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테스터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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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작품등록일 :
2024.08.0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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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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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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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등의 왕좌

DUMMY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나를 기억하겠는가..”


호랑이 수인이 오른쪽 팔의 소매를 걷자 온갖 흉터가 팔을 뒤덮고 있었다.


“설마 티란 삼촌..?”


이샤르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말하자 티란은 빙긋 웃으며 이샤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쥬니르가 무너지고 왕국군은 이곳으로 향했어. 당연히 전쟁의 승자는 우리였지만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버렸지.”


더 이상의 피를 흘리지 말자는 족장 보로의 온건파와


지금 당장 왕국으로 쳐들어가 본때를 보여주자는 톨칸의 급진파로 나뉘었다고 했다.


“근데 톨칸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봐요.”


“그럴 수밖에 없지. 추방당했다가 돌아온 녀석이라 넌 본 적이 없을 거야.”


이샤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티란은 말을 이어갔다.


“당연히 보로를 따르는 부족민이 더 많았지만 톨칸은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 부족민들이 인질이 되자 보로는 스스로 왼팔을 자르며 부족민을 지켰지.”


이샤르는 눈살을 찌푸렸다.


“왼팔은.. 보로 아저씨의 전부잖아요..”


“하지만 그땐 선택권이 없었어..”


티란 역시 침울해졌다.


“근데 검은 등이 왕국을 공격했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아요.”


“맞아. 전쟁은 그 후로 없었지. 톨칸에겐 왕좌에 앉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니까.


보로가 팔이 잘려 쫓겨나고 톨칸이 족장이 된 후로 검은 등은 썩어가고 있다. 아마 너를 발견한다면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자 공격하려 할지도 몰라.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곳을 찾지 마. 검은 등은 잊어라.”


티란은 말을 하면서도 불안한 듯 줄곳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면 보로 아저씨는요. 어디로 간 거예요?”


“그건 부족민 누구도 몰라. 보로를 찾으려 노력을 거듭했지만 찾을 수 없었어. 그리고 너도 잘 알잖니. 이곳 북부에서 상처 입은 짐승의 끝이 어떠한지.”


“하아..”


이샤르는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티란 삼촌. 혹시 시간 될 때 저희 영지로 몰래 와주실 수 있어요..? 저희가 뭔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티란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부족의 일이야. 이대로 멸족하게 된다 하여도 결국 검은 등의 일이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요..? 그러면 팔을 자르고 떠난 보로 아저씨는요! 부족민들은 지켜야죠.”


티란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로 아저씨가 있을 때의 검은 등을 생각해 보세요. 정말 이대로도 괜찮은 거예요?”


“너는 정말 어릴 때부터.. 알았다. 내일 너의 영지로 방문하도록 할 테니 이만 돌아가봐라. 시간을 너무 지체했어. 그리고 좋은 짝을 찾은 걸 축하한다.”


티란은 몸을 돌려 검은 등의 영토로 향했다.


“짝 아니거든요..!”


이샤르는 얼굴이 빨개져 씩씩 거리고 있었다.


‘0고백 1차임 인가..’


가만히 있다가 차인 세현은 이샤르에게 빨리 돌아가자고 말했다.


“알았어! 삼촌도 진짜.. 내가 어딜 봐서 얘랑..”


뒤에 있던 데아스, 디그리온, 두란은 이 상황이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았다.


“네가 말했던 보로를 찾던가 아니면 티란이라고 하는 수인을 왕좌에 앉히면 우리랑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계획은 있는 거야?”


“이제부터 세워야지. 그것 때문에 티란 삼촌을 우리 영지로 부른 거니까. 내일이면 부족의 상황에 대해 대충 들을 수 있을 거야.”


“그래. 일단 숲부터 빨리 벗어나자 티란의 말대로라면 여기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니까.”


이샤르는 고개를 끄덕이곤 속도를 올렸다.


“영주님이 돌아오셨어! 성문을 열어!”


드드드드.


성문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공사 중이던 필립이 세현을 발견하고 외치자 성문이 천천히 열렸다.


“소린. 새로운 사람들은 어때? 잘 적응하고 있어?”


성문 안에선 소린의 지휘아래 많은 영지민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 중이었다.


“맘에 드는 녀석은 없지만 그렇다고 맘에 안 드는 놈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냥 평범하지. 그래도 갈고닦으면 쓸만할 걸세!”


세현 일행은 소린을 지나 갱도로 향했다.


“어? 갱도 안이 환한데..?”


세현이 고개를 내밀어 갱도 안을 살피며 말했다.


“아마 가장 먼저 채취한 용수정을 광원으로 썼겠지.”


이샤르가 말했다.


“그렇구나.. 라칼! 안에 있어?”


“영주님?! 금방 나가겠습니다!”


목소리가 웅웅 울리며 돌아오더니 이윽고 라칼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때. 작업은 잘 진행 중이야?”


“네. 꾀부리는 사람 없이 모두 성실하게 채굴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라칼이 소린보다 평가에 있어 후한 것 같다.


“알겠어. 무슨 문제 생기면 말해주고. 수고해.”


“네! 알겠습니다.”


세현은 협곡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으로요! 더더!”


영지에 가까워지자 명호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됐어요!”


“명호야 뭐 하고 있어?”


세현은 영지민들과 함께 무언가를 조립하고 있는 명호에게 물었다.


“아! 형 오셨어요. 이런 지형이라면 투석기가 효과적일 것 같아서 한번 만들어보고 있었어요. 노멘과 덴도 도와주고 있었고요.”


명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목재를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있는 노멘과 덴이 보였다.


“투석기라.. 좋은 생각이네. 만들어보고 괜찮으면 여러 개 더 부탁할게.”


“맡겨 주세요.”


영지민들은 모두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주연과 지윤은 아르카가 왕국에서 구매한 알을 부화시켜 병아리들을 돌보고 있었고 승제는 병아리들이 지낼 닭장을 만들고 있었다.


세아는 찹댕이 쌀댕이의 교육을 맡았고


루퍼트는 이사벨과 함께 식물들의 전체적인 관리를 맡았다.


아란은 이사벨의 부탁으로 포션 제조에 필요한 기구들을 만들고 있는 듯했다.


나머지 전투 인원들은 [망자의 터]에서 지속적으로 마석을 수급하고 있었다.


“이제 제법 영지스럽네. 그치?”


이샤르가 웃으며 세현에게 말했다.


“그러게.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워.”


“갑자기 무슨.. 됐어. 별 것도 아닌데.”


이샤르는 대충 얼버무리곤 자리를 피해버렸다.


‘오늘 웨이브 난이도에 따라 영지민을 더 늘리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이샤르의 뒷모습을 보며 세현은 생각했다.


“영주님. 검은 등과는 이야기가 잘 되었나요?”


아르카가 다가오며 세현에게 물었다.


“아니.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서 조금 틀어졌어.”


“변수라면?”


“검은 등의 족장이 보로가 아니라 톨칸이래.”


“톨칸이요?”


아르카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톨칸에 대해서 알아? 이샤르는 처음 들어본 것 같던데.”


“이샤르가 어렸을 때 추방당했기 때문에 모를만해요. 그것보다도 톨칸이 족장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자세히 얘기해 줄래?”


“추방당하기 전 톨칸은 무력으로 부족 내에서 보로 다음으로 가장 강한 전사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너무 자주 일으켜서 추방당한 걸로 알고 있어요.”


게다가 톨칸은 인간에 대한 혐오 또한 심하다고 말했다.


“보로 족장님이 졌을 줄이야..”


“정확히는 부족민들이 인질이 되어서 스스로 왼팔을 자르고 떠났다고 하던데?”


“왼팔이요?!”


“응. 왼팔. 근데 왼팔이 어떻길래? 아까 이샤르도 왼팔에 대해 듣고 놀라더라고.”


“왼팔이 정말 강력하거든요. 오래전 초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해 북부 전체가 위험에 빠졌을 때 몬스터 군대를 이끌던 마족을 왼팔로 단숨에 끝장낸 전적도 있어요.”


“그런..”


“아무튼 아쉽지만 톨칸이 족장인 이상 검은 등과의 협력은 기대할 수 없겠네요. 그리고 [검은 숲] 역시 얼씬도 하지 않는 걸로 영지민들에게 전달해 둘게요.”


“근데 내일 티란이라고 하는 수인이 우리 영지로 찾아오기로 했는데..”


“네?! 티란은 왕국과 검은 등 사이에 있던 전투에서 죽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치만 이샤르도 ‘티란 삼촌’ 하면서 알아보더라고.”


“그럴 리가.. 내일 저도 같이 만나도 될까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아르카는 세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막사로 돌아갔다.


이 상황이 혼란스러운지 표정에 근심이 가득했다.


“정말 뭘까.. 아르카 말이 맞다면 오늘 만난 그 수인은 누구지..”


세현 또한 아르카의 이야기에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하자 영지민들이 하나 둘 돌아왔다.


“어제 영지민 40명이 한 번에 불어났기 때문에 오늘 웨이브는 예측이 힘들어요. 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같으니 걱정 말고 어제처럼만 하면 됩니다.”


이샤르가 영지민들에게 말했다.


“저희는 뭘 하면 되나요?”


어제 소환한 영지민 중 소환되었을 때 세현의 말에 대답했던 영지민이 이샤르에게 물었다.


‘어제도 그렇고.. 새로운 영지민들의 대표 격인가..?’


세현은 생각했다.


“아란이 여러분들을 위해 새로 제조한 석궁들이 있습니다.”


이샤르의 말에 뒤를 돌아보자 아란이 테이블 위에 석궁들을 쌓아놓고 있었다.


“화살도 충분하니 성문으로 접근하는 적들을 공격하면 됩니다. 석궁의 사용법은 케샤가 설명해 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당분간 활과 석궁 훈련의 교관은 케샤가 맡을 계획이었다.


“그러면 다들 간단한 식사 후에 자기 위치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주님들만 잠깐 모여주겠나!”


이샤르의 말이 끝나자 소린이 베타테스터들을 모았다.


“마총이 추가로 완성되었네! 아무래도 강력한 무기다 보니 제일 높은 사람들이 먼저 쓰는 게 맞는 것 같아서! 하하하!”


소린이 호탕하게 웃으며 주연과 지윤, 승제와 명호에게 총을 나눠주었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잘 쓸게.”


“세현 영주가 총을 잘 다루는 듯 하니 자세한 사용법은 세현 영주에게 듣게나!”


소린은 지치지도 않는지 다시 성문을 점검하러 떠났다.


“자. 따라와. 웨이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간단하게 설명해 줄게.”


주연과 지윤은 세현이, 명호에게는 승제가 총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 이 정도면 대충 알겠지? 그리고 총은 위험한 물건이니까 조정간이 안전에 되어 있더라도 총구는 항상 하늘로 향해야 해.”


주연과 지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총 처음 만질 때 저런 표정이었으려나..’


“다들 위치로! 웨이브까지 5분 정도 남았습니다!”


이샤르의 말에 영지민들은 각자의 위치로 질서 정연하게 이동했다.


쿠웅- 쿠웅-


위치를 잡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멀리서부터 거대한 무언가의 발자국 소리가 울려왔다.


‘트롤인가..’


세현은 잠시 목책에서의 웨이브를 떠올렸다.


쿠웅-! 쿠웅-!


하지만 착각이었다.


발걸음이 가까워질수록 진동이 강해져 왔고 소리 또한 트롤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간트입니다! 성문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사격해 주세요!”


소리의 근원이 시야에 들어오자 영지민들은 다들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공룡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시야에 들어온 기간트의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우선 그 크기가 남달랐고 일반적인 사람의 외형과 비슷했지만 몸엔 털이 수북했으며 얼굴이 뭔가 이질적이었다.


“몸의 가죽은 뚫기 어려우니 머리를 집중적으로 노려주세요!”


이샤르의 지휘에 따라 원거리 공격수들이 탄환과 화살을 발포했다.


“아.. 너무 떨리는데..”


지윤이 손을 달달 떨며 총알을 발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숨 천천히 내쉬어.”


“후우..”


“그대로 숨 참고. 검지를 천천히 당겨.”


타앙!


퍼석!!!


세현의 말에 따라 지윤이 발사한 총알은 정확하게 기간트의 왼쪽 눈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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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위그드라실(2) 24.08.24 13 0 12쪽
24 위그드라실 24.08.23 17 1 12쪽
23 검은 등의 왕좌(3) 24.08.22 17 1 12쪽
22 검은 등의 왕좌(2) 24.08.21 18 1 12쪽
» 검은 등의 왕좌 24.08.20 28 1 12쪽
20 검은 숲 24.08.19 28 1 11쪽
19 정찰 24.08.18 33 1 11쪽
18 오랫동안 24.08.17 36 1 11쪽
17 마지막 밤 24.08.16 33 1 11쪽
16 희생 24.08.15 32 1 12쪽
15 다가온 위협 24.08.14 34 1 12쪽
14 두 번째 던전 24.08.13 34 1 11쪽
13 붉은 갈기 부족 24.08.12 31 1 11쪽
12 협곡으로(3) 24.08.11 30 1 11쪽
11 협곡으로(2) 24.08.10 33 1 11쪽
10 협곡으로 24.08.09 41 1 12쪽
9 던전 24.08.08 42 1 11쪽
8 마물의 숲(3) 24.08.07 41 1 12쪽
7 마물의 숲(2) 24.08.06 43 1 12쪽
6 마물의 숲 24.08.05 55 1 12쪽
5 은빛 늑대 부족 24.08.04 54 1 12쪽
4 첫 웨이브 24.08.03 56 1 12쪽
3 5성 24.08.02 65 1 12쪽
2 기반 다지기 24.08.01 85 1 11쪽
1 튜토리얼 24.08.01 11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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