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이 육성한 천조따리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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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허
그림/삽화
07시20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14 00:31
최근연재일 :
2024.09.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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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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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27

DUMMY

27화. 1악장. O원짜리 연주-4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로돌프 크로이처(Rodolphe Kreutzer)에게 헌정된 곡.

베토벤이 남긴 10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강렬하고 투쟁적인 곡이었다. 그중 1악장은 강렬함의 극치라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깊은 인상을 주는 파트였다.


할바보이 나유건이 연주한 부분도 이러한 부분인 1악장이었다.

하루가 연주하려는 악장도 마찬가지.


두 강렬한 불꽃이 부딪히는 음악과 같은 연주에 서막은 바이올린의 서정적이고도 느린 활시위에서 시작한다만.


‘어떻게 해야 하나.’


하루는 안타깝게도 바이올린을 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간다면, 최원영에게 안 좋은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다.

지금 최원영과, 나유건,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학생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할바보이 나유건의 승리를 인정한다면, 소문은 날개를 펴고 크게 부풀려져 날아갈 것이다. 학교 구석구석 어느 한 곳을 빼놓지 않고.


방법은 하나였다.

하루는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제자 한번 도와주세요.’


그는 당연히 제자인 자신을 도와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


하지만 베토벤에게 나온 건 의외의 대답이었다.

단번에 요청을 수락할 것 같았던 베토벤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제자라면서요. 그럼 위기에 빠졌을 때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네의 위기가 아니지 않은가?]


‘원영이가 곤란해질 수 있잖아요.’


[나는 자네가 더 중요하네.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네.]


베토벤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그는 자신의 제자가 관련된 일이 아닌 것에 칼같이 선을 그었다.

언제나 뜨거워 보였던 그였지만, 꽤나 냉철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


“강하루. 어때? 내 크로이처가? 아마 베토벤이 와도 분명 이거보다 못 칠 거다.”


할바보이가 거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게 트리거였다. 총의 방아쇠가 당겨지듯, 그 한마디가 베토벤의 영혼에 불을 지폈다.


[뭐? 이 정신 나간 인간을 봤나. 자네 같은 버러지 수백 명을 가져와도 세계에 유일한 존재인 나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이길 순 없을 걸세!]


누가 베토벤을 냉정하다 했는가.

누가 베토벤이 차갑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토록 불같은 50대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강하루! 지금 당장 몸을 내놓게. 내 저놈을 가만두지 않을걸세. 이참에 베토벤이란 이름을 심장에 새겨놓겠네. 다시는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도록 해주겠네!]


‘워, 진정하세요. 아저씨.’


그럼에도 쉽사리 진정하지 못하는 베토벤이었다.


할바보이 나유건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하루를 쳐다봤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웃음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꼴 보기가 싫은지 몰랐다.

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선 그만큼 재밌는 볼거리는 없었다.

주변을 둘러싼 학생들이 한마디씩 했다.


“너, 할 거야 말 거야? 방송에서 천재로 나오던데, 그거 다 짜고 친 대본 같은 거지?”


“에이, 김 다 샜네. 이럴 거면 진작 게임이나 할 걸 그랬네.”


“야, 야. 잠시만. 재 눈빛이 이상한데?”


“어? 활 들었다. 하려나 봐.”


“대박. 강하루 피아노과잖아. 그런데 어쩌려고?”


“최원영한테 바이올린 빌린다. 재꺼 스트라디바리우스이지 않아? 50억짜리잖아.”


“그걸 저렇게 서슴없이 빌려준다고? 진짜 소문이 맞나봐.”


“무슨 소문?”


“쟤네 둘이 사귄다는 소문 말이야.”


최원영은 유독 그 말에만 반응했다.


“아, 아니거든! 나랑 하루는 그런 사이 아니야.”


원영은 얼굴이 붉어져서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주목받는 행동은 하루가 바이올린을 턱에 고정시키고 활을 들어 올린 자세였다.

하루는 비장한 표정으로 베토벤에게 말했다.


‘아저씨, 도와주실 거죠?’


[자네가 날 도와주는 걸세. 내가 저 건방진 애송이를 박살 내는 걸 말일세.]


‘1분이면 될까요?’


[너무 길다네.]


‘그럼요?


[30초면 충분하네.]


하루는 베토벤의 빙의를 허락했다.

그리고 거장 베토벤이 다시 한번 하루의 몸에 들어갔다.


전신에 서늘한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의 의식은 몸에서 튕겨져 나왔다.

이제부터는 거장 베토벤의 시간이었다.


[알게 될걸세. 왜 거만한 귀족들이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은 이유를.]


‘9살 때부터 아버지 요한에게 배운 바이올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건가.’


하루가 검색한 인터넷 기록엔 베토벤은 어릴 적부터 아주 다양한 악기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그중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가장 집중적으로 배웠다. 피아노는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은 9살 경부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 요한의 엄격한 교육으로 인해 학습한 바이올린은 다른 음악가들과 비교해도 아주 수준급이라 적혀 있었다.

어린 베토벤이 바이올린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났다고.


거장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베토벤의 활이 바이올린의 줄을 뒤흔들었다.


[레가토부터.]


그는 레가토 주법(음과 음 사이를 끊어지지 않도록 연주)으로 음을 부드럽게 이어가며 선율을 확장시켜 나갔다.


[스피카토는 무겁게.]


그는 활을 현에서 떨어뜨려 빠르고 명확하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이내믹하게 극적인 변화를 주었고, forte(세게)에서는 활로 현에 강한 압력을 주며 활의 모든 길이를 사용해 크고 풍부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pianissimo(매우 여리게) 부분에서는 섬세함이 극에 다다랐다. 마치 현을 스치듯 닿을락 말락 한 간격을 유지하며 선율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서사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비브라토(음을 떨리게 하는 연주법)는 더욱 넓게 사용했다. 그에게 바이올린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었다. 소리 자체가 자신의 감정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음표 하나하나에 하고 싶은 말을 넣어 연주하는 것 같았다.

긴장감과 생명력이 동시에 역동하는 음계의 바다가 만들어졌다. 바다는 파도를 만들고, 파도는 모이고 커져 하나의 쓰나미를 만들어 냈다.


커다란 음계의 해일이 사람들을 덮치고 있었다.


[그거 아는가? 사실 이 곡은 로돌프 크로이처에게 헌정될 곡이 아니었네. 원래 곡의 주인은 따로 있었지.]


베토벤은 스스로의 연주에 격양되며 말했다.

그의 활이 현을 누르며 Portamento(아주 매끄럽게)가 음과 음 사이를 연결하며 유연하고 부드럽게 선율이 흘러가는 것을 도왔다.


[원래는 폴란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조지 브리지타워를 위해 만들었다네. 녀석이 헛짓거리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 곡은 그에게 헌정되었을 걸세.]


‘그가 뭘 했길래 그런 거죠?’


하루는 베토벤의 연주로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물었다.

분명 조지 브리지타워는 베토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명곡의 헌정자가 바뀔 이유가 없었으니까.


[뒤풀이로 간 술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던 여인에 뒷담화를 했네. 그날로 그에게 헌정하려던 계획을 취소했지. 그렇게 곡은 로돌프 크로이처에게 갔다네!]


‘험담 때문에 헌정자가 달라지다니······.’


상식의 기준이 조금 다른 베토벤이었다.

괜히 그 시대의 그를 괴팍하다고 부르는 게 아니었다.

뒷담화를 좀 했다고, 바로 헌정자를 바꾸는 그의 변덕이란.


하지만 그의 연주는 변덕을 부리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투쟁적이고도 정열적인 불같은 연주가 바이올린에서도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그의 손가락과 활이 완벽하게 일치하며 빠르고 깨끗한 스케일(음의 계단)과 아르페지오(펼침화음)를 표현했다.

왼손은 유연한 포지션 변화를 이끌어 냈고, 오른손의 활은 명료하면서도 가볍게 스트로크를 반복하며 음에 추친력을 가했다.


그가 연주한 지 겨우 20초가 지났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하루의 몸은 벌써부터 저리기 시작했다.

바이올린을 배우지 않았던 하루였기에, 쓰지 않았던 근육과 뇌의 사용이 베토벤의 감각을 더욱 벅차게 느끼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게! 10초 후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테니까!]


주변의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그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

어떤 이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고, 어떤 이는 입을 떡 벌려서 날벌레가 들어간 지도 몰랐으며, 어떤 이는 눈이 커져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할바보이 나유건도 손에 힘을 잔뜩 줬다.

하도 놀라 자신의 손에 든 32억짜리 과르네리를 떨어뜨릴 것만 같았기에.

하지만 정신을 차리려 하면 할수록, 더욱 혼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경험했던 베토벤의 크로이처와는 차원이 달랐다.


할아버지 나유철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수많은 레슨 선생님을 만났다.

그 중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들도 몇 명 있었다. 영화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악마를 숨김」 의 주연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도 맡을 정도로 세계적인 연주가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돈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이 들었던 베토벤의 크로이처만으로 봤을 때 이 정도 전율을 자아내는 이는 처음이었다.


충격적인 현장의 목도는 나유건의 다리에 힘을 풀리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그는 힘을 줘서 버텼다.

여기서 쓰러지는 것만큼 볼품없는 건 없었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말일세. 막상 로돌프 크로이처는 헌정 받은 이 곡을 치지 못했다네! 왜 그런지 아나?]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로돌프 크로이처.

그는 베토벤의 곡을 헌정 받았음에도 이 곡을 한 번도 연주하지 않았다.


‘설마······.’


그의 선율에 서사가 쌓였다.

격렬한 감정 변화가 음계에 오고 갔다.

오선지 위의 격렬한 전투가 일어나며 음들의 분쟁이 일어났다.

노래하듯 선율들이 위아래로 오고 가며 하나의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갔다.

이상적인 음악의 에덴동산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내 연주를 들었으니까. 그 이후 그는 이 곡을 연주하는 걸 포기했다네.]


각 프레이즈가 선율의 흐름을 극대화했다.

마그마가 음계에서 분출하고 있었고, 용암이 선율의 전사들을 불태우고 있었다.

피치카토 기법으로 현을 튕기며 과감한 음색을 보이며 강렬한 포르테와 스트로크가 연주의 끝을 선포했다.


청중들에게 공고하듯.

관객들에게 선언하듯.


그대들이여.

이번 생이란 무대에.

악성(樂聖) 베토벤이 왔노라.

모두 박수를 쳐다오. 불같은 음악의 같이 취해다오.


음악이란 생의 마지막에 찾은 기쁨이.

그대들의 삶에도 활화산처럼 다가오길.


빛이 가득한 성소에 함께 들어가길.

아름다운 신의 불꽃이 그대들에게 전해지길.

만인 이에게 환희의 축복이 선물 되기를.


툭.


베토벤의 연주의 마침표가 찍어짐과 동시에 활이 끊어졌다.

음악의 성인의 바이올린 연주가 종료되었다.


30초짜리 연주.

1악장을 일부만을 들려줬다.

그럼에도 하루의 몸은 저려왔다.


베토벤의 감각이 다시 한번 온몸으로 느껴졌다.

세포에 느껴지는 전율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강렬하게 새겨졌다.


그렇게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가 진짜 주인의 손에서 펼쳐졌다.

아주 짧은 30초간.


그리고 이어지는 건 환호의 함성이었다.


와아아아아아-!


작가의말

“작품을 읽으면서 웃음도 나고, 마음도 따뜻해지셨길 바랍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 흥미진진한 여정 함께 즐겨주시길 바라며, 댓글과 추천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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