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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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576
추천수 :
133
글자수 :
110,837

작성
24.08.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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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추천
6
글자
11쪽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DUMMY

* * *




강 소령은 사람들의 출입이 드문 안채에 방장 스님의 거하는 옆 건물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출입문에는 이동식 죽창벽으로 막아놓아 함부로 외부인이 출입하지 못하게 금해 놓았다.


칠일 장이 끝나고도 사찰 내에는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었지만 어린 사미승과 승호의 왕성한 호기심을 이기지는 못했다.


평소 서로 죽이 잘 맞는 귀여운 얼굴의 어린 소명과 얼굴 젖살이 여전한 승호가 함께 조심조심 뒷발을 들고는 몰래 기웃거렸다.


살금살금.


“오, 엄청 크다.”


“어디, 어디···와!”


소명이 승호의 뒤에서 빠져나와 손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올려다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마차보다 훨씬 커.”


작은 키의 소명은 자신의 눈높이에 조막만 한 손을 가져다 대고는 번갈아 전차와 키 높이를 재고 있는 모양새가 마냥 귀엽게 느껴졌다.


“한번 올라가 보자.”


“그래도 될··까?”


승호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키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자 장난기가 올라왔다.


“나부터.”


“알았어.”


“엉차.”


승호가 어린 소명을 들어 전차에 올렸다. 생각보다 높아서 엉거주춤 올려서는 다시 엉덩이를 밀어줬다.


“와!”


어린 소명이 마치 장난감을 얻은 듯 절로 신이 났다.


“이거 되게 멋있어.”


상층의 포탑에 뻗어 있는 외형이 특이하고 건사해 보였다.


소명이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 포신을 이리저리 구경하더니 만지기 시작했다.


“안돼. 그러지마.”


승호는 그날 이 포신에서 엄청난 빛의 화살이 몽골군과 벽을 순식간에 뚫어버렸던 게 떠올라 몸이 살짝 굳어졌다.


“어때, 괜찮아. 함 만져봐. 촉감이 이상해. 히히히.”


“그··래?”


승호도 잠시의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그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만지기 시작했다.


“와. 대개 미끈하다. 도자기를 만지는 것 같네.”


“맞아. 무쇠 같은데 대개 고급스럽다. 그치. 크크큭”


특수 강화된 이중 합금 코팅이 전차의 외형을 감싸고 있었다.


둘은 연신 수다를 떠들면서 이리저리 옮겨 단니며 만지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신이 났던지 여기가 어딘지도 잊어버린 듯했다.


“이럇, 이럇. 어서 가거라.”


소명은 포탑 상층부에 앉더니 마치 마차를 몰 듯 작은 발을 통통거렸다.


드륵.


갑자기 전차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어.”


소명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승호를 바라봤다.


“움직인 거 맞지?”


“그랬나? 설마. 그분은 여기 없는걸.”


“아니야 진짜 움직였다니깐.”


세상 제일 억울한 듯한 표정이 된 소명은 발을 다시 통통거렸다.


“이랏. 다시 가거라. 어서!”


어린 목소리에 본인 딴에는 제법 위엄을 갖춘 명령이었지만 마냥 귀엽기만 한 목소리였다.


드르륵. 드르륵.


“어구.”


“맞지. 하하하.”


조금 전보다 눈에 띄는 큰 움직임에 소명은 신나 있었고 승호는 놀란 심장이 쿵덕거렸다.


“안에 사람이 있는 건가?”


그때였다.


“아니.”


“헉!”


“누구냐?”


승호가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소명은 그런 모습에 더 개구쟁이 같은 얼굴이 되어갔다.


“넌 누구야?”


“나? 가르쳐주기 싫은데.”


“너 목소리 대게 이쁘다.”


“그래? 내가 좀 그렇지.”


소명의 칭찬에 수피아가 기분이 좋았는지 한껏 거들음을 피웠다.


둘의 대화에 승호는 안절부절못했다. 안에 사람이 없지 않고야 대답할 리 없다 생각하니 잘못하면 방장 스님에게 크게 혼이 날 것 같았다.


“난 소명인데 넌 이름이 뭐니?”


“······.”


보라색 빛만이 명멸을 거듭한 채로 수피아가 잠잠했다.


“너 이러기야? 친구가 되려면 이름 정도는 알아야지. 흥.”


소명이 걸터앉아서는 팔짱을 끼고 심통 어린 표정을 지었다.


“너도 친구 해 줄 거야?”


수피아의 목소리가 다소 진지했다.


“네가 이름을 말하고 함께 즐겁게 놀면 그게 친구야, 멍청아. 하하하.”


소명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에 승호가 입을 막았다.


“야, 너 목소리 낮춰. 이러다 들키겠다.”


“우우. 아라써.”


그제야 승호가 손을 떼자 소명이 퉤퉤거렸다.


“손에서 냄새나.”


“하하하! 너희들 대게 웃기다. 하하!”


지켜보고 있던 수피아가 크게 웃었다.


“내 이름은 수피아.”


“수피아? 무슨 뜻이야?”


“숲의 요정이라는 뜻이야.”


“와, 이쁜 이름이구나. 난 말했지 소명이야. 옆에 이쪽은···.”


소명이 물끄러미 승호를 쳐다봤다.


“난 승호야. 근데 넌 안에서 대답하는 거니? 지금 안에 있는 거야?”


그때 허공에서 홀로그램으로 형상화된 수피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와!”


짝짝짝!


“어구!”


소명은 신나서 손뼉을 치는 데 반해 승호는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와, 어떻게 한 거야? 너 혹시 선녀나 관세음보살님을 모시는 선재 동자니?”


소명의 맑은 눈이 호기심에 더욱 샛별처럼 반짝였다.


승호도 신기한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허공에서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옷을 차려입은 미소녀가 신비롭게 웃고 있었다.




뚜벅, 뚜벅.


안채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던 강 소령은 재잘거리는 소리와 웃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수피아가 아이들과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피아도 적응을 잘해가는군.”


강 소령이 살짝 미소를 머금고는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에도 어린 사미승과 승호 그리고 수피아의 지저귀는 새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 * *





“강 소령님, 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의 귓가에 꽂힌 소형의 무선 이어폰으로 수피아의 목소리가 감지되었다.


“무슨 일인데?”


“회복을 마치고 방금 전 의식이 깨어나 눈을 떴어요.”


강 소령이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눈으로 반원을 그리듯 손짓을 하자 허공에 고글형의 홀로그램 스크린이 나타났다.


캡슐에 누워 있는 승복의 모습이 잡혔다.


“알았어, 곧 갈게.”


거의 다 먹던 공양을 허겁지겁 입속으로 수셔넣고는 차로 입안을 가볍게 헹궜다. 나서는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K-X로 향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사찰 생활이 익숙해지자 공양간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급히 떠나는 장신의 강 소령이 여러 승려들의 이목을 끌었다.




승복은 도원스님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밝은 빛이 가득한 세상에서 함께 무예를 연마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말을 타고 푸른 들판을 질주했다. 맑은 개울가에서 물놀이도 함께 즐겼다.


웃음 가득한 나날이었다. 자신의 삶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다.


도원 스님이 먹음직스러운 복숭아를 가져오더니 승복의 입에 한가득 먹여 주었다.


“와, 꿀맛인데요.”


승복은 맛있는 과일을 정신없이 먹으며 해맑게 웃었다.


그런 승복을 도원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승복아, 이제는 그만 가야지.”


도원 스님의 인자한 얼굴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나왔다.


“저는 여기 있을 거예요. 스님과 영원히.”


“시간이 다 됐어. 너에겐 할 일이 아직 있구나.”


승복의 머리를 쓰다듬던 스님의 따스한 손길이 점차 멀어졌다.


“승복아 건강하렴. 나중에 다시 보자꾸나.”


승복은 스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허공에다 마구 손짓을 했지만 둘 사이의 공간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뚜! 뚜! 뚜!


실내는 규칙적인 신호음이 울리는 가운데 승복이 눈을 떴다. 투명하고 이질적인 액체가 가득한 공간에 자신이 갇혀 있는 걸 깨달았다.


‘여긴 어디지? 내가 죽은 건가? 살아 있는 건가?’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되지 못했다.




푸아악!


뚜벅! 뚜벅!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깨어났군.”


한 남자가 스크린에 비친 인체의 각종 데이터를 바라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수피아, 메디컬 테스트를 종료해줘.”


“네.”


쏴아악!


승복은 자신의 몸을 감싸던 액체가 빠르게 사라지는 걸 느꼈다.


위이잉!


이후 투명한 관이 열리면서 입안에 씌어 있던 마스크도 자동으로 탈착됐다.


“으윽.”


승복이 갑자기 일어나려 하자 다소 현기증이 일었다.


“넘 무리하지는 말게. 상처는 회복되었지만 아직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누구신가요?”


승복은 마주한 사람이 상당한 장신이라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있는 것도.


“자네를 살린 사람이지.”


그가 팔짱을 낀 채 미소 띤 얼굴로 자신의 눈을 응시했다.


“감사합니다.”


승복이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다 선반 위에 잠시 걸터앉았다.


눈을 계속해서 깜빡였다. 아직 의식이 뚜렷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승복은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자 소용돌이 치던 전장에서의 급박했던 일들이 물밀듯이 떠올랐다.


“몽골군은 어떻게 되었나요? 스님들은? 승도들은?”


두서없는 말과 함께 밖으로 급히 나가려고 출입문을 찾았다.


그가 벽면을 이리저리 뒤지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자네 지금 그 모습으로 바로 나갈 건가?”


강 소령이 승복의 아래로 짓궂은 눈길을 보냈다.


“오호!”


순간 무슨 뜻인지 몰라 의아하던 승복은 그제야 자신이 알몸인 걸 알고 얼굴이 붉어졌다.


“강 소령님, 그만 놀리시고 빨리 가져온 옷이나 주시죠.”


대뜸 수피아가 끼어들었다.


승복이 잠시 주위를 둘러 보고는 사람이 없는데도 목소리가 나오자 어리둥절했다.


“하하하!”


강 소령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자네, 우선 이 옷이나 입게.”


승복이 깨어나면 줄려고 미리 준비해 둔 옷을 오는 길에 가져왔었다. 강 소령이 그제야 옷가지를 내밀었다.


승복을 배려해 잠시 몸을 뒤로 돌렸다.


주섬, 주섬.


“이미 몽골군은 도망갔다네.”


강 소령이 다시 돌아보며 옷을 다 입은 승복을 향해 말했다.


“오랜 시간 내부에만 있어 답답할 거야.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부드러운 죽이라도 먹도록 하게. 자세한 이야기를 그때 들어도 늦지 않을 거야.”



저벅. 저벅.


푸아악!


앞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신선한 공기가 폐부로 가득히 들어왔다.


“제가 진짜 죽지 않았군요.”


자신이 익숙하게 보던 황룡사의 정겨운 경내를 보자 살아 있다는 게 비로소 실감 났다.


그리고 자신이 나온 곳을 무심코 다시 돌아봤다.


“어떻게···.”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강 소령과 K-X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곳에는 신비한 보라색 빛으로 명멸하는 육중한 무언가가 세워져 있었다.


그제야 승복은 자신이 건물이 아닌 저곳에서 나왔다는 것을 제대로 자각했다




* * *





런던 동쪽 인근 해안가에서 한 금발의 남자가 뭍으로 힘겹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붉은빛의 안광이 점차 사그라들더니 얼마를 가지 못하고 모래사장에서 맥없이 쓰러졌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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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3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9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5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6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6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50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69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0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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