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테스터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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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작품등록일 :
2024.08.0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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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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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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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으로(3)

DUMMY

“근데 나랑 동생 빼고 전부 다 당했어. 그것도 일본인 한 명한테.”


“뭐? 인원수가 3배는 됐을 텐데 한 명 한테?”


“나도 그 새끼가 혼자 칼 들고 찾아왔을 땐 코웃음 쳤지.”


승제는 그때 생각을 하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영지민들이 돌려보내러 나갔는데 망설이지도 않고 칼을 휘두르더라고.”


“그래서?”


“바로 무기 들고 쫓아 나갔지. 사람 숫자도 많다 보니 당연히 이길 줄 알았어. 그놈은 주변에 영지민도 없이 혼자였고.”


승제가 마체테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순식간에 파고 들어서 베타테스터만 노리더라. 영주가 죽으니 소속 영지민들도 사라지고..”


“영주가 죽으면 영지민도 사라져?”


“어. 그렇더라.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되긴 싫었지만.”


승제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무튼 평범한 사람은 절대 아니야. 영지민 등급이 어떻든 인원수가 많든 그런 거 다 소용없다.


나도 명호 데리고 겨우 도망쳐서 성벽만 주구장창 쌓은 거야.”


승제는 성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흩어져서 다들 잘 살아남았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우리 둘만 남았다니..”


“나랑 같이 가자. 남은 사람들끼리 모여있어야 안전해.”


“그럼 너희가 여기로 오는 게 낫지. 성벽을 봐.”


‘확실히 견고하긴 하지. 그래도..’


“아얘 맞붙지 않는 게 더 안전하잖아? 우린 대륙 북쪽으로 이동할 거야. 거기까지 찾아오진 않겠지.”


세현은 승제가 함께 이동해 주길 원했다.


단시간에 이 정도의 성벽을 쌓을 수 있다면 레듐 협곡에서의 방어가 더 단단해질 것이다.


“형은 우리가 이 성벽을 얼마나 고생해서 쌓았는지 잘 모르시잖아요.”


가만히 얘기를 듣던 명호가 나섰다.


“잘 모르는 북쪽의 협곡보단 저희가 직접 공들여 쌓은 성벽 안이 더 안전할 것 같아요.”


세현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나도 동생이랑 같은 생각이야. 여길 떠나는 건 힘들다고 봐.”


“후우.. 이틀 뒤에 이동할 테니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면 그전에 여기로 와.”


세현은 자신의 영지까지의 약도를 그려 승제에게 건넸다.


“꼭 살아남아라. 게임하다 혼수상태 될 수는 없잖아?”


승제가 약도를 건네받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무사하게 로그아웃 되면 연락해. 술이나 한잔 하자.”


세현은 작별인사를 하곤 성벽을 떠나 영지로 방향을 돌렸다.


“괜찮을까요. 조금 더 설득해 보심이..”


디그리온이 말했다.


“원래부터 고집이 센 친구였거든. 아무리 말해도 안들을 걸? 그리고 쟤 동생도 되게 똑똑해. 서울 어디 대학교였는데.. 뭔가 생각이 있겠지.”


세현의 마음 한편에 불안함이 자리했지만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

.

.


“세현 오빠? 되게 빨리 돌아오셨네요.”


망루에서 망을 보던 주연이 지윤과 함께 문을 열며 말했다.


“별일 없었지? 그나저나 할 얘기가 생겼어.”


“뭔데요..?”


주연은 세현의 굳은 표정을 보고 불안한 기색일 내비쳤다.


“살아남은 한국인 베타테스터는 우릴 제외하면 두 명이 끝이야. 합류 제안도 거절당했으니 사실상 우리 셋이 버텨야 해.”


주연과 지윤이 혼란스러운지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자 세현이 말을 이어갔다.


“이틀 뒤에 협곡으로 영지를 이동시킬 거야. 우린 그전까지 물자와 영지민들을 최대한 모아야 해.”


“근데.. 이유가 뭐예요?”


지윤이 조용히 손을 들고 말했다.


“어떤 이유?”


“인원이 이렇게 줄어든 거랑 급하게 영지를 옮기려고 하는 게 상관있는 것 같아서요..”


‘날카롭네.. 솔직히 말해도 괜찮겠지..’


세현은 잠깐의 생각을 마친 뒤 입을 열었다.


“일본인 베타테스터가 한국 베타테스터들을 PVP 한 모양이야. 우리도 그동안 운이 좋았을 뿐이지 언제 위험해 질지 몰라.”


주연은 놀라서 두 눈이 커졌고 지윤은 대충 예상했던 모양인지 생각보다 덤덤한 모습이다.


“아무튼 위험한 상황이니 밖에 절대 함부로 나가지 말고.. 지금 바로 영지 내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모아줘.”


세현을 포함한 모두에게 지금부터 앞으로 이틀 간은 1분 1초도 금처럼 사용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지 내의 모든 사람들이 세현의 곁으로 모였다.


“앞으로 이틀 뒤에 레듐 협곡으로 영지를 옮길 거야.”


세현이 말하자 몇몇을 제외하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틀 동안 해야 할 일과 역할 배정을 하도록 할게.”


세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샤르와 아르카, 모리는 왕국에서 최대한 시간을 보내며 함께 협곡으로 향할 영지민들을 모집해 줘. 호위로는 데아스가 붙는다.”


“네!”


데아스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필립은 협곡 입구를 방어할 수 있도록 강하고 단단한 성문을 만들어줘. 재료 조달은 라칼이 한다.”


“여기서 북부까지 어떻게 가져가시게요..?”


필립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나한테 [영지 이동권]이 있어. 1회에 한하여 영지 내의 건물들과 인원들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아이템이야.


그러니 다들 걱정 말고 부담 없이 영지민이든 자원이든 전부 끌어 오도록 해.”


세현의 말에 영지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디그리온은 세아를 데리고 주변을 수색하며 탐색 임무를 맡는다.”


탐색 임무의 1순위는 던전이지만 영지민이나 물자에 대한 부분도 잊지 말라고 세현은 강조했다.


“그리고 위험한 인물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혹시라도 마주친다면 상대하려 하지 말고 바로 도망가도록 해.”


세현은 이 부분에 대해서 몇 번이고 강조하며 영지민들에게 위험인물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영지 경계를 위해 케샤와 로반이 망루에서 고생 좀 해줘.”


케샤와 로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두란은 샤쿠와 함께 던전 토벌을 계속해줘. 전리품 챙기는 것도 잊지 말고.”


나머지 인원들은 각자의 적성이 맞는 곳으로 적당히 분배되었다.


“영주님. 잠시..”


영지민들이 각자의 역할을 찾아 흩어지고 있던 중 이샤르가 세현에게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인데?”


세현은 이샤르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제단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샤르가 발걸음을 멈춘 곳엔 옅은 보랏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제단이 있었다.


“저 화로는 뭐야? 불꽃색도 특이하다.”


제단 가운데에 위치한 화로에선 제단보다는 조금 더 진한 보라색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화로에 마석을 넣어 영지민을 소환하실 수 있습니다.”


이샤르의 설명에 의하면 마석의 등급에 따라 소환되는 영지민들의 등급이 결정된다고 했다.


“마석 하나에 영지민 한 명이 소환되는 거고?”


세현의 질문에 이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성비 되게 좋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마석이 무조건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높은 등급의 마석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세현이 중얼거리자 이샤르가 반박했다.


“그런가.. 암튼 오늘 웨이브도 구울인가?”


“100%는 아니지만 그럴 확률이 높죠.. 설마 전부 제단에서 소환하는데 쓰시려고요?”


세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이샤르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렇게 많은 수의 영지민들이 한 번에 생겼을 때 관리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유지비는 생각해 보셨어요?”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는 거야. 영지민들도 작물 재배 쪽으로 육성시키고.”


“그전까진 뭘 먹고살려고요.”


“동물들을 사냥하는 걸로는 부족할까?”


“북부의 동물들은 이곳과는 차원이 달라요. 몬스터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겠어요. 영지민들 기껏 소환해서 북부 동물들 밥으로 줄려고요?”


세현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바로 농경지가 건설되고 수확되는 모바일 게임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렇게 실현 가능성 없진 않을 것 같은데요?”


세현의 뒤쪽에서 아르카가 다가오며 말했다.


“언니 그게 무슨..”


“잘 생각해 봐. 북부는 마기가 짙어서 작물의 성장 속도가 빠르니 그전까지의 식량은 지금부터 모아도 충분하지 않겠니?”


이샤르는 지지 않고 반박했다.


“이보세요! 웨이브를 통해서 나온 마석은 전부 제단에 쓴다는데 뭘로 식량을 모으려고요.”


찰싹!


“꺄악!”


아르카가 이샤르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강하게 때렸다.


“얼마 전에 확보한 F급 던전이 [망자의 터]라며.”


“어.. 그게 왜..”


“거기에 뭐가 있는지 몰라?”


“잠들어 있는 왕가의 보물..?”


세현이 해골기사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중얼거리자 아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파인더!”


이샤르가 외쳤다.


“왜 그걸 잊고 있었지. 두란이 던전에서 돌아오면..”


“나 왜?”


뒤에서 두란이 나타나며 대답하자 이샤르는 발작하듯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안 그래도 해골기사가 했던 말이 걸려서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찾아봤는데 이거 맞아?”


두란이 나침반같이 생긴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이거 맞아요! 고생했어요. 두란!”


확실히 아르카와 함께 있으니 평소의 이샤르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원래 성격은 저런데 중심을 잡고 이끌어나갈 사람이 없어서 억지로 차분한 척을 했나..?”


“맞아요. 이샤르는 원래 장난기 많고 밝은 성격이랍니다.”


세현이 혼자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지 아르카가 대답해 주었다.


“근데 던전 파인더가 정확히 뭐야?”


세현이 아르카에게 물었다.


“말 그대로 던전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아티팩트입니다.”


“너무 사기적인 거 아니야? 그런 성능이면 누구나 탐낼만할 것 같은데..”


“다행히도 이 아티팩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대륙에 몇 없을 겁니다.”


“어째서?”


“그건.. 레듐 협곡에 도착하면 전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르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알겠어. 그러면 최대한 빨리 던전들을 찾아내자.”


“좋은 생각이십니다. 던전 파인더는 한번 사용하면 다음 사용을 위해 하루의 충전 시간이 생기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르카의 대답에 세현은 바로 던전 탐색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전투계열의 영지민들을 상당수 투입하는 것이 불안했지만 지금 이 도박이 없다면 북부에서 기반을 잡기 어려워질 것이다.


“두란과 샤쿠, 케샤를 데리고 다녀올게.”


디그리온과 세아는 이미 출발해 버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


“혹시라도 등급이 높은 던전이라면 미련 없이 후퇴하세요. 위치만 표기해 놓아도 다음에 기회가 있으니까요.”


이샤르가 말했다.


“걱정 말고 왕국이나 다녀와. 건축계열 영지민을 데려오면 더 좋고.”


세현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던전 클리어를 위해 준비된 물자가 턱 없이 부족하니까 무리하지 말자..’


막상 던전에 들어서면 미련이 덕지덕지 붙어 발을 안 놔줄 것이 분명했기에 세현은 미련을 버리자고 수없이 다짐했다.


“여기서 좌측이야! 바늘이 빠르게 돌아간 걸 보니 근처에 있나 봐!”


세현이 던전 파인더를 확인하곤 고삐를 챘다.


“영주님! 잠시만 멈추세요!”


샤쿠의 외침에 전원 제자리에 멈춰 섰다.


“갑자기 왜 그래.”


“저 표식 보이세요..?”


샤쿠의 손 끝은 던전 파인더의 방향과 같은 곳을 가리켰다.


“뭐지..? 깃발 같은데..”


세현이 눈을 찡그리며 쳐다보자 멀리 뭔가 문양이 새겨진 붉은 깃발이 보였다.


“붉은색 바탕에 사자 문양.. 붉은 갈기 부족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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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검은 등의 왕좌 24.08.20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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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정찰 24.08.18 33 1 11쪽
18 오랫동안 24.08.17 36 1 11쪽
17 마지막 밤 24.08.16 33 1 11쪽
16 희생 24.08.15 32 1 12쪽
15 다가온 위협 24.08.14 34 1 12쪽
14 두 번째 던전 24.08.13 34 1 11쪽
13 붉은 갈기 부족 24.08.12 31 1 11쪽
» 협곡으로(3) 24.08.11 31 1 11쪽
11 협곡으로(2) 24.08.10 33 1 11쪽
10 협곡으로 24.08.09 41 1 12쪽
9 던전 24.08.08 42 1 11쪽
8 마물의 숲(3) 24.08.07 41 1 12쪽
7 마물의 숲(2) 24.08.06 43 1 12쪽
6 마물의 숲 24.08.05 55 1 12쪽
5 은빛 늑대 부족 24.08.04 54 1 12쪽
4 첫 웨이브 24.08.03 56 1 12쪽
3 5성 24.08.02 65 1 12쪽
2 기반 다지기 24.08.01 85 1 11쪽
1 튜토리얼 24.08.01 11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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