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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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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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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2)

DUMMY

나무막대 대신 육각렌치를.

독침을 쏘는 막대 대신 화약이 든 폭탄을.


이런 건 고블린이 아니야!

라고 외치기에는 이것도 고블린의 일면.


-폭탄 시키신 분─!!


요즘 세상은 고블린이 폭탄도 던지고 기계도 다루고 박사가 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성검전기-이 세계의 고블린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고블린이 내 앞에서 폭탄을 던진다.


"키샤아아앗!"


고블린이 내던진 작은 폭탄을 방패로 튕겨내자,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주머니에서 막대를 꺼낸다.


아직 심지에 불이 붙지 않은 작은 폭탄.


경비병의 재능이 지금 나를 도와준다고 해도, 직격으로 맞으면 아프다.


따라서.


"저놈들 던지지 못하게 공격해!"


다른 경비병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지시를 내린다.

내가 빙의한 켈트보다 선배기는 하지만, 폭탄 든 고블린을 상대로 겁을 먹어 몸이 굳는 폐급들이다.


"으, 으으...!"


하지만 곧장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런 놈들은 저기 앞에 있는 고블린보다, 자기보다 어린 후배놈이 반말을 찍찍 내뱉는 것을 더 불쾌하게 여기니까.


"켈트, 너 끝나고 보자!"


경비병 하나가 무기를 든다.

본래 중세 판타지인 원작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무기가 시골 마을 경비의 손에 들려있다.


"장전!"


라이플에 불이 붙는다.

저격총까지는 아니고 저기 중세 유럽 영화에서나 볼 법한 라이플로서, 활보다 훨씬 다루기 쉽다.


파-앙!


라이플의 총구가 폭발하며 구리로 된 탄환이 고블린의 머리를 꿰뚫는다.


'휴.'


다행이다.

대가리가 터졌으면 나중에 다루기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 미간에 납탄 정도의 구멍만 뚫리는 선에서 죽어서.


'고블린도 총 맞으면 죽어.'


사람도 그렇지만 고블린도 총 맞으면 죽는다.

애초에 총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지만, 제작사 놈들 중에 총박이가 있는 건지 라이플이 등장하고 말았다.


'분명 게임 착각한 거야.'


성검전기말고, 성검전승이랑.


성검전기가 순수한 중세 판타지라고 한다면, 성검전승은 중세 판타지 국가와 마법공학이 발달한 두 국가의 전쟁을 다룬 게임이다.


해봐서 안다.

그것도 나름 고전명작이었으니까.


'그런데 거기에서도 고블린이 폭탄 던지지는 않았-'


콰-앙!


"아."


고블린이 폭발했다.

시체폭발을 쓴 것도 아니고, 멀리서 점화 마법을 날려 폭탄을 터뜨린 것도 아니다.


"저 멍청한 놈들...!"


그냥 화약을 들고 있다가 폭발한 거다.

제때 던지지 못해 손에 폭탄을 든 채로 그대로 터졌고, 고블린은 시체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씁...!"


시체자원이 하나 줄었다.

당장 달려가서 나도 무슨 먼치킨 소드마스터처럼 고블린을 썰어버리거나 하면 시체는 온전히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나도 방패를 들고 문 앞을 지키는 게 전부.


아직 나는 경비병이기에, 내가 가장 강해지는 위치에 서서 싸울 수밖에 없다.


경비병이 가장 강해지는 곳은 마을 안이니까.


"크윽, 녀석은 언제 오는 건데!"


다른 경비병이 라이플을 재장전하며 외친다.


남아있는 고블린은 일곱.

놈들은 가까이 다가올 생각은 않고 여전히 심지에 불을 붙이지만, 하나둘 슬금슬금 뒤로 도망치려고 간을 보고 있다.


"안 돼!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


울타리 위에 라이플을 든 경비가 외친다.


"가서 죽여, 켈트!"

"가서 뒤지라는 거겠지!"

"너, 너...!"


내 외침에 선임 경비병이 얼굴이 시뻘게지지만, 나는 목숨이 여러 개가 아니다.


"저놈들 지금 들어오라고 각 재고 있잖아! 그것도 모르냐!"

"이, 이...! 그러면 어쩌라고! 저놈들 도망치면 고블린 떼가 몰려올 텐데!"


선임이 화내는 것도 이해는 한다.

고블린들은 한 마리라도 놓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서 돌아올 테니.


한 마리를 놓치면 한 달 뒤 30마리로 수를 불리는 게 고블린이다.

그 특징은 고블린이라는 종족 자체에 부여된 특징이라 판단했는지, 제작사 놈들도 그런 점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야! 켈트!"


아니다.


"저놈들 놓치면 고블린 천 마리가 마을을 습격할 거라고!!"

'더하지.'


고블린의 번식력을 더 높여놓았다.

안 그래도 대륙의 위기 상황으로 시작하는 원작인데, 그 원작 세상보다 더 죽음이 많은 게 지금 이 리메이크 세상.


"네가 가서 목숨을 던지라고!"

"닥쳐! 답답하면 네가 내려와서 싸우든지!"

"뭐, 뭐...?!"


선임이 당황하지만, 나는 방패를 꽉 움켜쥐고 마을 쪽으로 물러섰다.


"너, 너...!"

"나보다 월급 더 받는다며! 그러면 그 월급만큼 더 일해야지!"

"너, 너 이 새끼...!"


고블린을 죽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드러내서는 안 될 비장의 수단이고, 무엇보다-


"형!!"


마을을 습격하는 튜토리얼 이벤트를 클리어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기다렸지!"


시원한 웃음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철검을 들고 나타난 금발벽안의 청년.


전형적인 '용사 캐릭터'의 모습을 한 청년은 한 손에 기병창 움켜쥔 채,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흐아아압!"


서걱.

고블린을 화약째로, 아니 몸통 째 꿰뚫는 압도적인 힘.


"여, 역시...!"

"용사...!"


나나 저기 망루 위에 서 있는 마을 경비병 따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노말 등급의 엑스트라들과는 출발선부터 결승점까지 모든 것이 세 차원은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


"미래의 드래곤 슬레이어...!"


SSR등급으로, 나와 어딘가 몹시 닮은 것 같은 청년.


지크.


"형! 괜찮아?!"

"......오냐."


어째서인지, 리메이크에서는 켈트의 자리를 꿰차고 SSR등급의 한정 뽑기 캐릭터가 된 5성의 용살자께서 내 친동생이란다.


푸-욱.


"금방 정리할게! 조금만 기다려!"


용살자의 재능을 가진 용사 후보 덕분에, 고블린은 금방 정리되었다.


그 시간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면, 라면이 다 익지도 않을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재능의 차이.

여신이 사람마다 정해놓은 출발선은 시작부터 압도적인 차이가 있으며, 종점은 아예 아득히 멀어 닿을 수 없다.


그래.

출발선이 다른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아. 굉장하네. 우리는 평생 노력해도 마을 경비병인데, 저 녀석은 영웅까지 노려볼 수 있는 재능이라니."

"거, 앞날 창창한 동생을 둬서 참-좋겠어."

"......."


모든 캐릭터가 레벨 99가 되면 누구나 용사가 될 수 있었던 성검전기의 원작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성장한계선.


"너희들은 평생 마을 경비나 해라. 에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뭐? 기껏해야 우리보다 조금 더 나은 주제에...!"

"야, 참아라. 저거 동생이랑 비교해서, 미래가 칙칙하니까 그러는 거지."


결국 그 한계는 내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만.


'엿이나 까잡숴.'


나는 다르다.

저기, 아직 그나마 온전한 형체를 가진 고블린 시체들이 있는 한.



* * *



고블린 한 무리의 습격은 아무런 피해 없이 종료되었다.


경비병들과의 사이가 몹시 나빠지기는 했지만, 나는 딱히 큰 상관이 없었다.


"형. 괜찮아?"

"괜찮으니까 어서 고블린 땅에 묻기나 해라."


나는 지크에게 삽을 쥐여준 뒤, 함께 고블린들을 손수 주변의 공터에 묻었다.


"그 인간들, 내가...."

"괜히 가서 시비 걸지 마라. 미래의 대영웅이 마을 경비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때렸다고 시비 걸려고 하는 놈들이니까."

"하지만."

"너, 조만간 교단에서 사람들이 와서 평판조사하면 어쩌려고?"


내 말에 고블린의 시신을 옮기던 지크가 표정이 굳는다.


"네 또다른 재능이 용살자인 건 맞지만, 지금은 그저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하급 창기사에 불과해."

"...알고 있어."


지크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다.

아무리 내가 빙의자라고 해도 친동생에게 이렇게 까탈스럽게 구는 건 조금 너무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러니까 욕을 먹을 거라면 내가 먹고, 너는 못난 형을 둔 착한 동생으로 '용사 후보'가 되는 게 맞아."

"형...!"


친형이라는 포지션으로 확실하게 이득을 보려면, 남동생에게는 원래 이거 저거 퍼주고 그러면 안 된다.


"알았으면 땅이나 파라. 아직 고블린 남았으니까."


퉁명스레. 그러면서도 챙겨주듯이.

이게 원래 켈트가 지크를 대하는 방식이라고 했고, 나 또한 그런 켈트를 최대한 연기하며 지크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다진다.


"형. 나, 반드시 성녀님의 시험을 통과할 거야. 그리고 용사 후보가 되어서 형이 경비 안 하고도 살 수 있게 해줄게."

"그건 좀 솔깃하네."


진심으로.


"나 그러면 너 믿고 일 대충 해도 되냐?"

"어, 음.... 내가 자리 잡을 때까지는 그래도 버텨주는 게 좋지 않겠어?"

"오냐. 꼭 재능 살려서 성공해라. 재능있는 동생 덕 좀 보면서, 이 거지같은 마을 벗어나서 편하게 살아보자."


지크는 나의 보험이다.

내가 스스로 강해지는 게 실패한다면, 내가 가장 안전하면서도 부유하게 지낼 수 있는 보험.


'30만원 과금하고 뽑았는데, 이렇게 도와주면 돈값은 하고도 남는 거지.'


최악의 경우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차악이지만, 나도 비참하게 살다가 죽거나 마족에게 습격당해 노예가 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그들을 노예로 다룬다면 모를까.


"지크."

"어, 형."

"나머지는 내가 정리할 테니까, 너는 집으로 가서 저녁 준비해."

"뭐? 아직 남아있는데...."

"동생 밥 얻어먹는 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잖냐. 아니면 내가 하리?"

"어, 음, 아니야. 무리하지 마! 오늘 저녁은 감자수프니까!"


내 부탁에 지크는 고블린을 마저 구덩이에 밀어넣고 자리를 떠났다.


"......."


공터에 남은 사람은 나 하나 뿐.

있는 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거나, 땅에 처박힌 고블린 뿐이다.


"...쯧."


지크가 파묻은 고블린의 상태를 확인했다.

내가 반듯하게 관에 묻듯이 놓아둔 것과 달리, 지크가 땅에 파묻은 고블린은 팔이 꺾여있었다.


구덩이에 떨어지면서 아마 뼈가 부러진 게 아닐까.


'아깝게.'


저러면 나중에 [부활]시켜도 뼈가 부러진 채로 다시 일어나는데.


'그래도 상관은 없나?'


부활해봤자 고블린.

심지어 놈들이 쓰던 화약이나 렌치 같은 것도 없으니, 그냥 말 그대로 고블린 시체가 살아날 뿐이다.


'여차하면 화약으로 써도 되는-'


사부작.


"뭐야?"

"야, 이 건방진 새끼야."


삽을 들고 막 고블린을 묻으려고 하던 찰나, 뒤에서 몽둥이를 든 남자가 하나 나타났다.


"뭐가 어쩌고저째? 답답하면 네가 튀어내려와?"

"내가 그렇게 말했나?"

"야 이...!"


남자, 선임 경비병은 눈에 핏발이 선 채 내게 몽둥이를 겨눴다.


"어디 한 짝 부러져봐야 정신을 차리지."

"......."

"왜? 네 동생한테 달려가서 '뿌에엥 로드릭님이 나 때렸어요오오!'하고 일러바치게?"

"아니."


나는 삽을 내려놓았다.


"어디 보자."


주변을 훑는다.

적어도 나의 감각에는 다른 이가 아무도 없다.


"어렸을 때 엄마한테 이런 곳에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못 들었냐?"

"뭐? 이 새끼...! 지도 애미 없는 주제에...!"

"아. 미안. 뱃속에 있을 때 그런 말 정도는 해주고 떠난 줄 알았는데."

"이 개새끼가!"

"야."


나는 선임 경비병을 향해, 위를 가리켰다.


"저기, 보여?"

"뭐?"

"하늘에서 떨어지는 네 죽음이."

"무슨 개소리를...."


선임 경비병이 고개를 슬쩍 들어올린 순간.


푸-욱!


"......?!"

"족치러 온 놈이 위를 가리킨다고 위를 보냐?"


선임 경비병의 등 뒤에서 검녹색의 그림자가 그의 심장을 뒤에서 찔렀다.


"이...게 무슨...?"

"고맙다. 한 달 동안 공동묘지의 시체들로는 실험을 이리저리 해봤는데, 갓 죽은 인간의 시체는 확인해본 적이 없어서."


나는 소매를 걷었다.


위이잉.


"그, 그건...?!"

"걱정하지 마라. 죽음은 한 순간일테니."


팔뚝에 새겨진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나는 선임 경비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빨리 죽어."

"크, 허억...!"


선임 경비병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앞으로 쓰러지고, 그 뒤에서 마력으로 빚어진 단검을 든 검녹색의 그림자-


"[턴 언데드]."


고블린의 시체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 소멸했고, 나는 바닥에 쓰러진 선임 경비병을 향해 손을 펼쳤다.


"[레이즈 데드]."


우리말로 번역된 원작 속 기술로 말하자면.


죽은자의 소생.

사령술사-네크로맨서의 기본 스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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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악녀와 파랑새, 그리고 유령선 (2) NEW +4 13시간 전 310 22 13쪽
42 악녀와 파랑새, 그리고 유령선 (1) +6 24.09.18 546 29 12쪽
41 황야의 데스나이트 (3) +4 24.09.17 687 32 12쪽
40 황야의 데스나이트 (2) +5 24.09.16 774 39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1,009 49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1,084 52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203 63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332 75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423 80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585 85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721 94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750 97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816 115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2,024 108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258 119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463 126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611 119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645 137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672 126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755 137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826 130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3,007 145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290 144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467 148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678 169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951 172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941 179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4,030 183 15쪽
15 영웅 (2) +15 24.08.21 4,023 2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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