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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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563
추천수 :
133
글자수 :
110,837

작성
24.08.13 01:58
조회
234
추천
4
글자
9쪽

치열해지는 공방전

DUMMY

* * *





쐐애액! 쇄액!


두두둑! 투둑! 투둑! 툭!


수천 발의 화살이 날아들자 일순간 햇살을 가리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이후 우박이 내리꽂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귓가를 강타했다.


두꺼운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순간 두려운 마음에 양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티팅! 팅! 팅!


화살은 종루의 종에도 내려꽂히면서 요란한 소리를 울려댔다.


“바토르, 돌격!”


몽골의 군마들이 반원으로 쉴새 없이 이동하며 화살을 쏘는 동안 돌격부대가 질주했다.


척! 척!


바토르 부대원들이 각자의 허리에서 갈고리 밧줄을 꺼내어 담장에 걸고는 거침없이 타고 올라갔다.


“정문을 열어라!”


끼이익!


담장은 넘은 바토르 부대원은 웅장한 정문의 빗장을 풀고는 신속히 문을 열어 젖었다.


빗장이 풀리자 몽골병이 쏟아져 들어왔다.


“중문도 열어라!”


계속해서 바토르 선봉대는 다음 담장을 넘어 육중한 중문으로 다가갔다.


“어···.”


“빨리하지 않고 뭐해!”


“자칸, 열리지 않습니다!”


“뭔 소리야!”


속전속결로 중앙문을 열어야 하는 임무를 맡은 바토르 부대였다. 그를 이끌던 쟈칸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그동안에도 황룡사의 정문으로 계속해서 몽골병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으차!"


“나와봐!”


담장을 넘은 쟈칸이 중문으로 다가가서 살펴보다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이다. 공격!”


그때, 건너편 담장 안에서 강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슝! 슝! 슝!


“어, 이게 뭐야!”


정문 안 공터로 쏟아져 들어오던 몽골병들 사이에 여러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퍽! 퍽! 퍼퍽!


그런 항아리들이 날아온 화살에 깨지면서 무엇인가가 흘러내렸다.


화르륵!


“으아악!”


솟구치는 화염에 몽골병 하나가 온몸에 불이 붙은 채 괴성을 질러대며 버둥거렸다.


“컥! 커억!”


담장 사이에 갇힌 형국에 화염과 화살이 난무하자 몽골병이 우수수 쓰러졌다.


정문으로 계속해서 몽골병이 쏟아 들어오면서 정문과 중문 사이가 정체되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담장을 넘어라! 어서 담장을 넘어!”


열리지 않는 중문을 뒤로 한 채 담장을 타고 넘기 시작했다.




중문 안쪽을 확인하던 바토르 부대의 쟈칸은 안색이 급격히 굳었다.


여러 개의 빗장에 못질로 박혀있다 못해 자주색의 같은 철판으로 다시 이중 못질을 해놓아 아예 문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눈속임을 해놓았다.


낭패한 그의 눈동자가 본능적으로 담장 너머로 고개를 돌려 곁눈질할 때였다. 안에서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이다. 공격!”


슝! 슝!


화살이 머리 위를 지나 몰려던 정문쪽 여기저기로 내리꽂히면서 담장 너머는 화염까지 치솟았다.


“젠장!”


“죽기 싫으면 전진하라! 전진!”


둥근 방패로 화살을 막으며 바토르 부대원들은 중문을 포기하고 담장을 타고 넘기 시작했다.




“발사!”


슈아앙! 슈아앙!


슝! 슝!


이미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쇠뇌와 더불어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 가능한 수질구궁노(繡質九弓弩)가 불을 뿜듯 발사되었다.


퍽! 퍽! 퍼퍽!


“으아악! 커억!”


호신용 둥근 방패도 수질구궁노의 파괴력과 다연발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방패를 꿰뚫고 들어오는 화살이 몽골병을 뭉텅뭉텅 쓸어버렸다. 복부와 얼굴 등으로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화살비에 전장은 선혈과 괴성이 난무했다.


그런 가운데도 몽골병들은 숫자의 우위를 믿고 계속해서 담장을 타고 넘어왔다.


“죽창벽! 죽창벽!”


대거란전을 승리로 이끈 병기였던 검차과 비슷한 모양의 죽창으로 만든 이동형 죽창벽이 밀려오는 몽골병을 경내의 일정 공간으로 가두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쏴라!”


“으악! 커억!”


경내로 들어서면 맞이하는 거대한 황룡사 구층 목탑은 이런 전시에서는 훌륭한 첨탑으로 공방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출입문과 계단을 맞고는 각층 마다 저격병을 대거 배치하면서 쇠뇌를 쏘아댔다. 경내의 각 지붕에서도, 평지에는 죽창벽으로 몽골이 공간 활용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자 전황은 고려 쪽으로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흠···.”


전투가 시작되면서 전방을 예의주시하던 탕구타이가 짧은 신음소리를 냈다.


담장 너머로 희끗희끗 솟아오르는 화염에 대기하고 있던 병력이 안으로 치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자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게 느껴졌다.


팍!


그가 칼집을 바닥에 찍자 흙먼지가 일었다.


“왜 저깟 문 하나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


주위의 제장이 우물 주물 하던 중 병사 하나가 급히 들어와 무릎을 꿇고 전황 보고가 이어졌다.


“중문이 아예 열리지 못하도록 빗장과 쇠판으로 틀어막아 놓아서 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고립된 상황에서 화살이 빗발쳐 바토르 부대가 전멸에 가깝게 피해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는 전황 보고에 탕구타이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하, 이 고려 중놈들은 절에서 목탁은 두드리지 않고···찢어 죽일 놈들.”


불현듯 2차 여몽 전쟁의 처인성 전투가 기시감처럼 떠올랐다.




* * *






살리타이를 총사령관으로 따라나선 탕구타이는 홍복원의 배신으로 손쉽게 서경을 함락시키고 수도 개경까지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갔다.


그러나 막상 틀어박힌 강화도를 함락시키자니 살리타이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놈들이 우리가 수전에 약하다는 걸 알고 섬에 처박혀 나오지를 않는구나.’


거세 물길을 지켜보고 있던 살리티아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뒤로 고려인 하나가 끌려왔다.


“그래,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


퍽!


"윽!"


옆에 있던 부하의 가차 없는 발길질에 끌려온 고려인이 신음소리를 내며 옆으로 꼬꾸라졌다.


“이놈이, 묻는 말씀에 감히 대답을 안 해? 당장 죽고 싶으냐?”


부릅뜬 눈으로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 도륙할 기세였다.


살리타이의 손이 올라갔다.


“허허, 살살 다뤄야지. 그러면 쓰나.”


예의 살리타이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쓰러진 고려인을 다시 세워줬다.


“몇 가지 묻고 싶어서 그러니 협조하면 충분히 보상은 하지. 일단 자네 이름이 뭔가?”


그제야 이 고려인이 자신의 눈을 쳐다보면 입을 열었다.


“변여라 하오.”


다소 퉁명스러운 말투에 옆의 부하가 다시 칼집에서 칼을 끄집어내려고 했다.


“허허, 이 친구가 성미가 급하다네.”


그가 잠시 물러나 있으라는 손짓을 보냈다.


“자네가 이곳 해로에 대해 잘 안다고 하던데 우리를 도와주겠는가?”


“······.”


‘이놈 봐라, 향리 주제에 눈빛이 살아있군.'


“저기 저 상자 하나 가져 와봐.”


살리타이는 강화도만 제대로 공략에 성공하면 단숨에 고려를 움켜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열어보게.”


변여가 상자를 열자 개경을 털면서 나온 은병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상대가 은빛에 취해 눈동자가 흔들리자 살리타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협조만 잘하면 좀 더 주도록 하지.”


탁!


"육로는 불통(不通)이고 수로는 몹시도 험하오이다"


변여가 상자를 닫고는 눈을 감았다. 명백한 거절이었다.


퍽!


“이놈이 좋게 대해줬더니 겁을 상실했군.”


순간 노기가 치솟은 살리타이가 그의 가슴을 발길질하며 돌아섰다.


“저놈을 고문해서 내일까지 답변을 받아내!”


“네! 알겠습니다.”


변여를 끌고 가는 몽골병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다음날, 보고가 있었다.


“저기···그놈이 끝내 불지 않아 고문 강도를 높이다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고문을 가했던 부하가 한 손을 불안하게 떨면서 죄를 청하고 있었다.


“쯧.”


“이 고려는 왕실이고 홍복원 같은 놈들에 비해 일반 백성들이 더 대차단 말이야. 그놈도 눈빛을 보니 여간내기가 아니라서 잘 타일러 보려고 했더니. 쯧”


어제보다 오늘 해류가 더 요동치는 게 바다를 접하지 못한 살리타이에게 무의식중에 어떤 낯선 두려움과 기피 신호를 보냈다.


그가 말에 올라탔다.


“해안가에 있는 배들은 모조리 불태워 버리고 다시 남하한다.”


살리타이가 목청을 더욱 높였다.


“고려 정부가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이제부턴 닥치는 대로 고려 전 국토를 유린하고 방화한다!”


"이호! 히얏!"


사령관이 대놓고 약탈과 방화를 떠들자 그들의 내재해 있던 야만적인 피가 뜨겁게 들끓었다. 온갖 휘파람을 불어대며 남으로 남으로 질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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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2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0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7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8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4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6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0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5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1 4 10쪽
»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6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49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69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7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1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0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699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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