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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작품등록일 :
2024.08.0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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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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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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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검은 등의 왕좌(3)

DUMMY

“전부 사격 준비!”


호랑이 수인들이 달려들 태세를 취하자 세현은 다급히 총을 겨누며 외쳤다.


“전부 물어뜯어라. 하찮은 인간 놈들에게 북부의 힘을 보여주도록.”


톨칸의 지시에 호랑이 수인들은 협곡 입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숫자는 적지만 얕봐선 안됩니다. 괜히 수인 최고의 전투 부족으로 불리는 게 아니에요.”


“사격 개시! 쉬지 말고 쏟아부어!”


아르카의 말과 함께 세현의 사격 신호가 떨어졌다.


타앙! 타앙!


수많은 총알과 화살들이 호랑이 수인들을 덮쳤다.


퍼석!


“크아앙!”


마총에 적중당한 수인들은 주춤거리며 멈춰 섰지만 화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해 왔다.


“고작 화살 따위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나? 우리의 두꺼운 가죽을 얕본 모양이군.”


톨칸은 코웃음 치며 병사들과 함께 성문을 오르기 시작했다.


수인들의 날카로운 발톱이 등반 장비와 같은 역할을 하여 큰 어려움 없이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벽을 타는 수인들부터 집중 사격해!!”


그나마 평지에서보단 속도가 떨어진 탓에 사격 적중률이 올랐다.


타앙! 타앙! 타앙!


지윤은 사격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빠르고 침착하게 수인들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이제 스물 남짓인가..’


“방심하지 마세요! 저들이 성문을 넘어 근접전이 펼쳐지는 순간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질 거예요.”


아르카가 말했다.


“크아아아아아앙!!!”


수인들이 성문을 거의 넘을 때 즈음 숲 방향에서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적이 더 있었던 거야..?”


세현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호랑이 수인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성문을 오르고 있던 수인들이 힘 없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크억! 이 목소린 설마.. 살아있었냐.. 보로..!”


톨칸은 성문 아래로 떨어져 숲 방향을 보며 외쳤다.


계속해서 사격을 가하려는 세현을 아르카가 말렸고 잠시동안 소강상태가 지속되었다.


저벅. 저벅.


숲 방향에서 보로로 추정되는 호랑이 수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로의 갑옷은 허름하기 짝이 없었으며 소문대로 왼팔은 절반 정도가 절단되어 있었다.


“목숨은 부지하게 해 줬더니 기어코 다시 찾아온 이유가 뭐냐.”


“쓸데없이 부족민들을 희생시키지 마라. 톨칸.”


두 호랑이 수인은 주먹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도달했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만들지 말고 너와 나 둘이 승부를 내자.”


“푸하하하. 내가 받아들일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너에게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그렇다면 저 협곡을 마저 공격해 보던지. 정면에선 총탄과 화살, 뒤에선 내 발톱이 너희를 향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나?”


사실 톨칸에게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로의 포효 때문에 성문을 오르던 수인들이 모두 아래로 떨어져 버렸고 다시 성문을 올라 통과한다 해도 희생이 훨씬 커질게 분명했다.


“네 목적은 검은 등의 왕좌가 분명할 텐데.. 내가 이기면 뭐가 남지? 저 계집애의 목이라도 줄텐가..?”


톨칸은 이샤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줄게! 보로 아저씨가 진다면 내 목숨은 네가 가져가라!”


보로가 망설이자 이샤르가 망설임 없이 외쳤다.


“야! 너..!”


아르카가 이샤르를 말리려 했지만 이샤르는 확고했다.


“이샤르..”


보로가 중얼거렸다.


“크하하하! 역시 미친 게 분명하군. 그렇다면 내기 성립이다.”


톨칸은 비웃으며 남은 수인들을 이용해 동그란 원을 만들게 하였다.


“대결은 전통대로 진행하겠다. 불만은 없겠지?”


톨칸의 말에 보로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왼팔을 잃어서인지 자세는 구부정했으며 부자연스러웠다.


‘자신의 전부였던 왼팔을 잃고 무슨 자신감으로.. 아니면 그저 우릴 위해 시간을 끌어주려 한 건가?’


세현은 이 상황이 의아했다.


“크아아아!”


먼저 공격을 시작한 것은 톨칸이었다.


톨칸은 화려한 금빛 갑옷을 번쩍이며 보로를 밀어붙였다.


한쪽 팔로 싸워야 하는 보로 입장에선 양팔을 휘두르며 돌진해 오는 톨칸을 막아내는 것은 역부족으로 보였다.


‘뭐지..? 저 표정들은.’


세현은 주위를 둘러싼 호랑이 수인들의 표정을 보며 의문을 느꼈다.


처음엔 톨칸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보로가 공격당할 때마다 눈을 질끈 감았고 눈물을 보이는 수인도 있었다.


“크헉!”


털썩.


톨칸의 발차기가 보로의 복부에 적중했고 보로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말았다.


“크하하하! 숲에 숨어 지냈더라면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었을 텐데. 나한테 저 년의 목을 주러 찾아온 거냐!”


퍼억!


톨칸은 보로를 비웃으며 얼굴에 발차기를 날렸다.


터업.


줄곧 공격만 당하던 보로는 오른손으로 톨칸의 발목을 잡았다.


꾸구구국.


“크아악! 이게 무슨..!”


보로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 톨칸은 보로의 손을 뿌리치곤 급하게 뒤로 물러나 발목을 살폈다.


“이런 건방진..! 목숨은 살려주려 했는데 안 되겠구나..”


톨칸은 뒤편에 있던 수인 중 하나에게로 다가가 도끼를 뺏어 들으려 했다.


“실리크 그거 내놓아라.”


하지만 실리크는 도끼를 쥔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부족 전통 방식에서 무기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지금 검은 등의 족장은 나다! 내가 규칙이고 전통이야..!”


퍼억.


“커헉..”


톨칸은 실리크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곤 도끼를 뺏었다.


“잘 봐라. 나한테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톨칸은 실리크를 내려치기 위해 도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안돼..!”


쩌억!


“끝까지 거슬리는군.”


보로는 실리크를 대신해 톨칸의 도끼를 어깨로 받아냈고 도끼질에 갑옷 끈이 끊어지며 갑옷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터엉! 텅!


보로의 맨 몸이 드러나자 수인이든 인간이든 모두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무슨 등이..’


갑옷 보다 더 견고해 보이는 근육이 보로의 등을 덮고 있었다.


“톨칸! 넌 족장의 자격이 없다..! 신성한 대결에서 무기를 사용하다니!”


수인들은 톨칸을 비난하며 보로를 지키기 위해 가까이 다가왔다.


“전부 닥쳐라!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보로의 저승 길동무로 보내줄 테니!”


수인들은 톨칸의 기세에 눌려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크윽.. 네 앞의 상대에 집중해라 톨칸.”


“다 죽어가는 놈이 허세는.”


“이봐 톨칸.. 우리가 왜 검은 등이라 불리는지 알고 있나..?”


“뜬금없이 무슨 말을.. 유언이라면 들어주도록 하지.”


꾸구국.


“크허억..!”


톨칸은 보로의 어깨에 꽂혀있는 도끼에 더욱 힘을 주며 눌렀다.


“허억.. 허억.. 단순히 등의 검은 줄무늬 때문이 아니다..!


검은 등은 뒤돌아 도망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도 우리의 등을 본 적이 없기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지..!”


“푸하앗. 그것 참 멋있네. 할 말은 이제 다 끝난 것이냐?”


“하아.. 하.. 그러니까 너도 검은 등이라면 내 앞에서 도망치는 추한 모습은 보이지 말아라..”


서걱.


후두둑.


보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눈 깜짝할 새 톨칸의 양손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크아악! 무슨 짓을 한 거냐 네놈!!!”


톨칸은 피를 뿜어내고 있는 자신의 양팔을 보며 절규했다.


“전에 네가 물었었지. 어떡하면 나와 같은 왼팔을 가질 수 있냐고.”


퍼억.


보로는 톨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않았나. 노력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지금 내 오른팔이 그 증거다..!”


보로가 오른팔을 높이 들자 톨칸은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바닥을 기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도망치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넌 검은 등의 수치다.”


보로의 오른손이 갑옷과 함께 톨칸의 심장을 관통했고 톨칸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죽었다.


“갑옷도 화려하기만 할 뿐이지 방어력은 하나도 없구나.”


보로가 중얼거렸다.


“족장! 상처가 심합니다..! 어서 치료를!”


실리크가 보로를 부축하며 말했다.


“괜찮다..! 너무 늦어서 미안하구나 다들.. 쓸데없이 너무 많은 피를 흘려버렸어.”


보로는 성문 앞에 널브러져있는 동족들의 시체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이샤르가 어느새 협곡 아래까지 달려 나와 성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넘어지겠다.. 뛰지 마라..”


“아저씨는 아직도 내가 애로 보이나..!”


보로는 애써 웃으며 이샤르를 반겼다.


“잘 컸구나. 게돈이 봤다면 참 좋아했을 텐데..!”


“아저씨 그만 말해요.. 아.. 어떡해..!”


이샤르는 천으로 보로의 상처를 지혈하려 했지만 상처가 너무 깊어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였다.


“잠시만요! 비켜주세요!”


그때 이사벨이 수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사벨의 품에는 풀이 잔뜩 안겨있었다.


“포힐데라고 하는 약초입니다. 포션으로 제조되는 공정은 거치지 않았지만 이대로도 어느 정도의 치유 효과는 얻을 수 있어요!”


이사벨의 말에 따라 일부는 보로가 직접 씹어 먹고 나머지는 손으로 비벼 즙을 내 상처를 촘촘히 덮었다.


“하아.. 조금 편안해지는 기분이군..”


“진통 작용도 어느 정도 있거든요. 이 정도면 급한 조치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사벨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이사벨..”


이샤르는 눈물을 글썽였다.


“검은 등은 이제부터 쥬니르 가문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겠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검은 숲]으로 찾아와라. 항상 기다리고 있겠다.”


보로는 세현의 영지 전체에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우.. 어찌 됐든 동맹 성공이네. 피해도 없었고..”


“그러게요. 다행입니다.”


세현의 말에 아르카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부족의 상황을 살피러 돌아가보도록 하지. 잘 지내라 이샤르.”


“금방 보러 갈게요. 치료 잘하세요.. 아! 그나저나 티란 삼촌은요..? 어제 숲에서 만났는데..”


“티란을..? 그럴 리가..”


“맞습니다. 티란은 왕국과의 전쟁에서 전사한걸요.”


보로의 말에 실리크가 동의하며 말했다.


“그럼 어제 만난 건..”


“아마 티란의 영혼이 너를 지켜준 것 같구나. 만약 검은 등의 영토에 들어섰다면 그대로 전부 죽음이었을 거야. 나중에 티란의 묘에 들러 인사라도 하고 가거라.”


이샤르는 어안이 벙벙했다.


보로와 부족민들은 성문 아래의 시체들을 수습해 영토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샤르는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며 배웅했다.


“호랑이 놈들! 발톱 자국을 내면서 기어 올라오다니! 성문 보수를 해야겠군.”


소린은 영지민들 일부를 데리고 성문 보수 공사에 곧바로 착수했다.


라칼도 곧장 갱도로 향했다.


“아르카. 우리 의사가 필요할 것 같아. 약사도.”


“안 그래도 영주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디 실력 좋은 사람 없을까..”


“꼭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나요?”


“그건 그렇지만. 누구를..?”


“엘프를 찾아가는 겁니다.”


“엘프?!”


“네. 그들은 온갖 식물의 사용법과 의술, 포션 제조에 능통하거든요.”


“그렇다면 환영이지. 근데 어디서 찾을 수 있는데?”


“협곡에서 뻗어 나온 강을 따라가다 보면 엘프들의 마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아르카는 손가락으로 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위그드라실을 지키고 있을 거예요. 저기 있는 거대한 나무요.”


“저게 나무라고..?!”


세현은 줄곧 숲이라고 생각했던 풍경이 사실은 거대한 나무의 이파리라는 사실을 깨닫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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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위그드라실 24.08.23 18 1 12쪽
» 검은 등의 왕좌(3) 24.08.22 18 1 12쪽
22 검은 등의 왕좌(2) 24.08.21 19 1 12쪽
21 검은 등의 왕좌 24.08.20 28 1 12쪽
20 검은 숲 24.08.19 28 1 11쪽
19 정찰 24.08.18 33 1 11쪽
18 오랫동안 24.08.17 36 1 11쪽
17 마지막 밤 24.08.16 33 1 11쪽
16 희생 24.08.15 32 1 12쪽
15 다가온 위협 24.08.14 34 1 12쪽
14 두 번째 던전 24.08.13 34 1 11쪽
13 붉은 갈기 부족 24.08.12 31 1 11쪽
12 협곡으로(3) 24.08.11 31 1 11쪽
11 협곡으로(2) 24.08.10 34 1 11쪽
10 협곡으로 24.08.09 42 1 12쪽
9 던전 24.08.08 42 1 11쪽
8 마물의 숲(3) 24.08.07 41 1 12쪽
7 마물의 숲(2) 24.08.06 43 1 12쪽
6 마물의 숲 24.08.05 55 1 12쪽
5 은빛 늑대 부족 24.08.04 54 1 12쪽
4 첫 웨이브 24.08.03 56 1 12쪽
3 5성 24.08.02 65 1 12쪽
2 기반 다지기 24.08.01 85 1 11쪽
1 튜토리얼 24.08.01 11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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