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이 육성한 천조따리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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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허
그림/삽화
07시20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1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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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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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24

DUMMY

24화. 1악장. O원짜리 연주-1




나유철 72세.

재계서열 58위.

굴지의 대기업인 철림그룹의 회장이었다.

자산 총액 7.9조, 연 매출 3조 8193억원을 기록했으며, 건설업에서 시작해 부동산 개발, 에너지 인프라로 몸집을 불려 건설, 제조, 금융, 에너지,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했었다.

그는 현재 고용 인원만 6000명 이상의 대기업을 만든 자수성가의 아이콘인 철림그룹의 회장이다.


그의 주변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집안일을 하는 가사 도우미 4명, 회장 전담 운전기사 2명, 개인 경호원 8명, 개인 정원사 2명, 개인 요리사 2명, 법률 자문 변호사 2명, 개인 주치의 1명.


“가사 도우미는 200만 원, 정원사 250만 원, 운전기사는 300만 원, 경호원 340만 원, 자산 관리사 700만 원, 법률 자문 변호사 1000만 원, 주치의 1500만 원짜리들이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나유철 회장은 굴지의 대기업을 일굴 때 나쁜 습관을 가졌다. 사람의 가치를 알기 쉽게 돈으로 평가하는 버릇이었다.


그들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다.

그 돈은 나유철 회장이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가장 직관적이면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빠른 방식이기도 했다.


나유철 회장이 좋아하는 취미는 ‘클래식 음악’ 듣기였다.

그가 클래식에 흥미를 가진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자신이 철림그룹을 만들 수 있었던 ‘건설업’과 비슷한 면이 많아서였다.


‘둘이 뭐가 비슷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 무식하긴. 둘은 완성하는 구조가 같단 말이야.’


건축에서 기초를 설계하듯 클래식도 악장, 주제, 발전, 재현 등의 단계적 구조를 설계했었다. 기초 구조, 지지대, 외벽의 연결성을 계획하는 것과 같았다.

둘 모두 전체적인 청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어 갔다. 구조가 잘못되면 건물 전체가 무너지듯 클래식도 테마 배치가 엉망이면 혼란을 넘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재료, 조화, 마감, 시간 등에서도 판박이처럼 닮아 있는 둘은 철저한 계획과 성실한 시공으로 만들어지는 건물처럼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정밀한 계산과 조화가 무척 닮아 있었다.


그래서 철림그룹 나유철 회장은 클래식이 좋았다.

지금도 모차르트의 음악이 자신의 귓가를 간지럽히듯 오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차르트는 900조짜리지.”


그는 평소처럼 음악에 가치를 매겼다.


전혀 허황된 평가는 아니었다.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서 모차르트의 육필 악보가 낱장에 2억에 팔렸으니까.

또한, 전 세계에서 매년 수천 건의 모차르트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이로 인해 얻는 수익은 천문학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의 음악은 클래식 콘서트의 중요 레퍼토리였다.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하우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들을 저작권으로 계산한다면 상상치 못한 금액일 것이다. 초콜릿, 기념품, 관상 사업, 영화 및 문화산업 등 ‘모차르트’라는 브랜드는 수백억대의 매출을 이뤘다.


즉 200여 년이 넘는 세월의 수익을 계산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물론 나유철 회장의 취향이 다분히 들어가 있는 평가이기도 했지만.


‘일리가 있는 금액이란 말이지.’


그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음악가 ‘요하네스 크리소스토무스 볼프강 고틀리프 모차르트’의 가치였다.


그때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바꼈다.


프란츠 리스트.

헝가리계 독일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피아노 기교의 끝판왕이며 피아노계의 악마의 연주자의 음악이었다.


‘음, 리스트는 400조면 충분해.’


나름의 계산을 하는 그였다.

취향이 들어가긴 했으나, 객관적인 지표로 책정했다.


어느새 리스트 곡이 끝나고 음악이 바뀌었다.


‘이런, 기분 잡치게 베토벤이라니.’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의 선율이 들려왔다.

언제 들어도 기분 나쁜 음악이야.


“베토벤은 0원!”


그는 불쾌하다는 듯 오디오를 꺼버렸다.

베토벤의 선율은 그에게 이유 모를 거부감을 선사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나유철이었지만, 자신의 취향만은 확실했다.


모차르트 900조, 리스트 400조, 베토벤 0원.


나유철은 모든 걸 돈으로 평가했다.

클래식 또한 마찬가지로 나유철 회장의 머릿속에선 돈으로 평가됐다. 가장 가치 있는 건 900조, 가장 가치가 없는 건 0원으로 말이다.

그게 자신이 살아가는 길이었다. 참고로 그가 최고의 평가를 내릴 때 돈의 최고점은 1000조였다.

그걸 안 사람들은 회장 나유철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천조국 미국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다.


‘···클래식이 몰락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젊은 세대가 등한시하는 음악.

클래식은 엘리트 계층이나 특정 연령대에게만 사랑받았다.

어린 나이의 사람들에겐 따분한 음악으로 취급받았으며.

관객은 고령화되어있고, 20-30대들은 힙합, 팝, 전자 음악에 과 같은 접근성이 쉬운 음악에 관심을 보였다.

그로 인해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 산업의 재정 지원이 줄어든 것도 마찬가지.

많은 부분 기부나 단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지원이 줄어들며 오케스트라들은 줄줄이 사라졌다.

더욱이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고 연기되며 클래식 업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다.


분명 클래식 업계의 소비는 줄어들고 있었다.

나유철은 그 점이 누구보다 아쉬웠다. 자신이 사랑하는 클래식이 몰락하는 걸 보는 기분은 말도 못 할 것이다.

건설과 동일시 하는 클래식이 무너진다는 건, 자신이 애써 만든 건물이 무너지는 것과 동일한 기분이었다.


‘클래식계에 모차르트 버금가는 천재가 나온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천재는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토록 압도적인 음악을 펼칠 수 있는 자가 있을 리 없으니까.


‘···클래식을 살릴 수만 있다면 베토벤이라도 괜찮다. 제발 나타나기만 해라.’


루트비히 판 베토벤.

그의 음악은 절망의 희망으로 바꾸는 힘이 있었다.

열망을 환희로 표현하는 압도적인 선율을 연주했다.


그럼에도 나유철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베토벤 특유의 비장한 투쟁의 선율이 싫었기에.

지극히 취향에 관련된 문제였다.


그는 음반이 놓인 선반 쪽을 향해 걸어가며 생각했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음반이 나유철 회장의 눈에 띄었다.

문득 자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생각났다.


“내 손주가 바이올린을 배운다고 했을 때가 생각나는군.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지.”


나유철 회장의 손주 나유건.

할아버지가 클래식을 좋아하는 걸 안 손주는 자발적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20세의 손주는 한국대 음대 관현악과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최고의 음대에 손자가 입학한 것이다. 너무나 기뻤던 나유철 회장은 동네방네 자랑하며 플랜카드를 걸려고 했다. 그때 가족들이 필사적으로 막지 않았으면, 동네를 넘어 서울시 전역에 플랜카드를 걸었을지도 몰랐다.


나유철 회장은 그만큼 손자 나유건을 사랑했다.

다행히 내리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었다. 손자인 나유건도 할아버지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존경하며 잘 따랐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유건은 말했다.


-저는 할부지처럼 되고 싶어요! 존경해요. 할부지.


그때를 생각하면 나유철 회장은 온몸에 도파민이 쏟는 기분이 들었다.

이 이상의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손자를 항상 끼고 돌아다니고, 좋은 건 모두 손자의 몫이었으며 그에게 안 좋은 건 나유철 회장의 손에서 모든 게 처리되었다. 그는 손자가 원하면 뭐든 해주려고 했다.

그 결과 손자는 의존적 성향이 되었다.


엄마를 과하게 따르는 걸 ‘마마보이’라 한다면, 손자인 나유건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할바보이 나유건.


할아버지만 따르고, 존경하며, 복종하고, 의존과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손자 나유건을 비꼬아 부르는 말이었다.


하지만 세간에서 손자를 뭐라 부르던 나유철 회장은 상관이 없었다.

손자만 옆에 있어 준다면 누가 뭐래도 괜찮았다.


‘그런데 요즘 유건이가 이상하단 말이야.’


세상 전부를 줘도 아깝지 않은 손자가 평소와 달랐다.

나유철 회장이 불렀어도 못 듣지를 않나, 매일 핸드폰만 붙잡고 몇 시간을 있는 건 물론이고, 학교를 갈 때 옷 수십 벌을 갈아입고 거울을 봤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온 손자 나유건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도대체 무슨 일인가.’


나유철 회장은 손자와 대화를 나누려 했지만, 손자 나유건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글썽이며 다시 방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비서실장. 잠시 와보게.”


나유철 회장의 명에 따라 비서실장은 한국대 음대에 수행비서를 파견 보냈다.

수행비서의 임무는 손자 나유건의 일거수일투족을 나유철 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었다.


우웅.


문자가 왔다.


「나유건님이 학교에서 여자 동기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수행비서가 일을 아주 잘하고 있었다.

그는 손자 나유건을 따라다니며 그의 행동을 일일이 회장에게 보고했다.


‘여자 동기라니? 우리 손자한테 애인이 생겼나?’


벌써 손자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나유철 회장은 소중한 보물을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누군지 알아볼까요?」


「조사해봐.」


「예.」


잠시 후 수행비서에게 문자가 왔다.

조사를 병행하며 손자의 행동을 보고했다.


「나유건님의 얼굴이 붉어지고 입이 귀에 걸린 듯 웃고 계십니다.」


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조사해 보니, 쿤피아 회장의 손녀딸 최원영입니다. 도련님과 같은 1학년 같은 관현악과 바이올린 전공생입니다.」


나유철 회장은 조금 마음이 놓였다.

사랑하는 손자를 엄한 여자한테 뺏긴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상대가 재계서열 7위 쿤피아 그룹의 손녀딸이었다.


‘최원영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이지.’


회장은 긴장이 풀렸다.

한참 동안 문자가 오지 않자, 커다란 고급 가죽 소파에 드러눕듯 앉아 TV를 틀었다.


‘오늘 밤, 그 자리 그곳’.

나유철 회장이 즐겨 보는 방송이다.

특이한 장소나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연이어 발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화에 나오는 건 피아노가 있는 한국대 근처의 술집이었다.


누군가 피아노 앞에 앉아 베토벤의 ‘비창’을 연주했다.

나유철 회장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10원도 안 되겠군.”


선율에 매겨진 가치였다.

그건 술집 사장님이 치는 피아노 연주였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나유철 회장에겐 화가 날 정도의 연주였다.

그때 한 청년이 나타났다.


“쿠허허! 저 친구는 뭐야! 자기가 무슨 베토벤이라도 되는 줄 아나? 아주 골때리는구만.”


베토벤의 코스튬을 하고 나온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나유철 회장은 앞의 연주 때문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소파에 드러눕듯 뒤로 허리를 젖힌 채 방송을 봤다.


그런데 나유철 회장의 허리가 점점 앞으로 기울어졌다.

강하루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 나서부터였다. 몸이 점점 TV 속으로 빨려가듯 했고 어느새 코앞에서 방송을 보고 있었다.

그의 ‘비창’과 ‘열정’을 들은 후부터 나유철 회장의 손에 땀이 맺혔다.

강하루의 피아노 연주 내내 그는 TV 앞에서 주먹을 꽉 쥐고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강하루의 연주가 끝났을 때,

나유철 회장은 강하루의 연주 가치를 돈으로 매겼다.


“저 녀석 연주······ 0원짜리야···.”


베토벤과 같은 금액이었다.


작가의말

“음악은 영혼을 울리고, 이야기는 마음을 움직입니다. 여러분의 선호와 추천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함께 이 여정을 걸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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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4 +1 24.08.25 136 9 14쪽
13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3 24.08.24 132 9 16쪽
12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2 24.08.23 139 10 18쪽
11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1 24.08.22 14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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