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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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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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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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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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1)

DUMMY






세상이 단 한 사람을 집요하게 억지로 까는 경우가 실존한다.


그 대상은 바로, 김주평이다.


처음은, 2005년 4월 20일.

서울 도심에서 방황하는 코끼리 친구(?)들을 만나 반가워서 과자를 쥔 손을 흔들며 다가갔던 때였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퍽-!


당시, 나이 여섯.

갈비뼈 세 대가 나갔다.


“아, 과자를 주면은 코로 처맞는구나······.”


그에게 왜 너는 방구석에 처박혀서 나오질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꽤나 오랜 시간을 고민할지도 모른다.


번개에 맞아본 적이 있는가?

정확히는 번개 맞고 병원으로 실려 갈 때 구급차에 번개가 작렬해서 교통사고가 나고, 갈아 탄 구급차에 또 번개가 강타, 그리고 또, 결국에는 세 번 환승이었다.


난데없이 말벌 떼에 쫓기다가, 갑자기 슥 튀어나온 구렁이한테 발목을 물리고, 때마침 우면산에서 도심으로 마실 나온 멧돼지한테 치여 봤는가.


독수리한테 어깨 잡혀 100m 비행은 또 어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투척물로 누군가가 먹다 남은 닭다리 파편을 맞아 대가리에 꽂힌 채 피가 주르륵 흐를 때의 기분을 헤아릴 사람은 없다.


교통사고? 기차 탈선에 창밖으로 나가떨어진 곳이 하필 수심 깊은 강가였던 적이 있는가. 그냥저냥 보편적인 교통사고는 기본이다.


인재도 자연재해도 피할 수 없다.


집 밖은 위험하다.

무수한 실전 경험으로 터득한 교훈이자 진리이다.


너무 많은 사경을 헤맸다.


그럼에도 구태여 위험한 집밖으로 나가 위험을 감수했던 이유는 도대체 뭐였을까.


때는 2014년 3월 3일.


어느 중학교 신입생맞이 행사 현장에 지구역사상 최초의 게이트가 발생했다.

그 게이트는 오류인 듯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한 몬스터웨이브 계통이었다. 즉, 게이트 생성 즉시 몬스터들이 뛰쳐나오는 형국이었다.


켈겔겔-


이때 등장한 몬스터는 고블린이었다.


중학생들보다 작은 녹색 체구.

그것들이 조잡하고 투박한 날붙이로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날쌔고, 잔인했다.


1차 대격변이었다.


“이건 선 넘었지······.”


세 번을 유급해서 만 15세가 돼서야 눈앞에 둔 중학교 생활의 꿈이 아예 저물었다.


이때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서 8개월 만에 기적처럼 깨어난 이후 주평은 더 이상 구태여 집 밖으로 나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누가 과연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한 사람이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불운?

혹은 우연의 일치?


아니다. 적어도 주평에게는 과학이다.


***


사고 건 수 0건의 유일한 안전지대.

집, 그곳에서만 보내는 방구석 인생에는 삶의 다채로움이 매우 결여됐다.


처음에는 게임을 했었다.

재미를 위해 하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목표의식(?)을 가지고 겸사겸사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게임플레이였다.


모든 게임의 닉네임은 하이드였다.


대문자로 HIDE.


세상으로부터······.

‘일단 숨어!!’ 라는 뜻이다.


하지만 주평의 플레이는 닉네임의 뜻과 대조되게 극도로 저돌적이었고, 과감했고, 압도적이었으며, 자기주도적인 창의성마저 돋보였다.


“······왜 이걸 못해서 안달인지.”


쾅-! 쾅쾅!!


오른 주먹 번쩍 들고 직선으로 내리찍어 키보드를 강타하는 샷건도 쳤다.


목표의식, 샷건(Shotgun)!!


바로, 이것이 주평이 게임을 지속하는 이유다.


그 희열!

그 통쾌하고 짜릿한 느낌!

손이 조금 얼얼해지는 대신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만끽하기 위해.


“어우, 살겠네. 저따위로 하면서 캐리? 에휴, 저런 것들 버스 태워주면 버릇 나빠지는데······.”


샷건 후 또 다른 샷건을 위한 서사를 쌓기 위해 게임을 한다. 제대로 쌓은 빌드업만이 풍요한 도파민을 과실로 돌려주기에, 대충하는 일이 없었다.

랭킹은 저절로 1위가 찍혔다.

어느새 프로게이머라는 작자들도 하이드라는 닉네임을 보면 한 수 접고 들어오는 지경이었다.


물론, 프로 팀의 스카우트 제의도 여럿 받았지만.


깡그리 거절했다.


사유는 ‘집 밖은 위험하니 미성년자를 위험으로 내몰고자 하는 위협을 멈춰(!!)주십시오.’였다.


먹고, 싸고, 자고, 게임하고 샷건 치는 삶에 새로운 변화가 끼어든 때는 어머니가 각성한 사실을 주평이 알게 된 이후였다.


이름 : 김난희

직업 : 치유사

등급 : B

스킬 : [집중치유][범위치유][치유의 바람]


어머니께서는 각성자만 보이는 상태창의 내용을 노트에 적어 보여주셨다.


“사실 엄마는 최초 각성자 중 한 명이란다. 아들, 손 좀 줘볼래?”

“아, 네······.”

“주평아, 키보드 부수는 걸로는 엄마가 뭐라 하지 않을게. 다만, 이 손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중치유.”


치유사의 스킬의 발현.

이에 주평의 손에 샷건으로 인해 생긴 생체기와 굳은살 그리고 약간의 인대손상이 치유됐다.


“진짜네······.”

“아무렴 엄마가 우리 아들한테 거짓말을 할까?”


주평은 눈물을 훔쳤다.

집중치유로 치유 받는 느낌이 낯설지가 않았던 까닭이었다.


그 따스한 기운.


최초의 게이트 때 고블린에게 난도질당하고, 소란 틈에 고블린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조차 밟혀 수많은 골절과 내상을 입고, 8개월의 긴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어렴풋이 느껴졌던 손길은 꿈이나 착각이 아니라 어머니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


헛바람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왜 몰랐을까?

약사 일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출퇴근 시간이 변칙적으로 변동된 것은 아무래도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각성자가 되었기 때문일 테다.


갑자기, 그 날쌔고 잔인했던 고블린들이 떠올랐다.


어머니께서 그 괴물뿐만 아니라 다른 미지의 괴물들과도 맞서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잠겼다. 어머니에게 맞잡힌 손이 땀에 젖고 부르르 떨렸다.


“엄마?”

“주평아, 괜찮아.”

“······제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죠? 뉴스에서 봤어요. 그거 위험하잖아요······.”

“엄마는 엄마가 각성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세상을 지키는 슈퍼히어로 같지 않니?”


사실 말려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셨기에.


“엄마는 잘 할 거예요.”


주평은 이때 어머니의 안전하고 원활한 각성자 활동을 지원하기로 다짐했다.

이는 단순 내적 다짐으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유효한 지원으로 이어져 서포터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포트하는 업이 되었다.


시작은 자료의 수집과 정리였다.


뉴스, 신문, SNS, 영상공유사이트, 각종 커뮤니티, 스트리밍 방송, 논문, 서적 등 모든 자료를 탐구하고 섭렵했다. 자료 수집 범위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다.


집 밖에서 사고를 당해 코피를 흘렸던 것을 제하면 처음인 피로에 의한 코피가 났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또 주르륵.


그렇게 주평이 열과 성을 다해 완성한 것은 어머니를 위한 두꺼운 책 한 권이었다.


『치유사의 정석Ⅰ』


A4 용지로 출력하고 손수 타공해서 케이블타이로 엮은 조잡한 책이었다.


단 한권으로 치유사로서의 기본윤리부터 시작해서, 목적, 준칙, 이론, 실전, 응용 등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기본중의 기본을 다루는 서적이었다.


그것을 주평은 USB와 함께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자, 선물. 엄마 이름으로 출판해요.”

“아들, 이건······. 이걸 어떻게 엄마 이름으로 하니. 주평아 네가 맺은 결실이잖니.”

“······저는 바깥 세상에 나갈 준비가 덜 됐잖아요. 그리고 선물이잖아요. 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다 가져요, 헤헤.”


출판된 ‘치유사의 정석’은 찍어내면 재고가 털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대박이 났다.


밖을 나설 때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던 이력 때문일까.

주평은 재능이 있었다.


바로, 공략 천재.


초판 발부 후 유효한 매출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기다릴 것도 없이 어머니는 일찍이 아들의 재능을 발견했었다.

이미 집필 중에 수많은 피드백을 하였으니.

노력의 산물이 탄생할 때까지 꾹꾹 기다렸던 어머니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앞으로 이 분야로 나가보는 게 어때, 아들? 원한다면, 엄마가 빵빵하게 지원해줄게.”

“이미 다음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그래? 잘했다. 장하다 우리 아들. 분명,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네 도움을 받게 될 거란다.”


그것이 어머니는 선한영향력이라 하셨다.


주평은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 치유사가 필연적으로 맺게 되는 공격수, 탱커, 원딜, 마법사, 암살자 등과의 파티로 인해 다방면적인 공략을 집필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굳이 자랑스럽게 미소 짓는 어머니의 얼굴에 고하지 않았다.


먹고, 자고, 싸고, 공략글을 썼다.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을 때면 게임을 플레이하여 샷건으로 답답함을 해소하는 정도의 가벼운 취미생활을 병행하는, 방구석 삶을 살았다.


아주 어쩔 수 없이 집 밖에 나서야 했던 날에도 공략에 매진했다.


전국의 게이트 관리 차원으로 국토 중심부인 세종으로 수도가 옮겨질 무렵이었다.


“10년 만에 맡는 바깥 공기인가······.”


각성자인 어머니의 원활한 활동과 마찬가지로 각성자인 여동생의 미성년각성자특수교육학교 통학을 위해 서울에서 세종으로 거주지를 옮겼었다.


2024년 8월 16일이었다.


그 날 공교롭게도 2차 대격변이 일었다.


쿠우우우웅-!!


새로 이사한, 아파트.

주평의 방 창문 너머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탑이 솟아났다.


“······미친.”


국가적 위기 경보가 울렸다.

계엄령과 비각성자들에게는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명령도 함께였다.


“탑 공략 분야가 추가되려나······.”


집 앞에 탑이 있는 게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주평은 암막커튼을 치고 컴퓨터를 세팅해서 실시간 뉴스를 보며 공략글을 써 내렸다.


몇 년 뒤, 어머니가 탑의 27층 등반 도중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던 순간에도······. 공략글을 쓰고 있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애써 부정하며.


그땐 정말이지 호되게 샷건을 쳤고, 모니터에 라이트 훅을 갈기고, 본체를 집어 들어 내동댕이치고, 두꺼비집이 내려가서야 정신을 차렸었다.


집 밖의 위험(?)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안일했다.


쿠웅-!!


“······Tlqkf.”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던 길에 다중추돌사고와 싱크홀이 겹치는 재앙에 휘말리며 주평은 중환자실로 직행하게 됐다.


세상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여동생이 난장판으로 어질러진 주평의 방을 청소해둔 뒤였다.


그의 키보드 위에는 ‘자랑스러운 아들에게’라고 세로로 적힌 흰 봉투가 놓여있었다.


탑 등반자는 법의 규정으로 쓰게 되는 유서였다.


얼마만큼 사랑한다는 이야기.

언젠가 용기가 생긴다면 세상 밖으로 한 번 더 나가보라는 응원. 그래서 여자도 만나고, 결혼하고, 손주도 여럿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

그리고 어떤 일 보다 훌륭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공략글을 쓰고 공유하는 일을 멈추지 말고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끝으로.

사랑한다, 아들.


하여, 주평은 어머니의 유지대로 계속 공략을 연구하고 쓰기를 이어갔다.


샷건 빈도수가 크게 늘었지만······.

또한, 단어 선정과 어휘가 다소 과격해지고 친절함 앞에 (매우)불 자가 붙게 되었지만······.


집 밖을 나갈 엄두가 없어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은 해드리지 못할 테니까.


주평은 하루를 거르지 않고 주구장창 공략글을 썼고, 스트리밍 방송을 보며 댓글로 꿀팁을 전하고, 업로드 된 영상을 시청한 뒤 공략과 관련한 개선점을 남기는 등의 활동을 했다.


그런데, 그 삶도 이젠 끝이 보였다.


《클리어 올 다이》 (최종장 퀘스트)

인류의 존망을 위해 탑의 정상에 오르세요.

[실패 페널티] 멸망

[타임 리미트] 00:02:21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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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탑에서 주말농장(1) 24.09.16 1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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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색 데이트(1) 24.09.11 32 2 14쪽
24 단 둘이 좀 봅시다 24.09.10 30 2 14쪽
23 구출작전(2) 24.09.09 32 2 14쪽
22 구출작전(1) 24.09.08 37 2 12쪽
21 101태극부대 창설 24.09.07 44 3 14쪽
20 2차 면접과 접 24.09.06 49 3 13쪽
19 첫사랑이었다 24.09.05 46 2 13쪽
18 면접(2) 24.09.04 45 3 13쪽
17 면접(1) +1 24.09.04 60 2 13쪽
16 그녀와의 첫 만남 24.09.03 69 3 14쪽
15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24.09.03 65 2 13쪽
14 뜻밖의 인연 24.09.02 72 2 14쪽
13 재량이 낳은 산물 24.09.01 91 3 13쪽
12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3) 24.08.31 94 4 14쪽
11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2) 24.08.31 102 4 14쪽
10 명장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1) 24.08.30 108 4 13쪽
9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2) 24.08.29 113 4 13쪽
8 삼둥이와 놀이동산에 갔을 뿐인데(1) 24.08.28 131 6 13쪽
7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 아빠가 되었다 +2 24.08.27 139 6 13쪽
6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3) 24.08.26 138 4 13쪽
5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2) +1 24.08.25 162 6 13쪽
4 단지, 정찰만 하려했을 뿐인데(1) 24.08.25 178 6 12쪽
3 각성자여, 너 자신을 알라 24.08.24 231 7 13쪽
2 방구석 공략 천재 키보드워리어 회귀하다(2) +1 24.08.23 24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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