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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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587
추천수 :
133
글자수 :
110,837

작성
24.08.17 05:41
조회
220
추천
5
글자
7쪽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DUMMY

* * *







“으아악!”


“와아아!”


일 대 일 싸움에 몰입하고 있던 승복의 의식이 주변 정황으로 삽시간에 확장되었다.


막힌 둑이 무너지듯 몽골병들이 쉴새 없이 난입해서 고려 승도들을 궁지로 몰고 있었다.


싸움의 추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몽골군이 탑으로 대거 공세를 가했다. 그동안 좁은 계단을 이용한 우위도 시간이 지나면서 승도들의 지속적 사상자와 체력적 한계가 임계점을 돌파하자 급격히 무너져갔다.


부상을 입고 쓰러진 승도를 몽골병 하나가 도륙하려는 게 눈에 들어왔다.


휙!


“컥!”


창을 던져 몽골병의 가슴을 꿰뚫었다. 던지는 동시에 달려가 창을 다시 빼고는 몽골병들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들어차는 몽골병으로 싸울 공간도 비좁아지기 시작하자 분리한 단창을 양손을 사용해 막고 찌르고 쳐내면서 휘두르기를 반복했다.


푹! 푹!


컥!


날뛰는 승복을 보다 못한 합라가 외쳤다.


“진형을 갖추고 공격해라!”


그동안 정신없이 난전으로 치닫던 싸움이었다.


대거 올라온 몽골병들이 방패를 앞세워 삼인이 한 조로 학익진 형태로 둘러싸며 구석으로 몰아갔다.


쿵!


척!


한걸음 크게 내딛는 소리를 신호로 삼인 일조가 방패진을 앞세워 동시에 한 걸음씩 밀고 들어갔다.


쿵!


척!


그럴 때마다 마룻바닥의 진동이 상당했다. 그와 더불어 고려 승도들이 받는 위압감도 커졌다.


틱! 틱!


승도들이 창을 연신 찔러 보았지만 몽골병은 공격보다 수비진영으로 밀고 들어오니 방패진에 막히기 일쑤였다.


쉬이익!


컥!


그나마 승복의 유려하고 빠른 창술이 방패진의 틈새로 몽골병들에게 부상을 입히고 있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구석으로 밀릴 수밖에는 없었다.


난간 입구의 창문까지 밀려나자 승도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쿵!


척!


“전원 공격!”


합라의 거친 함성이 터져 나오자 방패 사이로 번쩍이는 묵빛이 일제히 번쩍이며 질주하듯 달려들었다.


“와아아!”


휙이익! 휙!


후방에서는 손도끼도 날아들었다


일시에 서로 간의 공간이 사라지면서 밀착되자 야생의 짐승들이 서로를 물어뜯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퍽! 퍽! 푹!


“컥! 커어억!”


도끼와 단창이 오고 가다 팔꿈치와 무릎으로 찍고 박았다.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글자 그대로 서로를 향해 마구 찌르고 패기를 거듭하자 사상자가 급수적으로 발생했다. 급기야 이빨로 물어뜯기까지 했다.


여기저기 선혈과 괴성이 마치 폭발하는 분화구처럼 일시에 터져 나왔다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


뚝! 뚝!


후방에서 전황을 주시하고 있던 합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무수한 싸움을 경험했지만 이처럼 처절하고 악착같은 혈투는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나 저놈.


무수한 시체 속에서 얼굴이, 온몸이 피범벅이 되고도 아직도 서 있는 저놈의 눈빛과 마주하자 순간 오금이 저리는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뚝! 뚝!


승복의 단창을 타고 붉은 피가 마룻바닥으로 계속해서 떨어졌다.


‘도원 스님, 마지막까지 싸울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이 살벌한 전장에서도 도원 스님을 떠올리자 그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런 승복을 보는 합라는 저놈은 확실히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저놈을 살려두지 마라. 전원 공격!”


푹푹푹!


그동안에도 계속해서 올라온 몽골병들이 죽은 시체를 밟고 넘어 붉은 인형을 향해 무자비하게 물어뜯었다.


“커···어억!”


어깨와 가슴, 복부와 팔, 다리 어디 성한 데가 없었지만 꼬꾸라지지도 못했다. 몽골병들이 세운 채로 짓누르고 있었다.


슉!


그때 여자의 허벅지만한 굵기의 팔뚝이 나와서 승복이의 목을 움켜쥐고는 들어 올렸다.


“껄껄껄, 이놈 꼴 좋구나.”


우사르가 반송장이 된 승복을 보며 마음껏 득의를 드러냈다.


휙!


콰당!


짐짝처럼 내동댕이쳐지고도 미동이 없었다.


저벅! 저벅!


다시 승복을 끌어 올려서는 목을 움켜쥐었다.


‘이놈이···.’


승복의 눈빛은 그를 향해 측은한 빛을 보이고 있었다.


무력에서도 눈빛에서도 전사의 자부심이 농락당했다고 생각하자 우사르의 분노가 폭발했다.


쾅!


퍽! 퍽! 퍽!


다시 그를 내팽개치더니 마구잡이로 밟아 버렸다.


“이 중놈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는구나.”


퍽! 퍽! 퍽!


“그만!”


보다 못한 합라가 외쳤다.


“그만 끝내고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간다!”


연신 씩씩거리는 우사르가 상관의 명령에 발을 겨우 멈추고도 분을 이기지 못하자 승복을 낚아채서는 그대로 난간 밖으로 던져버렸다.


쿵! 떼구르르.


툭!


가지에 떨어진 힘없는 가랑잎 마냥 처마를 구르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원 스님, 스님이 사랑하셨던 황룡사를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 꼭 지키내고 싶었는데···.'


승복의 시야와 의식이 멀어져갔다.




동쪽 진영의 보명은 온몸에 병장기가 박힌 채로 지붕에서 낙하하고 있었다.


‘동찬이, 자네 딸과의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네. 미안하이···.'


퍽!


“쿨컥!”


바닥에 떨어진 보명이 가슴을 들썩이며 피를 토하더니 고개가 힘없이 젖어졌다. 그의 눈동자는 마지막까지 어딘지 모를 진한 슬픔이 배여 있었다.




중금당으로 몰려던 몽골병들은 황금의 장육존상을 바라보며 눈을 번득거렸다. 잡힐 듯 가까울수록 그들의 탐욕은 더욱 커졌고 함성과 투지는 더욱 달아올랐다.


그럴수록 하나, 둘 고려 승도들의 울부짖음이, 비통함이 메아리쳤다.


“다들 내세에서 만나세!”


도연 스님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결사의 항쟁을 서원했다.





더벅, 더벅.


기이익!


합라를 따라 몽골병들이 목탑 상층으로 계속해서 올라갔다. 계단은 항의하듯 소리를 질렀지만 더 이상 그들을 막는 고려 승도들은 보이지 않았다.


저벅, 저벅.


뚝!


최상층에 올라서자 합라의 발걸음이 이내 멈췄다.


한 고승이 좌정을 한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전장의 소용돌이와는 달리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고요함이 내려앉아 있었다.


합라의 고민하는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보통 위인이 아니구나. 그러나 중들은 모조리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진 이상···.'


저벅, 저벅.


스르륵!


합라가 다가가 칼집에서 만곡도를 끄집어냈다. 그 소리가 실내 분위기와 대비되어 유달리 크게 느껴졌다.


꿀꺽!


절로 긴장한 자신을 발견하며 칼자루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고 고승의 목을 내려치기 위해 칼을 들어 올렸다.


그동안에도 방장 스님은 너무도 초탈한 모습이었다.


“죽어라!”


합라는 자신을 북돋우려는 듯 고함을 치며 칼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웅~! 웅~! 웅~!


어떤 희미한 울림이 먹물이 퍼지듯 들려오더니 환한 빛무리가 파도치듯 밀려왔다. 그러고는 목탑 내부를 가득 채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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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238년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상 +2 24.08.20 233 0 -
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9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5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4 5 10쪽
19 불벼락 24.08.18 227 5 10쪽
»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1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30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6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5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9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7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50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50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70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1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1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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