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이 육성한 천조따리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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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허
그림/삽화
07시20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14 00:31
최근연재일 :
2024.09.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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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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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26

DUMMY

26화. 1악장. O원짜리 연주-3




할바보이 나유건은 심히 기분이 불쾌했다.

자신에게 걸어오는 남자가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한국대 피아노과 수석.

김준복 교수가 아끼는 애제자.

얼마 전 방송에서 나온 천재 연주가 강하루.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준수하게 생긴 그였다.

강하루를 보고 있자니 할바보이 나유건은 가슴속 깊은 것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최원영과 친하다던데.'


그의 연주를 방송에서 본 적이 있었다.

부드러운 타건과 더불어 맹렬한 기세로 흩어져 나가는 선율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흩어진 음계들이 공간 전체를 메우며 열정적인 주제와 슬픔이 목 끝까지 차오르게 할 때, 나유건도 입을 떡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지금 할바보이 나유건 앞에 있었다.


'이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최원영이 내게 여지를 줬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나유건, 그도 억울했다.

분명 최원영이 자신에게 여지를 줬기 때문이었다.


어제저녁 그의 메신저에 이런 톡이 왔었다.


'오늘 고마웠어. ヾ(^▽^*)))'


최원영과 할바보이 나유건은 같은 1학년에 관현악과 바이올린 전공이었다. 함께 팀 과제를 해야 했고, 그날 나유건이 팀원들에게 밥을 샀다.


그래서 최원영은 감사 인사로 한 문자였다.

하지만 할바보이 나유건에겐 단순한 인사치레로 보이지 않았다.


그도 최원영에게 마음이 있던 터.

할바보이 나유건은 그때부터 최원영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답장이 없자 수업시간에 직접 말을 걸었다.


계속 학식을 같이 먹자고 들이댔고,

틈만 나면 같이 까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하자 했으며,

학교 끝나고 같이 술이나 한잔하자며 그녀에게 대시를 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을 최원영은 한사코 거절했다.

그녀에게 할바보이 나유건은 동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그러자 할바보이 나유건은 방향을 선회했다.

최원영이 콩쿠르 준비를 하는 걸 알고, 자신도 같은 콩쿠르에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콩쿠르를 나가기 위해 바이올린 연습을 같이하자고 치근덕대기 시작했다.


"미안. 연습은 혼자 할게."


그 또한 최원영은 칼같이 거절했다.

계속된 거절에 할바보이 나유건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도 분명 자신에게 호감의 표시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할바보이 나유건은 얼굴이 벌게져서 소리쳤다.


"너, 나한테 이모티콘 보냈잖아! 예전에 내가 수업시간에 필기도구 안 가져 왔을 때 빌려주기도 했고. 그리고 나 볼 때마다 웃으며 인사했잖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기도 했고. 팀 과제 할 때도 나한테 제일 많이 말 걸고 질문했고. 그거 나한테 보내는 호감 표시 아니야?"


그 말을 듣고 있던 하루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어디가?"


[착각이 심하군.]


최원영은 숨을 크게 내쉰 후 말했다.


"널 친구 이상으로 생각한 적 없어."


그 말에 할바보이 나유건이 살짝 비틀거렸다.

내상을 입은 마냥 몸 전체가 흔들렸다.


그녀의 메시지 한 통에, 최원영의 웃음 하나에 얼마나 많은 미래를 꿈꿨겠는가.

재계서열 7위 쿤피아의 손녀딸과 재계서열 58위 철림그룹의 손자가 결혼하는 상상.

나유건의 할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지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그런데, 방금 최원영의 말 한마디로 그 모든 걸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 네가 인정하기 싫다면 모른 체 해줄게. 그래도 콩쿠르 연습은 같이 하는 걸로 하자."


"싫어. 가방 줘."


"콩쿠르 연습 같이한다고 약속하면."


"싫다니까."


계속된 거절에도 불구하고 할바보이 나유건은 고집을 부렸다.

그때 하루가 할바보이가 들고 있던 가방을 한 번에 낚아챘다.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의 강하루가 힘을 쓰자,

비쩍 마른 뾰족 턱을 가진 할바보이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쿵.


그가 볼품없게 바닥에 넘어졌다.


"이건 주고 말해."


하루는 거침없이 바닥에 쓰러진 할바보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할바보이 나유건은 수치심을 느꼈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더욱 볼품없어질 것이 자명했다.


할바보이는 재빨리 일어섰다.

그리고 최원영에게 물었다.


"도대체 같이 연습을 안 하는 이유가 뭔데? 나 바이올린과 차석이야. 네가 아무리 수석이라 해도 혼자 하는 것보단 내가 도움이 될 거라고. 너도 팀 과제를 할 때 콩쿠르 준비 때문에 힘들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도와주겠다고. 그게 뭐가 문젠데?"


계속된 그의 부담스러운 제안이었다.

여기서 이유를 대지 않으면,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게 분명했다.

최원영은 옆에 있는 하루를 보며 입을 열었다.


"같이 연습할 사람이 있어."


의외에 대답해 할바보이 나유건이 놀라 물었다.


"그게 누군데?"


최원영은 하루가 있는 방향으로 눈짓을 했다.


"나?"


"강하루?"


하루와 나유건이 동시에 놀랐다.

그리고 반발하듯 튀어나오는 모순.


"잰 피아노 과잖아."


"맞아. 근데 바이올린도 잘해."


"그래 봤자지. 아무리 그래도 바이올린과 차석인 나보다 잘할까?"


"어."


너무나 단호한 어조로 최원영이 말했다.

오히려 그 말에 당혹스러운 건 하루였다.


"워, 원영아? 날 믿어 주는 건 좋지만······."


"그래. 만약 강하루가 나보다 바이올린을 잘한다면 최원영과의 연습 양보해 줄게. 반대로 내가 이기면 최원영, 넌 나하고 콩쿠르 같이 연습하고."


"네가 뭔데 그걸 결정해?"


최원영은 화가 난 듯 말했다.

하지만 할바보이 나유건의 눈은 하루에게 꽂혀 있었다.

마치 인생의 라이벌을 보는 것처럼.


"어떻게 할래? 강하루. 여기서 물에 빠진 강아지 마냥 꼬리를 말고 도망칠래? 아니면 나랑 한판 붙을래?"


데자뷰 같았다.

하루가 전에 한 번 겪어 봤던 상황.

뱀눈 김서준의 막무가내식 결투 신청을 거절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슬럼프로 인해 피아노를 못 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다만 자신 있게 결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문제는 내가 바이올린을 켤 줄 모른다는 거지.'


하루는 거절하려 했다.

애초에 이걸 가지고 최원영의 콩쿠르 연습을 정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그런데 할바보이 나유건이 한 수 빨랐다.

그의 눈빛이 전쟁터에 나온 기사처럼 변했고, 케이스에서 꺼내든 건 음악가의 무기인 바이올린이었다.

그가 꺼내든 건 '과르네리'였다. 스트라디바리우스와 더불어 가장 희소성이 높은 바이올린.


무려 32억짜리 바이올린이었다.


'압도적으로 밟아주마.'


나유건은 할아버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쿤피아 손녀딸과의 결혼을 방해하는 막돼먹은 쓰레기를 처단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루가 말을 하기 전에 활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할바보이 나유건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할바보이의 한국대 입시 곡이기도 했던 곡.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Beethoven Violin Sonata No.9 "Kreutzer")


할바보이 나유건이 날카로운 집중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치고 턱받침을 안정적으로 고정시킨뒤 활을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꽃이 튀길 만큼 강렬한 악장이 그의 손에서 연주되었다.


[내 곡을 연주한다고? 용감하군. 어디 한번 볼까.]


할바보이 나유건은 손의 비브라토를 깊게 넣어 선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또한, 포지션 체인지에서 쉬프트를 매끄럽게 처리하며, 급격한 음정 변화를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왼손 피지카토 또한 정확했으며 독창적인 음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까지 했다.


'선율의 변화 폭이 높고 템포도 명확해.'


[제법이군.]


Presto(매우 빠르게)로 넘어가 템포는 급격히 빨라졌다.

나유건은 빠른 스트로크를 유지하면서도 각 음을 활의 탄력을 활용해 깨끗하게 처리했다.

또한 스피카토(Spiccato) 주법으로 활이 현 위에서 튀어 오르는 소리를 훌륭하게 해냈다. 악장의 빠르고 격렬한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어느새 주변엔 학생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그리고 할바보이 나유건이 연주를 마쳤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짝짝짝.


"대박. 재 할바보이 나유건 아니야? 다시 봤는데."


"잘하긴 한다. 바이올린과 차석이라잖아. 근데 왜 여기서 연주하고 있는 거야?"


"이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지? 부제가 뭐였더라."


"크로이처잖아. 그것도 모르냐?"


"어, 모른다. 근데 진짜 기교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더라."


"근데 앞에 강하루잖아. 재내들 뭐 하고 있냐? 설마 바이올린 배틀?"


"에이. 강하루는 피아노과잖아. 아무리 재가 천재라고 바이올린을 나유건하고 붙어서 이길 순 없지. 말도 안 돼."


"맞는 거 같은데? 분위기 봐봐. 완전 한판 붙는 분위기야."


"붙을 거면 화끈하게 붙어라. 나유건, 강하루!"


주변의 반응들이 뜨거웠다.

자신의 연주에 그들이 환호하고 있는 걸 느낀 나유건은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그리고 강하루를 바라보며 위풍당당하게 외쳤다.


"자, 이제 네 차례야. 강하루! 못하겠으면 처음부터 포기해라. 최원영과 콩쿠르 연습은 내가 하는 걸로 하고."


그 말을 들은 주변 학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거봐, 강하루랑 붙는 거 맞잖아."


"최원영을 두고 둘이 싸우는 거야?"


"근데 바이올린으로 싸움이 돼? 너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잖아."


"대박. 강하루가 도망가면 볼만 하겠는데."


"그래. 방송 때문에 유명해져서 배 아팠는데, 이참에 꼬리말고 도망가는 모습이나 보자."


"킥킥. 그것도 재밌겠는데? 강하루, 얼른 연주해라! 못하겠으면 줄행랑치고! 크크큭"


주변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했다.

한껏 몰린 학생들이 주변을 둘러싸 하루와 최원영은 투견이 된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고, 많은 학생이 보고 있는 한 오늘의 일은 학교 전체에 소문이 쫙 퍼질 것이다.


그게 어떤 결과가 될지라도 말이다.

최원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어. 그냥 여기서 나유건한테 콩쿠르 같이 연습하자고 하고 그다음에 거절하자.'


하지만, 그 말을 하는 동시에 안 좋은 소문이 최원영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할바보이 나유건과 최원영은 콩쿠르 연습을 같이했다더라.

사귀고 있다는 둥, 결혼을 한다는 둥의 거짓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게 될 것이다.

그들은 같은 재벌가 집안들이기에 가십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부풀려질 게 안 봐도 뻔했다.


하루 또한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최원영이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하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원영아. 바이올린 좀 빌려줄래?"


"어? 바이올린을?"


하루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원영은 걱정된 눈빛으로 바이올린을 꺼내 건네주었다.


50억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가 하루의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하루는 비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야, 나유건. 이번에 바이올린으로 지면 원영이한테 그만 추근대라."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콩쿠르 연습이 추근 댄 거냐? 동기끼리 그 정도도 못 하냐?"


"시끄럽고, 지면 남자답게 승복해."


"그런 말은 이기고나 하지?"


강하루는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치고 씨익 웃으며 입술의 선을 달리했다.


"질 리가 없으니까 하는 말이야."


그가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활을 격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작품을 읽으면서 웃음도 나고, 마음도 따뜻해지셨길 바랍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 흥미진진한 여정 함께 즐겨주시길 바라며, 댓글과 추천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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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20 +1 24.08.31 8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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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6 24.08.27 106 8 12쪽
15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5 24.08.26 115 8 13쪽
14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4 +1 24.08.25 135 9 14쪽
13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3 24.08.24 131 9 16쪽
12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2 24.08.23 138 10 18쪽
11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1 24.08.22 143 8 12쪽
10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10 +1 24.08.21 154 9 15쪽
9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9 24.08.20 155 10 12쪽
8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8 +1 24.08.19 176 8 14쪽
7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7 24.08.18 182 7 13쪽
6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6 24.08.17 194 7 14쪽
5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5 24.08.16 201 11 13쪽
4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4 24.08.15 226 8 12쪽
3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3 24.08.14 272 12 14쪽
2 빙의 후 음악천재는 일분에 1억 2 +1 24.08.14 300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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