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이 육성한 천조따리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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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허
그림/삽화
07시20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1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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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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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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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7

DUMMY

17화. 1악장. 재능의 화려한 개화-9



* * *



[이제부터 시작일세!]


”뭘 가르쳐 주실 거죠?“


하루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란 목표가 생긴 것이다.


베토벤은 스승으로서 제자를 돕기 위해 혹독한 가르침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르침의 첫날로 오늘이 정해졌다.

하루는 긴장이 되었다.


음악의 성인이라 불리는 악성(樂聖) 베토벤이 스승님이라니. 그의 일대일 가르침이라니.

한편으로는 그의 괴팍한 성격은 후대에 널리 알려진 터라 걱정되기까지 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

욕설할 수도 있으며.

며칠 밤낮을 연습시킬지도 모른다.

피를 토하는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 터.

그럼에도 베토벤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음에 설렜다.


“아저씨. 전 준비 됐어요.”


하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먹을 꽉 쥐고 몸에 힘을 줬다.

혹독한 스승의 가르침을 예상하며 각오를 다지는데.


[그럼 산책하러 가세!]


“예?”


[산책! 날씨가 좋으니 밖에 나가잔 말이네.]


예상 못 한 말이었다.

뜬금없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알겠어요.”


베토벤의 강요에 하루는 밖을 나왔다.

햇볕이 따스했고 봄바람이 솔솔 불었다.

하루는 집 근처의 공원을 한 바퀴 걸었다.


‘아, 좋다.’


사람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

어머니와 아들이 산책하는 모습도 보였다.

달리기하는 커플도, 가족들도 보였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을 잡고 다정히 걷고 계셨다.

공원의 조형은 아름다웠고, 나무와 풀들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산책은 음악가에게 꼭 필요한 일이네. 음악적 영감을 떠올리게 해주지.]


베토벤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평온하게 들렸다.


“네. 이제 들어갈까요? 어제저녁에 알바를 해서요.”


[무슨 소린가! 내 말 못 들었나? 음악적 영감을 받으려면 산책을 많이 해야 한다네!]


베토벤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루는 머리가 살짝 울리는 듯했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아저씨는 산책 많이 했어요?”


[당연하네! 내가 살았던 빈은 봄이 오면 쾌적한 산책길이 많았지. 남서쪽에는 포도밭 가득한 하얀 마을도 있었고 성벽 너머에는 알프스산맥이 희미하게 보였지. 빈의 성당 건물 위를 본 적 있는가? 돔이 올려져 있는데 그게 양파 모양이라네. 빈의 공원엔 라일락이 심어져 있고 자주 가는 식당에선 언제나 향긋한 빵 냄새가 났고.]


베토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화한 목소리를 냈다.

마치 예전의 추억에 잠긴 듯했다.


“그럼 30분만 더 걸어요.”


밤새 아르바이트를 했던 하루는 30분으로 시간을 타협했다.

그렇게 걷고 집에 들어오니, 베토벤은 다음 과제를 주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과제겠지.’


시대의 거장이 주는 과제.

실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비법일 것이다.

하루는 음악을 사랑했기에 슬럼프마저 극복했다.

더욱 연주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올랐다.

그의 연주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그럼 다음 과제는······.]


‘피아노 연주려나? 아니면 작곡 공부? 바이올린일 지도 몰라.’


하루는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쥐었다.

쥔 주먹에 땀이 차올랐다.

긴장도가 한없이 올라갈 때.


[메모일세!]


“······네?”


[기록장을 준비하게!]


또다시 예상외였다.

베토벤은 필기할 도구를 준비하라고 했다.

하루는 집에 있는 수첩과 펜을 집어 들었다.

그의 가르침을 받고 싶었기에 군말 없이 따랐다.


그리고 베토벤에게 물었다.


‘뭘 기록하죠?’


베토벤 아저씨는 큰소리로 외쳤다.


[뭐든! 떠오르는 건 몽땅 적게나. 그게 창작의 시작이니!]


“더 모르겠는데···.”


하루는 난감했다.

무엇을 적으라는 방향이 없었다.


[나는 뭐든 기록했네! 심지어 식당 벽지나 문짝에도 메모했지!]


지독한 메모광이라는 이야긴 들었지만.


[가계부도 심심치 않게 적었고. 파파 하이든과 마셨던 커피 가격도 아직 기억하네.]


‘이 정도일 줄이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베토벤은 메모의 양에 비해 심각한 악필(惡筆)이었다.

하루는 그가 쓴 글을 봤다.


“이거 손으로 쓴 거 맞아요?”


그가 기록한 메모장엔 지렁이들이 가득했다.

오죽 심하면 악필로 인해 곡 제목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베토벤이 좋아했던 테레제 말파티란 여성.

그녀에게 바친 곡 이름이 베토벤의 악필 때문에 곡 이름이 테레제(Therese)가 아닌 엘리제(Elise)로 잘못 알려졌다는 설은 유명했다.


‘그럼 ’엘리제를 위하여‘가 아니라······.’


[글씨는 중요하지 않다네! 창조적 영감은 계속해서 표출해야만 하는 것!]


베토벤의 메모에 대한 재밌는 정보들도 발견했다.

그의 음악한 정교하고 과학적이었다. 마치 삼각함수를 옮겨 놓을 만큼 정확했고, 건축구조물처럼 명확한 설계가 되어 있는 수학적 아름다움을 칭송할 정도의 악보를 만들었다.


‘서윤이가 보면 좋아하겠어.’


하지만 막상 그는 수학을 못 했다.

아니, 산수조차 어려워했다.

아까 베토벤이 말했던 스승 하이든과 마셨던 커피값 또한 틀렸다.

곱셉과 나눗셈을 배우지 못해, 가계부에 적을 덧셈도 진땀을 뺀 것이었다.


‘아저씨. 난독증도 있었어요?’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베토벤은 14를 4i로 적는가 하면 1808년이라고 쓸 것을 1088년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 그래도 대위법은 잘했다네!]


그럼에도 난이도가 높은 대위법 문제(둘 이상의 독립된 선율이나 성부를 동시에 조화롭게 결합시켜 곡을 만드는 작곡법)를 즐겨 푸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철자법에 애를 먹은 건 사실이네. 글자가 여러 각도에서 동시에 바라보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지. 마치 소리의 면과 구조가 여러 방면에서 들렸던 것과 같달까.]


베토벤은 참 알면 알수록 신기했다.

하나의 면이 아닌 두 가지 면을 동시에 가졌었다.


적는 걸 좋아하지만, 누구보다 악필이었고.

누구보다 정교한 수학적 아름다움을 가진 곡을 만들었지만, 산수는 어려워했다.


예를 들면 지금 하루에게 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양면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요청.


[예술가는 깨끗해야 한다네! 얼굴을 빡빡 닦게나!]


“아까 씻었잖아요!”


[나는 세면대가 보이면 참지 못하고 비누부터 찾았네! 냅킨으로 이를 매일 문질렀고! 얼굴 씻었으면 소금, 숯, 허브를 천에 묻혀 이를 닦게나!]


“지금은 치약이란 혁명적인 발명품이 있거든요?”


베토벤은 결벽증 적인 면이 있었다.

계속해서 하루에게 몸을 청결하게 할 것을 강요했다.

하루는 베토벤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그의 말을 따랐다.


“알겠어요. 다 씻었으니 방도 치울게요.”


그가 청결함을 원하니 방을 치우려 했다.

하루는 베토벤의 가르침을 받고 싶기에 최대한 맞춰줄 생각이었다.


[그건 괜찮네! 방은 안 치워도 되네! 그럼 이제 피아노를 치러 가보세!]


“네?”


또 의외였다.

베토벤은 몸의 청결은 중요시했지만, 집은 엉망으로 놔둬도 괜찮다는 양면성이 있었다.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베토벤은 거처마다 난장판을 만들며 살았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건 그의 피아노 아래엔 요강이 놓여있었다는 말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를 도와줄 조력자는 차고 넘쳤다는 게 베토벤의 음악적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었다.


“아저씬 대단하네요.”


[당연하지. 그저 그런 귀족과 음악가들은 많았지만, 베토벤은 세상에 나 하나뿐이었네!]


“그럼 이제 피아노 쳐요. 우리.”


하루는 베토벤의 곡을 배우고 싶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최고의 음악가이며 천재라 불리는 그의 피아노였다.

베토벤을 스승으로 둘 수 있는 사람이 현시대에 누가 있겠는가. 오늘은 주말이기에 알바를 가지도 않으니 시간도 넘쳤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그에게 할애하고 싶었기에.


“아저씨 곡 ‘열정’을 알려주세요!”


이번 콩쿠르 참가 신청 곡 중 하나는 베토벤 곡이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No.23 Op.57 <열정>.


반드시 그에게 제대로 이 곡을 배우고 싶었다.


[알겠네! 즐거운 음악 시간을 가져보세!]


하루는 근처의 연습실을 빌렸다.

대여료를 내고 방에 들어가 피아노 앞에 앉은 하루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피아노 위에 악보를 올려놓았다.

이제부터 진짜 베토벤의 가르침이 시작될 것이다.


[악보를 보게! 음표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주제와 화음에 부과된 절제와 규율을 느끼게나!]


하루의 손이 건반을 때렸다.

양손이 건반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활강했다.


베토벤 소나타 23번 <열정>.

베토벤의 청각 손실이 심각해지던 시기에 만들어진 곡.

기존의 고전주의 음악 형식을 벗어나 베토벤의 사상과 생각이 강렬하게 표현된 ‘열정 소나타’이다.


[차분하게! 하지만 충동적으로!]


[유연하고도 재빠르게! 여긴 레가토!]


[첫 주제는 C단조로 거칠고 강렬하게 치고!]


[악센트(accent)와 스타카토(staccato)를 적절히! 각 음이 생생히 살아나게!]


베토벤은 열정적으로 하루를 가르쳤다.

그의 피아노를 열의를 다해 듣고, 어떤 부분이 수정되어야 하고 보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큰 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그만큼 베토벤은 하루에게 애착을 가지고 스승으로서의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있었다.


하루는 그의 실력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연주를 들으며 베토벤은 음표 하나마다 소리를 어떻게 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아주 좋았네! 하지만 여기서 음계를 이런 식으로 연주하는 건 어떤가!]


그는 귀신과 같은 청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절대음감을 타고나 음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구현해 낼 수 있었다.


다양한 연주법을 제시했고, 흥미로운 곡의 해석에 대한 의견을 냈다.

본인의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탐구는 끝이 나지 않았다.

더욱 뜨거우며 다양한 음의 조화를 갈망하는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태도는 하루마저 달아오르게 했다.


‘나도 풍성한 음을 내고 싶어.’


‘뛰어난 기교로 연주하고 싶어.’


‘곡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니. 나도 나만의 해석으로 표현해보고 싶어!’


그 마음을 읽은 것인지.

베토벤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와 베토벤은 감화되었고 음악을 향한 마음이 절정을 향해 내디뎠다.


“아저씨. 제 몸에 들어와 연주해주세요! 아저씨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베토벤도 그에 응했다.


[그럼 들어가 제대로 쳐볼까? ‘열정’이란 곡명에 맞게. 그런데 자네 괜찮겠나? 빙의하면 몸이 아플 걸세!]


“거장 베토벤한테 배울 수만 있다면 몸 아픈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요!”


<열정>은 베토벤이 지은 부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곡을 들은 출판사는 곡의 부제를 ‘열정’으로 지었다.

부제에 걸맞을 만한 뜨거운 곡이었다.


강하루의 몸에 서늘한 기운이 맺혔다.

몸 전체를 훑는 차가운 냉기가 하루의 정신을 튕겨냈다.

그리고 몸의 제어권은 베토벤에게 넘어갔다.


[음악은 불같은 정신을 이끌어내고, 눈물이 쏟아지게 하는 것이네!]


그가 건반을 터치했다.


그렇게 베토벤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거장의 충동적인 허세가 두서없이 터져 나오는 연주.


피아노 연주자 가운데 가장 우뚝 선 거인.

음악의 성인. 악성(樂聖) 베토벤의 무대였다.


하루는 온몸의 세포 단위까지 소름이 돋았다.

온몸의 솜털이 기립하며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베토벤의 연주에 최선의 집중을 했다.


‘한음도 놓치지 않을 거야.’


스승의 가르침을 온몸에 새기기 위해.


작가의말

“음악은 영혼을 울리고, 이야기는 마음을 움직입니다. 여러분의 선호와 추천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함께 이 여정을 걸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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