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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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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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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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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스매시 팩터 (Smash Factor)

DUMMY

골프는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코스 18홀을 지나는 것은, 인생의 여정을 거니는 것과 같았다. 기쁨과 희열을 맞이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실패와 좌절을 맛보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을 비롯해서 여러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맞닥뜨릴 수 있었다.


18홀을 지나는 동안, 골퍼들은 더 많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경기해야 하고 맞닥뜨리는 모든 순간을 스스로 책임져야만 했다.


주말을 보내고,

이제 아이언과 드라이버 교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연습생들은, 앞 전장이 넓게 펼쳐진 타석에서 드라이버/아이언 교습을 받는다. 타석에서 각 연습생들은 드라이버나 아이언으로 스윙을 하고, 샷을 치고 있었다. 따악, 따악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내 자리가 배정된 타석으로 이동했다. 경수진도 보이고, 길수와 윤호도 보였다. 길수는 하던 스윙을 멈추고 나를 반겼다.


“여, 산 이제 아이언, 드라이버 연습하는구나”

“자주 보겠네”


윤호도 옆에서 인사했다.

“환영해”


“응”


길수는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열심히 쫓아와”


“자식!”


나는 ‘알았다,’라는 표시를 하고 내 자리로 옮겨 갔다. 아이언과 드라이버 교습은 처음이라 지석기 프로님이 나를 지도해 주기 위해서 내게로 왔다.


“김산, 반갑다”


나는 꾸벅하고 인사했다.

“네 프로님, 반갑습니다”


“수업 때 보고 처음이지”


“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먼저 스윙하고 공치는 것 한번 볼까”


나는 아이언 7번을 잡고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스윙 준비를 했다. 웨글(Waggle)을 2번 정도 하며 스윙동작을 점검하고, 바로 스윙을 하였다.


후웅-, 따앙-.


공이 전장 앞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전장 앞 100m 이내에는 어프로치 거리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거리가 표시된 원형이 있었고, 100m 이후부터는 100, 150, 200, 250, 300, 350m 라고 거리 표시가 양쪽 끝으로 되어 있었다.


나의 공은 100-150m 사이에 떨어졌는데, 100m 정도에 가까운 것 같았다.


지 프로님은 나의 스윙을 보더니.

“헤드스피드가 생각보다 빠르구나”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었다.

“헤드스피드가 빠르다는 건 채의 앞 부분, 머리가 빠르다는 말이죠?”

“근데 왜 전 비거리가 많이 안 나갈까요?”


지 프로님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질문이네”


“공이 멀리 날아가는 건, 헤드스피드가 아니라 볼스피드가 빨라야 해”

“볼이 날아가는 스피드이지”


“헤드스피드가 빠른데, 볼스피드가 그만큼 빠르지 않은 건”

“산이 네가 효율적으로 공을 치고 있지 않다는 말이야”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 고개를 꺄우뚱했다.


지프로님은, 알았다는 듯이 스윙을 해보라고 했다. 각 타석 옆에는 스윙을 체크하는 조그마한 기계와 태블릿 패드가 있었다. 코치님은 기계를 만지고 나서, 나에게 시작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나는 스윙을 했다.


타앙-.


기계는 삑-, 소리를 냈다.


여러 가지 데이터가 나왔지만, 코치님은 나에게 스매시 팩터 (Smash Factor)를 보여주었다.


“너의 아이언 스매시 팩터는 1.23으로 높지 않은 수치야”

“드라이버의 이상적인 스매시팩터는 1.5, 아이언은 번호별로 1.3~1.45 정도지”

“아이언 7번의 경우는 1.35인데 산이 너의 수치는 낮게 나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아, 아직 어려워요”


“하하, 알았다”


“스매시팩터는 볼스피드에서 헤드스피드를 나눈 값이야”


코치님은 설명을 하면서 양손의 크기를 넓히고 좁히며, 속도를 손의 크기로 묘사하면서 설명했다.


“스매시팩터가 낮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클럽헤드 속도가 이만큼이면 공의 스피드도 이만큼 나와야 하는데 그 속도가 안 나왔단 말이지”


“이상적인 스매시 팩터가 나왔다는 것은, 클럽헤드 속도에 맞게 볼스피드가 나왔다는 말이고”


“공을 맞는 순간을 상상해봐”

“클럽헤드가 공에 맞는 순간 힘이 공에 적절하게 전달이 안 되면 공은 스피드가 덜 나겠지?”


“어떤 경우에 힘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될까?”


“공이 스윗스팟에 맞지 않았을 경우예요”


“맞아”


“공이 클럽의 힐이나 토우에 맞게 되거나 각도가 틀어져 땅을 치거나 공을 비스듬하게 맞게 되면, 힘이 공에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겠지”


“이렇게 되면 볼 스피드가 떨어져 비거리가 줄 뿐만 아니라 방향도 틀어져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없게 된다는 말이야”


지 프로님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중요한 건”이라고 말하며, 검지손가락을 펴서 들어서 강조하듯 말했다.


“비거리나 공이 가는 방향이 좋아지려면, 모두 정확한 타점에 공을 맞춰야해”

“더 힘을 주거나 몸동작을 더 크게 하려는 게 아니고”


“너의 클럽스피드는 좋은 비거리를 만들어내기에는, 이미 충분해”


나는 이제야 코치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결국, 공을 스윗스팟 한 지점에 잘 맞춰야 된다는 말이잖아.


코치님과 나와 자리를 바꾸어 스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택 앤 틸트 (Stack and Tilt)” 방식이라고 했다. 몸의 중심은 60~70%정도 왼쪽에 위치시키고, 그대로 스윙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방식은 몸의 중심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다시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공에 더 큰 힘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몸의 중심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클럽헤드가 공에 맞기 때문에 정타를 맞추는 타이밍과 확률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코치님은 몇 번의 스윙을 더 보여주면서, 몸의 중심은 처음 어드레스 때부터 왼쪽에 두고 스윙을 하고, 스윙궤도가 지나가는 지점에서 공이 정타를 맞을 수 있도록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스윙 중 몸의 9시에서 3시의 구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운스윙 때, 클럽 샤프트와 땅의 지면이 평행한 상태로 스윙궤도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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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스윙궤도를 크게 하지 않아도 돼”

“공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에 집중해”


“지금 너에게 중요한 건 그것보다 없어”


나는 호쾌한 목소리를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지 프로님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하며 자리를 떠났다. 나는 코치님이 알려준 대로, 스윙 연습을 시작했다. 핸드퍼스트 어드레스 자세에서 스윙 크기를 조금씩 늘려갔다.


클럽헤드가 공에 맞는 것에 집중했다.


공이 올라오면 스윙을 하고, 다음 공이 올라오면 집중하기 위해서 한 호흡을 고르고 다시 자세를 잡고 스윙하였다. 그러기를 계속 반복했다.


하나, 둘, 셋... 공이 날아가는 궤적이 왼쪽, 오른쪽으로 향하던 것이 점점 비슷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오, 재미있는데.


공이 맞을 때 타악-타악-, 거리던 둔탁한 소리가 파앙-, 파앙- 하는 경쾌한 소리로 점점 바뀌어 갔다.


스윙을 하면서, 나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클럽헤드의 안쪽 부분을 힐(Hill), 바깥쪽 부분을 토우(Toe)라고 불렀다. 발의 안쪽과 바깥쪽. 내가 축구의 슛을 할 때와 골프의 샷의 매커니즘(Mechanism)이 똑같았다.


나는 슛을 할 때의 발의 면을 상상하며 스윙을 했다. 내가 홀로 슛을 연습하며 미세한 감각을 찾아가던 것은 수천 번, 아니 수만 번은 반복했던 일이었다.


클럽페이스에 공이 부딪히며 날아가는 궤적을 보았다. 내 채가 몸 쪽으로 더 붙어 안 쪽에서 출발해서 공과 페이스가 평평하게 맞으면 왼쪽으로 살짝 휘어 들어갔다. 마치, 내가 공을 감아서 찼던 것처럼. 반대로, 채가 살짝 몸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평평하게 맞으면 공은 살짝 오른쪽으로 휘었다. 바나나킥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샷을 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채가 들어오는 방향과 클럽페이스의 각도 변화를 조금씩 주었다. 그리고 궤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그저 샷을 하는데 집중했고 내 공의 거리가 늘기 시작하고, 공의 궤적을 바꾸는 것이 재밌어 그저 공을 치고 있었다.


지 프로님이, 내게로 왔다.


“산아... 너 혹시 지금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내고 있는 거니?”


프로님의 표정은,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 하기도 놀라는 듯 하기도 했다.


“네, 너무 재미있어요”

“축구 슛할 때와 비슷하더라구요”


“이건 말이 안 되는데”


나는 놀랐다. 혹시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재미있을 뿐인데. 축구 슛 연습을 했던 기억을 가지고, 시도해 봤던 것인데.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뭐가 잘못 되었을까요?”


프로님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아니, 그건 아닌데”

“구질을 조절하는 건 너의 레벨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산아, 너 왼손잡이니 오른손잡이니?”


왜 이 질문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뭔가 제대로 답해야 할 것 같았다.

“원래 왼손잡이, 왼발잡이였는데 축구를 할 때 양발을 다 잘 써야 해서요”

“지금은 양손, 양발잡이예요”


“사실 어느 손을 사용하든지 별 문제가 없어요”


프로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너 축복 받았구나”


“사실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골프 배우는 게 늦어서 내심 다른 친구들을 따라올 수 있을까 생각했었거든”


“근데 골퍼로서의 자질은 이미 준비가 되었었네”


프로님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고, 무언가 주의를 주듯이 이야기했다.


“네가 다양한 구질을 칠 수 있는 건 하나의 큰 장점이지만, 너만의 구질은 하나로 가지고 있는 게 좋아”


“골프는 예민한 운동이어서 네가 의식하지 못하는 것도, 몸이 기억하는 경우가 있거든. 그래서 네가 원하는 구질로 공을 치려해도 엉뚱한 곳을 가게 되는 경우가 있어”


“그래서 너의 구질을 가지고, 정말 네가 필요로 할 때 네가 다른 구질을 친다면 하나의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프로님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것이 지금 나에겐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지금 이 발견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감아차는 것은 드로우와 비슷했고, 바나나킥 혹은 UFO슛은 페이드와 비슷했다. 그리고 채가 들어오는 방향, 페이스가 맞는 각도에 따라서 구사할 수 있는 가짓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지 프로님은, “수고해”라는 말을 남겨두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연습을 계속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길수, 윤호, 수진, 호진, 진수 외 여러 명이 짐을 챙겨 자리를 떠나고 있었는데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가면서 길수가 나를 툭, 치며 말했다.


“야야, 또 연습벌레 모드로 들어갔지?”

“적당히 해, 적당히”


“어... 잘 가”


길수는 가면서, 손을 흔들었다.

“너 나 이기려면 아직 백만 년이나 남았다”


헛웃음이 났다.


“으이구, 저 자식”


계속 저렇게 말하는 건, 날 라이벌로 생각해서겠지.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연습을 더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기석이 형이었다.


“산, 통화 괜찮아?”


“네, 형!”


“이동혁이 알아 봤는데, 병원에 입원한지 좀 됐다고 하더라”

“얘기할 게 있어서, 이번 주말에 같이 보자”


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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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8화: 스매시 팩터 (Smash Factor) NEW 8시간 전 13 1 12쪽
27 제27화: 두근거림 24.09.18 34 1 12쪽
26 제26화: 알 수 없는 감정 24.09.16 45 2 11쪽
25 제25화: 여러 가지 방법 (2) 24.09.13 55 3 12쪽
24 제24화: 여러 가지 방법 (1) 24.09.12 62 2 11쪽
23 제23화: 불필요한 긴장감 24.09.11 61 3 12쪽
22 제22화: 그 놈의 등장 24.09.10 62 3 12쪽
21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7 3 12쪽
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82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83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81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7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102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13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15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11 4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16 3 12쪽
11 제11화: 고민의 시간 (2) +1 24.08.26 116 3 11쪽
10 제10화: 고민의 시간 (1) 24.08.23 122 3 11쪽
9 제9화: 좌절 24.08.22 122 2 12쪽
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31 2 12쪽
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34 3 12쪽
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37 2 12쪽
5 제5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할 일 +2 24.08.16 143 2 12쪽
4 제4화: 알 수 없는 악의(惡意) 24.08.15 170 2 11쪽
3 제3화: 지긋지긋한 악연 24.08.14 177 3 12쪽
2 제2화: 또 다른 영역 24.08.13 203 4 12쪽
1 제1화: 좋은 날, 나쁜 날? +2 24.08.12 283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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