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화, 지옥에서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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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angmoo
그림/삽화
장무
작품등록일 :
2024.08.12 18:40
최근연재일 :
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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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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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때(Ⅰ)-1

DUMMY

“뉴스데스크입니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오는 9월에 세기적인 개기월식이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식보다 월식이 보기 힘들다죠 그리고 이번 개기월식은 100년 만에 처음 보는 월식이고 월식 시간도 무척 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위해 기상청에 김원배 기자가 나가 있습니다. 김원배 기자”


“네 기상청에 나가 있는 김원배 기자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가 지나기 전 미국 나사에서 발표한 개기 월식 소식이 놀라움을 주고 있는데요. 

이번 개기월식은 100년 만에 생기는 기념적인 ‘슈퍼 블러드 문(赤月)’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신기한 모습이 관측될 거라고 합니다. 

또한 기존 월식이 짧게 지나가는 것에 비해 기존에 비해 두 세배는 더 길 것으로 전망하는데 기상청의 이상준 기상특보와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뚝~” TV 리모컨을 눌러 전원을 껐다.


“회장님 이번 기회는 저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오 집사는 공손히 회장님 옆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서재 책상·의자 앉아있던 회장은 두 손을 맞잡고 조용히 되뇌었다.


“천 파 성, 범의 시간을 지난다.”


물끄러미 회장을 바라보던 오 집사는 회장에게 말했다.


“회장님, 일본에 있는 무라카미(村上) 단장을 부르겠습니다.”


회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집사는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 후 서재를 나왔다. 서 회장은 책상에서 일어나서 자기 아내라고 했던 한복을 곱게 입고 수줍게 웃는 인물화 앞에 서서 이야기했다.


“하나 하매(花姬)! 조금만 기다려주오 이제 시간이 되었어. 이번엔 야마천왕(夜摩天王 *염라대왕의 異名)이 넘어가지 않고는 못 배길 선물을 준비했다오”


서 회장은 손을 들러 그림을 쓸어내리듯 했다.

 

저번처럼 경계가 풀리 듯 공기가 흘려지고 물결치며 통로가 나타났다.

계단을 통해 밑으로 내려갔다. 비밀스러운 통로로 한참 내려가다 꺾기는 부분에서 안쪽으로 점점 넓어지는 공간이 나타났다. 유리 벽 상자인듯한 투명한 구조물이 놓인 두 개의 제단, 그 주위로 붉은빛의 피안화(彼岸花)가 피어 있었다. 원시의 모습을 한 공간 같은 곳에 유리 벽 상자는 신비함을 자아냈다.


한 상자는 열 일곱 여덟 살의 젊은 처녀가 하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잠자듯 누워 있었고 맞은편 상자에는 마찬가지로 흰색의 소소한 한복을 입은 마른 미라 같은 시커먼 시체 같은 것이 누워있었으나 상자 앞 계기판엔 미라 같은 여인의 바이탈 수치가 나타나고 있었다.


깊은 동면 같은 상태, 숨 쉬는 코마 같은 상태인 듯 보였다.


서 회장은 미라 같은 여인 곁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하나 하매(花姬)! 당신이 내 곁에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내가 기필코 꼭 이번엔 반드시 성공할 거요”


* * *


초희는 하루에 한두 번씩 현우와 통화를 하고 안부를 물었다. 할머니의 치매 증상이 다행히 악화하지는 않았으나 지난번처럼 접신(接神)한 듯 말을 할 때는 무섭다고 했다. 


초희의 할머니는 유명한 무당집의 딸로 할머니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부 터 굿판에서 잔뼈가 굵은 세습 무당이었고 첫 달거리(月經)가 시작될 때 소문에 의하면 잡신(雜神)이 아닌 큰신(神)이 내린 후 만신으로 유명해졌고 그 후 점을 보거나 굿을 하는 잡다한 무당일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의 인생은 녹록지 않은 기구하고 슬픈 인생이었다.

할머니의 고향은 충북 제천이었는데 어렸을 적 6.25사변이 일어났고, 고향이 북한군에 의해 점령되었을 땐 ,

북한 앞잡이 인민반장에 의해 무당인 어머니가 무당이라는 이유로 인민을 선동한다는 죄를 뒤집어 씌워 인민재판으로 목숨을 잃었다.


고아가 된 어린 할머니는 박수무당인 아재와 함께 부산으로 피난을 했다.

전쟁이 끝나고 보통 아이들 같이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며 성장했고 결혼할 나이가 되자, 주변의 권유로 선을 본 건실한 청년과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신랑은 말없이 집을 나갔다.

집을 나간 후 1년이 다되어서 태백산에서 빨치산으로 토벌대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소식을 경찰서로 부 터 연락을 받았다. 


그 후에 청상과부로 혼자 살다가 같은 마을에 살던 친 할아버지를 만나 결혼했고, 그 다음 해 초희 아버지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 후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중 원래 몸이 약했던 남편은 지병인 폐병이 악화하여 갑자기 생을 마감하고 한참 사춘기였던 시기의 아들은 이때 부 터 삐뚤어져 나가고 종종 사고를 치며 급기야 고등학교 때 가출을 했다.


나이 50대 후반에 가출 후 돌아오지 않던 연락 두절의 아들이 갑자기 결혼한다고 연락 온 것이 다였다.

한 7~8년 지나 갑자기 집에 한 대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가 보호소직원의 손에 이끌려 집안으로 들어왔고 단번에 자신의 손녀임을 알아보았고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먼저 죽은 아들과 결혼할 때 한번 본 며느리의 장례가 끝나고 만신이 된 후 첨이자 마지막 아들 내외를 위해 천도굿을 했다. 기구한 인생사, 신을 모시는 능력이 있어도 자신의 업보는 어떻게 못하는 것이었다.

 

이런 초희 할머니는 초희를 정성스럽게 키웠다. 

할머니 손에 컸다는 말을 듣게 하지 않고 특히, 무당의 자녀로 안 좋게 죽은 초희의 부모가 다 핏줄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정말 부단히 노력했다.


 만약 유명한 만신으로 지속해서 활동했다면 시쳇말로 대통령 당선도 맞춘다고 소문난 능력 있는 무당으로 시시때때로 권력자, 재력 자 등이 찾아와 부와 명성으로 쉽게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초희 할머니는 초희를 위해  그런 것 들을 모두 포기했다. 그래서 어렵사리 시청 복지과 공무원의 도움으로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등록되었고 노인들 위해 마련한 일자리 제공을 통해 초희와 할머니는 넉넉하진 못하지만 어렵지는 않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세상에 자기 피붙이가 있다는 것은 할머니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고 행복이며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시간이 흘러 초희가 근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유림이라는 정말 좋은 친구가 생겼을 때는 너무 기뻐서 이젠 삶의 첫 고개는 잘 넘었다 싶었으나 다른 친구들로 놀림을 받고 들어와 자신을 향해 우는 초희를 보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초희가 뭔가 다른 것이 눈에 아른거리고 들린다고 이야기했을 때 초희 할머니는 깜짝 놀라 서둘러 초희의 시영(示靈)능력을 확인하고 다시 나타나거나 능력이 성장하기 전에 억제하는 술법을 행했고 더욱더 초희에게 각별한 신경을 더 써야 했다. 


그러나 초희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초희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현우란 아이가 전학 왔는데 자기와 유림이를 놀리던 친구들을 주먹으로 막 혼내줬다고 백마 탄 왕자가 따로 없었다고 쉴 새 없이 떠들고 좋아할 때 부 터 초희와 현우, 유림이를 초희를 위해 아니 자신을 위해 남은 삶을 바쳐 지켜 주리라 결심하였다.


몇 년 후 현우 부모님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사고를 예지하고 이웃인 현우 부모님께 조심하라 당부했으나 사고는 일어났고 운명 즉 업보는 어떻게든 인과(因果)의 연(緣)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이번 유림의 실종사건도 뭔가 작지 않은 업(業)의 소용돌이가 칠 것이라는 그리고 무엇보다 순리적이지 않고 뭔가 사악한 기가 섞여 있음이 느껴졌다 사람이나 귀신에게 느껴지지 않는 그 무언가 흑막이 있음을 느꼈다. 

      

이제 초희를 위해 그리고 현우와 유림이를 위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고 지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안 이상 더는 늦출 수가 없었다.


“초희야 네 가서 미선이모 좀 불러온나”


“와, 무슨 일 있나?” 초희는 무슨 일인 싶어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아니 무슨 일 있기는 뭐 상의할 일이 조금 이어가 그러지 어서 다녀온다..”


“전화하면 되지, 와” 


초희는 뭔가 중요한 일이 있으며 미선이모를 이렇게 불렀다.

초희가 나가고 잠시 후 초희와 미선이모가 같이 들어왔다.


“집에 있어 드나 얼른 들어온나.” 

초희를 따라 들어온 미선이모는 상기된 얼굴로 서둘러 들어와 초희 할머니 앞에 무릎 꿇고 다소곳하니 앉아 조심히 물었다


“어무이, 무신일인데예?”


“미선아! 편히 앉으라” 


“예” 미선이 이모는 고미선, 초희가 이 집에 오기 전부터 할머니, 

옆집에 살았고 이 집에 오던 날 할머니와 같이 미선이모를 보았다. 그리고, 미선이모와 동생이 입양딸이란 것도 나중에 알았다.


미선이모를 할머니는 친딸처럼 키웠고 미선이모도 할머니를 친엄마처럼 모시고 앞에선 무척 예의를 갖추었다.

 그래서 초희도 미선이모를 엄마처럼 여겼다. 미선이모는 초희보다 어린 남자 형제 둘의 엄마였다.

 

“와요 무신일 있는교”


“미선아, 초희야 앞으로 하는 말 잘들으래이, 초희야! 미선이모는 할매 딸이자 신(神)딸이다. 글카고 할미도 이젠 아니지만 초희 니도 무당이 아니다.  피를 타고 흐르는 기는 할매가 끊었으니 강신(신내림)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기고 내가 마 하늘을 찬찬히 보니 큰일이 앞으로 생기겠다. 그리고 그건 초희 너 하구 현우, 유림이가 얽혀있는 것 같다.

 내달 망일(望日:보름)에 달 가림(월식:月蝕)이 오는데 커다란 적월(赤月)이다. 이때는 모든 문이 열린데이. 특히 저승문이, 즉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헐거워진다 이 말이지” 


초희는 무슨 말을 하는지 할매가 하는 말을 전혀 모르겠어 조용히 듣기만 했다.


“어무이, 무슨 일이 있긴 있는 것 같아요 실종된 유림이는 살아있는 것 같긴하고 현우는 쌀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기, 뭔가 해가 되는 일을 하는 것 같고 초희는 뭐 어떻게 하든 현우랑 이어져 있으니 영향을 받을 끼고 뭔가 딱히 잡히진 않지만 서도···.” 


초희는 유림이가 살아있을 거라는 미선 이모의 말을 듣고 당연히 믿었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적월은 하늘을 파하는 별, 천파성(天破星)인 기라 뭔가 재변(災變)이 일어난 데이 그라고 천파성이 만약 인시(寅時 : 3~5시), 범의 시간을 지날 때 큰일이 일어 날끼다. 인시는 하늘에 양기가 지상으로 내리는 시간에 최고의 음정(陰精 : 음의 기운, 월식)인 적월(赤月)이 만나는 거라 변고가 안 일어날 수 없지,

 그라고 이때 이승과 저승의 경계도 헐거워져 이짝저짝 넘어오는 게 쉬운 거라 험한 것이 넘어올 수도 있고···.”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초희는 현우와 유림이에 대해 궁금했다.


“할매, 그래서 현우캉 유림이는 어떻게 되는데?”


“야야 초희야 어무이 말씀하시니 가만 있어보래이” 미선이모는 초희 할머니가 계속 이야기할 수 있도록 초희를 제지하였다.


“그러니까 우리도 그때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뭐라도 해봐야지 지금은 확실히 잡히는 것이 없으니까네 좀만 기다려보고 야들 주변에 변고가 생기지 않도록 액막이 할 수밖에 없고 야들에게 뭔 일 생기모 니가 내대신 야들을 좀 살피도 알았제 미선아?”


“예~” 미선이모의 해맑은 얼굴은 어느새 긴장감에 비장함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미선이모가 초희 할머니를 신모(神母)로 받든 후 이렇게 까지 말씀하신 적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이번일 적에 초희 할머니에게 큰일일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불현듯 들어서였다.


“그래서 현우캉 유림이는 어떤데?”


“아직은 정확히 모린다. 그런데 현우 주변에 괴이한 것들이 있는 건 분명하고 유림이도 어디엔가 붙잡혀 있을지도 모르고 딱히 뭐라 지금을 말할 수 없다. 지켜보는 수밖에” 


할머니 대신 미선이모가 초희보고 대답을 했다. 아마도 예전부터 미선이모는 현우와 유림, 초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모 딱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가, 그럼 나 현우에게 가봐야 겠다.”


“초희야 얌전히 있어야 한다.. 네가 현우에게 가모 너도 거기 휘말려서 무슨 일 당할 줄 모린다.”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손 놓고 있어야 되나”


“아니 여기서 미선이 이모랑 너랑 현우와 유림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미선아 네 초희랑 남강사에 좀 다녀 오그라 가서 주지 스님인 혜원 스님께 내가 보냈다 카고 뭐 좀 받아오니라.”


“어무이, 그게 뭔데 예?”


“나중에 보면 안다. 가서 초희 야도 인사시키고 안부도 묻잡고 알았제”


“예~”



* * *



며칠 후 미선이모랑 초희는 할머니가 말했던 남강사(南康寺)로 가서 주지 스님이 혜원(慧願) 스님을 찾아뵈었다. 

혜원 스님은 지긋이 나이가 드신 참 인자한 모습에 큰스님이었다. 혜원 스님은 미선이 모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 미선이 왔나 오랜만이네 어무이는 잘 계시고?”


“예~ 스님! 오랜만 이내예 그간 별고 없으셨죠 자주 찾아봬 야한데 죄송합니데이”


“뭐고 일 없다. 잘살면 됐지 오 야가 초희가 많이 컸네, 올해 몇이고?”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고2,18살 이 예요” 초희가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그래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오느라 고생하고 많이 덥제?”


혜원 스님은 요사체(僧房 : 스님이 기거하는 방)으로 일행을 인도했다. 자리를 잡고 혜원 스님이 시원한 냉차와 간단한 과자를 내와 미선과 초희 앞 소반에 내려놓았다.


“시원한 오미자차다 어서 들어라” 


한 모금 마신 후 찻잔을 내리고 혜원 스님은 미선이모를 향해 말했다.


“그래 무슨 일이고 내도 안 그래도 함 연락할까 했다. 하늘이 넘 요상해서”


“야 스님 안 그래도 어무이가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 큰일이 벌어진다 캐서 야 초희 서울 간 친구들 현우랑 유림이가 뭔 일이 있을 것 같아 스님께 뭘 받아오라 캐서요”


“아 그래 현우랑 유림인 잘 있나 갸들도 하도 오래돼서”


“유림은 작년 말에 서울로 이사 갔고 현우는 몇 달 전에 서울로 이사가 유림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했어요. 그리고 유림이는 몇 달 전 부 터 연락이 안 돼서 현우가 유림이 찾는다고 갔어요” 


초희는 스님께 현우와 유림에 대해 말했고 유림이 가 실종되었다고 그래서 현우가 유림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는 말을 어렵게 꺼냈다.


“저런 쯧쯧 우예 이런 일이 있노”


“잠깐 기다려 보래이”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몇 분 후 상자를 들고 나왔다.

상자를소반을 물리고 미선이모 앞에 상자를 내려놓았다. 

상자는 검게 옻칠을 하고 나전과 은상 감으로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전칠기 상자였다. 

스님은 상자를 열어 돌려 미선과 초희에게 물건을 보여 주었다.

상자 안에는 여러 개의 방울이 달린 자루와 청동거울 그리고 조그만 은장도 한 자루가 있었다.


“이 것은 니 어무이가 쓰던 신물(信物)이다 방울은 니도 알끼고 근데 그냥 방울이 아니고 천령(天鈴)이다. 초희 할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그리고 청동거울, 그라고 이 은장도는 예사 은장도가 아니고 옛날 칠지도 아나 그 칠지도(七支刀 : 삼한 시대 제사에 쓰던 신물)에서 떨어져 나간 부분을 불에 녹하서 만든 은장도다”


“이 신물은 니 어무이가 무당일 그만두면서 내게 맡긴 거라. 참 용하고 이 삼남지역엔 니 어무이 만한 만신이 없었다.”


“저도 첨 듣네 예” 혜원 스님은 상자를 닫고 미선이모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미선이모는 상자를 보자기에 정성껏 싸맸다.


“근데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 큰일이 벌어진다 캤다고?” 


“그때 이승하고 저승하고 경계가 헐거워져 가 험한 것들이 왔다 갔다 하기 시워진다꼬 변고가 있을 것이라고 했으요”


“그래 안 그래도 내도 천문을 보니 달 가림이 하고 별자리 보이는 게 요상 타 했다.”


혜원 스님은 그리고 오래된 두루마리 하나와 향 뭉치를 내놓았다.

 

“이것은 달마도다. 남강사 보물이지 고려 시대 보조국사(지눌)께서 직접 그리신 거니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 몸에 지니고 다니고 그리고 이 향은 백향(白香)이다. 이것은 지장보살 님께 염불 할 때 피우는 향이다. 이 향이 저승 중생의 배고픔을 달랜다 하지.”


“이 귀한 것을 어무이께 말씀 잘 드릴께 예”


혜원 스님과 미선 이모, 초희 셋은 한참 담소를 나누고 그간 있었던 일들과 잘 자란 초희에 대해 칭찬과 덕담을 했다.

적월.jpg

적월 : 블러드문(저승의 문이 열리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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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무라카미 단과의 전면전 – 전초전(前哨戰) NEW 16시간 전 4 1 11쪽
30 무라카미 단과의 선전포고 24.09.16 5 1 10쪽
29 유키히메(雪姬), 홍단 – 2 +2 24.09.14 12 1 12쪽
28 유키히메(雪姬), 홍단 – 1 24.09.13 16 1 12쪽
27 비밀의 무라카미 단(團), 한국 상륙 24.09.12 18 2 11쪽
26 신수(神獸)를 얻다. 24.09.11 18 3 11쪽
25 삼목귀왕(三目鬼王)과의 대결 - 3 +2 24.09.10 21 3 14쪽
24 삼목귀왕(三目鬼王)과의 대결 - 2 24.09.09 27 3 14쪽
23 삼목귀왕(三目鬼王)과의 대결 - 1 24.09.06 21 3 12쪽
22 요망한 것 들! 가만두지 않겠다.- 3 24.09.05 20 3 10쪽
21 요망한 것 들! 가만두지 않겠다.- 2 24.09.04 21 3 9쪽
20 요망한 것 들! 가만두지 않겠다.- 1 +2 24.09.03 27 3 13쪽
19 유림, 삼도천(三途川)을 건너다. - 3 24.09.02 21 3 12쪽
18 유림, 삼도천(三途川)을 건너다. - 2 24.08.30 19 4 16쪽
17 유림, 삼도천(三途川)을 건너다. - 1 24.08.29 24 4 17쪽
16 저승에서의 만난 노인(老人) 24.08.28 23 4 14쪽
15 너의 혼(魂)을 찾으러 험한 곳으로 간다..-2 24.08.27 20 4 13쪽
14 너의 혼(魂)을 찾으러 험한 곳으로 간다..-1 24.08.26 21 4 15쪽
13 저승의 문턱에서 넘어온 것 24.08.25 25 4 14쪽
12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Ⅲ)-2 24.08.24 27 4 8쪽
11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Ⅲ)-1 24.08.23 28 4 12쪽
10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Ⅱ)-2 24.08.22 31 4 11쪽
9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Ⅱ)-1 24.08.21 48 4 12쪽
8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Ⅰ)-2 24.08.20 35 4 9쪽
»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때(Ⅰ)-1 24.08.19 40 4 17쪽
6 서울 상경(上京)-2 +2 24.08.17 44 4 13쪽
5 서울 상경(上京)-1 24.08.16 51 4 13쪽
4 다시 부산으로 - 2 24.08.15 46 4 15쪽
3 다시 부산으로 - 1 24.08.14 66 5 13쪽
2 탐방(探訪) +2 24.08.13 82 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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