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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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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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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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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고작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DUMMY

"20살이라고 했지?"

"네, 곧 93학번이 될 예비 한국대생이라고 합니다."

"대표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애송이를 나와 경쟁시키려는 거야?"


안광희 전무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학력고사 역사상 최초의 만점자라고 하니,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요?"

"이봐 천 부장."

"네. 전무님."

"우리 일이 어디 학교 성적만으로 되는 일이었어? 그랬을 거면, 자네나 나는 애초에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어."


인서울 대학 출신이긴 하지만,

한국대에 비하면, 한참이나 모자란 대학 출신인 안 전무는 학벌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 온.

대한건설 내에서도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고작 20살밖에 안 된 애송이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다만 회장의 손자인 만큼 전략 기획실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건설 쪽 최고 전문가는 회장의 손자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다.

·····



***



대한건설에 도착해서 팀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준비된 집무실로 들어오니,

책상 위에 놓인 명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장태준 부장]


피식-


확실히 금수저가 좋긴 좋았다.

회귀 전에는 한국대를 졸업하고도 뇌성마비 때문에 취업의 문턱을 넘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학교를 졸업한 것도 그렇다고 경력이 화려한 것도 아닌데.

손쉽게 대기업의 부장 직함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자리에 앉은 후,

책상위에 올려진 파일철 하나를 들어올렸다.

나를 도와줄 팀원들에 관한 자료였다.


[박봉식 차장]

- 한국 대학교 건설공학과 학사

-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건설공학과 석사

- 은성건설 (1983~1988년)

- 대한 건설 (1988~1990년)

- 대한그룹 전략 기획실 (1990년 ~)

- 주요 업무: 프로젝트 계획 및 실행

- 최근 고과: 3년 평균 A+

- 인재 등급: S


[정희원 과장]

- 한국 대학교 건설공학과 학사

- 스탠퍼드 MBA

- 벡텔 인터내셔널 (1985~1989년)

- 대한 건설 (1989~1992년)

- 대한그룹 전략 기획실 (1992년 ~)

- 주요 업무: 재정 관리 및 로비(★)

- 최근 고과: 3년 평균 A+

- 인재 등급: S


인사 관련 서류를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만약 신상 명세서에 적힌 이들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세상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같았다.


기껏 죽어라 공부하고, 경력까지 쌓았더니,

상사라는 자가 경험도 없는데다 나이까지 어린 애송이였으니까.


하지만, 저들을 불러 대화를 나눠본 결과.

의외로 그런 것에 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너무 아재인 건가?'


라떼는 말이야...


아무튼,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2팀과 대결을 벌일 생각을 하니 막막하긴 했다.

그런 내 모습에 박봉식 차장이 한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저희 팀에 배정된 프로젝트를 먼저 검토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구색이나 맞추려고 제공한 프로젝트 일 텐데. 괜찮은게 있을까요?"


함께 회의에 참석한 정희원 과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럴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우선 거기서부터 실타래를 풀어 보자는 거야."


내가 듣기에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각자 책상 위에 놓인 서류 한 뭉치를 가져와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살펴본 결과 정희원 과장의 말처럼.

회사에서 제공한 리스트는 구색 맞추기용에 지나지 않았고,

쓸만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유지보수나 소규모 공사 같은 보수가 크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내기에서 이기고 싶으면, 이런 형식적인 게 아닌, 직접 대형 공사를 수주받아오라는 의미겠지.’

그러다 우연히 리스트에 적힌 프로젝트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경부선 철로 유지보수 공사


이것을 보는 순간.

나는 지난 회차에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무궁화호 열차전복 사고가 발생했던 게 분명 이때 쯤이었는데...'


부산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서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중경상을 입게 되는 그야말로 핵폭탄 같은 이슈였다.


그게 뭣 때문에 발생했더라?


오래지 않아 나는 당시의 상황을 선명하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당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곳이 바로 대한건설이었고, 워낙에 큰 이슈였기에 잊을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나는 곧장 박봉식 차장에게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내 지시를 받은 박봉식 차장이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말씀하신 대로 북부산 변전소 지하 전력구 매설 작업을 저희 쪽에서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해당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게 누구인지도 알아보셨습니까?"

"그게... 담당은 국내 플랜트 사업부에서 진행 중이긴 한데. 그중 일부를 2팀에서도 맡기로 했다고 합니다."

"네? 그게 무슨...."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내가 의문을 표했고,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정희원 과장 또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 정도면 경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준비했었다는 건데. 너무 불공정한 거 아니에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 정도 규모면, 수주 금액만 못해도 100억은 될 테니까. 하지만, 우리가 문제 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

"문제를 삼을 수 없다고요?"

"2팀이 맡은 구간의 전력구 공사는 국내 플랜트 사업부에서 작년에 수주받은 공사가 아닌. 오늘 기준으로 2팀이 직접 한국전력과 EPC 계약을 체결한 건이거든."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나 다름 없었다.

특별 사업팀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오가던 것을 2팀 이름으로 계약만 새롭게 체결한 것이 분명했다.


‘건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치졸한 방법을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수주받은 공사가 실은 나락으로 향하는 티켓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명목상 저들이 진행 중인 공사는 그 규모만 무려 100억짜리였고,

저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뭐가 됐든 그 이상의 성과가 필요했다.


"부산시에서 진행 중인 토지개발 사업에 입찰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정희원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가능해요. 그 건은 이미 은성건설에서 물밑 작업이 끝났다고 알려진 프로젝트입니다."

"그래도 입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걸로 아는데요?"

"그렇긴 해도, 남은 건 형식적인 절차뿐이고, 이미 은성에서 막대한 돈을 뿌려서 담당자들을 구워삶았을 겁니다."


결국 돈으로 로비를 했다는 말이었다.


"우리도 로비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정희원 과장이 로비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을 인사서류를 통해 알고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한 그룹의 전략 기획실에서 작성한 자료에 그런 문구가 적혀있었다면,

절대 평범한 수준의 업무 능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정희원 과장은 그다지 자신이 없어 보였다.


"말씀하신 토지개발 공사는 그 규모만 무려 1,500억짜리 공사라. 수주받을 수만 있다면, 분명 2팀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희원은 목이 타는지 물을 한 잔 마신 뒤,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해당 공사를 수주받으려면, 관례상 최소 공사비의 1~2% 정도는 영업비로 사용해야, 그나마 수주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기다 저희는 후발 주자라.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정희원 과장의 말을 듣고 나니,

왜 이번 경쟁에서 팀별로 사용할 수 있는 영업비를 10억으로 제한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업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수익에 상관없이 대형 공사를 수주받는 데만 몰두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해당 공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 이상의 영업비가 발생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입꼬리가 자꾸만 말려 올라가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정희원 과장의 대답으로 이번 경쟁에서 내가 얼마나 유리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



한 달 후.


"1팀의 상황은 좀 어때?"


궁금하다는 듯한 안광희 전무의 표정에 천 부장이 누런 이를 드러냈다.


"전무님, 아무래도 이번 경쟁은 저희 팀이 이긴 거나 마찬가진 것 같습니다."

"그 정도야?"

"지금 1팀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회사에서 구색 맞추기로 배정해준 공사들뿐이랍니다."


안광희 전무가 폭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하. 내가 뭐랬어. 공부 잘하는 거 하고, 우리 쪽 일은 아무 상관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조금 이상한 소문이 하나 있긴 합니다."

"소문?"

"1팀이 부산시에서 진행 중인 토지개발 공사 수주전에 참여할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뭐? 이거 학력고사 만점자라길래 내심 뭔가 있을 줄 알았더니,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였잖아."


토지개발 공사 수주를 위해서는 로비가 필수인데.

회사에서 제한해둔 영업비로는 해당 수주전에 참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안 전문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도 1팀이 헛발질할수록 저희 2팀이 더 돋보이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지금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지하 전력구 공사를 비롯한 몇몇 공사들만 제대로 마무리된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자신들이 어렵지 않게 승리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천 부장이 뭔가 할 말이 남았는지 앞에서 머뭇거렸다.


“뭐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게... 아무래도 전력구 공사 일정이 조금 지연될 것 같습니다."

"뭐?"


안광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천 부장이 급히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전력구를 설치할 지역에 예상외로 단단한 바위들이 많아서. 그걸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굴착하려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전력구를 설치하려면, 먼저 지하 25m까지 땅을 파 내려가야 하는데.

토질에 섞인 암석들 때문에 그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이었다.


안광희 전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공사 하루 이틀 해? 폭약을 써서 터트리면 될 것을 뭐 하러 일일이 파내고 있어!"

"그게... 철도법상 철도 주위에는 폭약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어서... 굴착 작업만으로 땅을 파야 하는 상황입니다."

"야, 천 부장. 법 지켜가면서 공사 일정을 전부 어떻게 맞춰? 그리고 선로까지는 거리가 500미터나 되는데 무슨 걱정이야! 헛소리 하지 말고, 그냥 터트려!"

······



***



같은 시각.

1팀에 관한 보고서를 받아본 장우진 회장 또한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보고서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지난 한 달간 1팀이 얻은 성과가 너무나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태준이 이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게야."


장 회장의 짜증섞인 말에 김성재 실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대답해봐. 그놈이 대체 뭘 하고 다니는지."


분명 생각이 없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번 일을 만들지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김성재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영업비 명목으로 1팀에 제공된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것 같습니다."

"뭐라? 주식?"


하도 어이가 없었던 나머지.

장우진 회장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대한건설에서 나오는 비자금의 규모는 연간 수백억이 넘었다.

그런 돈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대한 건설의 재무 이사 자리인데.

그토록 중요한 자리가 걸린 일을 앞에두고 고작 한다는 것이 주식 투자라니...


"넌 그동안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그런 일이 있으면, 진작 보고를 했어야 할거 아냐!"


불똥이 자신에게로 튀자.

김성재 실장이 억울하다는 듯.

변명을 쏟아냈다.


"...저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당연히 공사 수주에 필요한 영업비로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허... 고작 주식으로 벌면 얼마나 번다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게야."

"회장님, 그게... 고작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뭐?"


김성재가 의문스런 표정을 짓고있는 장 회장에게 대한 증권에서 받아온 자료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 자료에는 생각지도 못한 숫자가 적혀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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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 +2 24.09.14 1,311 29 11쪽
40 단군이래 최대 호황 +3 24.09.13 1,367 29 11쪽
39 온라인 서점 사업 +2 24.09.12 1,458 33 12쪽
38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2 24.09.11 1,592 31 11쪽
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09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2 24.09.09 1,897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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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2 24.09.07 2,042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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