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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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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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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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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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구출작전

DUMMY

* * *






두두두두두!


골목길 사이를 말들이 정신없이 내달렸다.


퉁, 퉁.


퍽! 퍽!


등 뒤에서 빗발치는 화살이 골목 담장 여기저기에 틀어박혔다.


히이잉!


몸을 비스듬히 낮추고는 그때마다 골목 모퉁이를 요리조리 꺾었다.


정평이 난 몽골군의 기마술 못지않은 승복의 감각적인 움직임이었다.


직선 도로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급히 꺾었다.

말의 다리가 휘청했다.


몽골군 역시 과부하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꺾어서 다시 시위를 당기려다 멈칫했다.


‘어’


말만 보이고 사람이 없었다.


잠시 어리둥절해 있던 몽골군의 사선 담장 위에서 승복이 기다렸다는 듯 쇠뇌를 연속 발사했다. 손놀림과 조준이 예사롭지 않았다.


슝! 슝!


"헉! 커억!"


짧은 거리임에도 한 명은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어깨에 맞았고 하나는 얼굴을 부여잡았다. 용케도 말에서 떨어지지는 않았다.


몽골병들도 즉시 반격을 가했지만 승복은 사격 이후 미련 없이 담장 아래로 몸을 피했다.


화살이 승복이 머리 위로 날아왔지만 개의치 않고 반대편 담장으로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 * *



“으악! 이런 개 같은 놈이 있나.”


한 손엔 뽑아낸 화살촉을 쥐고 있었다. 피범벅이 된 얼굴을 헝겊 조각으로 닦아내며 외쳤다.


“뭐들 해! 너희 둘은 계속해서 저놈을 쫓아 가! 그리고 넌, 빨리 인근 병력을 모아 주위에 다른 쥐새끼들이 있는지 살펴라!”


“네! 네!”


두 명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급히 추격을 재개했다.


한 명은 어깨에 맞은 화살 부위가 연신 욱신거렸지만 주위의 동료를 부르기 위해 자리를 떴다.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 골목 좌측으로 틀고자 속도를 늦췄다.


슝! 슝!


히이잉!


무의식에 가깝게 한 팔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말의 갑작스러운 몸부림에 결국 낙마했다. 그새 또 다른 화살이 말에도 박혀 있었다.


순간 그림자 하나가 쑥 덮쳐왔다.


컥!


인영(人影)이 스치면서 목에 단도를 쑤셔 박았다. 상대의 절명을 확인하고는 시체를 후미진 외곽으로 재빠르게 치웠다.


추격을 재개했던 몽골병은 골목 여기저기를 누비면서도 쥐새끼 한 마리 찾지 못하자 다시금 십호장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인근 주택가는 사람들이 출입을 삼가고 숨어있자 한산했다. 멀리서 간간이 들리는 비명과 괴성이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 * *


방장 이하 여러 스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수원승도(隨院僧徒)의 정찰 보고가 있었다.


“그래, 몽골이던가?”


“네.”


“음···.”


“읍성도 방어에 역부족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까지 격렬한 저항이 있었지만 기습과 병력 수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 같더군요.”


“그래도 고려 산성들의 방어가 만만치 않을 터인데 이렇게 쉽게 내어주고 여기까지 왔다니 믿기지 않는군요.”


율장 스님의 탄식이 이어졌다.


“이번 재침은 이전과는 다른 듯 하이.”


“무슨 말씀이신지?”


“강화도에 웅크리고 있는 고려 정부가 목적이 아닌 게지.”


방장 스님의 얼굴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몽골이 잘하는 게 약탈과 방화가 아니겠나. 그러니 공략이 어려운 곳은 우회해서 치고 빠지는 식으로 내려왔겠지.”


“그럼, 민초들의 고초와 피해가 더 극심해지겠습니다.”


좌중의 스님들 얼굴에 더욱 짙은 그늘이 끼였다.


“다들 마음을 다잡으시게나. 낙담만 해서는 어찌 이 국난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각자 수심에 빠진 채 침울해 있던 분위기에서 방장 스님의 우렁한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자네는 다른 사찰과 역(驛)으로 가서 소식을 전하도록 조치하고 인근 산성에도 이곳 정황을 알려 최대한 군을 모으도록 독려하게!”


도연 스님이 급히 자리를 떴다.


“그리고 오늘 밤이나 내일이 가장 큰 고비일 걸세. 이곳 황룡사는 동경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니 몽골군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야.”


“그렇다고 우리의 천년 사찰을 저 흉악한 마구니에게 순순히 넘겨줄 수 있겠는가!”


방장 스님의 두 눈이 좌중을 훑었다.


“정령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가!”


“불가(不可)합니다! 불가(不可)합니다!”


스님들의 결연한 목소리가 실내를 다시 채웠다.



* * *



몽골병 두 명이 십호장(十戶長)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길가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십호장은 동여맨 얼굴을 부여잡고는 연신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냈다.


“이미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말에서 내려 다가와 말했다.


십호장이 인상을 쓰며 신경질적으로 발길질을 가했다.


순간.


퍽! 퍽!


넘어진 몽골병에게 화살이 쏟아졌다.


“어윽! 컥!”


몽골 병사의 눈에는 당혹감과 불신이 함께 교차했다.


흐려진 두 눈에는 동여맨 헝겊을 풀어 헤친 낯선 얼굴이 맹호(猛虎)의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절명한 시체 둘을 인근 경내의 후미진 곳으로 끌고 갔다. 이미 십호장도 싸늘한 채 갑옷과 투구가 벗겨져 있었다.


짧은 머리의 젊은이가 어딘가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방장 스님!”


“도연 스님인가? 어서 들어오게”


“정찰조에서 인원 투입을 요청해 왔습니다.”


“얼마나 필요한가?”


“그게···, 제법 많은 숫자를 요청했습니다.”


“······.”


“몽골의 기습으로 읍성이고 인근 백성들이 제때 피신하지 못하고 자택에 숨어있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내에는 산발적인 시가전이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어···.”


“음···.”


방장 스님의 얼굴에 잠시 자책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나도 사찰을 수호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었던 것 같구먼. 더 중요한 게 중생 구제인 것을···.”


“그래, 어느 정도면 적당하겠는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그럴 여건은 아닌지라···.”


“저기 있는 경내 지도 좀 가져와 보게.”


탁자에 두루마리를 펴자 제법 모양을 갖춘 동경(東京) 인근의 배치도가 보였다.


“여기 북문이 기습으로 무너졌다고 했지? 그리고 시가전은 어느 쪽에서 나오고 있나?”


“후속 보고를 보니 이후 몽골군이 섬멸보다는 약탈과 방화에 치중하는 관계로 살아남은 이들이 동, 서문 쪽 병력의 협조로 아직은 시가전으로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건천의 부산성(富山城)쪽에서도 지원 병력을 보낸다고 하지 않았나?”


“예, 우리가 모아서 당도하면 얼추 합을 맞춰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톡, 톡.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삼백 명 정도를 지원자로 추려서 보내도록 하게.”


“네.”




* * *




수원승도(隨院僧徒)는 황룡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인근에서 잡일을 하며 외주로 거주하고 있어 지원자는 제법 넘쳐났다.


300명의 인원이 어두워지는 전방을 가르며 읍성 일대로 질주했다.



“스님, 저기에 승복이가 보입니다. ”


도원 스님이 송충이 눈썹 사이로 미간을 좁히며 다가갔다.


“그래, 정황은 어떠냐?”


급히 움직이다 보니 숨결이 다소 거칠었다.


“닥치는 대로 약탈과 방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값이 나가는 물건은 수레에 실려 나르기 바쁜 가운데 아직도 성내에는 피신하지 못해 숨어있는 백성들이 많습니다.”


“부산성(富山城)이고 아직 기별은 없더냐?”


“오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음···. ”


‘예서 더 기다려야 하는 건가?’


도원 스님의 고민이 깊어졌다.


“성내의 사정이 위태롭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우선 구하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승복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도원 스님이 그런 승복의 눈은 지그시 응시했다.


‘이놈, 안된다면 혼자라도 뛰어들 기세군.’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적지 않은 인원이 몰살당할 수 있어. 모르지는 않겠지?”


“지금 상황에선 다소의 위협을 감수할 수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겪어 본 바론 몽골병은 말이 활동하기 좋은 곳이 아니면 시가전에서는 그렇게 힘을 잘 쓰지는 못하더군요.”


“···.”


도원 스님이 팔짱을 끼고는 더 해보라는 눈짓을 보냈다.


승복이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더니 바닥에다 읍성 일대를 간략히 그리기 시작했다.


쓱! 쓱!


“몽골의 주력은 여기 북문을 중심으로 내부로 다 들어가지 않고 외곽에 주력의 일부가 주둔해 있는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북문을 중심으로 인근과 안쪽 시가지로 약탈과 방화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성을 장악해서 주둔하겠다는 건 아니군.”


승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동, 서문에서 병력을 모아 몽골을 쳐내려다 타격을 입고는 산발적 시가전으로 조금이나마 억제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양상입니다.”


“그리고 약탈을 당하는 백성들의 참상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젖어든 음성이 끝났을 땐 그는 어금니를 깨물고 있었다.


우악스럽게 생긴 도원 스님도 그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잠시 불호를 읊었다.


“어디서 공략을 하면 좋겠느냐?”


“여기 동남쪽과 남서쪽 시가지가 촘촘해서 시가전을 벌이기에는 유리합니다. 시가지가 미로처럼 복잡한 관계로 말이 크게 힘을 쓰지 못하니, 이곳으로 산발적으로 분산 유도해서 각개 격파로 치고 빠지는 게 유리할 듯합니다.”


“그동안 다른 조는 아직 피신하지 못한 백성들을 빠르게 성 밖으로 이주시켰으면 합니다.”


옆에 있던 다른 수원승도와 도원 스님도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세부적인 계획을 빠르게 세워나갔다.




* * *




이른 저녁부터 꾸벅꾸벅 졸던 아낙은 날카로운 소음에 놀라 잠에서 깼다.


‘무슨 소리지?’


대청마루를 나와 마당을 가로질렀다.


따그락, 따그락.


대문을 살짝 열다 비스듬히 비친 광경에 심장이 철컹 내려앉았다.


무장한 괴한들이 말을 타고 골목을 지나쳐 갔다. 말 안장 뒤에는 힘없이 축 처진 한 처녀가 매달려 있었다.


온몸이 경직되어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졸음이 확 달아나니 여기저기서 괴성과 비명이 더욱 뚜렷하게 들렸다.


극도로 숨을 죽이며 대문을 살포시 닫아걸었다. 까치발을 한 채 걸어 옆 방문을 열었다.



“엄마, 무슨 일이야?”


“쉬!”


다소 큰소리에 아이의 입을 막았다.


“말로만 듣던 몽골군이 쳐들어온 것 같아.”


“그럼, 어떻게 해요?”


아이의 놀란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혹시 모르니 아빠가 돌아오실 때까지 헛간에 숨어있자꾸나.”


보자기에 간단한 옷가지와 패물을 챙긴 아낙은 아이 손을 잡고 헛간 안쪽 그늘진 곳에 숨어 들어갔다.


그렇게 알 수 없는 초조한 시간속에 검은 인영(人影)들이 주택가로 잠입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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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8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4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6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5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6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49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69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7 6 10쪽
»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0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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