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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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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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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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글자수 :
11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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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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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위기의 목탑

DUMMY

* * *






죽창벽에 갇힌 몽골군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무너지고 있었다.




“잠시 물러나서 재정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놈들이 이토록 준비를 철저히 했을 줄이야. 마치 늪지대로 계속해서 빠져들어가는 듯하군.”


“이 사방의 불을 봐라. 우리가 해야 할 짓을 미친 중놈들이 아니고서야 자기 사원을 대놓고 먼저 불을 질러 방어하려는 발상을 하다니···.”


불길 속에 난전과 괴성이 오고 가는 혈투는 가볍게 보았던 사찰이 아니라 어느 시가전보다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저 놈의 탑이 문제다. 저기를 봐라!”


더 넓은 초원 지대를 누비며 살아온 몽골인의 시력은 일반인들의 범주를 뛰어넘었다.


목탑 최상부에서 나이 든 승려가 곳곳에서 지시를 내리자 무너질 듯하던 진영에 지원 사격이 가해지면서 매번 무위(無爲)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고려 승도들의 눈빛도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많은 아수라장을 헤치고 온 몽골군의 눈빛과는 또 다른 치열함이 내재해 있었다.


“여기에 얻을 보물만 아니면 그냥 모조리 불태워 버릴 것을···.”


겨울로 들어선 낮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느새 하늘은 노을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황룡사 목탑의 첨탑은 사바세계의 피비린내 나는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 황금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목탑을 잠시 바라보다 입맛을 다셨다.


“쩝, 다시금 재정비한다.”


탕구타이의 명령이 떨어지자 부관의 외침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후퇴하라!”


부우웅~! 부웅~!


뿔피리를 부는 몽골병은 목에 핏대가 올라 얼굴이 불그레 졌다.



“후퇴하고 있습니다.”


율장 스님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반대로 방장스님의 눈은 가라앉아 있었다.


“어느 정도 우리의 수를 알아서니 재정비하면 더 거세게 밀고 들어올 것이네.”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승도들을 내려다보면서 방장스님의 신음이 깊어졌다.


“그동안 망가진 중요 시설들을 복구하고 부상자를 치료하게. 틈틈이 주먹밥으로 허기도 채우도록 하세나.”


방장 스님과 일행들이 아래로 내려가 정황을 살피며 분주히 움직였다.



* * *




해거름이 완연해질 때쯤 몽골의 이 차 공략이 시작됐다.


쾅! 쾅!


이번에는 몽골병도 작정하고 중문부터 공략했다. 공성전에나 쓸 법한 급조된 충차(衝車)로 때려 부수고 있었다.


“불화살을 날려라.”


슝! 슝!


충차의 지붕에는 진흙으로 발라놓아 쉽게 불이 붙지 않았다.


다시금 격화되는 교전을 내려다보는 율장 스님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정문이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


방장스님은 묵묵히 지켜보며 말이 없었다.


율장 스님이 애가 탔는지 고개를 돌려 바라보던 차에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중문 일대로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도록 하게.”


율장 스님의 눈동자가 순간 커졌다.


“그게 무슨···.”


되묻기도 전에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경내 출입문 쪽은 죽창벽을 옹성 형태로 둘러 삼중으로 고정시켜 놓도록 조치하게.”


“시간이 없네. 어서 서두르게!”


“네.”




쾅! 쾅!


끼익! 끼이익!


털썩! 털썩!


중문을 이중 삼중으로 박아 놓은 빗장과 철판이 거슬리는 소리를 내면서 떨어져 나갈 듯 연신 삐꺽거렸다.


빠직!


쿵! 쿠쿵!


결국 빗장과 철판이 견디지 못하고 거대한 중문의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


그때 충차의 지붕 위로 기름 항아리들이 날아들었다.


콰창! 슝! 슝!


화르륵!


“으아악!”


한 몽골병의 얼굴로 떨어진 기름이 불화살과 만나자 순식간에 온몸으로 불이 번지며 괴성을 질러댔다.


“피해!”


기겁한 주변 몽골병들이 자리를 박차며 벗어났다.


충차에 붙은 화염이 문설주까지 번지며 중문 전체가 거센 화염의 문처럼 변해갔다.




“기가 막히군. 중놈들이 되레 사원을 못 태워 먹어 안달이군.”


현장을 지휘하던 아질의 얼굴이 더욱 험악해졌다.


거센 불길에 몽골의 공략이 잠시 주춤했다.


“뭣들 해, 다른 충차로 밀고 들어가!”


“나머지는 사다리를 타고 공략한다.”


“총공격!”


부우웅! 부웅!


불타는 중문을 향해 달려가는 몽골병들과 교차되는 고려 승도들간의 얼굴은 시시각각 긴장감으로 다시 고조되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수록 몽골병들을 저지하기 위한 외곽의 불길은 더욱 선명해졌다.


“경내 문 쪽에 설치된 죽창벽도 다 무너졌습니다.”


입이 타는지 율장 스님의 음성이 메말랐다.


그 와중에도 고려 승도와 몽골병 간에 온갖 고성과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몽골병들이 경내로 진입하자 탑 쪽을 집중적으로 뚫어냈다.


입에서 뺨으로 뱀처럼 휘어진 상처가 난 합라가 목탑을 올려다봤다.


황룡사 구층 목탑은 중심부에 심초석을 박아두고 육십넷 개의 받침석 위에 우람한 기둥이 일정 간격으로 세워진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엄청나구나.’


“다와, 너희들은 탑을 점령할 때까지 저곳을 저지선으로 방어해라!”


“나머지는 신속히 탑을 점령하라!”


그가 거친 음성을 토해냈다.


전방 쪽에 방어선을 구축하는 동안 도끼를 든 몽골병들이 막아놓은 목탑의 출입문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퍽! 퍽!


콰직!




“탑 쪽에 달라붙어 출입문을 깨부수고 안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싸우다 잠시 전황을 살피든 승복이 도연 스님에게 우려를 표했다.


“빨리 지원해서 밀어내야 합니다!”


승복의 고함 소리에도 도연 스님은 동쪽 진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동쪽 진영도 붕괴 직전으로 위급한 상황이었다.


“음···.”


어디가 우선이라고 하지 못할 만큼 곳곳이 시시각각 위급을 다투고 있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정문에선 몽골병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목탑이 공격을 받고 있자 지원 사격에 틈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네는 이쪽 승도를 데리고 목탑 쪽으로 지원하게.”


승복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명, 자네 쪽은 동쪽을 받쳐 주게나.”


이후 전방을 향해 도연 스님의 일갈이 터졌다.


“대오 전진!”


삼겹의 죽창벽을 구축하고 있던 고려 진영에서 전방의 죽창벽이 몽골을 일시에 밀어붙였다.


그러자 벌어진 공간으로 이 선의 죽창벽이 틀어서 목탑과 동쪽으로 나뉘어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삼 선의 죽창벽이 빠르게 이동해서 받쳐 주었다.




출입문을 깨부순 몽골병들이 본격적으로 좁은 내부 계단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부에도 층마다 막아놓은 가운데 고려 승도와 몽골병간의 악투가 벌어졌다.


퍽! 퍽!


“으아악”


쿵닥! 쿵!


저지대를 깨부수는 동안 내리 찌르는 창에 쇄골이 꿰뚫린 몽골병이 비명을 지르며 계단 옆으로 굴러떨어졌다.


투툭!


“X발!”


위에서 사선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둥근 방패로 겨우 막은 한 몽골병은 순간 욕지거리를 해댔다.


좁은 계단을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몽골병들이 불리하다 보니 계속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웬만한 여성의 허리 굵기 만한 목둘레를 자랑하는 우사르가 후방에서 지켜보다 앞으로 나섰다.


성큼! 성큼!


"윽! 큭!"


그는 앞의 몽골병들의 어깨를 발판 삼아 저돌적으로 타고 오르더니 웬만한 도끼의 두 배는 넘을 것 같은 대부월(大斧鉞)을 번쩍 들어 올렸다.


놀란 고려 승도가 반사적으로 창을 내리 찔러댔지만 부월의 단면으로 슬쩍 쳐내더니 과감하게 내리찍었다.


쩍!


저지대로 막아놓은 목재가 한 번에 쭉 갈라졌다.


퍽!


퍼썩!


그의 우악스러운 발길질에 목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팅! 팅!


날아오는 화살도 부월도 단면을 방패 삼아 막아 내더니 그대로 날아오르듯 타고 올라 주위의 승도들을 순식간에 도륙해 버렸다.


“뭐들 해!”


피칠을 하고 서 있는 우사르의 얼굴에 기가 질렸는지 순간 멈춰 서 있던 부하들이 이 층으로 대거 난입했다


“모조리 죽여라!”


몽골군과 승도 간의 일대 교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계속해서 올라오는 몽골군에 둘러싸인 승도들은 결국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신성해야 할 불탑이 승도들이 흘린 붉은 피로 흥건했다.


쩌벅! 쩌벅!


몽골군이 신고 다니는 고탈의 가죽 밑창이 피 액으로 끈적거렸다.


널브러진 시체를 매서운 눈으로 재차 확인한 합라가 건조한 음성으로 다음 명령을 지시했다.


“다음 층으로 올라간다!”




“큰일입니다. 몽골병들이 이미 이 층을 점령하고 삼 층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래에 있던 박 씨가 올라와 다급한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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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3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8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4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 위기의 목탑 24.08.14 226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6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50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69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0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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