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581
추천수 :
133
글자수 :
110,837

작성
24.08.10 23:02
조회
249
추천
5
글자
9쪽

사면초가

DUMMY

* * *





본인들 쪽으로 치고 들어올 것 같았던 고려의 떨거지들이 남쪽으로 급선회하며 허를 찔렀다.


“고려놈들이 또 얕은 수를 쓰는구나.”


방어 태세로 기다리고 있던 바카투르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어서 가서 도와라!”


동쪽 진영의 몽골병들이 수비 자세를 풀고 공세적으로 튀어 나갔다.


피슝! 슝! 슝!


그러나 이내 주춤했다.


남쪽으로 이탈하면서 순간 꺼지듯 지붕에 엎드려 있던 도원 스님 일행이 용마루를 방패 삼아 저격을 가해왔다.


쐐애액!


팍! 파팍!


“일부가 매복해 있어 통과가 쉬지 않습니다.”


“정말 성가신 놈들이군.”


“내려가 아래에서 놈들의 후방을 노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길 봐.”


투사르의 전방 부대가 고려 승도들의 방어선을 하나씩 뚫으며 근접해 오고 있었다.




“뭐들 해, 일 선은 빨리 붙어서 치고 들어가!”


“이 선은 일선이 움직일 때 고려 놈들을 한 명이라도 사살하거나 견제해서 움직임을 묶어둬!”


“너희들은 밑으로 내려가서 아래에서도 견제 사격을 가해!”


몽골의 전방부대 일선 지휘관이 수시로 고함과 지시가 이어졌다.


전방의 몽골군들은 일 선이 방패와 후방의 각궁으로 지속적 견제와 사격을 가하면서 좁혀 오다 보니 고려군의 방어선도 계속해서 후퇴를 거듭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겠어. 빨리 후방으로 퇴각해야 하네.”


“아직은 안돼. 우리가 좀 더 시간을 벌어줘야 남쪽을 뚫고 살아 돌아갈 수 있네.”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 자넨 저기 가서 지원해주게.”


지붕에서의 교전은 몽골병들에게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대규모 백병전으로 밀고 가기에는 각 지붕의 공간이 협소했고 둘러싸려고 하면 고려의 승도들은 진형을 유지하면서 후퇴했다. 그때마다 포위가 무력화되었고 후퇴와 협공이 능숙하게 돌아가다 보니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려의 방어선도 후방 탈출을 위해 물러날 수 없게 되자 몽골병과의 물리적 충돌이 본격화 되었다.


“고려놈들은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와~!"


“온다, 일 열은 창을 들어 밀어내기를 시도한다!”


“이 열은 몽골병 후방의 화살 부대와 아래로 오는 공격 견제를 지속한다.”


쾅! 창! 창!


콰당!


첫 충돌에 힘을 버티지 못하고 지붕에서 떨어져 낙마하는 이들이 나왔다.


“다시 출!”


고려 승도들은 복창과 함께 창을 일시에 찔러댔다.


쾅!


콰당! 쾅!


몽골병들이 방패로 막아봤지만 고려의 창을 이용한 합공에 밀려나 지붕 아래로 빈번히 떨어졌다.


녹록지 않는 고려의 저항에 지켜보던 투사르의 노기가 치솟았다.


“뭣들 하는 거냐. 다들 일시에 밀고 들어가!”


“출(出)”


“출(出)!”


고려 승도들은 손아귀가 터져 나가듯 창을 쥐어 잡고 찔러대기를 반복했고 몽골병들은 악착같이 밀어붙이기를 이어갔다.


"헉, 헉, 푸우우!"


한 승도가 헐떡이는 숨을 길게 토해냈다.


“한계야, 더 이상 버티기 힘드네그려.”


"헉, 헉."


“조금만 더 힘내세. 우리가 버텨야 나머지 승도들이 살아나갈 수 있어!”


"컥!"


순간 휘어진 칼날 하나가 옆에서 분투하던 동료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푹!


다른 방향에서 연이어 도끼가 어깨를 내려쳤다.


“너 놈들은··· 내가 꼭·· 데려가마.”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마지막까지 창자루를 놓치지 않았다. 창을 수평으로 눕혀서는 육탄 공격을 가하듯 몽골병 둘을 밀어붙였다.


콰당!


몽골병과 수원승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곳곳에서 처절한 혈투가 오고 갔다.


그때마다 여기저기서 비명과 괴성이 터져 나왔다. 덩달아 인근 산속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유난히도 길고 구슬프게 짖어댔다.



* * *




어느 허름한 헛간.


“스님, 나머지 인원들은 살아 돌아갔겠죠?”


“일단 남쪽을 뚫고 탈출에는 성공한 것 같더군.”


도원 스님의 낯빛이 무거웠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방어선을 유지하느라 죽어 나간 동료들이 제법 되었다. 몇 명은 살아서 도망치듯 이렇게 숨었지만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근데, 스님···.”


"쉭!"


대화가 일시 끊어졌다.


도원 스님이 무기를 집어 들더니 문 옆으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뒤쪽 문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쾅!


팍! 팍!


누군가 문에 발길질을 가하자 안으로 화살이 틀어박혔다.


그와 동시에 뒤쪽 문에서도 몽골병들이 들이닥쳤다.


붕! 붕!


"으악!"


도원 스님의 창날이 파공음을 가르며 각궁을 들고 사격하던 몽골병에게 쇄도했다. 반사적으로 막아봤지만 활대를 부서고 파고든 창이 어느 몽골병의 목 부위 살점을 훑고 지나가자 비명을 질러댔다.


연이어 뒤로 회전하며 낮게 창을 휘둘렀다.


“이큭!”


뒤에서 덮치던 몽골병 하나가 기겁해서 뒷걸음질 쳤다.


구부린 자세에서 반동을 이용해 앞으로 치고 나가자 몽골병이 칼을 내려쳤다. 재차 창으로 쳐내면서 안으로 뛰어들었다.


“내가 길을 낼 테니 비켜서게!”


우렁한 외침과 함께 합을 맞춘 듯 나머지 승도들이 일시에 옆으로 비켜 물러나자 허공을 가른 몽골병들의 만곡도가 거센 파공음의 창자루에 튕겨 나갔다.


붕! 붕!


창! 창!


“뛰세!”


도원스님의 창이 위협적인 회전을 그리며 공간을 벌리자 나머지 승도들이 튀어 나갔다.


마당으로 들어서자 다른 몽골병들이 막아섰다.


도원스님 일행이 대청마루로 올라가 등지듯 높이를 점했다.


몽골병이 수적 우위에 자신감을 가지며 달려들었다.


휭!


"컥!"


콰당!


도원 스님의 팔뚝에서 선명한 힘줄이 도드라지면서 창이 횡을 그리며 바람을 갈랐다. 그러자 앞서 나오던 몽골병 하나가 가슴을 부여잡고 마당으로 날아가듯 쓰러졌다.


무기를 든 몽골병들의 잠시 주춤했다.


그런 사이에 대청마루에서 진을 친 도원 스님과 세 명의 일행이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


“스님, 뒤쪽으로 돌아 움직이는 놈들이 있습니다.”


“알고 있네.”


스님의 잠시 비어 있는 안방으로 눈길을 줬다.


서로의 눈빛이 빠르게 오갔다.


뒤로 돌아온 일부 몽골병들이 저격을 가하려 했다.


“뛰세!”


쾅! 쾅!


순간 옆 안방을 육탄으로 밀고 들어가서는 다시 창문을 뚫고 빠져나갔다.


날 듯 담장을 뛰어오르면서 쫓아 오던 몽골병에게 전광석화로 쇠뇌가 발사되었다.


슝! 슝!


헉! 커억!


따라오던 몽골병이 피를 흘리며 주저앉았다.


쇄애액! 슈웅!


퍽, 퍽!


옆 가옥으로 이리저리 옮기며 질주할 때마다 사방에서 몽골병들의 눈먼 화살이 날아왔다.




"헉! 헉!"


“스님, 사면초가입니다.”


“자네, 괜찮은가?”


“견딜만합니다.”


도원 스님은 자신의 승복 자락 일부를 찢어서는 상처 난 어깨를 동여 매어주었다.


“다들 희망을 버리지 말게.”


도원 스님은 지친 기색에도 힘주어 이야기했다.


“밤이 깊어가니 저들도 우리를 쉽게 공략하기는 힘드네.”


일순간 목이 타올랐다.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눈빛만은 꺾이지 않았다.


“여기서만 벗어날 수 있으며 자네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있네. 네 꼭 자네들은 살려 보내겠네.”


“저희들이 스님을 지키겠습니다.”


서로의 눈빛에 뭉클한 동지애가 느껴졌다.


“하하하!”


투박하고 거친 웃음소리가 귀가를 파고들었다.


도원 스님의 눈길이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고려놈들, 쥐구멍에 숨어서 노는 모습이 눈물 날 광경이군. 크크큭!”


“이놈들아, 계속해서 도망치면서 숨어 있는다고 못 찾을 것 같으냐!”


매서운 눈빛의 몽골병 하나가 도원 스님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몸이 움직이려 했다.


그러자 웃던 몽골병이 손짓하자 살기가 주위를 둘러쌌다.


“스님, 완전히 포위된 것 같습니다.”


“음···.”


도원스님이 창자루를 다시금 굳세게 거머쥐었다.


“내가 먼저 뚫고 가겠네.”


도원 스님의 거머쥔 창이 전투태세를 취하려하자 담장을 둘러싸고 있던 몽골병들이 각궁을 치켜들고 스스럼없이 겨누었다.


십수 명의 살기 어린 화살촉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스님, 지금 나갔다가는 화살받이 밖에는 안 됩니다.”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건물 안으로 다시 움츠러들면서 대치 국면이 이어졌다.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들어가지. 크크큭.”


털썩!


수염이 덥수룩한 몽골병 하나가 너털거리며 뛰어내리자 각궁으로 겨냥한 몽골병들이 하나, 둘 바닥으로 내려와서는 살기를 조여왔다.


일부가 만곡도와 방패를 거머쥐고 나서자 각궁으로 겨냥한 이들은 이선으로 물러나 지원 사격을 유지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쩌벅! 쩌벅!


잔돌이 깔린 마당이 십수 명의 발걸음 소리에 거침없는 비명을 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3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9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5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30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6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7 4 8쪽
» 사면초가 24.08.10 250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50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70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1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1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