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8년 갑질 당하는 몽골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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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민(旻)
그림/삽화
하늘민(旻)
작품등록일 :
2024.08.07 16:33
최근연재일 :
2024.08.27 22:5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583
추천수 :
133
글자수 :
110,837

작성
24.08.18 00:30
조회
226
추천
5
글자
10쪽

불벼락

DUMMY

* * *






“죽어라!”


합라는 자신을 북돋우려는 듯 고함을 치며 칼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웅~! 웅~! 웅~!


어떤 희미한 울림이 먹물이 퍼지듯 들려오더니 환한 빛무리가 파도치듯 밀려왔다. 그러고는 목탑 내부를 가득 채워갔다.


‘······.’


너무도 기이한 울림과 빛무리에 합라와 일대의 몽골병들이 어리둥절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밖도 대낮처럼 빛무리로 가득했다.


그 순간, 방장 스님의 눈이 떠졌다.


“가섭불, 석가모니불, 미륵불.”


“과거와 현세와 미래의 삼세가 하나로구나.”


뜻 모를 소리를 읊조리는 고승을 바라보면서 그의 칼이 다시 칼집으로 들어갔다.


“우사르, 밖을 살펴봐라!”


그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난간으로 나가 경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웅! 웅! 웅!


밖으로 나오자 기이한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윽!”


중금당을 중심으로 강력한 빛무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이 제대로 눈을 뜨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잠시 눈을 감고 나서야 시야를 어느 정도 회복한 우사르가 합라 곁으로 걸어갔다.


“뒤쪽 큰 건물에서 엄청난 빛무리가 흘러나와서 제대로 볼 수조차 없습니다.”


합라의 눈동자가 커졌다.




* * *




누군가는 절절함과 비통함을 안고 죽어갔고 누군가는 탐욕과 혈기를 주체하지 못한 채 날뛰고 있었다.


신성해야 할 경내가 선혈과 울부짖음, 병장기와 불꽃으로 절정의 끝을 달리고 있던 그때였다.


돌풍으로 활짝 열린 어간문 안으로 말 없는 미소를 보내던 황금의 장육존상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러 나오고 있었다.


웅~! 우웅~!


처음은 너무도 희미하고 약해서 여러 소음에 묻혀 있었다.


지이잉~! 지잉~!


웅~! 웅~! 웅~!


갑자기 고막을 찌르는 듯한 고음과 함께 기이한 울림이 점점 크고 강해졌다.


펑!


그러다 장육존상에서 엄청난 빛무리가 터져 나오더니 법당 안을 넘어 중금당을 덮고는 점차 물결치듯 앞으로 앞으로 뻗어나갔다.


“으윽!”


엄청난 빛무리를 정면으로 받아야 했던 몽골병들의 눈이 일순간 먼 듯 눈을 뜨지 못한 채 주춤거렸다.


그 빛무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뻗어나가면서 거대한 황룡사 목탑까지 덮고는 그대로 반원의 구체 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듣도 보고 못한 기이한 현상에 경내의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웅! 웅!


시간이 지날수록 빛무리는 어떤 점성같은 느낌으로 압박감까지 가해졌다.


“윽!”


몽골병들은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빛무리와 압력에 한 걸음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고려 승도와 몽골병 사이가 벌어지면서 공간적 여유가 생겨났다.


휘이익!


급격히 공기가 빠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빛무리가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그러자 경내에 남아 있던 잔여 빛들이 반딧물 마냥 허공을 천천히 부유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신비롭고 아름다웠던지 어느 몽골병 하나가 손으로 만지려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깊은 심연 속에서 갇힌 듯 너무도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매우 아주 매우 느리고 더디게 팔이,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일 뿐이었다.


실제 황룡사의 경내는 주변과 다르게 시간이 정지한 듯 매우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쿵!


털썩!


그리고 육중한 무엇인가가 덜컥 나타났다.


크르릉! 크르릉!


호랑이가 낮게 어르릉 되는 듯한 소음와 함께 양옆의 눈 같은 보라색 빛이 명멸을 거듭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우당탕!


빛의 알갱이를 잡으려던 몽골병은 순간 빨라진 시간의 배속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옆의 동료와 함께 부딪쳐 넘어졌다.


비슷한 모습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나왔지만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일어서는 모습이 속출했다.


“저게 뭐지?”


누군가의 음성을 시작으로 웅성웅성했다.


크르릉! 크르릉!


드르륵! 드르륵!


어르릉 거리는 낮은 소리와 함께 육중한 물체가 앞으로 조금이 움직였다.


“어! 어!”


자신의 키를 넘어서는 육중한 물체가 움직이자 기겁한 몽골병들이 뒷걸음치며 물러서기 바빴다.


그런 육중한 무엇인가의 등장에 놀라기는 후방의 도연 스님도 마찬가지였다.


“스···님, 저게 뭘까요?”


볼의 젖살이 가시지 않은 승호는 너무도 놀랐다. 연이은 갑작스러운 현상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신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몰랐다.


위이잉!


철컥!


육중한 물체의 상층부가 후방으로 급격히 회전을 하더니 자신과 마주했다.


딸꾹!


얼마나 놀랐던지 승호는 숨도 쉬지 못하다 재차 딸꾹질을 하며 호흡이 열렸다.


몽골병과의 싸움에도 물러나지 않고 고군분투하던 그가 도연 스님의 뒤로 숨어서는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는 다시 훔쳐보았다.


육중한 괴물체의 상층 부위는 제법 커다란 대들보같은 것이 뻗어 있었다. 잠시 승도들과 주변을 응시하는 듯하더니 다시 반대 방향으로 회전을 했다.


휘이잉!


철컥!


“헉!”


이번에는 다시 몽골병들이 기겁을 하고 한 걸음 물러났다.


드르륵, 드르륵


육중한 괴물체가 앞으로 조금씩 나오자 몽골병들의 발걸음이 계속해서 밀렸다.


“비켜! 비켜!”


급기야 참지 못한 한 몽골병이 사이를 비집고 뒤로 도망쳤다.


스르륵.


컥!


목탑에서 내려와 주시하고 있던 합라가 그런 도망치던 몽골병을 가차 없이 도륙했다.


“우사르! 사람이든 모든 저걸 돌격해서 박살해라!”


“네!”


“전원 돌격이다! 도망가는 놈들은 내 도끼에 죽을 것이다!”


우사르가 자신의 애병인 대부월을 들고 고함을 치고는 달려들었다. 그제야 전의를 되찾은 몽골병들이 떼거지로 달려 들기 시작했다.


크르릉! 크르릉!


“와아아!”


일시에 수백의 몽골병들이 달려들었다.


우사르는 가까워질수록 자신보다 훨씬 육중한 덩치를 실감하고는 은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다행히 별다른 대응이 없자 이내 기세를 올리고는 성큼성큼 물체 위로 올라섰다.


툭 튀어나온 대들보가 유난히 거슬렸다.


그가 하체를 기마 자세로 구부리고는 커다란 도끼를 들어 올렸다. 오랜 시간 도끼를 애용해 오던 우사르는 도끼의 위력을 어떻게 극대화 시킬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체의 힘과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서 붙어 있는 기둥의 끝부분을 채찍을 휘두르듯 부드럽고 속도감 있게 내리쳤다.


쉑!


커다란 대부월이 파공음을 그리며 강타했다.


깡!


우웅!


철벽을 내려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얼마나 반동이 심했던지 하마터면 도끼자루를 놓칠뻔했다.


“윽.”


반발만큼 도끼에서 전해오는 충격이 엄청났다.


“X발!”


단 한 번에 이빨이 나간 도끼날을 무시하고 우직하게 찍기 시작했다.


깡! 깡!


다른 수십 명도 타고 올라 상층부를 나머지는 하층부를 마구 찍고 패기를 거듭했다.


깡! 깡! 깡!


“죽어라! 이 괴물아! 죽어!”


깡! 깡!


몽골병들의 무자비한 폭력?은 필사적이었다.


드르륵!


끽!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육중한 괴물체가 갑자기 급가속을 하며 전진했다 순간 멈췄다.


그러자 공격에 정신없던 몽골병들 중 일부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위이잉!


이후 상부가 회전하자 나머지 인원들도 무더기로 나가떨어졌다.


드르륵! 드르륵!


육중한 물체가 뒤로 쾌속 후진했다.


“어어! 스님, 우리 쪽으로 와요.”


놀란 승호의 목소리에 고려 승도들도 덩달아 뒷걸음질 쳤다.


윙!


최상부의 머리판이 열리더니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피융! 피융!


경쾌하면서도 다소 경박한 소리가 나더니 빛의 줄기가 순식간에 전방으로 여기저기로 뻗어나갔다.


“으악! 컥!”


눈 깜짝할 사이에 십수 명의 몽골병이 빛의 화살을 맞고는 쓰러졌다.


“방패를 들어! 방패!”


피융! 피융!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방패든 모든 잡고 몸을 숨겼지만 소용없었다.


“컥, 커억!”


후방을 지켜보던 합라가 경악했다.


‘저게 도대체 뭐길래?’


그는 애써 머리를 흔들고는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정신 차리자!’


“기름을 가져와라! 어서 기름을!”


그러자 몽골병들이 어디선가 기름 항아리를 가져오더니 은밀하게 사각지대로 이동해서는 투척을 가했다.


챙그랑! 퍼석!


화르륵!


“X발, 괴물아 불에서도 살 수 있나 두고 보자!”


화염에 불타오르는 괴물체를 보는 몽골병들의 눈은 또 다른 광기로 어려 있었다.


타오르는 불길에 괴물체의 공격이 순간 멈추자 합라는 그제야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화공을 계속해라! 계속해!”


그건 정말 덩치 큰 괴생물체로 보였다.


지옥의 화염을 뒤집어 선 채로 양쪽의 보라색 눈동자는 명멸을 거듭하며 사라지지 않고 있는 괴물이었다.


재차 화공을 가하려 몽골병들이 접근하는 동안에도 괴물체는 별다른 미동이 없었다.


“투척!”


챙그랑!


또다시 항아리가 부딪치는 동시에 괴물의 몸 주변으로 강력한 운무가 터져 나오자 불이 일시에 꺼졌다.


푸쉬쉭!


그때였다.


위이잉!


상층부에 장식처럼 상공으로 살짝 들려 튀어나온 대들보 모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덩치와는 달리 부드러운 소음과 간결한 움직임으로 정면을 향해 머리를 낮추었다.


삐삐삐삐삐!


힘을 모으며 절정을 향해 빠르고 가열차게 상승하는 소음이 들렸다.


삑!


푸아앙!


괴물체에 달려 있던 대들보에서 무시무시한 빛의 벼락이 쏟아졌다.


전방을 막고 있던 인(人)의 장막이 일순간 일직선의 공백으로 사라져 버렸다. 주체하지 못한 힘에 황룡사의 외벽 담장들까지 무참하게 터져 나갔다.


콰쾅! 쾅!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맹폭(猛爆)한 불벼락은 전황을 주시하던 합라의 오른팔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덜덜덜!


그의 왼팔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격렬하게 떨렸다. 두 눈동자는 공포와 경악으로 물들었다.


"으아악~!"


그제야 감각이 살아나며 사라진 오른쪽 팔에서 극통이 뇌로 사정없이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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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파우스트 +2 24.08.27 231 4 11쪽
25 폭풍의 프리틀웰 +1 24.08.26 238 4 9쪽
24 친구와 금발의 이방인 24.08.25 239 6 11쪽
23 동경으로 온 까닭 +2 24.08.22 235 6 8쪽
22 미지의 인물 24.08.22 237 7 13쪽
21 혈야(血夜)와 다향(茶香) +2 24.08.20 231 7 8쪽
20 운명의 조우 +2 24.08.19 234 5 10쪽
» 불벼락 24.08.18 227 5 10쪽
18 황룡사를 구원하소서 24.08.17 220 5 7쪽
17 장육존상과 호투(虎鬪) 24.08.16 227 5 7쪽
16 첩첩산중 24.08.15 230 3 9쪽
15 위기의 목탑 24.08.14 226 4 9쪽
14 사투(死鬪) 24.08.13 232 4 10쪽
13 치열해지는 공방전 24.08.13 235 4 9쪽
12 황룡사로 몰려드는 몽골군 24.08.12 244 5 10쪽
11 인(因)과 연(緣) +1 24.08.11 248 5 9쪽
10 서원(誓願) 그리고 이별 24.08.11 247 4 8쪽
9 사면초가 24.08.10 250 5 9쪽
8 물고 물리는 시가전(市街戰) 24.08.10 250 4 9쪽
7 떠나보내는 부정(父情) +1 24.08.09 270 5 12쪽
6 덫을 놓다 24.08.09 298 6 10쪽
5 구출작전 24.08.09 352 5 11쪽
4 추격전 24.08.08 401 6 11쪽
3 전화(戰火)의 불길 24.08.08 470 6 6쪽
2 1238년, 다가오는 전운(戰雲) 24.08.07 569 6 11쪽
1 2050년, 운명의 쌍둥이 혜성 +1 24.08.07 70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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