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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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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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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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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왜냐하면, 나는 회귀자니까!

DUMMY

에일린과의 내기는 유레카 인베스트먼트의 자산 60억 중 운영비를 제외한 50억을 반씩 나눠.

에일린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나는 한국을 대상으로 해서. 누가 6개월 안에 더 많은 투자 성과를 올리느냐였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는 거 알지?"

"이미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잖아, 너나 지고 나서 딴소리 하지 마."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물을게. 파생상품 거래도 가능한 거지?"

"...응."


대답을 하긴 했지만, 파생상품이라는 단어에 마음 한켠이 찝찝했다.

비단, 내기라 함은 공정한 룰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데.

내가 맡은 한국과 에일린이 맡기로 한 신흥국들은 투자 환경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파생상품 거래는 물론이고, 하루에 오를 수 있는 가격 제한폭도 규제가 심한 반면,

에일린이 맡은 국가들은 파생상품 거래는 물론이고, 가격제한폭 또한 한국보다 몇 배나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에일린에게 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에일린에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투자 감각이 있다면, 내게는 치트키와도 같은 미래의 지식들이 존재했으니까.

······



***



한국대 관악 캠퍼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지수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점심시간이잖아. 밥 먹었어?"

"밥? 아니, 아직."


아직이라는 말에 지수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밝아 진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럼, 같이 먹을래?"

"둘이서?"


끄덕끄덕.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러고 보니 나도 배가 고프긴 했다.


"내가 쏠게."

"네가 쏜다고? 나 많이 먹는 거 알고 하는 말이지?"

"응. 어제 알바비 받아서 밥 한 끼 정도는 괜찮아."


굳이 사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아마도 지난 대면식 때 내가 도와줬던 것에 대한 신세를 갚고 싶은 모양이었다.


"흠... 사준다니까. 비싸고 맛있는 걸로 먹어야 할 텐데. 뭐가 좋으려나."

"뭐든 괜찮으니까. 네가 먹고 싶은 걸로 골라."

"그러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야. 오늘 네 알바비 거덜 날 수도 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라!"


반쯤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

지수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뭐야? 설마 내가 진짜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내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너 많이 먹잖아!"


하긴, 내가 많이 먹긴 하지.

근데 또 그건 언제 봤대?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설마 한 끼 만에 알바비를 거덜 내기야 하겠어.


서너 끼 정도면 몰라도...


그나저나 진짜 뭐가 좋으려나.

메뉴를 고민하던 나는 문득 회귀 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학교 앞 그곳이 생각났다.


"김치 두루치기 어때?"

"두루치기?"

"왜...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걸로 괜찮아?"

"두루치기가 왜? 없어서 못 먹는 건데."


최근에는 바빠서 못 갔지만,

회귀 전에는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몇 번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교문을 벗어나 20분쯤 걸어 나가자.

미숙이네 두루치기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여긴 예전에도 지수 선... 아니, 지수가 밥을 사준다며, 데려왔던 곳이었다.


옛 기억을 떠올리자.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은 식당 안에서 풍겨오는 기분 좋은 냄새에 묻혀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 명이야? 뭐 주까?"


미숙이 할머니가 물잔을 내려놓으며, 주문을 받았다.


"두루치기 5인분이요."

"응? 몇 인분?"

"5인분이요!"

"친구들 더 오기로 했어? 그럼 좀 더 넓은 자리로..."

"아니요, 저희 둘이서 먹을 거니까. 여기로 가져다주시면 돼요."


할머니는 놀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더니,

내 덩치를 보고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5인분이면 돼?"


조금 부족할 것 같긴 했지만,

밥까지 비벼 먹으면, 얼추 괜찮을 것도 같았다.

.

.

.

.

"선배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야, 보디빌더 대회에 나가는 건 너지 우리가 아니잖아. 왜 자꾸 점심 메뉴까지 네 눈치를 보게 하는 건데."

"막판 데피니션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하니까 그렇죠. 아, 두루치기는 진짜 안 되는데..."


강성필은 선배들이 앞서 들어간 두루치기 집 간판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근데, 근육을 키우려면, 많이 먹어야 하는 거 아냐? 계란 같은 것만 먹어야 근육이 커진다는 게 나는 이해가 잘 안돼!"

"동현 선배! 그건 선배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저 같은 보디빌더한테 탄수화물은 독이나 마찬가지라고요."

"흠...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왜 말을 못 믿으...."


열변을 토해내던 강성필은 식당 안의 풍경에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도 모르게 하던 말을 멈췄다.


"저 남자도 너처럼 보디빌더 선수인거 아냐?"


190에 가까운 큰 키에 반팔 티셔츠 한 장을 걸치고 있었는데.

티셔츠가 남자의 근육을 가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의 팔뚝과 어깨에선 한계까지 근육을 단련한 흔적이 느껴졌고,

티셔츠의 소매는 그의 근육을 모두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타이트하게 감겨 있었다.

한눈에 봐도 절대 선수가 아니고서는 가질 수 없는 몸이었다.


한데... 그 남자가 여자 한 명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아둔 두루치기를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흡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밥 다섯 공기를 양념에 모두 비빈 후에 게눈 감추듯 먹어댔다.


"·····"

"봐, 내 말 맞지. 저 정도는 먹어야 저런 근육을 가질 수 있는 거라고."


강성필이 꺼내둔 삶은 계란을 쳐다보며, 선배인 박동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그런건가."

강성필은 그간 자신이 해왔던 식단관리에 갑자기 의구심이 들었다.

저렇게 밥을 먹으면서도,

진짜 저런 몸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에이 설마, 오늘이 일 년에 한 번 있는 치팅데이일지도 모르잖아.

그때, 남자와 함께 앉아 밥을 먹던 여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태준이 너, 나 생각한다고 너무 조금 먹는 거 아냐? 어제는 학교 식당에서 혼자 돈가스를 10장도 넘게 먹었잖아. 그제는 라면도 7개나 먹고..."

돈가스 10장과 라면 7개라는 말이 마치 천둥처럼 강성필의 귀에 내리꽂혔다.

일반식도 아닌 기름과 나트륨이 잔뜩 들어간 돈가스와 라면을 그것도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양을 먹었다고?


한국대 식당에서 파는 돈가스와 라면은 강성필도 잘 알고 있었다.

밖에서 파는 것들에 비해 양이 1.5배는 많은 메뉴였다.


여자의 말을 듣고 있으니, 자신의 식단 관리가 잘 못 됐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어느새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젓가락을 들어 선배들이 시킨 두루치기로 가져갔다.

·······



***



지수와 밥을 먹고 난 나는 곧장 여의도에 위치한 증권거래소로 이동했다.


문득, 이곳으로 오기 전,

일이 있다는 말에 지수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후식을 안 사주고 와서 그런 건가?'


하긴, 5인분이나 얻어먹었으면, 후식 정도는 사는 게 예의지만,

오늘 내로 주식 매입을 마무리 지어야 했기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섭섭한 마음은 다음에 후식 대신 더 맛있는 걸로 사면 될 거라 생각했다.


'가만 보면, 지수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제법 많이 먹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런데도 어떻게 그런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거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증권거래소에 도착한 나는 주식을 매입하기 전에 먼저 분위기부터 살폈다.

당연하겠지만, 금융실명제로 인해 거래소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지난 보름간 종합주가지수가 9% 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0월 위기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제길, 오늘도 하락이야."

"이러다가 주식이 전부 휴지 조각으로 변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모르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루라도 빨리 털고 나오는 게 좋다니까 그러네."

"그러다 오르면 그땐 어떡하려고?"

"에잉, 자넨 그 소문도 못 들었나?"

"무슨 소문?"

"쯧쯧, 이렇게 소문이 늦어서야.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는 부정한 돈들이 조만간 전부 빠져나갈 거라는 소문 말일세."

"····"

"그게 전부 빠져나가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주가가 폭락할지도 모르니까. 한시라도 빨리 털고 나오는 게 좋을 거야."


옆에서 아저씨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긴 했지만,

사실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는 부정한 돈의 규모는 전체 시가총액의 2%에 불과했다.

물론 2%라는 수치는 시간이 많이 흐른 이후에나 정확하게 집계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분위기 파악을 끝낸 나는 곧장 거래소의 직원이 앉아 있는 곳으로 이동해 주문을 넣었다.

전부 매도만 하는 상황에서 어려 보이는 내가 대량으로 주식을 주문하자.

데스크의 여직원이 묘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천호제강, 송창기업, 준창산업, 성림, 전남방적, 호남기업 주식을 25억 원어치나 매수하신다는 거죠?"

"네."

"이 정도 금액이면, VIP 창구에서 상담도 가능하신데. 자리를 옮겨드릴까요?"

"괜찮으니까. 제가 말한 대로 주문만 넣어주세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혼란한 상황에서 누가 나를 상담해준다는 말인가.

지금 상황에서 나보다 정확하게 미래를 내다보는 이는 없을 거라 확신했다.


왜냐하면, 나는 회귀자니까!


내가 주문한 종목들 모두가 저 PBR 주식들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동승해서 1993년 하반기...

정확히는 다음 달인 9월부터 폭등을 시작해서. 6개월 안에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종목이었다.


'그래도 불안하단 말이지.'

에일린이 누군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불안감이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거기다 앞으로의 상황도 에일린에게 너무 유리했다.

걸프전의 여파로 발생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행 중인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 정책.

이것은 연말까지 화폐 발행량을 무려 42%나 증가시킨다. 즉, 미국에서 엄청나게 돈을 찍어서 풀어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약간의 레버리지만 이용해서 흐름에 올라타게 되면,

어쩌면, 에일린은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을 수만 있다면...’


지금은 압도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 전세계 자산 시장이 축제 분위기 일지도 모르지만,

이 같은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과도한 경기부양은 언제나 큰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니까.


그나저나, 나도 이대로 있을 게 아니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대책 수립이 필요했다.

파생상품을 비롯한 레버리지 투자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한 방식의 투자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조금 전, 주식 매입을 의뢰한 직원이 있는 곳으로 다시 찾아갔다.


"혹시, 조금 전에 매수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도 가능한가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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