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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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571
추천수 :
133
글자수 :
110,837

작성
24.08.09 10:49
조회
297
추천
6
글자
10쪽

덫을 놓다

DUMMY

* * *



“박 씨, 이번 계획은 합(合)이 중요해. 그럼 다들 무운을 비네.”


“스님도 무탈하십시오.”


각자의 눈에는 묵직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서로의 눈빛을 잠시 교환하고는 도원 스님 일행이 깊숙이 치고 들어갔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주택가는 더욱 차갑고 스산한 분위기였다.





“스님, 저기서부터 몽골의 외곽 경계선입니다. 이곳 대로(大路)를 중심으로 옆 소로(小路)를 따라 주변 지역을 정찰하고 안쪽에선 계속해서 약탈이 쉴새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서로 갈라지는 읍성 중심부에서 좀 더 내려온 곳에서 몽골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곳을 틀어막고 있으니 안으로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쉽지는 않은 지점이었다.


“지금 보니 이쪽은 병력이 너무 많은데? 시선을 완전히 끌어내기가 쉽지 않겠어.”


“그럼, 우선 소로(小路) 쪽에 배치된 적은 병력부터 은밀하게 소진시켜 끌어내는 게 어떨까요?”


“음··· 그럼, 승복이가 소로 쪽을 맡아서 계획대로 실행하거라.”


승복과 삼십여 명의 일행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우리도 움직이지.”


나머지 일행이 도원스님을 따라 은밀히 이동했다.




소로 쪽은 공간이 좁은 관계로 병력의 밀집도는 낮았지만 구역마다 촘촘히 배치되어 있었다. 유사시 서로가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여기서 세 개 조로 나뉩시다. 이번 작전의 성패는 은밀한 접근과 동시 사격입니다.”


어둠 속에 다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듣고 있었다.


“제가 제일 깊숙이 자리 잡고 나면 신호를 보낼 때 일제 사격을 가해야 합니다. 대로(大路) 쪽 병력을 끌어들이는 게 목적이니 사방을 점해서 동시다발로 과감한 처리가 중요합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들 무운을 빕니다.”


그동안의 훈련이 헛되지 않은 듯 다들 몸놀림이 기민했다.


승복이 일행은 찾아든 어둠보다 더 짙은 사각지대로 순간순간 빠르게 이동했다. 어느 때는 담장을 기어올라 지붕과 지붕을 타고 은밀히 다가갔다.



몽골병들은 어두워지자 횃불을 군데군데 밝혀 두곤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번 원정은 손에 쥐는 게 제법 되겠어.”


“나는 벌써 한몫 슬쩍 챙겨뒀지. 크크.”


가슴 안에서 주머니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이거 봐라. 아르반(십호장)에게 얼릉 일러바쳐야겠는데.”


과장되게 몸을 들썩였다.


“부가, 너도 금반지를 슬쩍 챙기는 걸 다 봤어. 왜 이래.”


“봐서? 크크크”


부가의 찢어진 한쪽 입가를 실룩거리며 능글스럽게 웃었다.


“언놈은 안쪽에서 고려 여자들을 열심히 취하고 있는데 우리는 말단 보초나 서고 있으니 젠장, 눈먼 재물이라도 날름 챙겨야지.”


입맛을 다시면서 챙겨둔 재물이 품에 잘 있는지 가슴 안쪽으로 손을 더듬었다.


“너희들, 경계 쓰는 놈들이 무슨 잡담이 그렇게 많아!”


별안간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아니나 다를까 십호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여긴 적지다. 긴장 늦추지 말고 경계 똑바로 서! 알겠나!”


네! 네!


십호장이 다시금 눈을 부릅뜨고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저 새끼, 진짜 꼴값 아니냐?”


“그러게, 얼마 전까지 우리랑 같이 놀던 놈이 공적 한번 세웠다고 아르반에 오르더니 볼 때마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퉤!”


이후에도 구시렁거렸지만 안쪽 주택가에서 들리는 나지막한 비명과 소음에 묻혔다.



승복이 일행은 경계병의 안쪽 깊숙이까지 은밀하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각자의 눈빛과 손짓이 오가며 보초를 서고 있던 몽골병을 저격할 수 있는 사각지대로 움직였다.


일순간 승복이 주먹을 쥐고 멈칫했다.


경계병을 적절히 저격할 수 있는 사선 쪽 지붕에도 몽골병이 웅크리고 있었다.


승복이 옆에 있던 한 조원에게 눈빛을 교환하고는 두 사람만 다시 은밀하게 움직였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지도 모른 채 몽골병은 지루했던지 연거품 하품을 하고 있었다.


“읍!”


“컥! 커억!”


알아차리기 힘든 신음소리가 동시다발로 흘러나오더니 몽골병 두 명의 목이 힘없이 떨궈졌다.


승복은 몽골병의 목에서 단도를 천천히 뽑으며 막고 있던 입도 풀었다.


이후 나머지 일행들이 담장과 기둥, 지붕 등으로 내밀히 포진해서 일제 사격 자세를 취했다.


삐이익~~!


별안간 밤하늘에 효시(嚆矢)가 청명한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뭐야?”


퍽! 퍽! 푹푹!


“컥! 커억!”


각 소로(小路)마다 경계를 서고 있던 보초병들이 동시다발로 쏟아지는 화살 세례에 꼬꾸라지기 시작했다.


“컥! 윽!”


임시 경계 숙소로 서고 있던 주택 안에서도 화살이 연이어 쏟아졌다.


“웬 놈이냐!”


밖의 신음소리에 실내에서 뛰쳐나오던 십호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푹! 컥!


개중에는 급소를 피해서 비틀거리면서 숨어 들어가는 이들도 있었지만 승복이와 일행은 비호처럼 달려들어 마지막 숨통을 끊어 놓았다.


곳곳에서 확인 사살이 있고 나자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서두릅시다.”


승복의 짧은 한마디를 끝으로 대로(大路)와 이어지는 주택가 쪽으로 지체 없이 다시 움직였다.



* * *


“험! 험!”


“민한(천호장),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옷을 추스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실내에서 신경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급히 안으로 들어온 백호장이 실내를 슬쩍 곁눈질했다. 한 여인이 실신한 채 누워 있었다.


“이상한 신호음이 올라왔습니다.”


“무슨 소리냐?”


“효시(嚆矢)같은데 이후 소로(小路)쪽 부대에서 올라오던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몇 명을 추슬러 보내면 될 것 아냐? 그만 나가봐!”


짜증이 묻어난 말투였다.


“네!”


고개를 숙이는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바타르, 어딨나?”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리자 입안 가득히 씹으며 달려오는 이가 있었다.


“네!”


그의 손이 입가를 슬쩍 닦아냈다.


“밑에 있는 얘들 데리고 반대편 소로(小路)쪽으로 정찰 좀 가봐.”


잠시 멀뚱거리며 눈을 굴렸다.


“정신 안 차릴래!”


정강이를 가차없이 걷어찼다.


“큭!”


“주기적인 연락이 안 오고 있잖아! 얘들 데리고 가서 잘 살펴봐.”


“네!”




한 식경이 지나갔다.


“다와, 바타르에게선 연락이 없었나?”


“네, 뭐가 사단(事端)이 벌어진 듯 합니다.”


“안되겠군. 얘들 집결시켜!”


“알겠습니다!”



백여 명의 중무장 인원이 횃불을 들고는 주택가를 가로질러 내달렸다.


두두두두두!


어두운 전방을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이 몽골군다운 강군의 기세를 여지없이 내뿜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잎이 무성하게 자란 오동나무가 심어진 주택가를 지날 때였다.


슝! 슝! 슝슝!


푹! 컥!


히이잉! 커억!


난데없이 양 갈래에서 화살이 빗발쳤다.


지붕과 담장, 잎으로 가려진 나무 등 특정 짓기 힘든 여러 지점에서 화살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그러자 인마(人馬)의 낙마와 충돌로 중심부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앞서가던 쪽에서 천둥같은 소리가 터졌다.


“방패 들어!”


이미 그 소리보다 앞서 사선을 넘나들면서 단련된 그들의 본능이 몸을 틀거나 방패로 각자의 상체를 보호했다.


퍽! 퍽!


"윽!"


대다수는 방패로 막아냈지만 일부는 급소를 피해 들어오는 화살들이 몸에 박히기도 했다.


후속 몽골기병들은 그 짧은 거리에도 속도를 죽이고는 급습지점으로 역공을 가했다.


전방에서도 거친 음성이 연속해서 터져 나왔다.


“반격!”


그들의 기민함은 동물적이었다. 말의 움직임과 반대로 틀어진 자세로 활시위를 당겼다.


피핑! 퉁! 퉁!


전방과 후방에서 몽골병들의 역공에 기습을 가했던 정체불명의 공격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컥! 윽!


그러나 다시 예상하지 못한 전방 쪽에서 상대의 재차 반격이 나왔다.


전방의 몽골병들이 중심부를 향해 반격을 가하는데 신경이 쏠리다 보니 또 다른 숨어있던 저격병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었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유기적인 시간차 저격이었다.


“쟈간(백호장), 괜찮으십니까?”


다와가 방패로 쟈간을 보호하자 일부가 다시 신속히 에워 샀다.


“나는 괜찮아.”


빰에 화살이 비겨간 길쭉한 찰과상이 보였다.


주위에는 십여 명 이상의 인원이 낙마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몽골의 재차 반격도 신속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상대 진영에선 침묵만이 감지됐다.




* * *



승복이 일행은 소로((小路) 쪽을 장악하는 데 성공하자 다시 움직였다.


후속병이 진입하는 지점에다 인원을 은밀하게 배치했다. 빛나는 눈동자만이 전방을 조용히 응시했다.


두두두두두!!


쿵, 콰당!


히이잉~! 히잉!


명령을 받고 신속히 움직이던 바타르 일행이 선두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말들이 넘어졌다. 바타르는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허공으로 내팽개치던 몸의 균형을 잡고는 재차 구르더니 신속히 일어섰다.


퍽! 퍽!


그가 굴러 지나간 자리에 화살이 연속으로 박혔다.


바타르는 잽싸게 쓰러진 말 쪽으로 몸을 숨기더니 반대 방향으로는 방패를 잡고는 급소를 가렸다. 이내 전방을 빠르게 훑었다.



“헉! 큭!”


예기치 못한 낙마와 충돌에 여러 몽골병들이 미처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사살당했다.


길바닥에 쳐놓은 짙은 색감의 줄이 언뜻 형체를 드러냈다.


바타르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미 자신이 덫에 걸려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살아남은 일부 병사들이 방패로 몸을 숨기면서 반격을 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쓰러져갔다.


바타르가 아랫배에 힘을 주면 큰 소리를 토해냈다.


“이 겁쟁이들아, 무엇이 두려워 어두운 곳에 숨어서 쏘기나 하느냐!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그 사이에 일부는 되돌아 도망을 쳤다. 그러나 돌아온 골목길에서 검은 인영이 불쑥 튀어 나와 막아섰다.


바타르는 후방을 주시하다 인기척을 느끼고 전방을 다시 돌아봤다. 그곳도 여러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옆 담장과 지붕에서도 다수의 인영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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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3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8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4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5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6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49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69 5 12쪽
»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0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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