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기는 역대급 바둑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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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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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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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바둑

DUMMY



“수현이 대회가 내일이에요?”

“응. 우승이 목표라던데?”

“오? 재능있나봐요?”

“누구딸인데”


오늘은 평일이라 기원이 비교적 한적했다.

대회도 주말이고 월차도 딱히 쓸 곳도 없어서 오늘은 월차 쓰고 기원에 왔다.


“근데 진씨는 언제 입단하는겨? 나 시방 입이 근질거려 미치거써~ 나가 저기 분당 기원에도 가끔 가는데 얘기하고 싶어서 죽겠더라니까?”

“얘기해도 어차피 거기서 못믿을걸요? 사부 바둑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못믿어요”


내 대신 혜정이가 질문에 답해줬다.


“그니까 내 말이 고거이여!! 지금 얘기해봐야 암 소용 없고, 데뷔하기 직전에 내가 가서 호언장담을 해놓고 진씨 데뷔하면 거드름 좀 피울라고 그러제~”

“아쉽죠. 지금이 3월이라 아깝게 시기가 지나버려서”

“아따 그럼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겨? 어이구야..그전에 나 죽어~”


나이도 서른둘에, 일반인인 내가 참가할 수 있는 유일한 입단 대회는 매년 2월에 열린다. 막 지나가 버린 터라 다음 시험까진 11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


“어쩔 수 없죠. 방법이 없는데”


어르신의 장난에 나도 아쉬운 마음으로 대답했다.


“근데 진짜 진짜 아쉽긴 하네요. 사부 입단했으면 올해 올림픽 나갈 수 있었을텐데”

“올림픽?”


혜정이가 의아해하는 내 답에 오히려 자기가 놀란 듯 돌아봤다.


“모르셨어요? 올해 서울에서 48년만에 올림픽 열리잖아요”

“아..그건 알지”

“올해 처음으로 바둑이 시범 종목에 들어가요. 이전엔 아시안게임만 몇 번 들어갔었고요”

“와 대단하네? 올림픽이라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당연하게도 위상의 크기가 다르다. 바둑이 동아시아 중심 스포츠인걸 생각하면 시범 종목이라고 해도 대단하다.


‘근데 어차피 정상급 기사들로 추려서 나가는거 아닌가?’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마침 그에 맞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에 개최국의 명예이자 올림픽 바둑 초대 챔피언을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면서 랭킹 1등 기사 제외하고 나머지 네 자리를 선발전으로 뽑는다는 소문이 도는데 거의 확정인거 같아요. 모든 프로기사에게 출전 자격이 있고요”


실력지상주의.


이름값 따위 중요하지 않으니까 지금 가장 실력이 좋은 선수들만 뽑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절대 져선 안되는 자존심 싸움.

태권도, 양궁처럼 민족의 역사가 담긴 또 하나의 종목이 바둑인 것이다.


“선배가 됐으면 무조건 금메달인데!!!”


생각할수록 분하다는 듯 혜정이가 분통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올림픽이라’


문득 바둑계 소식들이 궁금해져서 기원 구석에 있는 바둑 잡지를 가지고 왔다.


베타고에 대해서만 좀 찾아봤지. 바둑계 소식은 혜정이가 가끔 얘기해주는걸 빼면 아는 게 없다.


촤락


‘여기있네’


몇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올림픽에 관한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 ······20세기 중반, 바둑 최강국은 명실상부하게 일본이었다. 하지만 바둑이 국제화의 국면을 맞아, 한국과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온 반면 일본은 90년대 이후, 끝없는 몰락을 겪고 만다.

이후 00년대부터 현재인 36년까지, 한국과 중국만이 승부의 세계 최정상에 남아있다.

세계 랭킹 30위권의 강자엔 중국 기사들의 이름이 빼곡하다. 숫자로만 26명. 80%가 넘는 숫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강자는 언제나 한국이었다.

올해 다가오는 서울 올림픽에서 과연 중국이 한국의 안방에서 굴욕을 선사할 수 있을지, 올림픽 바둑 초대 금메달리스트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림픽에서의 대국은 진짜 긴장되겠네’


성공의 유혹보다 실패의 무서움이 커지면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게다가 서울에서 열리니 더욱.


‘아쉽지만 어차피 못나가니까’


올림픽 기사 말고 다른 쪽도 구경했다.


저번 달에 입단한 일반인 프로의 인터뷰도 실려있었고 여자 바둑 각 팀의 주장을 인터뷰한 기사도 있었다.


‘수현이가 너무 재능 넘쳐서 프로 하면 여자 바둑 리그 뛰는건가?’


이런저런 상상도 해보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재밌는걸 발견했다.


[바둑 퀴즈 : 정답을 적어 풀이와 함께 투고해주세요]


문제는 한문제였다.

그런데 좀 문제가 이상해보였다.


[당신의 한수를 보여주세요. 흑 순번]


‘원래 문제가 이런건가?’


문제와 함께 실린 기보는 대국 중반이었다. 또, 보아하니 접바둑이다.

세 점을 깔았지만 이미 백에게 많이 따라잡혔고 집 차이는 대략 8집반.


세 점을 깔고 이 국면에서 8집반으로 좁혀질 실력차이라면, 이어질 30수 안에 형세가 뒤집힐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직 접바둑의 위력이 남아있다. 호선의 실력이라면 8집차는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절대 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묻는 건 흑의 착수다.

뭔가가 숨겨져있다.


‘내가 만약 흑이라면’


기보속으로 들어간다.


한수, 한수 머리 속에서 다시 놓는다.

곧, 지금의 국면에 다달았다.


백과의 기력 차이는 석점이상. 흑은 백의 수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

8집 차이의 우세를 종국까지 끌고가려면.


“여기..인가”


15의 11

8집의 우세를 지키기 위한 가장 최적의 수.


접바둑의 이점을 살리면서 공수 양면에서 핵심이 되는 수.

이곳밖에 없다.


촤악 -


정답이 되는 자리에 펜을 그어 표시했다.


‘꽤나 어렵네’


바둑 문제는 다 이런식인가?

상당히 고민해야 풀 수 있는 문제였기에 조금 놀랐다. 그래서 한편으론 뿌듯한 감정도 들었다.


‘가는길에 넣어야겠다’


별로 의미는 없겠지만 처음 풀어본 문제이니 기념 삼아 투고해보는것도 좋겠지.


“혜정아. 오늘은 이만 가볼게”

“어어?? 벌써 가시게요?”

“내일 수현이 대횐데 맛있는거 사 먹여야지 모레보자~”

“아, 네네!!”


말을 마치며 기원 문을 열고 나왔다.




‘저깄네 우체국’


몇 발자국 걸었더니 금방 우체국이 보여 바로 들어갔다. 기억해뒀던 투고 주소를 적고 답안과 해설을 적어 보냈다.




***




“근데 진씨는 아까 잡지를 뚫어져라 보던데 뭘 그렇게 봤나?”


최씨 아저씨는 가기 전 심심한지 아까 진한수가 보던 잡지를 들춰보았다.


“제가 올림픽 얘기해서 아마 그거 보셨을 거에요. 바둑계 메인 뉴스잖아요 요즘”

“아 그렇구먼~”


답은 들었지만 어차피 할 일도 없기에 그대로 잡지를 펼쳐 보셨다.


- 그르네 올림픽 기사 있네

- 아이고, 박우진 프로 슬럼픈가 보네. 3연패라는디?


잡지를 읽으시면서 혼잣말을 여러 번 뱉으셨다.

아는 뉴스가 나오시면 넘기고 모르는 뉴스가 나오면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를 내시면서 넘겨보셨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다달아 책을 덮으려고 할때,


“으잉? 이거 뭐야. 누가 문제에 수를 적어놨는데?”

“네? 무슨 문제요?”


[오늘의 바둑] 잡지는 역사가 오래됐다.


예전엔 잡지 마지막에 어려운 문제를 내놓고 몇 번 연속 풀거나 하면 아마추어 단증을 주기도 하고 했지만, 몇년전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인공지능으로 다 답변을 적어 내놓으니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한 문제만이 계속해서 실렸다.


“최프로는 이 문제 아는가?”

“아 이문제”


차혜정은 문제를 보곤 못마땅한 표정으로 금세 고개를 돌렸다.


“그거 미스터리죠. 10년 전부터 실렸던 건데 그때는 다들 궁금해서 머리 맞대고 풀어봤어요”

“오호..그래서??”

“다 넣어봤는데 다 틀렸대요. 애시당초 웃긴게 중반의 수 문제라 답이 없는거 아닌가 했죠”

“음 글제..”


문제라면 답이 있어야 하는데 정형화되지 않은 포석이나 중반의 수는 정답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통 문제는 사활 문제가 대부분이다.

명확한 정답이 있으니까.


“갑갑해서 인공지능 돌린 대답도 넣어봤는데 그것도 아니래요. 그래서 신경껐죠. AI가 틀리는 문제가 어딨어요? 그거 그냥 골탕 먹이려고 만든거에요”

“인공지능도 틀렸다고? 못믿을만 하구먼..”

“그러니까 신경 안 쓰셔도 괜찮아요”


마지막 대답을 하곤 차혜정은 고개를 돌려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신물이 난 문제라 적혀있는 대답도 궁금하지 않았다. 인공지능의 답이 틀렸다고 말한 시점에서 잡지사가 거짓 문제를 냈다고 확신했기에.


최씨 아저씨는 다시 잡지의 적혀있는 수를 들여다 봤다.


‘그럼 이것도 틀린 거란 말이네’


잡지에 체크되어 있는 수.

15의 11.


“신기하네. 기가맥힌 수같은데”


신묘한 수였다.

아마추어 고수밖에 안되는 자신이었지만 그래도 바둑TV 애청자로서 보는 눈은 갖췄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의미 없는 문제라고 했으니,



툭 -



더 볼 것 없는 잡지는 소파 위에 던져졌다.




***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준비해서 집을 나왔다.


수현이의 첫 대회.

바둑에 재미를 붙인 것도 몰랐는데 한 달도 안돼서 대회에 나간다니,


‘우리딸 너무 대단하네’


용감하기도 하지.

대견하고 이쁜 딸래미다.


어느덧 대회가 열리는 체육관에 도착했다.


“아빠 나 가볼게!!”


힘차게 손을 흔들며 대국장으로 향하는 수현이.

나도 같이 손을 격하게 흔들며 응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아쉽지만 학부모는 대회가 종료될 때까지 외곽에서 기다려야 했다.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는게 다행이긴 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가까이서 보고싶었다.


그때 뒤에서 누가 툭툭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사부!!”

“아 깜짝이야!!”


차혜정이 꽃을 들고 와있었다.


“심장 떨어질 뻔했네. 아는 사람도 없는데”

“흐흐 놀랬죠? 어제 뒤도 안보고 돌아가질 마시던가요~”


어제 얘기하려고 했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가버렸다는둥 사부 맞냐는둥 잠시 동안 잔소리를 실컷 들었다.


“근데 그 꽃은 뭐야?”

“아 이거”


잠깐 꽃다발을 내려다 보더니 곧 내게 내밀었다.


“이따 수현이 돌아오면 주세요. 이런거 잘 챙겨줘야 하는데. 딱 봐도 모르실거 같아서”


그러고 보니 다른 학부모들은 다들 손에 뭔가 있었다. 선물이든 꽃다발이든.

딸이 이런 대회에 나가는 경험이 처음이라 몰랐던건 어쩔 수 없지만,


‘이런건 확실히..부족했네’


여자아이다 보니 특히 더 그랬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불편하지 않게 해주려 노력했지만, 나는 워낙 뭐든지 혼자하는것에 익숙하기도 했고 부모님도 아프고 바쁘셔서 뭔가를 받은 적도 없었다.


“고맙다. 수현이가 좋아하겠네”

“별말씀을”


이따가 지고 돌아오면 잘 위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들어도 참는게 버릇이 됐지만, 오늘은 속상하면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줘야겠다.


“다음에 수현이도 기원에 데려와주세요. 저도 수현이랑 친해질래요”


답지 않게 어린애같이 말하는 혜정이의 말에 피식 웃었다.


“너 수현이 울리지 마라”

“참나. 제가 애도 아니고”

“정신연령은 비슷한거 같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에 퍽 하고 한대 맞았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둘이 꽤나 잘맞을것도 같아서 속으로 다음주엔 데려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저랑 또 둬주세요. 내일은 저랑 둬주셔야 -“


툭툭 -


뒤에서 누가 어깨를 두드려, 대화가 잠시 끊겼다.


동시에 뒤를 돌아 보니 한 중년 남성이 서있었다.

처음엔 혜정이의 지인인가 싶었는데 혜정이를 보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누구세요?”


중년은 나를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그리고 나도 중년 사내를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뒤, 천천히 사내의 입이 열렸다.


“한수.. 한수냐?”


그 말에 기억이 났다.


“원장님?”


어릴 적 학원의 원장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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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태석 +1 24.08.19 28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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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폭풍 24.08.16 295 3 13쪽
13 이정호 24.08.15 381 3 12쪽
12 국가대표 선발전 +2 24.08.14 306 5 13쪽
11 돌아왔구나 +4 24.08.13 314 5 12쪽
» 오늘의 바둑 +1 24.08.12 307 5 12쪽
9 제의 +1 24.08.11 314 5 12쪽
8 치팅? +1 24.08.10 312 6 13쪽
7 일치율 24.08.09 32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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