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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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584
추천수 :
133
글자수 :
110,837

작성
24.08.08 11:31
조회
470
추천
6
글자
6쪽

전화(戰火)의 불길

DUMMY

* * *



“뭘 보고 그리 놀래?”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 저쪽 좀 보라구요.”


홍술의 손짓이 좌측을 가리켰다.


그제야 미간을 좁히면서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형님, 저거 불이 맞죠?”


“그렇게, 어디서 불이 났나?”


“그 정도가 아니데요, 저기 외곽 깊숙이부터 여기저기 연기가 동시다발이지 않소.”


“어잉, 그러네. 모지?”


순간 박 씨의 머리에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홍술아, 이건 누가 의도적으로 빠르게 방화를 하지 않곤 나오지 않는 속도다. 이렇게 바람도 심하지 않는데 말이야.”


“형님 어떻게 하죠. 바로 타종을 칠까요?”


“일단 넌 빠르게 내려가서 율장 스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거라.”


“네. 형님은 계속해서 보고 있다 무슨 사단이 나면 종을 치이소.”


쿵, 쿵, 쿵.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정신없었다.




* * *




“그래, 인원에 맞게 무기 수량은 어느 정도 확보됐는가?”


“개인 무기는 넉넉히 여유분을 챙겨 놓았는데 쇠뇌의 확보가 아직은 미흡한 실정입니다.”


도연 스님이 율장 스님의 질문에 좀 난망(難望)한 표정이었다.


“음, 그럼 수질구궁노(繡質九弓弩)의 확보도 쉽지 않겠구먼”


“최소한 4개 이상은 확보하려고 했는데 3개도 겨우 마련했습니다. 그나마 개중에 활을 제법 쏘아본 이들이 있어 활대 연습은 열심히 시키고는 있습니다.”


“아쉽군···. ”


“여기가 전화(戰禍)의 직접적인 피해를 비켜나서 물자 부족이 덜하다고 해도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이니 어쩔 수 없구나.”


율장 스님의 이마에 골이 깊어질 때쯤 소란이 일었다.


“스님, 변고입니다!”


문가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서 자초지종을 얘기하게.”


문을 비집고 들어온 홍술이 침을 삼키며 전했다.


“지금 목탑에서 보초를 서다 서북쪽 외곽 입구에서 불이 퍼지는 걸 목격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누군가 동시다발적으로 방화를 하고 있는 걸로 보여 이리 급히 달려왔습니다.”


순간, 도연 스님의 시선이 율장 스님의 눈과 마주쳤다.


“아무래도 방장 스님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먼. 자네는 어서 항마군을 동궁 앞마당으로 집결시키게. 나는 방장 스님에게 이 사실을 전할 테니.”


세 사람이 각자의 임무를 안고 바깥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요란한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땡! 땡! 땡땡땡!!!


“나무 아미타불, 어서들 서두르세나.”



긴박해지는 종소리를 따라 무거워진 마음과는 달리 발걸음은 빨라졌다.




* * *




황룡사 앞뜰과 정문 밖으로 싱그러운 녹음과 각양각색의 꽃들로 만발한 평원이 시원스럽게 뻗어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산들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갔다.


“크크큭.”


쿠아앙! 쿵!


불쾌한 파공음에 나비도 더 이상 날기를 주저한 채 꽃 한 송이에 살포시 몸을 숨겼다.


대기의 빛깔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시커먼 무엇인가가 파공음을 따라 대지를 덮기 시작했다.


숨을 죽이던 나비의 날개가 파르르 떨려왔다.


‘이것이 지옥의 강림인가?’


온갖 기괴한 악귀들이 대지를 덮으며 꿈틀거리더니 하나둘씩 솟아나기 시작했다.


“카아아, 카칵, 카~!”


멋대로 휘어진 뿔과 튀어나올 듯한 눈, 기괴하고 소름 돋는 머리의 검은 구멍 사이로 긴 혀가 연실 날름댔다.


수십에서 수백, 수천을 넘으면서 고막을 파고드는 기괴한 울음소리가 천지를 뒤덮었다.


쿠아앙! 쾅!


폭약이 터진 듯한 울림 속에서 그 어느 것보다 큰 덩치에 붉을 안광을 가진 마구니가 몸을 드러냈다.


그의 안광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글거리는 붉은 빛이 주위를 훑어보자 그동안 온갖 기괴한 소리가 거짓말처럼 정적에 감싸였다.


“카오, 카카악~, 카악~~!”


불타는 안광의 마구니가 내뱉는 쇠 긁는 몇 마디 소리에 흉악한 악귀 병졸들이 발을 구르고는 전방으로 벌떼처럼 내달렸다. 가히 폭발적인 기세였다.


화들짝 놀란 나비는 돌아오던 길로 도망쳤지만 악귀들의 그림자 떼에 어느새 삼켜졌다.


집채만 한 검은 파도가 노도처럼 정문을 사정없이 때렸다.


퍽! 퍽!


일순간 빛이 터져 나왔다.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이 각자의 보탑(寶塔), 금강저(金剛杵), 비파, 보검(寶劍)을 든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멈칫하던 악귀들이 다시금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쾅! 쾅! 콰쾅!!


전혀 두려움 없이 밀고 들어오는 악귀 떼에 묵묵히 버티던 사천왕의 갑옷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천왕이 기마의 자세처럼 용력을 끌어모아 사방의 방위를 빠르게 점했다. 이어 서로의 현묘한 협공으로 나서자 다시금 공간의 여유가 생겨났다.


“카카~, 카악! 카카칵~!”


붉고 사이한 빛이 대지에 넘실거리며 거세지자 악귀 병졸들의 흉포함이 더욱 거칠어지면서 재차 맹공이 시작된다.


수많은 촉수같은 악귀의 혀가 꿈틀거리며 사천왕의 다리와 몸통, 팔과 목에 이어 머리까지 덮쳐왔다.


금강저와 보검으로 쉴 새 없이 절단 내고, 보탑과 비파가 사방으로 날아들며 쳐내기를 반복할수록 밀려오는 끈적끈적한 촉수와 육탄 공격은 더욱 맹렬해졌다.


서로의 공방이 끝이 없을 것 같은 영겹의 찰나 속에서 사천왕의 몸이 검은 덩어리와 섞여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쿵! 쿠쿵!


사천왕도 힘에 부치는 듯 육중한 상체가 기울면서 한쪽 무릎이 바닥을 때렸다. 혹은 한 손은 땅을 짚은 채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무기를 잡은 손 역시 점차 힘을 잃어갔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누군가의 탄식 어린 염불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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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3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9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5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4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7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30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6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7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50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50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70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1 6 11쪽
»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1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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