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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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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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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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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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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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DUMMY

* * *






코앞에 외적이 침입한지라 도원 스님의 다비식은 근처에서 간소하게 치러졌다.


나중에 좀 더 평온해지면 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앞날이 어찌 될지 몰라 그대도 치르기로 했다.


스님의 법구가 안치된 연화대에 불이 타올랐다. 열반으로 인도하는 거화(擧火)와 하화(下火)의 의식이 차분하고 엄숙하게 이어졌다.


승복과 수많은 이들이 곁을 지키며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도원 스님과의 지난날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스님, 여기는 저희에게 맡기시고 성불하세요.’


지금이라도 웃으면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 올 것 같은 스님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목구멍으로 치미는 울컥함을 애써 억눌렀다.


타닥! 타닥!


불길이 절정의 끝을 달리듯 매섭게 타올랐다.


땡! 땡! 땡땡땡!


긴박한 종소리가 퍼졌다.


이후 다비식에 한 승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방장 스님, 몽골의 군대가 이쪽 방향으로 오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음···.”


붉은 화염이 방장 스님의 동공에 그대로 맺혀 있었다.


“여기는 자네가 남아 마지막까지 잘 수습하고 마무리를 지어주게.”


“네.”


소지 스님이 고개를 숙였다.


“나머지는 빨리 사찰로 복귀하세나.”


좌중의 발걸음에 전의가 조용히 불타올랐다.




방장 스님과 몇 명이 황룡사 구층 목탑의 정상에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군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읍성 구출에서는 저 정도는 아니였던 걸로 아는데···."


“읍성에서의 교전이 저들에게 자극을 준 것 같군. 인근 병력을 그새 불러 모은 듯 하구먼.”


야밤에도 읍성 내 불길이 끊이지 않았다.


“별초군들을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겨우 끌어모은 별초군도 몽골과의 교전으로 제법 타격이 심했다고 하더군.”


“경주별초군이 최씨 정권에 봉기하다 와해 되지만 않아서도 어느 정도 방비가 되었을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실책입니다.”


“지난날을 지금에 와서 말해봐야 뭘 하겠는가? 그래도 읍성 내 남아 있던 이들이 무사히 피신할 수 있었던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지. ”


“방향을 보아하니 저들의 목표가 황룡사인 이상 여기서 우리도 물러날 길은 더 이상 없네.”


“상대가 두려워 승려가 절을 비우고 도망간다면 우리가 죽어 무슨 낯으로 부처님을 뵙겠는가.”


“그렇긴 합니다.”


“이제 남은 건 결전뿐, 자네들은 여기서 계속 동향을 주시하고 나머지는 내려가서 맡은바 마지막 점검을 하게.”


“네!”


쿵, 쿵, 쿵.


내려가는 이들이나 정상에 남아 있는 이들이나 여러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 * *






따그락, 따그락.


수천의 군마가 햇살을 받으면 이동하고 있었다.


“오호. 저기가 말로만 듣던 황룡사구먼.”


탕구타이가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전방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 엄청난 높이입니다. 저 정도는 금, 송에도 없던 건물이군요.”


“그렇게 보이는군. 멀리서 봐도 높이가 상당해. 그만큼 저곳이 고려의 정신적 지주가 아니겠나.”


“들어 보니 약소국이던 신라가 삼한 통일을 이룩하려는 염원으로 백성의 민심을 결집해서 만든 불사(佛寺)라 하더군요.”


“그래 보여, 그동안 겪어보지 않았나. 왕실은 강화도에서 처박혀 나오지도 않는데 백성들은 끝까지 저항하는걸.”


그의 눈가가 살짝 찌푸려졌다.


“오늘부로 저곳도, 고려 백성의 정신적 기둥도 사라질 것이다. 가자!”


착!


탕구다이가 말의 옆구리를 발로 차자 다시 몽골의 군마들이 거침없이 움직였다.




우뚝 솟은 황룡사 목탑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진영을 구축하자 몽골병은 말린 아룰(말젖 유제품)을 물에 타 먹으며 잠시 체력을 보충하고 있었다.


후방에도 막사가 펼쳐지고 의자가 놓였다.


탕구타이는 탐마 부대의 정찰 보고를 듣고 있었다.


“쥐 죽은 듯 조용하다. 하하하!”


병력이 주는 자신감에서일까? 아니면 부처님을 모시는 허술한 사찰로 보아서인지 일말의 긴장감도 없는 호쾌한 웃음이었다.


“벌써 겁을 먹고 튄 건 아닐 것이고, 한 식경 후에는 선봉대로 바토르를 보내라.”


“네!”




쑥! 쑥!


한눈에 봐도 험상궃게 생긴 수백 명의 병력이 둥근 방패를 앞세워 황룡사로 질주했다.


그런 가운데도 사찰 내부는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대형 사찰답게 중앙문이나 담장이 상당한 규모로 늘어져 있었다. 별다른 저항이 보이지 않자 사찰의 담장을 민첩하게 타고 넘었다.


담장 하나를 넘자 넓은 공간이 나오더니 다시 이중의 담장과 중문이 나타났다.


‘이거 너무 고요한데.’


적막한 분위기에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서로의 눈빛을 잠시 주고받던 선봉대는 각자의 무기를 한껏 움켜쥐고는 다시 중문의 담장을 넘기 시작했다.


중문의 담장을 넘자 본격적인 경내로 들어가는 또 다른 문이 나타나면서 좁은 소로가 등장했다.


바토르 부대원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들이 다시 담을 넘기 시작할 때였다.


쐐애액!


"컥! 커억!"


담장 너머 양옆에 솟아 있는 경루와 종루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푹! 푹!


담장을 넘던 이들은 대기하던 고려 승도들의 창에 가슴이 꽂혀 쓰려졌다.


소로 양옆에서도 고려 승도들이 출몰해서 쇠뇌를 쏘아댔다.


슝! 슝! 슝슝!


"컥! 으악!"


옆구리를 강타당한 몽골병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정신 차려! 방패를 앞세워 도륙해!”


“밀고 들어가서 쓸어버려!”


몽골의 바토르 선봉대에는 죄수와 동진이 망하면서 합류한 여진, 거란의 잔당들이 섞여 있었다. 전투를 독려하는 이들의 고함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둥근 방패를 앞세워 소로 양옆으로 치고 들어오자 고려 승도들이 빠르게 후퇴했다.


그런 가운데도 담장 너머 높은 지점에서 계속해서 화살이 소로에 빗발치자 몽골병의 피해가 속출했다.


“젠장!”


“일단 후퇴다! 물러나라!”


죽은 부대원을 방패 삼아 후퇴하는 쟈칸(백호장)도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탕구타이는 몰골이 말이 아닌 부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참. 우리의 용맹한 바토르 부대가 고작 중들이 지키고 있는 사찰 하나를 점령 못 해 도망쳐 오다니. 하하하!”


탕구타이가 수염을 쓰다듬으면 여전히 여유 있는 웃음을 지었다.


그의 웃음과는 달리 매서운 눈초리로 황룡사를 차갑게 응시했다.


“······.”


“이 군과 삼 군은 양쪽 진영을 교란한다. 그 틈에 일 군은 정문을 깨부수고 치고 들어가면 양쪽 진영도 함께 밀고 들어간다. 알겠나!”


“네! 네!”


주위에 있던 장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본격적으로 대규모의 군마들이 황룡사 일대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몽골군이 양 진영에서 공격을 강행하려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율장 스님의 무거운 음색이 흘러나왔다.


황룡사 구층 목탑은 높이만큼 몽골군의 전체적 이동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양쪽 방어에 좀 더 인원을 집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장 스님이 가늘게 뜬 눈으로 전방을 주시한 채 생각에 잠겼다.


“몽골군에게 따로 공성 병기는 없는 것 같구먼. 몽골이 쓰는 각궁이면 사거리가 어느 정도인가?”


“최대 삼백 보 정도는 되는 걸로 압니다.”


“그럼 우리 쇠뇌보다는 길지는 않군. 저기 전방 부대는 대기 중이야. 아마 옆구리를 교란시키는 혼란을 틈타 전방으로 치고 들어 오르는 속셈인 것 같군.”


방장 스님이 말을 하며 남아 있는 전방 부대를 가리켰다.


“일단 양쪽은 눈먼 화살에 맞지 않게 훈련 한 대로 방어에 맞추라고 하게. 상대가 사거리 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계속해서 견제하도록 말이지.”


율장 스님이 조그만 종이에 초필로 지시사항을 적어 근처에 있던 한 승도에게 건넸다.


그러자 승도는 활대의 시위를 당겨 아래에 있는 과녁판처럼 보이는 한 지점으로 발사했다.


팍!


도연 스님이 화살을 빼서 매달려 있는 종이를 훑어보고는 양 진영을 맡고 있는 수원승도에게 일련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몽골의 대부대가 양 진영으로 이동 중이네. 주공은 정문으로 보이고 양쪽은 혼란을 주려는 것 같다는 방장님의 말씀이니 도발에 말리지 많고 견제에 집중하게.”


“네.”


그들이 맡고 있는 동서 진영으로 흩어져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부우웅~! 부웅~!


동, 서에 몽골의 군세가 자리를 잡자 소뿔로 만든 뿔나팔 피리가 긴 울음소리를 연이어 토해냈다.


“전원 공격하라!”


"이럇! 하!"


몽골의 일 선 군마들이 각궁을 들어 올린 채 빠르게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사격!”


피융! 슝! 슝!


동, 서쪽 담장 너머 길게 이어진 지붕 용마루 아래에 숨어있던 고려 승도들이 고개를 살짝 내밀고는 쇠뇌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뿔피리 소리와 함께 정면에서도 대대적 공격이 강행되었다.


뚜두두두!


일천의 군마가 쇄도하자 땅이 요동을 쳤다.



“조금만 참게. 적들을 안으로 끌어 들여야 하네.”


다소 불안한 승도들의 눈빛을 달래며 도연 스님이 종루에서 의연하게 전방을 주시했다.


“쏴라!”


몽골군들이 각궁의 사거리 내로 들어오자 반원을 그리듯 돌면서 활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퉁! 퉁! 퉁!


쐐애액! 쇄액!


“날아온다. 다들 대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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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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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3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9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5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4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7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30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6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5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9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7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50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50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70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1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1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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