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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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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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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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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왜 이렇게 귀가 가렵지

DUMMY

"야, 장태준!!"


오늘도 어김없이 종이봉투를 든 용식이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넌 또 아침부터 햄버거냐? 다이어트 한다며?"

"그래서 하나만 먹을 거야."

"하나라기엔 봉투가 너무 빵빵한데?"

"2+1 행사하길래 미리 사둔 거야. 남은 건 나중에 먹으려고."

"다 식어 빠진 햄버거를 무슨 맛으로 먹어."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녀석의 손에서 종이봉투를 빼앗았다.


"어... 어?"

"버리는 것보다는 내가 먹는 게 낫잖아."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용식이의 입이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헤벌쭉 벌어졌다.


"....?"

"헤헤, 지수다."

"누가 보면, 쟤가 네 여친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

"야, 꿈 깨고, 가자. 수업 늦겠다."

"늦긴 뭘 늦어.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햄버거는 먹고 가야지."

"아, 그렇지."


햄버거는 못 참지.


사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베네요타 피의 영향으로 살이 빠졌는데도,

이상하게도 식탐은 사라지지 않았... 아니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햄버거를 먹으려는데. 지나가던 지수가 우릴 발견하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혹시... 저거 남는 거면, 나도 하나 주면 안 돼?"


벤치에 내려둔 햄버거를 가리키는 모습에 용식이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너... 너도 우리하고 같이 먹을래?"

"그래도 돼?"


짜식아 입에 파리 들어간다.

입을 헤 벌린 용식이의 모습에 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데 너도 아침 안 먹은 거야?"

"응, 집에 먹을 게 없더라고. 밥을 다시 하기에는 수업에 늦을 거 같고...."


그러고 보니, 1회차 때도 혼자 산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고, 혼자만 서울에서 자취한다고 했던가?

햄버거를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나를 지수가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그 큰 걸 두 입 만에 다 먹은 거야?"

"크긴 뭐가 커. 먹을 것도 없구만."


내가 내민 손과 비교한 햄버거의 크기가 오백원짜리 동전만해 보이자.

지수도 공감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 것 좀 더 먹을래?"

"됐어. 너나 먹어."

"아무래도 먹던 거라 좀 그렇지?"

"그게 아니라. 아침 못 먹었다며, 나는 집에서 아침도 먹고 왔어."

"....아."


마음이 동하긴 했지만, 아침도 안 먹고 온 애걸 뺏어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수가 햄버거 먹는 걸 기다리던 도중.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용식이가 묻지도 않은 말을 떠들었다.


"나 HCSC 동아리에 가입했어."

"HCSC? 그게 뭔데?"

"앗, 나 그거 알아."

"정말?"

"응, 한국대 컴퓨터 스터디 클럽이잖아."


지수가 아는 척을 하자.

두 옥타브쯤 올라간 톤으로 용식이가 HCSC에 관한 설명을 덧붙였다.


"나도 가입하고 나서 알았는데. 앞으로는 정보와 통신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거래. 그러니까 너희들도 아직 동아리 가입 안 했으면, HCSC에 가입해."

"모집책이냐?"

"그게 아니라. 진짜 유망하다니까."


하긴, 정보와 통신이 세상을 지배할 거란 말도 틀린 건 아니지.

하지만, 나는 용식이가 그런 것 때문에 HCSC에 가입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임하려고, 가입했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어릴 때부터 용식이는 알아주는 게임광이었다.

용돈만 생기면, 오락실로 달려가는 것은 물론이고,

고깃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졸라 집에도 온갖 종류의 비디오 게임기가 넘쳐났다.

덕분에 나도 게임만큼은 원 없이 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대에 그것도 한 번에 입학한 걸 보면, 녀석도 평범하진 않았다.


"네 말대로 처음에는 컴퓨터 게임이나 잔뜩 할까 싶어서 가입했는데. 얼마 전에 우리 과 출신 선배를 만나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꼈어."

"그 선배가 뭐랬길래?"


지수도 관심이 가는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용식이를 쳐다봤다.


"게임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고 하더라고."

"게임을 만들어?"

"응, 태풍의 나라라는 게임인데. 작년에 졸업한 선배가 생각 있으면, 나더러 같이 하재."


태풍의 나라라는 말에 내가 눈을 크게 떴다.


"혹시... 그 선배 이름이 이석주야?"


대한민국 3대 게임사 중 하나이자.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될 넥손의 창업자를 말하는 건 아니지?

······



***



"어머니 드디어 대한건설이 제 손에 들어왔으니, 이제 그룹 경영권을 빼앗는 일만 남았습니다."

천도희를 향해 장기석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태준이 그놈은 왜 순순히 대한건설을 넘겼을까?"

"순순히가 아니죠. 그거 가져오려고, 우리가 뭘 줬는지 벌써 잊으셨어요?"

"대한물산 지분을 넘겨주긴 했지. 한데..."


천도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꾸만 마음에 걸리는 기분이었다.

지난번 체력장을 보러 갔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찜찜함이었다.


대체 뭘까?


물론,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혹시라도 장 회장이 마음을 바꿀까 봐. 대한건설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고, 신임 사장도 저희 쪽 사람이니, 마음대로 덕현이를 내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비자금은?"

"그것도 이미 확인했는데,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그제야 모든 것이 기우였다는 생각에 천도희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다른 건 몰라도 비자금만 무사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문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모르니까. 비자금만큼은 앞으로도 네가 직접 관리하거라."

"걱정 마세요. 비자금으로 조만간 대한물산 주식부터 긁어드릴 거니까요."

"능구렁이 같은 영감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 그러니까 최대한 주의해서...."

주식을 매입하라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천도희와 장기석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대... 대표님, 지금 모든 언론에서 금융실명제를 시행한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천도희의 오른팔인 박남길 전무가 설명 대신 TV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제 금융 분야에서 더 큰 투명성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개인과 기업의 금융 거래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며, 이를 통해 불법 활동을 예방하고,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국가와 시민 모두가 이 금융실명제를 지지하며 협력하여 시행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더욱 공평하고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제 비실명 계좌에 대해서는 본인 인증 없이는 돈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내용입니다."

"그럼 대한건설에 있는 비자금은?"


발악하듯 소리치는 장기석에 박남길 전무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비자금이 보관된 세이프 하베스트에서도 실명 확인이 되지 않은 돈은 지급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돈을 찾고 싶으면, 신분을 증명할 서류를 가져오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찾을 수가 없다니?"

"아무래도 비자금을 허무인(虛無人) 명의로 보관해둔 게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차라리 실존하는 인물의 차명으로 비자금을 관리했더라면, 어떻게든 돈을 찾을 방법이 있겠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虛無人) 명의로 돈을 보관해둔 탓에 모든 돈이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대체 세이프 하베스트의 대표가 어떤 놈이야? 내가 당장 만나잔다고, 전해!"

"그게... 저도 말해봤지만, 그쪽에서 거절했습니다."

"뭐야?"

"기존에 거래가 없던 회사와는 만날 이유가 없다면서... 그리고 해외에 본사를 둔 회사라 이제 국내에서는 더 이상 사업을 하지 않고 철수할 거라고 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천도희가 충격을 받았는지 몸을 크게 휘청거렸다.


"어머니!"

"아... 아무래도 우리가 이번에도 태준이 그놈한테 또 당한 것 같구나."

"대체 그놈이 금융실명제가 진행될지 어떻게 알았단 말입니까?"

장기석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지만, 그의 궁금증을 풀어줄 이는 이곳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



***



"왜 이렇게 귀가 가렵지."


귀를 후비적거리며,

에일린이 전해준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네가 말한 대로 한국 주식들은 전부 현금화 완료했어."

"고생했어."

"그래도 너무 아쉬워."

"또 뭐가?"

"한국에서도 파생상품 거래나, 공매도가 가능했으면, 이번 기회에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을 거잖아."


에일린의 투정에 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피해 없이 손실을 막을 걸로도 충분해. 돈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벌 수 있을 거야."


돈은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훨씬 더 중요했고,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

지난 삼 일간 90% 이상의 종목들이 하한가 행진을 이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손실을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향후 훨씬 더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여론이 엄청 안 좋던데? 한국 주식시장은 이제 망했다고 말이야."

하긴, 나야 미래를 알고 있으니, 걱정될 게 없었지만, 이 시기 사람들은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들은 지금껏 국내 주식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게 출처가 불분명한 돈이 대거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돈들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지금보다 더한 폭락을 겪게 될 거로 예상하고 있었다.


"설마,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당연하지. 주가는 언제나 대중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괴물 같은 녀석이거든."


청초한 에일린의 대답에 순간적으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나처럼 미래를 알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저 정도면, 거의 본능적으로 돈의 향방을 내다보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설마, 내기에서 내가 지는건 아니겠지?'


에일린과의 내기에서 내가 진다는 것은 치트키를 들고 게임을 하는데도,

상대방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살짝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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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 +2 24.09.14 1,307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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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온라인 서점 사업 +2 24.09.12 1,454 33 12쪽
38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2 24.09.11 1,590 31 11쪽
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07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1 24.09.09 1,893 32 11쪽
35 그런 게 어딨어! +1 24.09.08 2,045 30 13쪽
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1 24.09.07 2,041 42 12쪽
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6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4 32 12쪽
31 나만 아니면 돼! +2 24.09.04 2,283 31 12쪽
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4 31 12쪽
29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3 24.09.02 2,488 38 12쪽
28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556 37 11쪽
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8 37 13쪽
26 대체 이게 다 얼마야? +2 24.08.30 2,600 38 12쪽
25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2 24.08.29 2,691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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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들으면, 깜짝 놀랄걸? +2 24.08.23 2,798 41 11쪽
16 밥값으로 뭘 하면되는데요? +2 24.08.22 2,866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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