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이 육성한 천조따리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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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허
그림/삽화
07시20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14 00:31
최근연재일 :
2024.09.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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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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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25

DUMMY

25화. 1악장. O원짜리 연주-2



* * *



나유철 회장은 단 한 번도 사람의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적이 없었다.

아무리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지만 멀쩡하다면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베토벤은 0원이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음악의 성인, 악성(樂聖) 베토벤의 가치가 0원인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가치를 누구보다 인정한다는 나유철 회장만의 평가이기도 했다.


방송에 나온 젊은이가 그랬다.

그는 마치 베토벤처럼 피아노를 쳤다.


운명에 절망하듯,

신에게 낙담하듯,

그리고 좌절을 환희로 바꾸듯.


그의 연주는 마치.


'베토벤 그 자체야.'


나유철은 '0원 짜리 연주가'를 난생 처음 만났다.

소름이 돋고 전율이 일면서도 미간이 찌푸려지게 하는 음악가와의 첫 조우가 TV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에선 젊은이의 이름이 '강하루'라고 했다.

한국대 음대 피아노과 출신이었다.


'우리 손자와 같은 학교군. 유건이가 이 친구를 알려나.'


기분이 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취향과 다른 0원짜리 베토벤이라니.

이왕이면 모차르트와 같은 900조짜리 연주가가 나타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베토벤이라도 상관없었다.

클래식계의 몰락을 막을 수 있다면 누구든 어떠한가.


'비서실장을 통해 강하루의 연락처를 알아봐야겠어. 지원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해줘야 되니까. 저 녀석은 클래식계의 희망이야. 돈이라면 썩어날 정도로 넘쳐나거든.'


생각해보니 손자와 연결고리가 있는 젊은이였다.


'일단 유건이한테 물어볼까? 둘이 친할 수도 있잖아. 우리 유건이도 사람 보는 눈이 있으니까 막역한 사이일 수도 있어.'


나유철 회장은 설레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뭐든 급박하게 일을 처리하는 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회장님. 나유건 도련님께서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나유철 회장은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


'뭐 이런 거까지 보고하고 있어. 융통성이 없군.'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나유건 도련님께서 화장실 칸막이에 들어가서 울고 계십니다. 훌쩍이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립니다.]


그 문자에 나유철 회장은 고급 가죽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 무슨 일이야! 감히 누가 우리 유건이를 울려! 최원영 그 아이가 그런 건가? 아무리 쿤피아 그룹 손녀딸이라 해도 내 손자를 마음 아프게 하는 건 절대 용서 못 해!"


나유철 회장이 씩씩대고 있을 때였다.


우웅.


다시 문자가 왔다.


[회장님. 누가 그런지 알 거 같습니다. 사진 보내드리겠습니다.]


나유철 회장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대학생들끼리의 문제라 해결하게 두는 게 맞았지만, 손자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은 분노를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손자에게 해를 끼치는 건 자신의 선에서 해결했다.

이번에도 나유철 회장은 자신의 손자를 울린 녀석을 곱게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


"기분 잡치게 만든 대가는 톡톡히 치러주마."


아까까지만 해도 나유철 회장은 누구보다 기분이 좋았다.


클래식계의 보물을 찾아냈으니까.

비록 강하루가 치는 피아노가 베토벤의 연주일지라도 클래식을 살릴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그의 0원짜리 평가는 사실 최고의 칭찬을 의미했기에.


한 번도 사람에게 0원이란 낙인을 찍은 적 없는 나유철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강하루의 연주를 '0원'이라 말한 건 그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클래식계의 보물인 강하루를 거침없이 지원해줄 생각이었다.

그가 훨훨 날며 클래식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고양되었다.


단 하나의 스타로 업계는 살아날 수 있었다.

많은 분야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었기에 클래식의 부흥을 기대하며 더욱 설렜다.


강하루라는 젊은이가 제2의 베토벤으로서 클래식계의 돌풍을 몰고 올 것이기에.

그리고 클래식 업계에 소비자들은 넘쳐나며 다시 부흥기가 일어날 것이기에.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순간.

손자를 울리는 녀석이 있다고 했다.

분노로 얼굴에 피가 몰리며 주먹을 쥔 손이 떨렸다.


누군지 몰라도 혼쭐을 내주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사진]이라고 메시지가 떴다.

이제 이걸 누르면 그 나쁜 놈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유철 회장은 날카롭게 눈을 떴다.

그리고 핸드폰에 손가락을 대고 눌렀다.


커다랗게 사진이 떴다.

수행비서는 좋은 핸드폰을 사용해서인지 화질이 좋았다.

선명하게 얼굴이 보였다.


'이, 이 녀석은....'


나유철 회장은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눈을 비비적댄 후 다시 한번 사진을 보았다.


무척 선명한 화질 덕분인지 헷갈릴 수도 없었다.

그 사진 속 얼굴은 확실히 자신이 아는 얼굴이었다.


자신을 TV 속에 빨려가게 만들었던 젊은이.

클래식계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

베토벤과 같은 금액 '0원'을 평가했던 청년.


'강하루의 사진이 왜 여기······?'


믿고 싶지 않던 현실이었다.

아무리 눈을 비벼도 사진은 변함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강하루에 관한 두 개의 자아가 충돌했다.


사랑하는 손자를 괴롭힌 빌어먹을 무뢰한.

클래식계의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빛과 소금과 같은 신성.


두 개의 양립할 수 없는 관점이 대립했다.

나유철 회장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사랑하는 손자와 클래식이 남과 북처럼 갈라졌다.

그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하······. 그래도 손자를 괴롭힌 건 벌을 받아야지.'


그럼에도 그는 손자 나유건의 할아버지였다.

철림그룹의 회장이자 사랑하는 손자의 보호자.


나유철 회장은 철혈의 기사처럼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그럼에도 가슴 한편에서 흘러나오는 아쉬움.

잡을 뻔한 빛을 놓친 것 같은 통탄.


그로 인해 굴러가는 합리적 사고는 그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잠깐, 아직 무슨 일인지 모르잖아. 강하루가 우리 손자를 울렸다는 확신도 없고, 어떤 일인지도 알지 못해. 일단 사건의 정황을 확인해 보고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 결정하자.'


그렇게 생각하자 나유철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아직은 클래식계의 신성을 가슴 속에서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되어 있었기에.



* * *


하루는 학교를 가는 길이 부담스러웠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음대 건물을 가기 위해 캠퍼스를 걷는 와중에도 많은 이들이 하루를 알아봤다.


"어머, 재 강하루 아니야?"


"나 방송 봤어. ‘오늘 밤, 그 자리 그곳’ 에 나왔잖아. 피아노 치는 거로."


"대박. 완전 잘 치던데? 나 무슨 베토벤인 줄."


"야, 재는 뉴제스 노래도 치더라. 나온 지 한 시간도 안 된 노래를 바로 편곡까지 하더라고."


"미친. 재 천재야?"


"그런 듯. 얼굴도 잘생겼고. 말 좀 걸어볼까."


"아서라. 재 최원영하고 친하잖아. 네가 눈에 들어오겠냐."


"짜증 나네. 그냥 가던 길이나 가자."


학교 수업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뒤에서 많은 이들이 하루를 보며 웅성거렸다.


오히려 하루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루와 같은 학년 피아노과인 뱀눈 김서준은 그 모습이 무척 아니꼬웠다.


괜히 하루 근처에 와서 그를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


"야. 우쭐대지 마. 이게 얼마나 갈 거 같아? 조금 있으면 사람들 다 잊어버린다고. 그리고 피아노 연주 나중에 한 판 더 붙어. 아직 제대로 안 붙었잖아? 누가 이길지 승부를 가려야지."


"전에 가려냈잖아. 비창 기억 안 나?"


"그거 말고! 그다음에 라흐마니노프로 내가 이겼잖아."


그땐 하루가 슬럼프로 피아노를 못 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피했을 뿐이지만.


"그래. 네가 이겼다. 위너. 축하해. 짝짝짝."


하루는 가볍게 받아쳤다.

그 말에 뱀눈 김서준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주먹은 불끈 지었지만, 곧 수업이 시작했다.


[자네 사람 열 받게 잘 말을 하는군.]


'상대하면 저만 피곤한걸요.'


수업이 끝나고 다른 수업을 위해 이동할 때.

하루는 아는 얼굴을 만났다.

검은 옷을 입은 4학년 지휘과의 저승사자 박준혁 선배였다.


"하루야. 방송 잘 봤어. 어떻게 그렇게 피아노를 잘 치는지. 전에부터 예사 실력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연주까지 잘할 줄 몰랐어. 정말 대단해. 강하루."


[겨우 이 정도로 호들갑이군. 나 베토벤의 제자라면 기본이네.]


"아니에요. 선배님. 그럼 곡 녹음할 때 봐요."


그가 만난 건 저승사자뿐이 아니었다.

덕후 홍세린은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하루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리고 웃으며 달려와 말했다.


"스바라시(すばらし-い)! 하루짱! 진짜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내 유투브 라이브에도 네 이야기로 도배 됐었어. 그때 쳤던걸 본 사람이 아직도 라이브에 와서 네 이야기만 한다니깐. 언제 한번 내 유투브 게스트로 와줄래? 부탁할게."


[유투브? 라이브? 현시대엔 정말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군.]


그녀는 한 명의 래퍼처럼 속사포로 말을 내뱉었다.

정신없는 기세에 휩쓸려 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들어가는 강의실 앞에서 만난 여우상 여서희는 고개를 치켜들고 툭 던지듯 말했다.


"방송 봤어. 잘하더라, 너."


"고마워."


"그건 그렇고 음악의 창작과 제작 과제 얼른 마무리해야지? 난 성적 잘 받아야 하니까 바쁘다고 엉망으로 하기만 해봐. 가만 안 둘 거야."


"걱정하지 마. 대충하는 건 나도 용납 못 해."


[음악은 불같이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하네. 당연히 완벽해야 하고.]


그 밖에도 방송을 본 이들이 하루를 모두 알아봐서 그는 혼이 쏙 빠졌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하루의 음대 수업은 모두 끝이 났다.


'정태우 PD님이 최고 시청률이 나왔다고 하더니. 그게 진짜였나 보네.'


하루의 카카오톤엔 한우와 함께 고맙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태닝남 정태우 PD가 보낸 감사 선물이었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유명인들은 정말 보통 힘든 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연하네. 나도 빈 전역에서 얼마나 아는 체를 했는지 정신이 혼미해질 때가 많았지. 이것도 잠시뿐이네. 금방 적응할걸세.]


그렇게 하루는 터덜터덜 학교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정문 앞에서 누군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가방을 잡고 놔주지 않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비쩍 말랐으며 뾰족한 턱을 지녔다.


분명 학교 내에서 동기들이 그를 지칭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할바보이 나유건?'


철림그룹 할아버지를 맹목적으로 믿고 따른다고 학교에서 부르는 별명이었다.

그리고 현재 가방을 인질로 잡힌 건 최원영이었다.


"야, 돌려달라고!"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가방을 돌려 달라고 손을 허우적댔다.

하지만 할바보이 나유건은 가방을 위로 올린 채 빙빙 돌리며 주지 않았다.


"너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최원영?"


"내가 뭘 어쨌는데!"


"정말 몰라서 물어? 네가 나한테 메신저로 분명 신호를 줬잖아."


"무슨 말이야.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모른다고? 참나. 할아버지가 여자는 믿지 말라고 하더니만. 여튼 바이올린 콩쿠르 곡은 내가 가르쳐 줄게. 같이 하자."


"싫어."


"뭐? 싫다고? 지금 좋은데 싫다고 내숭 부리는 거지?"


"진짜 싫다고."


최원영은 화가 난 듯 단호하게 말을 했다.

그럼에도 할바보이 나유건은 가방을 돌려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할바보이는 화가 난 듯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최원영을 향해 할바보이 나유건이 바짝 다가갔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나유건. 적당히 해. 선 넘었어."


하루가 할바보이 나유건을 저지했다.


작가의말

“음악은 영혼을 울리고, 이야기는 마음을 움직입니다. 여러분의 선호와 추천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함께 이 여정을 걸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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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22 24.09.02 69 6 14쪽
21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21 24.09.01 78 7 12쪽
20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20 +1 24.08.31 8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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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6 24.08.27 107 8 12쪽
15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5 24.08.26 116 8 13쪽
14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4 +1 24.08.25 136 9 14쪽
13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3 24.08.24 132 9 16쪽
12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2 24.08.23 139 10 18쪽
11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1 24.08.22 144 8 12쪽
10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0 +1 24.08.21 155 9 15쪽
9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9 24.08.20 15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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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3 24.08.14 273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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