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이 육성한 천조따리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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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허
그림/삽화
07시20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1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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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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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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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8

DUMMY

18화. 1악장. 재능의 화려한 개화-10




빙의된 하루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몸의 제어권이 없으니 실제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하루에겐 충격적인 감각이었다.


‘저번보다 훨씬 아저씨가 잘 느껴져.’


‘비창’을 칠 때 빙의했던 베토벤의 감각은 지금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었다.


시간이 지나서인지, 친밀해 져서인지, 제자가 돼서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온전히 베토벤의 감각이 하루의 전신을 장악했다. 자칫하면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전혀 다른 세계의 감각이었다.


‘소리의 디테일이 달라.’


베토벤의 감각은 마치 소리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처럼 섬세했다. 청진기를 댄 것처럼 작은 소리의 결까지 놓치지 않고 세부적인 멜로디를 정확히 짚어냈다.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을 넓게 조망하며 하늘에서 바라보는 듯 큰 그림을 그리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이 두 가지 시각이 교차하며, 음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건반을 누를 때도 음량과 터치에 따른 소리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낼 수 있었다.


‘이걸 전부 느낄 수 있다고?’


베토벤의 예민한 감각을 가졌다.

마치 소리의 작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쌓아 아름다운 성을 지어 올리는 것과 같았다.


[강하루. 어떤가? 내 감각이.]


‘놀라워요.’


베토벤의 감각은 미세한 모든 음을 잡아냈다.

어쩌면 아저씨가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했던 것 이러한 감각이 한몫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감각을 깨우기 위해 더울 때마다 창문을 열고 반라 상태로 서 있곤 했네!]


‘원래 특이한 사람일 지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3번, Op.57 <열정>은 원작자의 손을 통해 연주되었다.


‘생각보다 차분한데?’


베토벤의 연주는 상상과는 조금 달랐다.

첫 시작이 아주 차분한 손놀림으로 진행되었다.

양손이 건반 위를 오른쪽 왼쪽으로 활공하면서도 정확하게 터치했다.


힘을 크게 들이지 않고 큰 음량을 끌어내며 건반을 눌렀고, 그의 독창적인 터치가 떨림을 자아내며 선율을 지배했다.


부드러운 손목과 팔놀림으로 화음을 빠르게 음계처럼 흩뿌렸다. 그 도약의 종착지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독수리의 발톱과 같았다.


[내 장기 중 하나일세! 잘 보게!]


그의 손이 빠르게 건반 위를 오갔다.


‘삼중 트릴?’


한 손의 네 손가락과 다른 손의 두 손가락을 통해 포르테(세게)로 부풀어 올랐다가 순식간에 음량이 사그라들듯 작아지는 현란한 기교였다.


꾸며주는 악구를 주파하는 속도는 대단히 빨랐다.

느린 악장은 감정을 울리는 풍성한 소리로 선율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르간 석에서 연주하면서 익힌 레가토 주법이라네!]


높이가 다른 2개 이상의 음을 매끄럽게 이어 연주하는 레가토 주법.

외성부, 내성부를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음표를 이어 연주하는 그의 기교에 하루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베이스라인을 스타카토로 연주할 때는 섬뜩한 느낌까지 자아냈다.


‘이건 공포영화 OST를 만들 때 적용하면 좋겠어.’


감정이 격정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페달의 풍성한 울림을 지원받지 못한 음표들은 꽃이 지듯 사그라들었다.


‘어떻게 이런 연주를 할 수가 있지?’


[영감과 노력이 섞였을 때! 비로소 위대한 음악이 나온다네!]


음표들이 서로 투쟁하기도 하고 화합하기도 하며 공간 전체를 수놓았다.

숨조차 쉬는 법을 잊을 정도로 피아노에 몰입된 베토벤의 정신은 하루의 손을 쉴새 없이 움직이게 했다.

선율의 폭풍우가 하루와 베토벤을 감싸며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하루는 그의 연주를 들으며 인터넷에서 봤던 베토벤에 관한 평가가 떠올렸다.


체코 출신의 작곡가 바츨라프 토마셰크가 베토벤의 연주를 듣고 나서 한 말.


「뼈저린 패배감으로 며칠간 피아노포르테(피아노의 원래 이름)를 건드리지도 못했다.」


그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베토벤의 연주를 들은 하루는 알 수 있었다.


날아오르는 손가락에 흘러넘치는 선율은 머리가 아닌 심장을 두드렸다.

그의 연주를 듣는 이는 떨리는 전율을 가다듬고 오로지 넘쳐나는 음표 속에서 정신을 붙잡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감탄이라는 번개가 내려쳤고 경악이라는 파도가 자신을 덮쳤다.

누구라도 이 연주를 듣는 연주가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 아니 산이 눈앞에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양면적인 또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이토록 놀라운 연주에 대한 한 가지 바람.


‘그저 이 연주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


계속 베토벤의 연주를 듣고 싶은 마음이 치솟았다.


[리히노프스키 공의 살롱을 찾은 손님들이 모두 나를 좋아하진 않았다네! 갈랑 양식이란 말랑한 것에 젖은 이들은 내 음악을 거칠고 야만스럽다고 말하기도 했지. 그럼에도 불과 같은 영혼을 담아 색칠한 내 연주에 열광하는 자들은 내 추종자가 됐다네!]


부제 <열정>의 선율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내 연주는 왕에게 루이도르(프랑스 금화)로 가득 채운 황금 담뱃갑을 하사받기도 했네!]


음이 한순간에 꺼졌다.

타오르듯 뜨겁게 솟구쳐 오르는 음이 순식간에 지면으로 처박혀 들어갔다.

천천히 느린 악구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선율에서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하루는 느린 한음 한음에 매료되듯 귀로 소리를 쫓고 있었다.


‘이제 도약하는 건가.’


발판이 마련되듯, 꺼진 멜로디가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천천히 음계들이 계단을 쌓아가며 상층부를 향해 올라갈 준비를 했다.

피아노 건반을 치던 손이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삼중 트릴로 소리의 폭의 차이는 커졌고, 레가토 주법으로 부드럽게 이어져 나가며 쌓여 가는 선율들은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예술가는 불같은 존재라네! 결코 흔들리지 않는 법!]


음계가 쏟아지며 개구쟁이처럼 여기저기 활개 치기 시작했다.

눈앞에 하나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선율이 하나로 모여들고 손은 악구를 주파하며 전신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차분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호흡은 가빠졌고 곡에 빠져들어 자신은 선율이 주는 불길에 타오르고 있었다.

온몸으로 누르는 건반이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클라이막스를 알렸다.


‘절정 부분이야!’


끊임없이 주는 음들의 치열한 전투.

격렬하게 부딪히고 휘몰아치며 음들이 서로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격렬한 공중전과 하모니를 향해 끝없이 충돌하는 전투의 선율.

치열함은 소용돌이를 만들고, 승리와 패배가 수없이 교차했다. 음들이 서로를 밀어내가 음계가 선율 속에서 팽창하며 자신을 드러냈다.

혼란의 소리가 음들의 생사를 가르며 생명력을 남김없이 소진했다. 마침내 혼돈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승리의 선율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종결의 마침표는.


[더 확고하게!]


쉬지 않고 날아오르던 손가락들이 건반을 무겁게 눌렀다.

그리고 음계들이 뭉쳐지며 응축되었다가.


‘단호하고 자유롭도록!’


폭발하듯 건반을 누르며 음들은 공중으로 날아가 흩어졌다.


[이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베토벤의 연주라네!]


베토벤의 연주가 끝이 났다.

침묵이 피아노와 하루를 집어삼켰다.

화려한 선율의 축제가 끝나자 거대한 공허감이 찾아왔다.


그의 연주 끝에 남은 건 한가지 감정이었다.


‘베토벤에 대한 경이로움’


위대한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의 전환을 이끈 천재.

교향곡의 구조와 규모를 혁신적으로 확장해낸 거장(巨匠).

피아노 소나타의 발전과 전례 없는 감정 표현을 해낸 연주가이자.

고전 음악의 걸작이라 표현할 수 있는 현악 사중주의 복잡성과 심오함을 발전시켜 후세 작곡가들에게 물려준 인물.

청각을 상실하면서도 위대한 작품들을 작곡하고 교향곡을 완성한 강인한 의지와 창의력의 보고(寶庫).


귀족 중심의 음악을 일반 대중으로 확장시켜 많은 사람이 음악의 위대함을 알게 해준 그는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존재와 같았다.


신들에게서 불을 훔쳐 와 인간에게 새로운 지혜를 안겨준 프로메테우스처럼, 그는 음악이란 예술을 인간에게 널리 전파했다.


‘저도 아저씨처럼 연주하고 싶어요.’


위대한 천재를 직접 목도한 하루는 베토벤의 연주에 감화되었다.


흔히들 예술가들 사이에서 천재를 보며 하는 말들이 있다.

위대한 천재는 축복이자 저주라고.


많은 사람을 천재적인 예술성으로 행복하게 만들고 영감을 주기에 ‘축복’이었다. 그건 같은 분야에 종사하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는 관객들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반대로 천재의 주변에서 그들의 실력을 보고 평범한 자들에게 좌절을 느끼게 만들어 ‘저주’였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며 질투와 시기를 넘어 절망하게 되었다.


[자네는 어떤 걸 느꼈는가? 같은 피아노 연주자로서 ‘좌절감’? 아니면 그저 멀리서 듣는 입장에서 ‘행복감’?]


베토벤의 목소리와 함께 하루는 자신의 몸의 감각을 느꼈다.

싸늘한 기운이 몸에서 빠져나가며 베토벤의 빙의가 풀렸다.


‘아직 감각이 생생해.’


몸속 세포들에 남겨진 기억들.

손가락에 남아 있는 건반의 감촉.

뜨거운 불 같은 영혼을 가진 연주가의 음감.

소리의 세포들이 온몸을 구성해 음의 대성당을 구축하는 연주자의 감각.


하루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을 쥐었다 피며 잊을 수 없는 ‘열정’의 연주를 떠올렸다.

마치 자신이 베토벤이 되어 연주한 피아노 소나타 23번.

쓰나미처럼 덮쳐 버린 음악에 대한 몰입은 하루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사했다.


행복감을 넘어선 그 우위에 있는.

오로지 음악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환희였다.


“뭘 느끼냐고 물었죠?”


[그래. 내 연주를 들으며 피아노포르테를 포기한 이들은 수없이 많았다네. 자네는 어떤가? 나 베토벤의 연주를 들으며 무엇을 느꼈는가? 압도적인 벽 앞에서 절망을 느꼈나 아니면 다른 걸 움켜쥐었는가?]


하루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부터 제 목표는 아저씨예요.”


[뭐?]


“아저씨의 피아노를 뛰어넘을 거예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하루는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자기 생각처럼 단단했다.


[자넨 나와 같군.]


베토벤의 목소리는 중후했지만 기뻐 보였다.


[모차르트를 보았을 때 나도 그렇게 생각했네. 그리고 결국 나는······.]


하루는 베토벤이 하는 말을 이해했다.

그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베토벤은 아버지의 수 없는 학대와 더불어 끝없이 모차르트와 비교당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최후의 순간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묘지 관리인만 바라보는 가운데 묻혀 현재까지 유해조차 찾지 못했다.

반면 베토벤의 장례식은 빈에서 성대하게 치뤄쳤다. 무려 2만여 명의 추모객이 그를 찾아와 슬퍼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다.


베토벤도 천재를 보며 ‘좌절’이나 ‘행복’이 아닌 다른 걸 움켜쥔 것이다.


하루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베토벤의 연주를 들으며 그가 움켜 쥔 건 벽을 넘을 각오였다.


[재밌군! 아주 재밌어! 어디 마음껏 해보게나!]


베토벤은 거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진심으로 기분이 좋았다. 생의 무대를 내려왔더니, 이토록 즐거운 제2막의 무대가 펼쳐질 줄이야.


[물론 내 무대는 아니지만 말일세.]


자신의 앞에 있는 강하루라는 천재의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설레여 왔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넘어, 자신을 목표로 하는 청년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대됐다.


작가의말

“음악은 영혼을 울리고, 이야기는 마음을 움직입니다. 여러분의 선호와 추천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함께 이 여정을 걸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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