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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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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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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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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네? 특별 사업팀이요?

DUMMY

태준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에일린은 곧장 뉴욕으로 건너와 유레카 인베스트먼트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그 과정에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의미로 에일린에게 2%의 지분을 양도했다.


사실 1억 5천만 원이나 되는 계약금을 지급한 상황에서 굳이 지분까지 나눠줄 필요는 없지만,

향후 에일린이 벌어다 줄 돈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에일린은 그같은 행동을 자신에 대한 태준의 신뢰라고 생각했다.


"하여간... 특이한 사람이라니까."


에일린이 커피잔을 톡톡 두드리며,

태준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십년 넘게 수련해온 검도 덕분에 무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고.

실제로도 목검 한 자루만 손에 쥐면, 일대일로는 이기지 못한 상대가 없었는데.

그 남자 앞에서는 그런 자신감이 들지 않았다.


압도적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정말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100kg이 넘는 조폭 다섯을 고작 주먹 몇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제압하다니...


에일린은 사실 태준의 공격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만약 목검이 아닌 진검을 든다면,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에일린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으로 좇을 수도 없는 상대를 대체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시경제를 살피는 안목 또한 자신이 깜짝 놀랄 만큼 뛰어났다.

특히 동시에 내민 손바닥에서 자신과 같은 PBR이라는 글자를 봤을 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것저것 태준에 관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는데, 한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저... 팀장님.”


유레카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뽑은 직원 중 빌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입 애널리스트였다.


“무슨 일이죠?”

"말씀하신 대로 PBR이 낮은 기업들 위주로 리스트를 뽑아왔습니다."

빌이 넘겨준 문서를 받아든 에일린의 눈썹이 휘어졌다.

최소한의 형식만 갖췄을 뿐,

그녀가 원하는 수준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한 보고서였다.


"제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요? 보고서는 띄어쓰기와 알파벳이 기본이라고. 게다가 이건 PBR이 아니라 ROE 기준으로 정리된 리스트잖아요? 투자회사에서 일하시는 분이 이런 기본적인 걸 틀리면 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아... PBR..."

"아... 라니요? 빌 지금 #&&%&#&....."


빌을 향해 폭풍과도 같은 잔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일은 아닌지.

쏟아지는 잔소리를 묵묵히 견뎌냈다.


아니... 그 와중에도 힐끔힐끔 곁눈질로 에일린을 훔쳐보느라 여념이 었었다.


쏟아지는 잔소리가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에일린의 외모는 정말로 예뻣... 아니, 아름다웠다.

저 얼굴을 마음껏 볼 수만 있다면,

월급 정도는 안 받아도 될 것같다는 미친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제가 말하고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그러니까 매번 엉뚱한 자료를 만들어오는 게 아니냐고요."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이후부터는 자료를 똑바로 만들어오셔야 할 겁니다. 빌이 만든 자료에 수백만 달러가 걸려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빌의 뒷모습을 보며,

에일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보스는 저런 어리버리한 애를 대체 왜 뽑으라고 한 거지?'


보통 회사 설립 초기에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

경력자를 뽑는 게 일반적인데.

태준은 아무런 경험도 없는 빌을 꼭 필요한 인재라며,

반드시 영입하라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렸다.


그 후, 한 달이 넘도록 지켜봤지만,

특별함은커녕, 볼수록 열불이 터지기만 했다.



***



"녀석... 고생이 많겠어."


에일린의 잔소리에 시달리고 있을 빌을 생각하니,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절로 들었다.


채권왕이라 불리며, 투자자들에게 온갖 추앙을 받던 녀석이.

에일린의 밑에서 일하게 될 거라곤,

휘귀 전의 녀석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레카 입사 지원 서류에서 빌의 이력서를 발견한 건 정말 행운이었다.


매사에 덜렁거리는 데다.

어리버리하기까지 한 녀석이 지금 당장 무얼 해주기를 기대하고 뽑은 건 아니었다.

녀석이 필요한 시점은 유레카의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졌을 때고,

그 때가 오면 녀석은 분명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전에도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를 만들어.

전 세계의 돈을 미친 듯이....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 게냐?"


방문을 열고 들어온 할아버지가 의문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쩐 일이세요?"

"학교생활은 좀 어떠냐?"

"범생이들 다니는 학교가 다 그렇죠."

"그래도 이왕 들어간 거니까. 열심히 해보거라."


대화는 평범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할아버지의 표정이 어두웠다.


"무슨 일 있으세요?"


예의상 해 본 말이었는데.

할아버지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태준이 너 일 좀 해야겠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란 말인가?


"제가 이제 겨우 스무살인 건 알고 하시는 말씀이시죠?"


그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건 하나가 있었다.


"혹시... 대한건설 때문인가요?"


내 입에서 대한건설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할아버지가 눈을 크게 떴다.


"네가 그걸 어찌 알았느냐?"


모를 리가 없지.

뉴스며 신문이며, 난리도 아니었는데.


"대한건설 재무 이사님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본 것 같아서요."

"네 말대로 나는 태준이 네가 용구를 대신해서 당분간 대한건설의 재무 이사를 맡아 줬으면, 좋겠구나."

얼마 전, 사고를 당한 김용구 이사는 김성재 실장과 더불어 할아버지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

할아버지가 왜 내게 대한건설의 재무 이사 자리를 맡기려는 건지. 말해주지 않아도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더러 대한건설의 비자금을 활용해서 그룹 지분을 확보하라는 뭐 그런 의미인 가요?"

"...그런 것까지 알고 있었더냐?"

"그룹에서 가장 검은돈이 많이 모이는 곳이 대한건설이니까요. 그러니 할머니와 작은아버지도 그곳을 호시탐탐 노리는 거겠죠."

"허허... 거기까지 알고 있다니, 말하기가 한결 수월하겠구나."


회사에 들어오라는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태준은 모든 상황을 간파하고 있었다.

장 회장은 이같은 상황이 놀라웠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그런데 제가 대한 건설에 들어가는 걸 할머니와 작은아버지가 보고만 있을까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대한건설의 재무이사 자리를 맡을 준비나 하고 있거라."

"·····"


분명, 대한 건설 재무 이사 자리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었고, 된다고만 하면 마다할 생각 또한 없었다.

거기에서 나오는 비자금을 활용하면,

보다 쉽게 대한그룹을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만큼 대한건설의 재무 이사 자리는 비자금을 만들기에 최적의 자리임에는 틀림없었다.


보통 제조업은 원가 경쟁력 때문에 10원짜리 하나도 허투루 관리할 수 없지만,

건설의 경우 전국에 수십, 수백 개의 현장이 있고, 그 현장마다 수십 개의 하도급 업체가 생겨나는 데다.

공사마다 원자재 공급 원가가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투명한 원가관리가 불가능했다.

그러니 단순히 원가를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큰돈을 빼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건설 회사가 대한 그룹에서 진행하는 모든 공사를 도맡아서 하는 대한건설이라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할아버지도 그걸 아니까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었던 것일테고,

고작 20살밖에 안 된 내게 비자금이라는 리스크가 있는데도 그 자리를 제안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전개가 너무 빠른데?'


내가 또래 아이들보다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티나게 승계 작업을 진행한다고?

대한건설을 내게 맡긴다는 것은 그룹 내에 내가 후계자라는 것을 은연중에 공표하는 거나 다름 없었다.

나는 아직 학생이고, 후계자로 불릴 만큼 실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렇게 되면, 분명 천도희와 장기석이 본격적으로 나를 공격하겠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



"네? 특별 사업팀이요?"


김성재 실장의 말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재무 이사를 시켜준다더니,

이사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어렵게 찾은 타협점인 듯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더러 특별 사업팀을 맡으라니.


금융 쪽이라면 몰라도.

건설 쪽은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데...

재무 이사 자리를 맡으려면,

먼저 실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이사진의 요청에 팔자에도 없는 특별팀을 맡게 됐다.


"기한은 3개월입니다. 그 안에 2팀과 경쟁을 벌여. 더 높은 성과를 올리시면 됩니다."

"2팀은 당연히 작은아버지 쪽 사람이겠죠?"


대답은 들을 것도 없었다.

내가 재무 이사를 맡는 것을 방해하고, 이 같은 대결을 제안할 이는 그들 말고는 없을 테니까.


"2팀은... 안광희 전무가 맡을 겁니다."


역시, 생각대로였다.

안광희 전무는 장기석의 최측근으로 건설 쪽에서만 20년 넘게 잔뼈가 굵은 이였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3개월 안에 더 높은 성과를 내라..."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쪽에서 서포트를 해드릴 겁니다."


흠... 확실히 대한 그룹 최고의 인재들만 모인다는 전략기획실의 도움이라면, 힘이 되긴 하겠지만,

그걸로는 뭔가 좀 모자랐다.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전략기획실의 도움은 받되. 모든 판단과 결정은 전적으로 제가 하겠습니다."


어리다고 옆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훈수 두는 것은 사절이었다.

비록 건설 쪽으로는 젬병일진 몰라도.

믿는 구석이 아주 없진 않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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