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테스터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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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작품등록일 :
2024.08.01 00:17
최근연재일 :
2024.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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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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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오랫동안

DUMMY

지난밤 약속한 대로 아침이 밝자 모두 목책 중앙으로 모였다.


“다들 자기 영지민들 전부 있는지 체크해 봐.”


“우린 다 있어.”


“저희도요.”


세현의 말에 유저들은 각자 영지민들의 수를 헤아리곤 대답했다.


“[영지 이동권] 사용! 목적지는 레듐 협곡 위쪽의 평원으로.”


-재사용이 불가한 아이템입니다. 정말 사용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바로 이동시켜 줘.”


츠츠츠츠.


푸른색 빛이 세현의 영지를 뒤덮기 시작하더니 한 순간에 풍경이 뒤바뀌었다.


주변엔 처음 보는 동식물들이 군데군데 보였으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고 높았다.


옛 성터라 그런지 부서진 건물 잔해들이 이곳저곳에 가득했다.


“우와!”


세아는 코를 킁킁 거리며 주변의 냄새를 맡았다.


“에취!”


“좀 쌀쌀하긴 하네..”


북쪽으로 이동한 만큼 기온도 갑자기 낮아진 듯하다.


“다들 이쪽으로 와서 치수에 맞는 옷을 한 벌씩 가져가세요.”


아르카가 말했다.


“이런 건 언제 준비한 거야?”


“북부로 이주할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미리 구매해 뒀죠.”


이샤르가 세현에게 따뜻해 보이는 털 옷을 건네주며 말했다.


“그러면 다들 옷 갈아입고 주변 수색부터 마치자. 안전이 확보되면 협곡 입구부터 방어시설을 세울 거야.”


세현의 말에 영지민들은 주변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영주님..”


“루퍼트? 왜 그래.”


“저는 세아와 함께 던전 안에 심었던 슬람푸를 이곳 평원에 옮겨 심어도 괜찮을까요? 슬슬 싹을 틔웠을 것 같아서..”


“뭐.. 네가 판단하는 게 맞겠지. 이사벨도 같이 데려가도록 해.”


“알겠습니다!”


루퍼트는 세아와 함께 이사벨을 데리러 향했다.


‘그럼 나도 슬슬..’


평원은 꽤 넓긴 했지만 그 끝이 한눈에 보였기에 세현은 협곡 입구를 살피러 갔다.


“이샤르! 아르카! 거기 서서 뭐 해?”


협곡에 다다르자 입구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는 둘이 보였다.


“저거.. 설마..”


“맞는 것 같아..”


둘은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세현이 가까이 다가가 둘이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협곡 아래쪽에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늑대가 맞긴 한가..? 뭐가 저렇게 커..!’


[영원한 겨울]에서 보았던 다이어 울프들과 비교해 봐도 말이 안 되는 크기였다.


“어서 영지민들을 불러와야..!”


“아뇨.. 그러실 필요 없어요..”


이샤르가 세현의 손을 붙잡으며 말렸다.


그때 늑대가 이샤르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뒤를 돌아보더니 성큼성큼 협곡을 걸어 올라왔다.


세현은 늑대를 경계하며 창을 빼들었다.


붕. 붕.


“..?”


하지만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지자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헥헥 거리는 늑대를 본 세현은 의아해하며 창을 내렸다.


“초코! 이 바보야!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데..!”


이샤르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늑대에게로 달려갔다.


“흐어어어엉..! 이 상처들은 다 뭐야.. 그동안 여기 혼자 남아서 지키고 있던 거야..?”


가까이 다가온 늑대의 몸에는 수많은 상처가 곳곳에 가득했다.


이샤르는 늑대의 목에 팔을 감싸 안으며 얼굴을 파묻고 울었고 늑대는 가만히 앉아 이샤르를 달래듯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초코..? 대체 무슨..”


세현이 고개를 돌려 아르카를 바라보자 아르카 역시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북부에 대해, 쥬니르 가문에 대해.. 묻지 않고 그동안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전부 말씀드릴게요.”


아르카는 숨을 크게 들어마시며 심호흡을 하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이샤르는.. 아니 이샤르님은 쥬니르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저기 있는 거대한 늑대는 펜리르라고 하는 최상위 종의 늑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이어 울프나 일반 늑대, 늑대 수인들 까지.. 전부 펜리르에게서 파생되어 나온 열등종이라고 했다.


“그나마 세아가 가지고 있는 은빛 늑대의 피가 펜리르와 가장 유사하겠네요..”


초코는 이샤르가 태어나기 전부터 쥬니르 가문을 지키고 있었고 아르카 역시 가문의 고문으로써 이샤르를 어릴 적부터 돌보았다고 했다.


“저희는 비록 하나의 가문이었지만 그 힘은 왕국보다 강대했어요. 그래서 왕국은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로 한 거죠.”


“그러면 쥬니르 가문이 멸망한 게 왕국 때문이라는 얘기야?”


“네. 그렇습니다.”


아르카는 그때가 떠오르는지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 영지민들 만이 겨우 살아서 이샤르님을 모시고 대피할 수 있었죠. 그것도 초코가 시선을 끌어준 덕분입니다.”


왕국에선 쥬니르 가문을 몬스터들과 손잡은 악의 세력이라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며 대륙 내의 모든 세력들을 규합해 겨우 승리했다고 한다.


“그럼 혹시 왕국에 복수할 생각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생각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왕국이 중심에 있기에 대륙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기도 하고 이샤르님이 무사한 걸로 저는 만족합니다.”


“초코..!”


이샤르가 갑자기 놀란 듯 외쳤다.


고개를 돌리니 늑대는 땅에 엎어져 눈을 희미하게 뜬 채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네요.. 진작에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몸이에요.”


늑대의 상태를 살핀 아르카가 말했다.


“누가 너보고 지켜달랬어! 다 떠나고 아무도 없는 영지를..! 왜 그랬어..”


아우우우-


늑대는 구슬픈 목소리로 길게 울었다.


타다닷. 타다닷.


그러자 협곡 아래에서 뭔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끼 늑대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세현의 영지에선 세아가 다급히 달려왔다.


“뭔가 본능적으로 이끌렸어요..”


달려온 세아가 말했다.


끄으응.


쓰러져 있던 늑대가 끙끙거리자 세아가 늑대에게로 다가갔다.


“미안하대요.”


“응..?”


훌쩍거리며 울고 있는 이샤르에게 세아가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때 지키지 못해서. 앞으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대요.”


“지켜주면 되잖아..! 끝까지 같이 있어주면 되잖아!!”


이샤르가 늑대의 앞발을 잡으며 말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마지막으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요. 그리고 자기 새끼들은 아니지만 맡아 달라고. 분명 나중에 도움이 될 거래요.”


늑대는 헥헥 거리며 마지막으로 이샤르를 바라보곤 살며시 눈을 감았다.


“허억..! 허억..! 세아야 갑자기 어딜.. 초코..?”


뒤에서 달려오던 루퍼트가 늑대를 보곤 흠칫 놀랐다.


“초코? 루퍼트 너도 쥬니르 가문 사람이었어?”


“다 들으셨나 보군요.. 저도 원래 쥬니르 가문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식물 분야에 있어선 따라 올 사람이 없었기에 왕국에서 수소문해 겨우 찾았죠.”


아르카가 말했다.


새끼 늑대들은 낑낑 거리며 초코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저 늑대들도 펜리르야?”


“크기로 봤을 땐 아니네요. 열등종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나중엔 다이어 울프보다 더 커질 것 같네요.”


세현의 질문에 아르카가 답했다.


“이제 그만 보내주자.. 초코도 마지막으로 널 볼 수 있어서 기뻤을 거야.”


아르카가 이샤르의 머리를 쓰다듬자 이샤르는 아르카에게 안겨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세아야 새끼 늑대들은 당분간 네가 맡아줘. 나머지는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가자. 아르카는 이샤르가 진정할 때까지 곁에 있어주고.”


아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현이 목책 쪽으로 다시 걸어와 털썩 드러누웠다.


‘하늘 참 파랗다. 대체 뭐가 뭔지.. 이샤르가 금방 털어냈으면 좋겠네..’


세현은 그동안 쌓여있던 피로 때문인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님. 영주님.”


“ㅇ..으엉?”


세현이 정신을 차리자 이샤르가 흔들며 세현을 깨우고 있었다.


“저 이제 괜찮아졌어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초코도 저렇게 둘 순 없으니 도와주시겠어요?”


“그래. 우리끼린 무리니까 다른 사람들을 데려올게.”


세현은 영지로 이동해 디그리온과 아란, 샤쿠를 데리고 돌아왔다.


“이게 뭡니까..?”


셋은 초코의 거대한 몸집을 보고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길 지켜주던 고마운 늑대야. 그래서 좋은 곳에 묻어주려고.”


세현이 설명했고 이샤르는 옆에서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는 듯이.


‘그래. 벌써 괜찮아지는 게 이상하지.’


세현의 지휘 아래 초코를 평원의 양지바른 곳으로 옮기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하아.. 드디어 다 팠다.”


저 거대한 덩치를 묻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진 건 땅을 파기 시작한 지 두 시간 뒤의 일이었다.


“자. 신호에 맞춰서 미는 거야! 하나.. 둘.. 셋!”


세현의 신호에 맞춰 일제히 초코를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쿵!


“작별인사 할래?”


세현이 말하자 이샤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구덩이 아래로 내려가 가만히 초코의 뺨을 어루만졌다.


“나도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어. 고마워. 이제 푹 쉬어도 돼..”


이샤르는 짧은 인사를 마친 뒤 구덩이에서 나와 흙을 뿌리기 시작했다.


“자. 우리도 돕자.”


묻는 것은 파는 것보다 쉬웠다.


초코의 몸은 금세 흙으로 덮였고 그 위로 봉분이 만들어졌다.


“이제 가요. 점심 먹을 시간이잖아요. 얼른 먹고 주변 탐색이나 마저 하죠.”


“그래. 나중에 소린한테 부탁해서 묘비라도 만들어주자.”


이샤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컹! 컹!”


목책에 가까워지자 아까의 새끼 늑대 두 마리가 꼬리를 붕붕 휘두르며 달려 나왔다.


“얘네는 친화력도 좋네.”


세현이 늑대들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상위종의 명령은 절대적이니까요. 초코가 늑대들에게 뭔가 말했겠죠. 이곳과 이곳의 사람들을 지켜라 같은..”


어느새 나타난 아르카가 말했다.


“그런가..”


“그보다 이름 붙여주는 거 어때요? 언제까지고 늑대라고 부를 순 없잖아요.”


“음. 그거 좋은 생각인데?”


그리하여 영지민들은 점심 식사 자리에서 늑대 남매의 이름을 두고 토론을 벌이게 되었다.


“한 놈은 하얗고 한 놈은 까마니까 화이트랑 블랙!”


“너무 촌스럽잖아.”


“궁댕이가 찹쌀 같으니까 찹댕이, 쌀댕이는 어때요?”


“그게 더 촌스러워!”


“원래 개 이름은 촌스럽게 짓는 거야!”


“개는 무슨! 늑대거든?!”


‘개판이네..’


영지민들은 각자 자기의 작명 센스를 뽐냈고 세현은 식탁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빨리 결론이 나길 기다렸다.


“그냥 직접 물어보면 어때요?”


세아가 말했다.


“그거 좋네. 세아는 늑대들과 말이 통하니까 하나씩 물어보고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걸로 하자.”


세현은 이때다 싶어 얼른 끼어들었다.


영지민들은 세아의 의견에 동의하여 모두 숨죽이고 늑대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아~ 그게 제일 마음에 드는구나?”


꿀꺽.


영지민들은 모두 숨죽였고 세현마저 괜히 떨렸다.


“찹댕이랑 쌀댕이가 제일 좋대요.”


“우와!!!!”


의견을 냈던 데아스가 환호성을 질렀다.


‘데아스가 저러는 건 또 처음이네.’


세현은 처음 보는 데아스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그리하여 검은색 수컷 늑대는 찹댕이 하얀색 암컷 늑대는 쌀댕이로 결정이 났다.


“협곡 위 평원의 수색은 전부 끝이 났으니 오후엔 협곡 입구 주변의 수색을 시작하자. 찹댕이랑 쌀댕이도 투입할 거야.”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세현의 말대로 대부분의 인원이 협곡 아래로 내려가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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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위그드라실(2) 24.08.24 13 0 12쪽
24 위그드라실 24.08.23 18 1 12쪽
23 검은 등의 왕좌(3) 24.08.22 18 1 12쪽
22 검은 등의 왕좌(2) 24.08.21 19 1 12쪽
21 검은 등의 왕좌 24.08.20 28 1 12쪽
20 검은 숲 24.08.19 28 1 11쪽
19 정찰 24.08.18 33 1 11쪽
» 오랫동안 24.08.17 37 1 11쪽
17 마지막 밤 24.08.16 33 1 11쪽
16 희생 24.08.15 33 1 12쪽
15 다가온 위협 24.08.14 34 1 12쪽
14 두 번째 던전 24.08.13 34 1 11쪽
13 붉은 갈기 부족 24.08.12 31 1 11쪽
12 협곡으로(3) 24.08.11 31 1 11쪽
11 협곡으로(2) 24.08.10 34 1 11쪽
10 협곡으로 24.08.09 42 1 12쪽
9 던전 24.08.08 42 1 11쪽
8 마물의 숲(3) 24.08.07 41 1 12쪽
7 마물의 숲(2) 24.08.06 43 1 12쪽
6 마물의 숲 24.08.05 55 1 12쪽
5 은빛 늑대 부족 24.08.04 54 1 12쪽
4 첫 웨이브 24.08.03 56 1 12쪽
3 5성 24.08.02 66 1 12쪽
2 기반 다지기 24.08.01 85 1 11쪽
1 튜토리얼 24.08.01 1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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