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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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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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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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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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DUMMY

* * *





살아남은 일부 병사들이 방패로 몸을 숨기면서 반격을 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쓰러져갔다.


바타르가 아랫배에 힘을 주면 큰 소리를 토해냈다.


“이 겁쟁이들아, 무엇이 두려워 어두운 곳에 숨어서 쏘기나 하느냐!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그 사이에 일부는 되돌아 도망을 쳤다. 그러나 돌아온 골목길에서 검은 인영이 불쑥 튀어 나와 막아섰다.


바타르는 후방을 주시하다 인기척을 느끼고 전방을 다시 돌아봤다. 그곳도 여러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옆 담장과 지붕에서도 다수의 인영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살아남은 몽골병들의 어깨가 힘없이 내려앉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죽음은 우리가 내린다! 텡그리의 품으로!”


바타르의 일갈이 어둠을 꿰뚫었다.


“텡그리의 품으로!, 텡그리의 폼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던 부하들의 사기가 바타르의 투지 어린 외침에 다시 들끓었다.


“으아악!”


바타르가 방패를 앞세워 전방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의 부하들도 뒤를 따랐다. 만곡도가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기이익, 기익.


승복이와 일부 수원승도가 몽골병들을 주시하며 등에 메고 있던 것을 빠르게 돌려 끼워 결합시켰다. 군더더기 없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이후 그들은 내달리듯 손에 쥔 무기를 전방으로 내던졌다.


팍! 쾅!


퍽!


일제히 쏟아진 창들이 돌진하던 몽골병들의 방패를 때리거나 부셔버렸다.


슝! 슝! 슝슝!


순간 노출된 몽골병의 몸뚱어리에는 여러 발의 화살이 연이어 꽂아 들었다.


큭, 윽.


쿵! 털썩!


달려오던 몽골병들이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졌다.


뚜벅, 뚜벅, 뚜벅.


승복이 묵직한 발걸음으로 주검을 지나 자신이 내던진 창을 집어 들어 분리했다.


등 뒤에 꽂아 넣고는 시신 곁으로 다가갔다.


바타르는 마지막까지 눈을 부릅뜬 채로 죽어있었다.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다음 생에는 좋은 인연으로 만납시다.’


차갑고 무심한 바람이 골목길 피비린내를 훑고는 허공으로 흩어졌다.



승복이 일행은 다시 속보로 전진했다.


과감하게 상대 진영에 근접한 중간 지점에서 덫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너무 가깝지 않나?”


보명의 볼살이 입술의 움직임에 더욱 깊게 파고들어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이 정도는 되야 상대도 예상치 못한 지점에 당황할 겁니다. 대로 쪽 병력을 끌어들이기에도 좋을 것이고.”


“그리고 상대는 이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출동할 겁니다. 이번 작전은 치고 과감하게 빠져나가는 게 승패입니다.”


승복의 눈빛이 흡사 범처럼 어둠 속에서도 맹렬히 빛났다.


“시간이 없으니 서두릅시다. 본격적 싸움은 이제부터니 다들 살아서 만납시다.”


그의 음성은 나지막 했지만 일행의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스며들었다.



일행은 주택가의 요소요소에 저격 위치를 잡고는 어둠 속에 동화되듯 침묵에 휩싸였다.




두두두두두!


맹렬한 기세의 또 다른 무리의 군마가 질주하듯 다가왔다.


백여 기는 될듯한 군마가 지났다.


어둠 속에서 담담한 눈빛으로 주시하던 승복이가 중간 지점에서 쇠뇌를 발사했다.


슝!


"컥!"


슝, 슝, 슝슝!


한 몽골병이 목 부위를 부여잡고는 낙마했다. 이걸 신호로 순식간에 수십 발의 화살이 쏟아졌다.


“컥! 헉! 커억!”


히잉! 히이잉!


말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쏟아진 화살에 중심부가 난장판이 되었다.


“으아악!”


낙마한 몽골병 하나가 동료의 떨궈진 횃불에 얼굴 부위가 대이자 비명을 토해냈다.


전방의 몽골병들이 신속히 전환해 반격을 가했다.


승복은 몇 발을 연속으로 더 쏟고는 일행들과 함께 미련 없이 자리를 이탈했다.


달려가면서 끝이 뭉툭한 화살 두 개를 연이어 쏘아 올렸다.


밤하늘에 요란한 효시(嚆矢) 소리가 비명을 질러댔다.




효시가 쏟아지던 곳을 말없이 주시하던 도원스님이 묵직한 말투로 정적을 깼다.


“그래, 구했는가?”


“네, 이 근처에 비축해둔 창고를 알고 있어 다행히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움직이세.”


반대편에서 숨죽이고 있던 도원 스님 중 일부가 대로(大路) 쪽으로 은밀히 접근했다.



* * *



두두두두두!


히이잉!


몽골병 하나가 다급히 말을 몰아 들이닥치더니 안장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민한(천호장), 적들의 기습입니다.!”


정사를 치르고 난 뒤 노곤해 있던 천호장은 뜰에서 들려오는 긴박한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탁!


“자세히 말해봐!”


방문을 급히 열어젖히자 무릎을 꿇고 있는 부하의 모습이 보였다.


“바타르 일행이 기별이 없어 직접 이끌고 나간 자캰의 부대가 정체불명의 적에게 기습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끄응···.”


“바이라, 바이라 어디 있나?”


“네!”


뒷문에서 대기하고 있던 바이라가 급히 달려와 머리를 숙였다.


“부대를 전원 소집해라. 쥐새끼를 잡을 시간이다!”


오래된 얼굴의 흉터가 입술을 따라 함께 꿈틀거렸다.




짧은 시간에 도열한 몽골군이 흉흉한 기세를 뿜어냈다.


“바이라, 넌 따로 백 명을 데리고 돌아서 후방을 쳐라!”


“네!”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바이라가 투구를 눌러 쓰고는 말에 올라탔다. 돌아서 움직이자 일부가 긴 뱀의 꼬리처럼 유연한 움직임으로 따라붙었다.


타오르는 화로를 양옆으로 등진 천호장이 도열해있는 나머지 병사들을 훑어보며 컬컬한 음성으로 말했다.


“겁도 없는 쥐새끼들이 누울 자리도 모르고 또다시 불구덩으로 들어왔다. 야간 쥐 구이도 제맛이지 않느냐!”


“하하하하!”


여기저기서 몽골군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자, 쥐 몰이 사냥이다!”


털썩!


하!


천호장이 자신의 말에 올라타는 걸 시작으로 몽골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히얏, 호힉, 히히히!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몽골의 군마가 대로를 따라 빠져나왔다.




“지금이다! 일제 발사!”


대로를 질주하며 나오던 몽골군을 향해 어둠을 가르고 화살비가 날아올랐다.


피융! 피융!


쇄애액!


섬뜩한 파공음, 일대를 덮을 듯한 그림자가 올라왔다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 빠르게 낙하했다.


대로를 빠져나와서 선회하던 몽골군의 눈에서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무엇인가를 보는 순간 수정체가 급속히 커졌다.


“화살이다!”


“방패! 방패!”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졌다.


퍽, 퍽, 푹! 푹!


컥! 윽!


히이잉!


“저기다! 적이 저기에 있다!”


방패로 막으며 산개를 하던 몽골병들은 전방 대로를 가로질러 담장 위에서 보란 듯 자신들을 향해 화를 쏘는 이들을 발견했다.


드문드문 화살을 맞고 쓰러진 동료들과 말을 노련하게 피해 기세 좋게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도원스님 일행은 상대를 유인하듯 담장을 따라 빠르게 질주했다.


퉁! 퉁!


몽골 기병들은 말에서 활을 쏘면서 이들을 추격했다.


거리가 좁혀지자 일부가 담장에서 푹 꺼지더니 저만치에서 다른 이들이 솟아나듯 담장 위에서 화살을 쏘아댔다. 이게 마치 물 흐르듯 반복되었다.


대로 양 갈래에서도 틈틈이 화살이 쏟아졌고 몽골병들은 자신도 모르게 도원 스님 일행을 따라 쫓아가기에 바빴다.


어느 순간 골목길이 좁아지더니 밀집된 주택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빠각! 퍽!


“뭐냐!”


몽골군의 후방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기름 냄새가 확 풍겨왔다.


화르륵!


히히힝! 히힝!


이내 불화살이 날아들자 골목길 일대가 화염으로 솟구쳤다. 몽골의 군마들이 불길에 갇혀 우왕좌왕했다.


챙그랑! 퍽!


밀집 가옥으로 좁아지던 진입로와 중심부에 두 번의 화염이 거세가 치솟자 몽골병들은 불길에 갇힌 채 각 부대마다 고립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잠시 몽골병들이 동요하는 사이에 잠복해 있던 고려의 승도들이 골목길 일대를 에워싸듯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하라!”


솟구쳐 타오르는 불길만큼 강렬한 일갈이었다.


* * *



“드디어 서남쪽에서 불길이 솟았습니다.”


“다들 움직이세.”


반대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 씨 일행이 은밀히 전진했다.


‘확실히 헐거워지긴 했군.’


박 씨 일행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인적이 끊어진 상태였다.


“여기서부터는 이인 일조로 나눠서 사방으로 수색하세.”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방향으로 갈라졌다.


박 씨 일행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면서 주택 안으로 스며들었다.



“황룡사에서 구하러 와소.”


“황룡사 스님이요.”


이후 안방과 부엌, 헛간 등을 수색하듯 스쳐 지나면서 나지막한 소리를 흘렸다.


‘하, 처참하군.’


안으로 들어갈수록 제법 번듯한 집 마당은 죽은 시체와 약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렇게 몇 군데를 지나 감나무가 풍성한 마당의 안채를 수색할 때였다.


“누구십니까?”


불이 꺼져 있던 방안에서 한 중년 남성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룡사의 스님이요.”


스르륵.


방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안으로 손짓했다.


“이 위험한 곳에 무슨 일이신지?”


중년 남성의 곁엔 나이 든 여성이 누워 있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구하러 왔소.”


중년 남성이 잠시 눈을 감고는 합창했다.


“부처님의 자비에 감사합니다.”


“어서 서두릅시다.”


“이리 오신 것에 너무도 감사합니다만 보시다시피 저는 노모를 두고 갈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음···.”


“다만 뒤 뜰로 가면 헛간에 저의 안사람과 어린 아들, 딸을 숨겨 두었으니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정심의 소유자에 박 씨는 내심 감탄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시간이 없으니 이만 일행을 데리고 떠나겠소이다.”


박 씨가 돌아서 헛간에서 모자(母子)를 발견했다.


잠시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저도 아버지를 떠나지 않겠습니다.”


어미 곁의 맑은 눈을 가진 어린 사내 애가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끙···.”


“이럴 시간이 없어. 우리도 잠시 시간을 번 사이에 여기서 사람을 구하러 온 것이니. 일단 자네 아비와 이야기를 하게.”


이들이 다시 안방으로 조용히 들어왔다.


“아버지, 저도 함께 있겠습니다.”


어린 자식이 졸망졸망한 눈방울로 어른스러운 말투에 언뜻 대견하고 귀여워 보였다.


“창아, 너의 마음은 알겠지만 너희들이 여기에 있으면 아비는 할머니와 조상께 벌 면목이 없게 된다. 그리고 여기 목숨을 도외시하고 이리 위험한 곳까지 오신 스님들에게도 죄를 짓는 일이야.”


어르는 아비의 자상한 말투에 창이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렸다.


“창아, 이제 네가 이 집안의 가장이다. 네가 어머니와 누이 동생을 잘 보살펴야 할 책무가 있구나.”


어린 아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일으키는 아비의 눈에 잠시 습기가 젖어 들었다.


“여보, 창이와 연이를 잘 부탁하오. 어서 떠나구려.”


“흐흑흑.”


그는 일어나 조용히 서 있는 박씨를 향해 합장을 하고는 일행을 밖으로 밀어냈다.


닫친 문을 향해 진중히 절하는 이들의 모습에 박 씨의 콧잔등도 순간 시큰거렸다.


“서두르세. 시간이 지체되었네.”



스르륵.


차마 그도 정을 마저 떼지 못했는지 잠시 후 문을 열고는 부인과 자식의 떠나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지막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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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9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5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6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7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50 4 9쪽
»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70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1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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