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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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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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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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폭풍의 프리틀웰

DUMMY

* * *





런던에서 동쪽으로 대략 60 Km 떨어진 사우스엔드온시(Southend-on-Sea)는 18세기 후반부터 영국 수도와 인접한 해변가라는 근접성으로 왕실과 상류층의 대표적 휴양지로 각광 받으며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13세기는 프리틀웰(Prittlewell)이라는 소규모의 중세 마을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곳은 노르만 정복 이전부터 앵글로색슨족이 살 정도로 나름 유서 깊은 고대 유적과 지금에 와서는 교회와 수도원도 자리했다.


사우스엔드온시(Southend-on-Sea)라는 지명도 런던이 기준이 아닌 이 프리틀웰의 남쪽 끝에 해안이 있어서 부쳐진 이름이다.





이른 아침부터 당나귀가 끄는 수레 시트 옆자리에는 애나가 아빠에게 수다를 떠들면서 해안가를 지나고 있었다.


한참을 떠들다 문득 바다 쪽을 보던 애나의 밝은 눈이 순간 빛났다.


“아빠, 해변가에 누군가 쓰러져 있어요.”


“그래?”


“워워!”


애나의 아빠는 잠시 고삐를 재어 수레를 멈추고는 애나가 가리키는 해변가 쪽을 쳐다보았다.


“내 눈이 이제는 영 흐려졌어 그런지 잘 모르겠는걸.”


“아빠, 저기 저쪽요.”


애나가 연신 손짓하는 곳을 보니 어떤 덩어리 같은 것이 잡히기는 했다.


“제가 가볼게요.”


애나를 말리 새도 없이 폴짝 뛰어내려서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달려가기 바빴다.


“저런, 저런. 저 말괄량이를 누가 데려갈지.”


토마스는 자신의 머리를 절레절레 거리며 딸이 달려간 방향으로 움직였다.




“복장이 특이하구나.”


장신이라 힘겹게 정면으로 눕힌 남자의 얼굴과 복장이 드러났다. 고급스러운 재질이긴 한데 낯설고 특이했다.


“아빠, 손가락이 움직였어요.”


“그래, 나도 보고 있다. 일단 집으로 빨리 옮겨서 안정을 취하도록 해야 할 것 같은데.”


“끄으응.”


토마스가 남자를 들쳐메려 하자 쉽지 않았다.


“키가 있어 그런지 혼자 힘으로는 안되겠어. 애나야, 아빠를 좀 도와다오.”


그렇게 두 사람이 이 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장신의 금발 남자를 겨우 수레에 눕혀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애나야, 밥은 먹어야지.”


토마스의 한숨이 깊어졌다.


애나가 침대에 누워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 곁에서 두 손으로 턱을 바치고는 잠시도 떠나지를 않고 있었다.


‘좀 차갑게 보이긴 해도 잘생겼어. 어느 나라 왕자님인가?’


특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복식에 금발과 반듯한 얼굴은 이제 곧 결혼 적령기에 접어드는 애나의 마음을 콩닥거리게 했다.


애나가 슬쩍 남자의 손을 잡았다.


‘아, 엄청 차가운데. 설마 죽은 건가?’


애나가 가슴 쪽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 머리를 밀착하려다 남자의 눈이 떠졌다.


“에구.”


와당탕!


순간 애나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남자가 잠시 애나 쪽으로 눈길을 주다 다시 눈이 스르르 감겼다.


‘놀래라.’



애나는 금발의 남자 곁을 떠나지 않고 지극정성을 다했다.


음식도 가져다 먹이려고도 했지만 입은 꾹 다문 채 미동도 없으니 소용이 없었다. 간간이 눈을 잠시 떴다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기에 아직 살아 있구나 하고 안도했다.




그날도 애나는 남자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쿠르릉!


천둥같은 소리와 함께 거센 바람이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불었다.


“날씨가 못됐네.”


거센 돌풍에 벌어진 창문을 닫으려고 일어섰다.



번쩍!


우르르! 쾅! 쾅!


순간, 번개의 섬광과 천둥소리에 애나가 소스라치게 놀라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나를···.”


거의 동시에 별안간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뜻하지 않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애나가 뒤돌아보니 그 남자의 음성이었다.


“드디어 깨어나신 거예요?”


애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의 곁에 얼른 다가가 앉았다.


그러나 아직도 힘든지 남자는 다시 눈을 감았고 얼마 있다 다시 눈을 떴다.


“나를···저 밖으로···.”


우르릉.


번쩍! 번쩍!


우르릉, 꽝! 꽝!


번개와 천둥으로 인해 실내에는 애나와 남성의 얼굴 명암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몸도 안 좋은데 이 날씨에 밖을 어떻게···.”


애나의 집은 세인트 메리 성당 근처에 자리했다.


그녀의 집 창문 너머로는 한쪽은 두껍고 작은 창문에다 반원형 아치의 노르만 양식의 성당이 보였다


그와 대비되게 한 건물에 다른 한쪽은 스테인드글라스에 아치의 대형 창문에 기둥과 천장이 고딕 양식으로 혼합된 세월의 여러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높은 첨탑에다 지붕 위 십자기와 여러 장식으로 인해 이런 날씨에는 낙뢰가 성당 주위로 수시로 내리꽂을 때가 많아서 밖은 특히나 위험했다.


“제···발···.”


남자의 눈빛은 마치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촛불처럼 마지막 힘을 짜내듯 읊조리고 있었다.


그제야 애나는 주저하는 마음보다 그 남자의 청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거구의 남자를 혼자 힘으로 부축하기는 힘들었지만 남자 역시 혼신을 다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벽을 짚고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끼이익!


콰당! 쾅!


현관문을 열자 거센 돌풍에 문짝이 미친 듯이 들썩였다.


“바람이 너무 심해요.”




번쩍!


우르릉! 쾅! 쾅!


눈앞에서 연신 섬광과 우레가 터지고 있었다.


“성···당 쪽으로.”


돌풍에 남자의 금발 머리가 이리저리 휘날렸다.


애나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지만 남자의 마지막 소원일 것 같아 애써 용기와 힘을 내어 남자를 부축해 전진했다.


거센 비바람이 애나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쿵!


남자가 더 이상 힘에 겨웠든지 바닥에 쓰러졌다. 애나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하자 남자가 힘겹게 손짓을 하며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엉금엉금.


남자는 정말 마지막 힘까지 짜내면서 교회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 처절한 모습이 보는 애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게 했다.


그렇게 남자가 첨탑 근처로 가까워졌을 때였다.


번쩍! 쾅! 쾅!


번쩍! 콰쾅쾅!


“아악!”


비바람과 벼락 속에서 애나가 울부짖으며 괴성을 질렀다.


그 남자의 몸으로 사정없이 낙뢰가 연속으로 내리꽂혔다.


번쩍! 쾅! 쾅!


애나의 울부짖음에 더욱 화답하는 것일까?


낙뢰는 한층 사나운 섬광을 금발의 남자에게 때려붓고 있었다.


덜썩, 덜썩.




* * *






“이것 좀 드세요.”


승호는 각종 야채로 만든 죽과 두부를 담은 소반을 가져왔다.


“고맙다.”




따그락, 따그락.


승복이 말없이 죽과 두부를 먹었다.


먹는 동안 승복을 승호는 요리조리 살폈다. 그런 승호의 눈길이 마냥 싫지는 않았다.


한참을 먹다 승복이 말을 꺼냈다.


“녀석아, 너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저도 그래요. 형이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돌아온 게 꿈만 같습니다.”


승복은 부드러운 죽이지만 도원 스님 덕에 습관적으로 배어 버린 식습관으로 야무지게 씹고 있었다. 어느새 한 그릇이 다 비워졌다.


“다른 분들은 어찌··되었느냐?”


그의 음색이 살짝 떨렸다.


“많은 분들이 열반하셨지요.”


그때가 다시 생각났는지 잠시 목이 메는 승호였다.


“친하시던 보명, 승찬, 승수님 등 많은 분들이 다 열반 하셨습니다. 그리고 형이 부상으로 누워 있는 동안 칠일장의 다비식도 다 끝냈고요.”


승호의 눈에 눈물이 글썽했다.


늘 밝게 웃던 승호도 애써 잊으려고 마음 한쪽 구석에 밀어 두었던 모양이었다. 시간이 흘러야 그나마 비워진 자리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지도.


그런 승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너무 아파 왔다. 누군가 칼로 자신의 가슴을 푹푹 쑤시는 듯 아렸다.


그건 육신의 아픔이 아니라 뒤늦게 찾아온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그리움이었다.


뚝, 뚝.


비워진 죽그릇에 승복의 눈물방울이 하나 둘 조용히 떨어져 내렸다.


도원 스님과 여러 친형 같은 형제들이 보고 싶었다. 오늘따라 너무 보고 싶었다.




* * *




황룡사에서 정체불명의 출현과 가공할 위력을 목격한 몽골군은 충격과 공포에 쫓기듯 내달리며 북상을 거듭했다.


대구, 상주에서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따라오는 후속 병력은 없는지 정찰을 거듭했다. 그러고도 다시 충주 인근에 가서야 주둔하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동안 합라는 연일 고열과 환영에 시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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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8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4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6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5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6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49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69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7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1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0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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