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567
추천수 :
133
글자수 :
110,837

작성
24.08.13 09:58
조회
231
추천
4
글자
10쪽

사투(死鬪)

DUMMY

* * *






살리타이 부대는 거칠 것 없이 남으로 남으로 질주해갔다.


그러다 마주한 곳이 경기도 일대의 작고 비루해 보이던 처인성이었다.


“규모가 초라하군. 저놈들은 병사들이 아닌 듯한데?”


“여기가 처인부곡이라고 천민집단 거주지에 위치한 곳이다 보니 제대로 된 병력은 없고 천한 것들만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 짧은 저놈들은 뭐지?”


“중으로 보입니다. 고려는 중들도 전시에는 병력으로 활약하곤 한다는군요.”


“흥, 웃기는 놈들이군. 절에 처박혀 염불이나 외울 것이니 감히 싸우려 들어?”


백여 명 남짓의 승려에 천민이 모여 있는 게 보잘것없어 보였든지 살리타이는 코웃음을 치며 바라봤다.


“바로 공격에 들어간다!”


“공격하라!”


살리타이의 공격 명령에 부장이 다시 명령을 내리자 몽골의 군마가 질풍처럼 돌진했다.


그러나, 대몽골군에 바로 항복해도 뭐 할 상황이거만 결과는 너무도 예상 밖으로 터무니없었다.




“우리가 저 사나운 몽골군을 과연 물리칠 수 있을까요?”


막상 싸움이 시작되자 중년의 사내가 창을 부여잡은 채 다리를 떨고 있었다.


“우리가 수성만 제대로 한다면 계획대로 적에게 한방을 크게 먹일 수 있습니다. 몽골군은 한 놈도 살려두지 않는다고 하니 여기서 죽을 각오로 싸울 수밖에는 없군요.”


한 승려가 사람들이 보이는 둔덕 진 곳으로 올라섰다.


“지금 여기에는 우리 외는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키지 않는다면 저 짐승같은 몽골군에 의해 우리 가족과 고향은 무참히 짓밟히고 유린당할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최후까지 싸워서 이곳을 꼭 지켜낼 것입니다.”


“무엇이 두려운 것입니다. 저는 저 짐승같은 몽골군은 두렵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가족과 고향을 마지막까지 지켜내지 못하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나를 따라 이곳을 지켜내지 않겠습니까!”


정명한 눈빛의 한 승려였다. 그의 의기충천한 외침이 성내의 사람들을 일깨우고 있었다.


그렇게 처인성 백성들은 이를 악물고 두 다리에 다시금 힘을 주고는 용기를 내어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그들이 막연한 두려움 너머 내달리는 몽골의 군마를 직시했다.




“적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는 병력 손실이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살리타이는 예상과 다른 전황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처구니없군. 어느 나라고 우리만 보면 정규군도 도망치기 바쁜데 이 고려 놈들은 천한 놈들이 더 지독하군.”


처인성 동문에서 밀어붙여도 성과가 나지 않자 살리타이가 좀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 근접해 있었다. 그런 가운데 부장들과 성곽 쪽을 주시하며 쓴맛을 다시고 있었다.


“커어억!”


별안간 살리타이가 신음소리를 내며 말에서 꼬꾸라지듯 낙마했다.


“기습이다! 기습!”


숲 쪽 풀숲에서 고려 승려와 일부가 저격을 끝내고는 신속히 이동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닥에 떨어진 살리타이는 심장 급소를 맞고는 몸을 떨다 숨이 끊어졌다.


대군은 아니였지만 몽골의 케식(친위대)이자 정예군을 이끌고 들어온 살리타이 총사령관이 한 승려의 화살에 사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놈도 중놈이었지.”


탕구타이가 그날의 충격이 떠올라든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의 눈에 붉은 실핏줄이 터져 나왔다.


‘복수는 열 배, 백 배로.’


“황룡사 안의 중들은 모조리 죽인다. 정면뿐 아니라 양 측면에서 치고 들어가라고 해!”


그의 음성이 씹듯이 좌중으로 퍼져나갔다.


“총공격이다!”


부우웅~! 부웅~!


뿔피리 나팔 소리가 병사들의 뜨거운 피를 부르고 있었다.




“몽골군이 이번에는 총공격해 오려는 듯합니다.”


황룡사 꼭대기에서 전황을 주시하던 율장 스님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런 가운데도 방장스님은 특유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동서쪽에서도 밀고 들어오면 계획대로 시행하게.”


“네.”


둥! 둥! 둥!


사찰 내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목을 끌고 견제하려던 동서 양진영의 몽골군이 고려의 쇠뇌 사거리에 놀라 소극적으로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진격하라!”


“고려 중놈들은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와아아!”


슝! 슝! 수슝!


퉁! 퉁! 투퉁!


고려와 몽골군 간에 화살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몽골군이 담장 쪽으로 빠르게 접근해 갈고리 밧줄을 걸었다.


척! 척!


퍽! 윽!


오르는 가운데 죽거나 떨어지는 이들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수백 명이 담장을 넘어섰다.


“지금이다!


콰장창!


외곽 담장 사이 소로 쪽으로 항아리들이 떨어졌다.


“발사!”


화르륵!


정문과 마찬가지로 양쪽 담장 소로 쪽으로도 불길이 거세게 치솟았다.


마치 황룡사 주위가 화염에 둘러싸여 염화 지옥을 방불케 했다.


“으아악!”


“살려줘!”


불에 타 몸부림치는 이들을 무시한 채 그들의 어깨를 밟고 계속해서 담장을 넘어갔다.



“쟈칸, 중놈들을 지붕에서 끄집어 내리지 못하면 낭패입니다.”


“빌어먹을, 이 중놈들이 내부에 사냥 덫을 빽빽이도 박아놨군.”


황룡사 내부는 이동식 검차형의 죽창벽과 함께 외곽에는 앞쪽이 더 튀어나온 X자형으로 묶어 놓은 죽창들을 지그재그로 박아 놓아 진입을 어렵게 해놓았다.


“지붕 위에서 쏘는 저격에 고립된 인원들이 담장을 넘어도 계속해서 저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건물들이 크고 웅장하다 보니 건물 지붕 위에 배치되어 있던 고려 승도의 인원도 상당했다.


“안되겠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적의 시선을 계속해서 유도하고, 너희 부대는 옆으로 돌아서 타고 올라간다.


일부의 부대가 넓게 퍼지면서 건물의 삼면으로 치고 들어갔다.




“으악~!”


쿵! 쿠쿵!


지붕 위로 가까스로 올라온 몽골군을 맞이하는 건 방패 사이로 불쑥 튀어나온 날카로운 창의 합격이었다. 몽골병이 계속해서 낙마하는 사고가 나왔지만 그 이상의 몽골병들이 올라섰다.


“정말 끝이 없군.”


“헉! 헉!”


“이곳을 반드시 사수해야 하네!”


“승수, 자네는 여전히 펄펄하구먼.”


승찬이 눈가에 흐르는 핏물을 소맷자락으로 닦으며 이빨을 시원스럽게 드러냈다.


차장! 창!


푹! 윽!


옆에서 치고 들어오는 몽골병의 상단 공격을 비스듬히 빗겨내고는 창자루로 쳐내자 옆에 있던 승수가 가슴을 꿰뚫었다.


헉! 헉!


“우리는 극락 가기는 걸렸겠지? 낄낄낄.”


차창! 창!


“방장 스님 말씀이 흉악한 마구니를 처단하는 건 부처님이 점수를 더 주신다는군. 크크크.”


문득 끝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었다. 몽골군이 꾸역꾸역 밀고 들어왔다.


푹!


"윽!"


어느새 몽골병의 만곡도가 승찬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안돼!”


쾅!


양손에 짧은 단창으로 분리해서 싸우던 승수가 달려가 상대의 칼을 쳐내고는 어깨로 타격을 가했다. 연이어 달려오는 반대편 몽골 병사를 향해 창을 던졌다.


나가떨어진 몽골병이 구르다 지붕 끝자락에 겨우 매달렸다.




“저기 동쪽 진영이 위태롭네.”


“박 씨, 자네는 아래에 내려가서 지원해주게.”


황룡사의 각층 마다 자신이 보이는 방위 쪽에서 저격할 수 있는 승도를 대거 배정해 두고 있었다.


박 씨가 일부를 데리고 아래층에 합류해서 동쪽 지붕 위를 대거 점령해가는 몽골군을 항해 저격을 독려하자 위태롭던 고려 쪽 전세에 조금씩 숨통이 터졌다.




정면의 전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갔다.


경내로까지 대거 밀고 들어 온 몽골군은 죽창벽을 타고 넘어와서 공격 해오려 했다.


죽창벽은 정면뿐 아니라 위쪽으로도 쉽게 타고 오르지 못하게 높게 치솟아 있었다.


뻑! 뻑!


“젠장!”


대나무가 생각보다 질기다 보니 만곡도의 칼로는 쉽게 잘리지 않았다.


빡!


컥!


안쪽에서 편곤이 날아들어 몽골병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칼로 안 되면 도끼로 찍어서 죽창 대가리를 없애 버려라!”


그러자 몽골병들이 도끼를 꺼내서는 방패를 앞세워 곳곳에서 죽창벽에 올라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한 놈도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 이 더러운 몽골 놈아!”


“대가리를 깨부숴 줄 테니 잠자코 있어, 이 육시랄 고려 중놈아!”


죽창벽을 부수려는 핏발 선 자와 저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자간에 살벌한 도끼질과 철퇴가 오고 갔다.


슝! 슝!


퉁! 퉁!


그런 가운데 사방에서 화살이 여기저기서 내리꽂히거나 날아다니고 있었다.


“중놈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와~~!”


기세를 담은 몽골병들이 죽창벽을 하나 둘 와해시키며 넘어오기 시작했다.


푹!


승복이는 자신의 눈앞에서 도끼를 들고 찍듯이 하강하는 몽골병의 옆구리를 사선으로 꿰뚫고는 뽑아냈다.


“더 이상은 위험합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도연 스님도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


“이 선으로 후퇴! 후퇴!”


지이잉~! 지잉!


징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일정 공간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죽창벽의 일부 공간이 열렸다.


일선에서 싸우던 승도들이 신속히 물러나자 다시 공간이 조밀하게 막혀 버렸다.


“전진!”


이 선에 있던 죽창벽이 합세해서 돌진하자 타고 넘어온 몽골병들이 일순간 갇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푹! 푹!


“커억! 컥!”


이 선에서 재차 밀고 들어온 죽창벽에 배와 목등이 뚫린 몽골병들이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후진!”


죽창벽 너머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계속해서 타고 들어 온 몽공병들이 열린 공간 사이로 다시금 속속 바닥에 착지했다.


“전진!”


“안돼!”


푹! 푹!


고기덩어리가 가시 돋은 압축기에 걸려 핏물을 쏟아내듯 비명이 이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2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7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8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4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6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5 4 9쪽
»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6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49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69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7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1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0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0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