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테스터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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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작품등록일 :
2024.08.0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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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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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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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으로(2)

DUMMY

“그래그래. 혹시라도 맘에 안 들면 다음 웨이브 때 날 미끼로 쓰도록 해.”


세현은 자신감에 찬 확신의 미소를 띠었다.


퍼엉!!


서걱--


로반과 데아스의 활약으로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언데드 웨이브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다들 전리품 수거를 부탁드려요.”


이샤르의 말에 영지민 대부분이 목책 밖으로 향했고 셀 수 없을 정도의 언데드 마석들을 획득했다.


“와.. 웨이브 규모가 크니까 보상도 짭짤하네..”


째려보는 이샤르의 눈빛 때문에 세현은 옆통수가 따끔거렸지만 쌓여있는 마석을 보고 있으니 행복했다.


“이 정도 양이면 가능하겠네요.”


“뭐가?”


“제단이요. 드디어 재료들이 모였거든요.”


세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제단이 어디에 쓰는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 안나죠?”


“아니 아니 당연히 기억하지..”


“정말요?”


“사실 안 나..”


“그럴 줄 알았어요.. 영지민 소환할 때 필요하다고 설명드렸었잖아요.”


세현은 이샤르가 또 걷어차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화제를 돌렸다.


“자자. 그러면 초면인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를 해줄게.”


세현은 기존의 인원들과 지윤 일행의 소개를 간단히 마쳤다.


“너무 반가워요! 저희 잘 버텨봐요.”


“네. 언니. 저도 잘 부탁드려요.”


하루 종일 기운 없던 주연은 같은 처지인, 게다가 같은 성별인 지윤이 반가웠나 보다.


샤쿠와 두란은 데아스의 검술에 관심이 많아 보였고 데아스 역시 성실히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 그런 상황입니다.”


‘저 사람은 아르카라고 했던가..’


이샤르와 지윤의 영지민인 아르카가 대화중이었다.


‘뭔가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둘 사이에 묘하게 흐르는 기류 때문에 세현은 왠지 모르게 둘이 아는 사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에이. 착각이겠지.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세현의 머릿속은 지금 한국인 베타테스터들을 찾는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찾는 건 둘째치고 웨이브는 어떡하지..? 연맹 관계도 아닌데 함부로 영지에 들일 수도 없고.


연맹을 맺자니 웨이브가 걱정이고..’


매일 웨이브 방어를 위해 영지로 돌아와야 하는 수고는 수색에 엄청난 제약이었다.


게다가 거리가 먼 곳에 영지가 있다면 웨이브 시작 전에 영지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최선의 방법이..’


가만히 고민하던 세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이샤르! 잠깐만 시간 좀 내줘.”


아르카와 대화 중이던 이샤르가 세현에게로 곧장 다가왔다.


“영주님 무슨 일이세요?”


“혹시 웨이브를 못 막아내면 어떻게 돼?”


“왜요..? 저희가 못 막을까 봐 걱정되세요..?”


이샤르가 섬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 절대 아니지. 그냥 궁금해서 그래. 궁금해서.”


“흐음..”


이샤르가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영지가 파괴되죠.”


“응. 그리고?”


“그리고요? 영지가 파괴되고 끝이에요.”


“그리고 끝이야? 페널티 같은 건 없어?”


“영지가 파괴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페널틴데 뭐가 더 필요해요.”


“웨이브에서 나온 몬스터들은? 계속 영주를 쫓아가나..?”


“아뇨? 보통은 날이 밝기 전에 전부 소멸합니다. 포탈을 통과하면서 몸에 부담이 많이 가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요.”


‘그러면 문제없겠다.’


세현의 계획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웨이브 문제가 해결되었다.


“고마워. 덕분에 도움이 됐어.”


세현은 이샤르에게 인사를 마치고 바로 주연에게 향했다.


“주연아. 당분간은 영지로 돌아가지 말고 여기서 대기해 줘.”


“엥.. 왜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주연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 거 아냐. 급하게 이동할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그래.”


“음.. 아! 아란 씨의 대장간 시설은요? 여기 머물게 되면 그동안은 장비 제작에 차질이 생길 텐데..”


“그건 필립한테 얘기해서 내일 날 밝는 대로 옮겨달라고 할게.”


“그러면 문제없을 것 같아요. 혹시 제가 도울 일은..”


“지윤이나 잘 돌봐줘.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영지도 잘 부탁해.”


“그러고 보니.. 언제 그렇게 친해지셨어요? 분명 오늘 처음 만난 사이 아닌가? 그쪽 영지민들한테도 다 말 놓은 것 같던데..”


주연이 질투 난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영지까지 돌아오는 길에 그냥 말 놓겠다고 한 거야.. 그래야 내가 지휘하기 편하니까..”


세현이 곤란해하며 대답했다.


“크크.. 장난이에요. 아무튼 잘 다녀오고 다치면 안 돼요!”


주연은 손을 흔들곤 지윤이 있던 방향으로 사라졌다.


“일부러 밝은 척하는 건지 정말 괜찮은 건지..”

.

.

.


날이 밝자 세현은 디그리온과 세아를 데리고 영지를 나섰다.


다그닥- 다그닥-


“영지는 괜찮을까요?”


디그리온은 어제의 아슬아슬했던 상황이 떠올라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당연히 괜찮지. 이샤르도 있고 아르카도 합류했고.. 무엇보다 마법사는 공성전에 특화되어 있으니 웨이브 걱정은 더 이상 하지 말자.”


세아도 세현의 품에 안겨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 도정은입니다. 지금 대화 가능하신가요?]


열심히 말을 달리던 중 대화창이 세현의 눈앞에 나타났다.


“여기서 잠시만 쉬었다가 가자.”


세현은 일행과 조금 떨어진 뒤 대화를 이어갔다.


“무슨 일이시죠?”


[현재 상황에 대해 브리핑 드리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네. 말씀해 주세요.”


[먼저 한. 중. 일. 국가별로 50명씩 총 150명의 베타테스터들이 선별되었고 그중 게임에 접속한 인원은 113명입니다.]


‘생각보다 많네..’


[한국 초기 접속자 수는 39명이고 현재는.. 5명입니다..]


“뭐..? 5명이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런 탓에 세현이 세웠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나머지 34명의 게임 상 사망 로그를 확인했고 현재는 혼수상태로 병원에서 치료 중입니다.]


“하아..”


세현은 말도 안 되는 소식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나마 남은 5명 중 3명이 같이 있다는 걸 위안 삼아야 하나..’


“왜 죽었는데요.. 로그 확인 했으면 알 거 아니에요..”


[웨이브를 막아내지 못한 7명을 제외하곤 전부 유저들에 의해..]


정은은 말을 잊지 못했다.


“어디예요..”


[네?]


“어느 나라냐구요..”


[그건 보안상..]


“게임에서 죽으면 혼수상태가 된다면서요..! 깨어난 사람이 있기는 해요? 그깟 보안 문제가 대수예요..?”


[... 대부분이 일본입니다.]


정은은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침묵을 유지하다가 세현의 호소에 입을 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말해주세요. 중국이랑 일본은 몇 명이나 남았는지 남은 한국인 두 명은 어디 있는지.”


[남은 한국 유저분들은 지금 계신 위치에서 남서쪽으로 2km가량 이동하시면 있습니다. 아마 두 분은 연맹을 맺은 듯하고요.]


‘그나마 둘이 붙어 있어서 다행이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고.’


[그리고 중국, 일본과는 정보 공유가 되지 않고 있어 자세한 상황 파악이 힘듭니다.]


“뭐..? 아니 장난해요?”


[초기에는 정보 공유를 하며 유저들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으나 다른 유저들을 말도 안 되게 찾아내며 PVP를 하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운영진들은 유저에게 정보를 유출하는 사람이 있다고 판단하여 각 국가들 간의 정보 공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세현은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새로 나오는 게임 조금 일찍 해보겠다고 했다가 갇혀버리질 않나.


게임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다른 유저들은 기회다 싶어 PVP를 일삼는 현재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한국인 생존자가 27명. 중국인 43명. 일본인 4명이었습니다.]


“..? 일본인은 왜 이렇게 적어요?”


[저도 얼핏 들은 거라 확실하진 않지만 가장 먼저 튜토리얼을 끝낸 일본 유저가 영지 운영엔 관심도 없고 국가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PVP를 하며 돌아다닌다고 들었습니다.]


“미친놈..”


[마지막으로 왕국을 중심으로 초기 유저 스폰 장소가 중국은 서쪽, 일본은 동쪽, 한국은 남쪽이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휴.. 막막하네..’


[그리고 아마 저와 대화하시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네? 갑자기 왜요.”


[이것도 정보 유출이긴 하잖아요..? 하하.. 대화 기록도 남으니 아마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거예요. 징계도 먹겠죠..?]


“그러면 그냥 적당히..”


[양심에 찔려서요.]


“네?”


[너무 양심 없잖아요.. 게임사 잘못으로 유저들은 생사를 오가는데 나 몰라라 하면서 알아서 잘 살아남으라는게. 저도 답답해서 일탈 한 번 해봤어요.]


“.. 감사합니다.”


[꼭 마지막까지 살아남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도정은과의 대화는 끊어졌다.


“많이 기다렸지? 이대로 남서쪽으로 가자. 거기에 있대..”


“네? 갑자기요? 물론 영주님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냥 믿을만한 사람이 알려줬어. 가보자.”


디그리온은 세현의 표정을 보곤 더 이상 묻지 않고 말에 올랐다.

.

.

.


2km는 생각보다 더 짧았다.


말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금세 영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와! 엄청 높아요!”


세아가 높고 견고하게 쌓인 성벽을 보며 말했다.


“엄청 빠른 속도로 발전했네.. 이 정도 성벽을 벌써 짓다니..”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때 성벽 위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속과 이름을 밝혀라! 용무가 없다면 즉시 돌아가도록 해라!”


검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은 묘하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세현이라고 합니다. 영주님한테 한국 베타테스터라고 전하면 될 겁니다.”


세아는 여성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세현의 품에서 작게 으르렁 거렸다.


잠시 후 성벽 위에 남성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인이 맞는지 확인 좀 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시죠.”


‘뭔가 익숙한 장면 같은데..’


“군대는 다녀오셨나요?”


성벽 위의 남성이 물었다.


“네. 30사단 나왔습니다.”


순간 남자의 눈이 반짝인 것 같았다.


“사단가 한 번 불러보세요.”


“한강 물결..”


“오케이. 합격.”


남성의 말과 함께 성문이 열렸다.


‘뭐지..? 같은 부대 전역한 사람인가..’


세현은 찝찝해하며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야! 진세현!”


성벽 위에서 계단을 내려오던 남성이 세현을 보고 외쳤다.


“어..? 승제?!”


세현과 훈련소 동기였던 승제였다.


“이름 듣고 긴가민가 했는데 맞았네.. 잘 지냈냐?”


“잘 지냈으니까 이렇게 게임이나 하고 있지.”


둘은 오랜만에 만난 만큼 긴 안부를 나누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근데 너도 로그아웃이 안 되는 거야?”


승제가 말했다.


“아..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어.”


세현은 도정은을 통해 들었던 정보들과 현재 상황을 간추려서 승제에게 전했다.


“아.. 설마 그때 그 자식인가..”


“응? 뭐가.”


“처음에 한국 연맹이 되게 크게 있었거든? 인원이 10명도 넘었어.”


세현은 조용히 경청했다.


“근데 나랑 동생 빼고 전부 다 당했어. 그것도 일본인 한 명한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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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검은 등의 왕좌(3) 24.08.22 17 1 12쪽
22 검은 등의 왕좌(2) 24.08.21 18 1 12쪽
21 검은 등의 왕좌 24.08.20 28 1 12쪽
20 검은 숲 24.08.19 28 1 11쪽
19 정찰 24.08.18 33 1 11쪽
18 오랫동안 24.08.17 36 1 11쪽
17 마지막 밤 24.08.16 33 1 11쪽
16 희생 24.08.15 32 1 12쪽
15 다가온 위협 24.08.14 34 1 12쪽
14 두 번째 던전 24.08.13 34 1 11쪽
13 붉은 갈기 부족 24.08.12 31 1 11쪽
12 협곡으로(3) 24.08.11 31 1 11쪽
» 협곡으로(2) 24.08.10 34 1 11쪽
10 협곡으로 24.08.09 41 1 12쪽
9 던전 24.08.08 42 1 11쪽
8 마물의 숲(3) 24.08.07 41 1 12쪽
7 마물의 숲(2) 24.08.06 43 1 12쪽
6 마물의 숲 24.08.05 55 1 12쪽
5 은빛 늑대 부족 24.08.04 54 1 12쪽
4 첫 웨이브 24.08.03 56 1 12쪽
3 5성 24.08.02 65 1 12쪽
2 기반 다지기 24.08.01 85 1 11쪽
1 튜토리얼 24.08.01 11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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