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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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578
추천수 :
133
글자수 :
110,837

작성
24.08.1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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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추천
4
글자
8쪽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DUMMY

* * *






쐐애액!


팍! 팍! 파팍!


화살이 쇄도했다. 도원 스님 일행이 몸을 숨기면서 피했지만 끊이지 않았다.


“공격!”


여의치 않자 몽골병들이 난입해 들어갔다.


차창! 창!


창과 칼이 공간을 가득 메우며 살벌한 교전이 벌어졌다.


푹! 퍼퍽!


도원 스님 일행 중 한 명은 분리된 창자루를 쌍검마냥 막고 찔러댔다. 양손의 놀림이 유기적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한치의 물러남이 없었다.


깡! 퍽!


“컥!”


이리저리 옮겨 가며 정신없은 난전과 공방이 이어지자 몽골병의 사상자가 속출했다.


"헉! 헉!"


턱밑까지 올라오는 가쁜 숨을 내시는 도원 스님과 일행은 이미 붉은 피로 온몸이 범벅이 되어갔다. 이것이 자신들의 상처인지 상대의 선혈인지는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졌다.


스님의 시야가 점차 흐려지고 있었다.


피융! 슝, 슝!


“커억! 컥!”


난데없이 후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도원 스님! 스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꿈인가?’


"컥! 윽!"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몽골병들이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촉에 계속해서 쓰러져 갔다.


윙! 윙!


“으아악!”


이후 볼이 파인 남자가 난입해서는 창대를 휘두르며 기습을 가하자 몽골병들이 외마디 비명소리를 질러대며 나가떨어졌다.


“스님, 괜찮으십니까?”


“자네들도 괜찮은가?”


언제나 늠름해 보이는 보명이 창 한자루로 헤치고 들어와 반가운 얼굴로 스님과 주위 동료에게 안부를 건넸다.


후방에서 들이닥친 이들로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자넨, 왜 왔는가?”


“승복이가 도원 스님을 꼭 데려가야 한다고 나서니 저희 일행도 따라 올 수밖에요.”


보명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잠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의 드러난 치열이 환하게 빛나 보이는 건 착각이였을까?


“말은 아끼고 그만 나가시죠. 자네는 스님을 부축하게.”


승복이 다가와 스님을 부축하자 도명이 일행들 앞으로 나섰다. 창끝을 사선으로 떨구고 자세를 낮추고는 발바닥에 힘을 실었다.


“갑시다!”


윙! 윙!


보명의 창이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몽골병들을 휘젓으며 공간을 만들어냈다.


삐익! 삐익!


어디선가 날카로운 신호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 * *




보명의 창이 혼신의 투혼으로 탈출구를 만들어 갔지만 신호를 받고 온 몽골병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승복아···.”


등에 업혀 있던 도원 스님의 메마른 음성이 들려왔다.


“그만 내려다오. 나를 두고··· 가다오.”


승복의 등짝은 이미 붉은 피로 젖어 있었다.


이리저리 탈출을 시도하다 묵묵히 있던 스님의 상처를 발견하곤 임시방편으로 눌러 놓은 곳에서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 안됩니다. 반드시 같이 가셔야 합니다.”


“아니, 너도 할 만큼 했구나. 그 마음··· 잊지 않으마. 내가 더 이상 짐이 되기가···싫어.”


“······.”


승복의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전방을 주시했다.


예전보다 더 많은 몽골군이 중과부적으로 겹겹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승복이가 스님을 옆으로 곱게 내려놓았다.


그는 상처가 터진 스님의 옆구리를 옷을 뜯어 다시 막았다. 그동안 흘러나온 피가 그의 손을 적셨다.


그런 모습을 일행과 몽골군이 지켜봤다.


그가 돌아섰다. 그도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피범벅과 상처에 지친 기색이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기백을 잃지 않고 있었다.


뜨거운 피로 붉게 물든 그의 손을 잠시 쳐다보았다. 그 손을 자신의 얼굴에 분장하듯 그려갔다. 그건 어떤 신성한 의식과도 같아서 좌중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었다.


“나는 내세를 믿는다. 죽어서도 다시 태어나 이 땅을 지키고 불법을 수호하리라.”


그 외침은 그리 크지도 낮지도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누구에게나 뚜렷하게 들려오는 묘한 울림이었고 서원(誓願)이었다.


그가 창을 앞으로 세웠다.


“덤벼라!”


그 말을 따라 마치 둑의 물이 터져 나오듯 몽골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창! 창! 차창!


이미 숫자에서 압도한 몽골군은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리면서 차륜전으로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승복이와 보명 그리고 일행들은 더 이상 목숨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결코 포기하지도 않았다.


마치 이 순간 온몸을 산화하듯 불꽃처럼 투혼을 불태우며 몽골병들과 치열하게 맞서 싸웠다.


온몸이 찢기고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도원 스님의 앞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육신은 당연히 불멸이 아니었다. 그들의 의식과 육신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와~~!!”


“공격하라! 공격하라!”


주위를 압도하는 커다란 함성과 함께 또 다른 세력이 휩쓸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쟈칸(백호장), 상당한 고려군이 후방에서 치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음··· 하여튼 고려놈들은 지독하고 성가시군. 넌 빨리 지원군을 불러와라.”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 있으면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있는 고려 승도들을 잠시 지켜보았다.


굴하지 않는 모습이 약소부족를 제국으로 이끈 칭기즈칸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 했다.


백호장이 부관에게 말했다.


“일단 우리도 지원군이 올 때까지 치고 빠지면서 이 선으로 조금씩 물러난다.”



* * *


"윽!"


"커어헉, 헉, 헉."


승복이 창에 의지해 한쪽 무릎을 꿇고는 숨을 헐떡였다.


흐릿한 눈동자에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었다.


철커덕, 철커덕.


갑옷을 입은 한 장수가 승복이 일행에게로 다가왔다.


“수고가 많았어. 별초군을 모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렀네.”


중년의 장수가 잠시 뒤쪽을 곁눈질했다.


“보아하니 스님이 많이 안 좋은 듯하니 자네들은 빨리 이곳을 벗어나 스님을 치료하게나. ”


어느 정도 심신이 회복되자 승복의 초점이 뚜렷해졌다. 예전 건천 부산성(富山城)에서 봤던 장수였다.


그가 창자루에 의지해 다시금 몸을 세우자 온몸이 비명을 질렀지만 표정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정신없이 싸우는 동안 잊고 있었던 누군가에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급해졌다.


그가 도원 스님 곁으로 다가가 검지를 인중으로 가져갔다. 숨소리가 너무도 미약했다.


쿵! 쿵!


심장이 방망이 쳤다.


급히 도원 스님을 업고 뛰어나갔다.


승복이 질주하자 그 뒤를 일행들이 따라붙었다.


“스님, 스님, 조금만 견디십시오. 유연 스님이 반드시 치료해 주실 겁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을까? 달리는 가운데도 그의 입에서 두서없는 말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승복이와 일행들은 정신없이 달리고 달렸다.


읍성을 벗어나 한참을 더 가던 중 누군가가 승복이를 붙잡았다.


“잠시 멈추게.”


“아니 계속 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보명이 앞으로 가서 더욱 강하게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의 숙여진 고개가 어두웠다.


“잠시 스님의 상세를 보세나.”


스님의 팔이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어느 순간 그도 느꼈지만 계속해서 달렸다.


쿵!


그의 양 무릎이 지면에 떨어지더니 엎드린 채 고개를 파묻었다.


“흑, 흑, 흑.”


처음은 들릴 듯 말 듯 잔잔한 흐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터져 나온 울음소리가 쓸쓸한 들판에 가득히 메아리쳤다.


승복의 넓은 등에 파묻혀 있는 도원 스님은 꿈을 꾸듯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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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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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3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9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5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6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7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50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69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1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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