..’


“뭔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래도 두란이 준 선물인데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아.”


아직 이곳이 세현에겐 현실처럼 생각되지 않아서였을까?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영주의 말에 두란이 감명받습니다-


‘어..? 알림 창..?’


-두란이 단검술을 익힙니다-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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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위그드라실(3) 24.08.25 11 0 12쪽
25 위그드라실(2) 24.08.24 13 0 12쪽
24 위그드라실 24.08.23 18 1 12쪽
23 검은 등의 왕좌(3) 24.08.22 18 1 12쪽
22 검은 등의 왕좌(2) 24.08.21 19 1 12쪽
21 검은 등의 왕좌 24.08.20 28 1 12쪽
20 검은 숲 24.08.19 28 1 11쪽
19 정찰 24.08.18 34 1 11쪽
18 오랫동안 24.08.17 37 1 11쪽
17 마지막 밤 24.08.16 34 1 11쪽
16 희생 24.08.15 33 1 12쪽
15 다가온 위협 24.08.14 35 1 12쪽
14 두 번째 던전 24.08.13 34 1 11쪽
13 붉은 갈기 부족 24.08.12 31 1 11쪽
12 협곡으로(3) 24.08.11 31 1 11쪽
11 협곡으로(2) 24.08.10 34 1 11쪽
10 협곡으로 24.08.09 42 1 12쪽
9 던전 24.08.08 43 1 11쪽
8 마물의 숲(3) 24.08.07 42 1 12쪽
7 마물의 숲(2) 24.08.06 43 1 12쪽
6 마물의 숲 24.08.05 56 1 12쪽
5 은빛 늑대 부족 24.08.04 54 1 12쪽
4 첫 웨이브 24.08.03 56 1 12쪽
3 5성 24.08.02 66 1 12쪽
2 기반 다지기 24.08.01 86 1 11쪽
» 튜토리얼 24.08.01 11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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