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테스터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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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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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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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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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숲

DUMMY

그렇게 협곡에서의 첫 번째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한눈에 다 보이네..’


이제 이샤르가 망루에서 일일이 브리핑해주지 않아도 적의 수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근데 어제 오크랑 뭔가가 좀 다른 거 같은데..?”


점점 협곡에 가까워지는 오크들을 바라보던 세현이 이샤르에게 말했다.


석양 때문에 피부가 붉어보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이오크가 왜..?”


이샤르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방어는 견고했기에 예상을 벗어났다고 해서 전처럼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데아스! 하이오크예요! 일반 오크와는 전혀 다르니 방심하면 안됩니다!”


이샤르가 외치자 데아스는 검을 들어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슬슬 사정거리에 들어올 것 같은데..’


세현은 마력총으로 오크들을 겨누며 더 가까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주님. 중앙에 있는 하이오크 보이세요? 얼굴에 문신이 있는 오크요.”


“어.. 찾았어.”


“아마도 하이오크 전사들을 지휘하는 대전사일 거예요. 저놈을 먼저 처리하시면 지휘체계가 무너질 겁니다.”


이샤르의 말에 세현의 총구는 대전사를 향했다.


“후우..”


세현은 천천히 숨을 내쉰 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퍼억!


오랜만에 잡아보는 총이었지만 예전의 감각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대전사의 머리에 명중시킬 수 있었다.


털썩.


“성능 확실한데?”


대전사가 쓰러지자 하이오크 무리는 무작정 성문으로 달려들기 시작했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로반의 화염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하하! 성문에 방염처리를 해놓길 잘했군!”


소린이 뿌듯하게 웃었다.


화살이 하이오크들에게 큰 피해를 주진 못했지만 활과 석궁을 든 인원들도 열심히 목표물을 조준하며 감을 익히고 있었다.


“남은 하이오크는 둘! 성문 개방하겠습니다!”


이샤르의 지휘에 따라 성문을 열었고 겨우 둘 남은 하이오크는 성문을 지키고 있던 데아스 일행에게 마무리되었다.


“하이오크들의 무구는 질 좋은 철로 만들어져 있지. 나한테 맡겨줄 수 있겠나?”


“그렇게 하도록 해.”


“고맙군! 따라와 애송이!”


소린은 세현의 허락을 구하곤 아란을 데리고 무구들을 대장간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루퍼트는 몬스틸시아에게 먹일 몬스터 고기를 가지러 급하게 뛰어나갔다.


“뭐 해 멍 때리고. 나가서 마석이나 같이 주워오자.”


세현이 승제를 툭 치며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브의 뒷정리도 마무리되었고 세현은 영지민들을 모아놓고 중대 발표를 시작했다.


“이제 영지에 어느 정도 방비도 되었고 웨이브의 난이도가 올라가도 충분히 수비가 가능할 것 같으니 구울 마석 40개로 영지민을 소환하려고 해.”


이샤르는 뭔가 고민하는 듯했고 아르카는 가만히 웃었다.


“식량은 충분한가요?”


건축을 담당하던 덴이 물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사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앞으로 이틀 뒤에는 슬람푸로 지속적인 식량 공급이 가능하게 됩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비축된 식량으로 그전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고요.”


“맞아.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이사벨이 세현을 바라보자 세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겠네요. 바로 진행하시죠.”


아르카가 말을 마치자 세현은 곧장 제단으로 향했다.


“시작한다?”


제단에 올라선 세현이 고개를 돌려 영지민들을 바라보자 다들 준비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두둑.


세현은 조그마한 자루 안에 있던 마석들을 제단의 화로에 모두 털어 넣었다.


화르르르륵.


화로에선 불꽃이 높게 치솟더니 제단 위로 쏟아져 내렸다.


“우왁!”


세현은 놀라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를 질렀다.


...


주변이 조용해지자 세현은 조용히 눈을 떴고 제단 위엔 수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내가 소환한 영지민 들이겠지..?”


“그렇습니다!”


세현이 혼자 중얼거리자 가장 앞에 있던 영지민이 힘차게 외쳤다.


세현은 꼼꼼하게 각자의 정보를 확인했고 모두 1성에 특성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구울 마석은 이 정도인가..’


“소린!”


소린은 세현의 부름에 뚜벅뚜벅 걸어 제단으로 나왔다.


“이쪽에 있는 20명은 건설 임무에 투입해 줘. 앞으로 건설 업무에 있어선 네가 총괄이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신참들 20명까지!”


소린은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20명을 인솔해 막사로 돌아갔다.


“라칼!”


라칼은 눈이 동그레 져서 손가락으로 자길 가리키더니 세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앞으로 나왔다.


“협곡 입구에서 조금 올라오다 보면 갱도가 하나 있어. 여기 있는 20명과 함께 용수정 채굴을 시작해 줘.”


세현은 마찬가지로 라칼에게 자원 수급에 대한 모든 권한을 넘겼다.


“그리고 내일은 숲으로 수색을 떠날 건데 너무 많은 건 좋지 않으니 5명으로 추려보자.”


“제가 추천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아르카가 말했다.


“협곡 입구를 기준으로 우측에 있는 숲은 일명 [검은 숲]이라 불립니다.”


“[검은 숲]..? 그렇게 불리는 이유가 있어?”


“검은 등 부족이 살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검은 등? 수인 부족인가?”


“맞습니다. 호랑이 수인 부족으로 개인의 전투력만 보자면 가장 강하죠.”


“붉은 갈기 부족처럼 우리한테 우호적일 순 없을까?”


“왕국에서 쥬니르 가문을 정벌할 때 합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이 숙청의 대상이 된 적이 있어서 아마 인간에게 상당히 적개심이 강할 겁니다.”


“그럼 뭐 어떡하라는 거야.. 숲은 포기하라고..?”


“아뇨. 다 방법이 있죠.”


아르카는 빙긋 웃으며 이샤르의 등을 떠밀었다.


“이샤르?”


“쥬니르 가문의 후계자로서 검은 등 부족에게 검증받는다면 아마 저희와 동맹관계로 있어줄 거예요.”


이샤르가 말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영주님 마음대로 데려가셔도 좋아요. 대신 이샤르는 꼭 함께 데려가셔야 해요.”


‘이샤르가 열쇠라는 말이지..’


“좋아. 다들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하자. 같이 갈 인원은 내일 아침에 알려줄게.”


세현과 영지민들은 각자의 잠자리로 향했다.


미리 열심히 건물을 늘려놓은 덕분에 40명의 새 영지민들이 잘 자리도 충분했다.

.

.

.


“흐아암.. 이제 영지민도 늘었으니 두 명씩 돌아가면서 불침번이라도 설까..”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으아!”


세현은 바로 옆에서 들리는 이샤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영지가 안전했던 게 누구 덕분인데요.”


이샤르의 말에 따르면 처음엔 라칼과 두란이, 그 이후엔 늘어나는 사람들에 따라 경계임무를 섰다고 했다.


“이미 늘어난 40명까지 고려해서 순번을 돌리고 있으니 걱정 마시죠.”


“그래. 근데..”


세현이 우물쭈물하자 이샤르가 보챘다.


“뭐길래 그래요.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해요.”


“앞으로 뭐라고 불러야 해..? 쥬니르 가문의 후계자라며 그러면 귀족인 거 아니야?”


“이미 몰락했는데요 뭘. 그냥 하던 대로 편하게 대해주세요.”


“솔직하게 말하면.. 쥬니르 가문을 다시 세우고 네가 이 영지를 다스려 줬으면 해.”


세현은 아르카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많은 생각을 했었다.


결국 자신은 오류가 고쳐진다면 언젠가 떠나야 할 방문자일 뿐이고 진짜 이곳의 주인은 이샤르이기 때문에..


그동안 동고동락 하며 많은 정이 쌓였지만 로그아웃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시 로그인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난 언젠가 이곳을 떠날 거야. 그때 영지민들이 아무런 반대 없이 널 이곳의 영주로 받아들이려면..”


“떠나신다고요?”


이샤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아르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럼 이샤르도 말을 놓는 건 어때요? 일단 그 정도는 너도 괜찮잖아?”


이샤르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샤르가 영주님과 동등한 위치라는 걸 우선 보여주는 거죠.”


“그래도 내가 어떻게 영주님한테..”


“너 처음 봤을 때 반말 잘했잖아.”


세현이 말했다.


“제가 언제..”


‘잘 좀 하자? 초보 영주인건 알겠는데 너무 대놓고 사람 차별하잖아. 너 그러다 영지민들 떠나면 어쩌려고?’


순간 이샤르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 쟤 얼굴 빨개지는데.. 울진 않겠지?’


세현은 이샤르의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는 것을 가만히 관찰했다.


“알았어.. 정 원한다면 할게..”


이샤르는 마지못해 입을 겨우 뗐다.


그동안 세현을 정말 자신의 영주로 생각하고 함께 해왔던 이샤르였기에 이제 와서 말을 놓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푸핫!”


옆에서 지켜보던 아르카가 소리 내어 웃었다.


“언니! 왜 웃어!”


“그냥.. 보기 좋아서. 그리고 웃기잖아.”


항상 잔잔한 모습만 보이던 아르카가 저렇게 밝은 얼굴을 하며 웃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해. 우리 같이 가문을 다시 일으켜 보자.”


세현이 이샤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원래도 나 혼자서 거의 다 했거든? 요새는 좀 듬직하긴 하지만..”


이샤르는 말끝을 흐리며 세현의 손을 맞잡았다.

.

.

.


세현은 이샤르와 함께 수색대를 꾸려 [검은 숲]으로 향했다.


총인원은 다섯으로 데아스와 디그리온, 두란이 함께했다.


“이제 숲에 진입하니까 긴장 늦추지 마. 단순히 검은 등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하이오크는 맨손으로 찢을 정도의 몬스터들도 가득하니까.”


꿀꺽.


진짜인지 겁을 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샤르의 말은 세현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츠츠츠츠츠.


꾸르륵. 꾸륵.


숲에 점점 깊이 들어가자 온갖 동물들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근데 검은 등 부족도 숙청 대상이었으면 멸망했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하지. 근데 고작 왕국군 주제에 검은 등을?”


이샤르가 코웃음을 쳤다.


‘그 정도로 강한 부족이라는 건가..’


“검은 등은 아직 건재한 것 같네. 여기 발톱 자국 보여?”


이샤르가 가리킨 곳을 보자 나무 위쪽에 발톱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접근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세현은 붉은 갈기 부족의 영토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검은 등은 영토를 침범한 것 가지고 아무 이유 없이 죽이거나 하진 않아. 그래도 대화는 잘 통하니까 걱정 마.”


이샤르는 거침없이 영토 안쪽으로 향했다.


“거기. 인간들. 여긴 검은 등의 영역이다. 용무가 있는 게 아니라면 돌아가라.”


숲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쥬니르 가문의 후계자 이샤르라고 한다. 보로 족장에게 나의 아버지 ‘게돈’을 말하면 알 것이다.”


이샤르가 말을 마치자 목소리가 들려왔던 방향에서 그림자가 눈으로 좇기 힘든 속도로 접근해 왔다.


“쉿.”


일행의 앞에 멈춰 선 거대한 그림자는 호랑이 수인이었다.


“따라오도록.”


호랑이 수인은 일행을 영역 밖으로 안내했다.


적대적인 태도는 절대 아니었기에 군말 없이 수인의 말에 따랐다.


“너를 기억하고 있다. 이샤르여.”


호랑이 수인은 영역을 벗어나자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지금 검은 등의 족장은 보로가 아니라 톨칸이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라.”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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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위그드라실 24.08.23 18 1 12쪽
23 검은 등의 왕좌(3) 24.08.22 18 1 12쪽
22 검은 등의 왕좌(2) 24.08.21 19 1 12쪽
21 검은 등의 왕좌 24.08.20 28 1 12쪽
» 검은 숲 24.08.19 29 1 11쪽
19 정찰 24.08.18 34 1 11쪽
18 오랫동안 24.08.17 37 1 11쪽
17 마지막 밤 24.08.16 34 1 11쪽
16 희생 24.08.15 33 1 12쪽
15 다가온 위협 24.08.14 35 1 12쪽
14 두 번째 던전 24.08.13 35 1 11쪽
13 붉은 갈기 부족 24.08.12 32 1 11쪽
12 협곡으로(3) 24.08.11 31 1 11쪽
11 협곡으로(2) 24.08.10 34 1 11쪽
10 협곡으로 24.08.09 42 1 12쪽
9 던전 24.08.08 43 1 11쪽
8 마물의 숲(3) 24.08.07 42 1 12쪽
7 마물의 숲(2) 24.08.06 44 1 12쪽
6 마물의 숲 24.08.05 56 1 12쪽
5 은빛 늑대 부족 24.08.04 54 1 12쪽
4 첫 웨이브 24.08.03 56 1 12쪽
3 5성 24.08.02 66 1 12쪽
2 기반 다지기 24.08.01 86 1 11쪽
1 튜토리얼 24.08.01 11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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