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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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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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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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미지의 인물

DUMMY

* * *






다비(茶毘)식이라는 화장법은 인도의 힌두교의 장례법이었다. 그것을 불교가 받아들이고 삼국시대 전해지면서 고려로 이어져 더욱 예식화되었다.


그러나 이 화장법은 땅에 묻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인들은 쉽게 하지는 못했다.


다비식을 준비하는 남은 이들의 얼굴은 피로보다 경건함이 더욱 묻어 있었다.


죽은 이들의 몸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고 정결히 닦아내고는 옷을 단정하게 입혔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삭힌 울음을 참지 못하고 조용히 흐느껴 우는 승도들도 있었다.


법구를 관에 넣는 모습을 방장 스님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 확인은 해보았는가?”


“네, 동경 외곽 인근까지 나가보았지만 몽골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연 스님이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천하의 몽골군도 가공할 위력에 충격이 컸나 보군. 하긴 이미 우리와의 싸움에서도 제법 피해가 있었으니 다시 쉽게 덤비기에는 힘들었겠지.”


“그래도 모르니 외곽 경계를 서도록 해놓게. 그리고 읍성 일대에서 열반한 승도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것도 잊지 말게나.”


“네.”


도연 스님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등을 보일 때였다.


“자네라도 살아 남아줘서 고맙네.”


아무리 수행이 깊은 방장 스님이라도 한밤의 참혹했던 전투와 죽은 수많은 이들의 모습에 목이 메고 가슴이 아려올 수밖에 없었다.


다만 본인의 자리가 자리인지라 따르는 이들이 동요하지 않게 내색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방장 스님도 살아 계셔서 너무 좋습니다.”


그런 마음을 도연 스님도 알아서인지 미소로 화답했다.




법구를 수습하고 관에 안치하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그리고 오늘 발인과 운구 행렬이 이어졌다.


앞서 도원 스님은 어찌 될지 몰라 간소하게 치려졌지만 이번에는 칠일 장으로 정성스럽고 경건하게 진행되었다.


본의식인 거화(擧火)를 하기 전 방장 스님의 묵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전방에는 다비 할 법구와 장작을 쌓은 단상이 열반에 든 이들만큼 크고 웅장했다.


그런 연화대(蓮花臺)와 주변 승도들을 바라보는 방장 스님의 눈가에는 어느 듯 습기가 젖어 있었다.


“그들은 살아서도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 구제를 힘써도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고 용감했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몸소 윤회를 끊고 불생불멸을 실행했도다. 불의와 악의에 굴하지 않은 그들의 행은 실로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마구니를 굴복시킨 그 날의 대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극락왕생을 진실로 믿어 의심치 않도다.”


방장 스님이 크게 외마디를 외쳤다


불(佛)!


그러자 모인 이들이 크게 외쳤다


불!


그렇게 합창은 지속되었다.


법!


승!


“불 들어갑니다!”


누군가의 큰 외침과 함께 연화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타닥! 타닥!


죽은 자를 보내는 불꽃은 하나 되어 타오르고 있었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얼굴은 수많은 그림자와 사연을 담고 있었다.


며칠을 지내면서 나름 정이 들었는지 지켜보는 강 소령도 숙연해졌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두려움과 더불어 신처럼 경배하며 호들갑을 떨든 승호는 연화대를 향해 합장을 하면서 연신 흐느껴 울고 있었다.


다른 한 승도는 허전한 한 팔임에도 합장을 하며 계속해서 염불을 외우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누군가는 한쪽 눈을 잃어 안대를 한 채로 묵묵히 지켜보는 등 여러 군상을 마주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어 주변 전경을 바라보았다. 구릉지 너머로 넓게 펼쳐진 들판과 예스러운 마을 어귀, 저 멀리 보이는 황룡사 구층 목탑의 눈부신 황금 첨탑은 여기가 부정할 수 없는 13세기 고려의 한복판임을 다시금 그에게 일깨워 주고 있었다.



* * *






꿈을 꾸었다.


마치 낡은 영사기가 영화 필름을 어둠 속 스크린에 비추듯 지난 추억의 조각조각들이 몽롱한 빛의 물결을 투영해 내고 있었다.


늑대와 폭풍 작전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나는 프랑스 여친인 이네스와 마주했다.


그녀의 맑고 고운 파란 색 눈에선 눈물이 글썽이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에게 달려와 힘껏 안겨 왔다.




고딕 장식의 유럽풍 성당 안에서 면사포와 순백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는 이네스를 보고 있었다.


“이로써 두 사람은 주님 앞에서 영원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신부님의 주례사를 끝으로 나는 이네스의 면사포를 걷어 올리고는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 하객의 축하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뱃속에서 막 나온 핏덩이 아기를 안고 있었다.


눈도 제대로 떠지도 못한 쭈글쭈글한 모습으로 그 조막만 한 손이 내 새끼손가락을 잡고 놓지 않았다. 이네스를 따스하게 안아 주었다.





“여보, 민호가 걸어요.”


누워서 바둥거리든 민호가 마침내 제 힘으로 잠시나마 일어나 걸었다. 소소한 모습이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온 하루였다.



나는 이네스와 결혼하기로 결심한 후는 위험한 야전 특수 작전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내가 배운 인공지능 분야의 전공을 살려 국방과학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나는 본래 카이스트 공학도 출신으로 별안간 특수 부대에 지원했었다. 당시 주변 친구들은 나를 별종으로 불렀다.



인공지능 개발에 혼신을 다했다. 그럴수록 초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군사 분야에 접목하면서 나는 그 위험성을 점점 강하게 체감했다.


어느 날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국제방위산업전에 참석했다.


인근 루소 호텔에서 머물렀다.


시차로 인한 첫날의 피곤함에 일찍 잠들다.


문득 한 남자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되었다.


“으음···.”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옆 방에서 나는 기척인 걸 알았다.




뚜벅, 뚜벅.


방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으으윽.”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다소 창백한 한 장신의 젊은 남자가 한 중년 남성의 목을 조르고 있다 열린 문틈으로 나의 눈과 마주쳤다.


사람의 눈이라기에는 너무도 투명하고 맑았다. 살인의 현장에서도 태연하게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무색, 무취한 눈과 미소가 어찌나 소름 끼치든지 잔상으로 뇌에 오래도록 박혔다.


저벅, 저벅.


결국 중년 남성이 힘없이 쓰러졌다. 그 살인자는 마치 산책 나온 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곁으로 다가왔다.


순간 나는 전투 태세로 급소를 보호하며 그 남자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지만 그는 말없이 차가운 미소만을 남기고는 유유히 빠져나갔다.


경찰을 부르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지만 어쩐 일인지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전화 시도를 하다 누군가 뒤에서 나의 뒤통수를 갈겼다.


쿵!




깬 나는 어느새 내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가 꿈을 꾼 것인가?


아니다. 그 장면과 뒤통수에 가해졌던 얼얼한 충격 등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이후 어떤 포털이나 뉴스 미디어에서도 이 살인 사건에 대한 관련 기사 한 줄 조차 언급이 없었다.


경찰서에 직접 찾아가서도 이상한 눈초리에 귀찮은 듯 형식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대답만이 들려왔다.


직감적으로 무엇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걸 느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사건 이후 나의 인공지능 연구는 한층 깊이와 고민이 더해갔다.


단순히 인간의 명령을 수행한다는 절대 명제보다는 인간의 슬픔을 이해하고 선악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알도록 했다.


그리고 인간을 긍휼이 여기는 알고리즘 개발에 고민하고 박차를 더욱 가했다.


기존의 알고리즘은 문제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부분에 맞추어져 있었다.


주어진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서 특정 규칙이나 패턴을 발견하는 학습(Learning)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예측(Prediction) 알고리즘으로 가장 최적화된 추론을 이끌어 내도록 해놓았다.


인공지능 로봇이나 무인기 등이 효율적 공격을 위한 전술적 극대화를 위해 아군 등이 거추장스러워진다면 인공지능은 어떤 판단과 행동을 할 것인가?


어떤 두개의 모순된 명제들이 충돌한다면 인공지능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거듭하던 나에게 천지인의 한국적 철학에서 순간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의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몰두하기 시작했다.


음과 양이라는 극단적 대비속에 그것을 이어주고 중화시키는 삼재의 원리. 초인공지능이라는 차가운 이성과 인간이라는 뜨거운 감성의 충돌.


일반적인 프로세스에서는 별 작용을 하지 않지만 인간과 효율적 방식의 충돌 시에만 작동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이 삼중 알고리즘이었다.


그에 나는 인간 중심의 알고리즘과 기존 효율적 문제 해결의 알고리즘을 병행하에 두고 두 개가 충돌했을 때는 인간 중심에서 좀 더 바라볼 수 있도록 삼중적 알고리즘을 다시 두어 두 개를 조화시켜 균형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어느 하나가 소멸하거나 충격을 받게 되면 전체적 생태계가 어떤 연쇄적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생태 알고리즘을 추가, 체계화하며 한층 업데이트를 시켜나갔다.


그것이 일명 ‘휴먼알고리즘’을 탑재한 초인공지능 수피아였다.


나는 이네스와의 연애추억, 부부생활과 출산, 민호의 유아기 성장과정 등 모든 것을 수피아의 휴먼알고리즘의 성장을 위한 가장 기초 골격의 데이터베이스화로 실시간 함께 공유시켰다.


이를 기본 바탕으로 수피아의 경험치가 올라갈수록 인간의 감정선과 이해도를 더욱 높게 만들었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나도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러기에는 수피아는 엄청난 정보 처리 능력과 학습 능력에도 인간을 이해하는 데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에 불과했다.


단지 이 모든 것이 신의 축복으로 가득하길 바랐다.


21세기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공학도가 여전히 신의 축복을 바라는 이 모순이란.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들었다.


수피아를 만들고 성장시키면서 문득문득 호텔에서의 그 남자의 차가운 눈빛과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적 얼굴은 옅어지고 모호해져 갔지만 그 섬뜩한 분위기만은 잠잠하다 무의식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오늘은 혁신적 K-X 블랙 팬서의 1차 시연회가 있을 예정이다.


“여보, 잘하고 오세요.”


“그래. 당신도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


어느 때와 같이 푸른 눈의 고운 이네스가 나의 군인 정복에 넥타이를 매어주면서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나의 눈빛도 다르지 않았다.


이네스가 옷매무새를 다시금 다듬어 주었다.


“어, 늦겠는걸.”


나는 잠시 거실의 시계를 보다 황급히 구두를 신었다.


“여보, 잠시만요.”


이네스가 방으로 들어가서 아기를 안고 나왔다.


“까르륵!”


아이는 아침인데도 혈기 왕성했고 어미의 손길에 기분이 좋았는지 웃음보가 터졌다.


“민호야, 아빠 단녀오세요 해야지.”


“까르륵!”


민호가 나를 보고 더욱 해맑게 웃으며 조그만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나는 그런 아내와 아기를 품에 깊게 안고는 미소 띤 얼굴로 문을 나섰다.




경기도에서 날아오른 에어카(AirCar)가 강원도로 진입하면서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었지만 감미로운 멜로디에 나는 단잠에 빠져 있었다.


슈우우!


검은색의 에어카(AirCar)가 서화 화력 시험장 일대로 들어서자 서서히 서행하면서 H 표시로 점멸을 거듭하는 빈 주차장으로 부드럽게 수직 하강했다.



장성들을 모아놓고 한참 K-X 블랙팬서의 실제 기동, 화력 시연회가 열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하늘을 보며 웅성웅성 거린다.


뭐지? 나도 하늘을 쳐다보았다.


창공에선 거대한 불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이럴수가.’


이글거리는 혜성은 스크린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왔다.




“한계치 이상으로 개방해서 다시 발사한다!”


나는 절규하듯 외쳤다.


“그럼, 포신이 영구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어. 최대의 최대치로 다시 발사한다.”


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


지지직! 지직!


“여···어··보.”


심한 노이즈 속에 이네스의 흐느끼는 감정이 그 짧은 순간에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려왔다.


삐삐삐삐삐삐삐!


“여보, 민호야, 사랑해.”


그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었다.


삑~!


쿠아앙!!


불덩어리 파편이 일순간 밀리는 듯하더니 그대로 대지를 강타했다


콰쾅!! 쾅!


두두두둑!


대지가 뜯겨 터져 나가듯 거대한 진동과 빛의 파동 속에서 나의 몸은 완전 분해되는 듯했다.


이것이 죽음인가?


나의 의식이 마치 미로 속 소용돌이처럼 마구 회전했다. 그리고 그때의 호텔에서 봤던 남자의 섬뜩한 미소와 눈빛의 잔상이 또다시 불쑥 튀어나오더니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하!


그렇게 미로 같은 빛의 긴 터널로 빨려 들어갔다.






“윽, 윽···안돼!”


“으아악~!”


헉! 헉!


강 소령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가쁜 숨을 내쉬며 깨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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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3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8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4 6 8쪽
»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3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6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29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5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6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49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49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69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7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0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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