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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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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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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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94년으로

DUMMY


2화. 1994년으로




“잠시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최태석 전무는 같이 온 변호사들을 대기시킨 뒤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걸어왔다.


최태석 전무의 여유 있는 모습에 나는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그에게 소리쳤다.


“어떻게!! 어떻게 전무님이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으십니까!!”


“윤 부장 진정해. 그러게, 물건 간수를 잘 했었어야지. 너한테 딸려 보낸 기밀문서. 그게 얼마짜린데 말이야. 아참 윤 부장이 수고해 준 덕분에 그쪽에서는 잘 건네받았다고 하긴 하더군.”


최태석 전무는 곧바로 내게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윤 부장. 지금 와서야 말하지만 그 문서는 애초에 합법적으로 전달되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하하, 미친X끼. 다 한통속이었구나. 내가 나가기만 해봐. 당신 그러다 큰코다쳐.”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추측만 하고 있었는데 정확한 전말을 듣게 되자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최태석 전무는 너무나 당당했다.


“윤 부장. 아직도 내가 꾸민 일 같아?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그 분이 일을 정하면 그렇게 돼야 하는 거야. 나라고 3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한 너를 이렇게 몰아가고 싶었겠냐.”


“변명해도 당신이 쓰레기 짓을 한 건 변함이 없어. 내가 어떻게든 누명을 벗어서 당신들 다 끌어 내리겠어.”


“워워~ 윤 부장 진정해. 윤 부장이 아무리 발악해 봐야 언론은 철저하게 외면할 테고, 범죄 증거도 완벽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 같아? 발버둥 치지 말고 감옥살이 끝내면 앞으로 조용히 살아. 그게 윤 부장이 살 수 있는 길이야.”


최태석 전무는 붉으락 푸르락 달아오른 내 반응을 관찰하며 말을 이었다.


“윤 부장이 그룹에 거슬리는 일 없이 앞으로 조용히 살겠다고 약속하면 저기 뭐야 변두리에 조그맣게 농사지을 정도 땅은 마련해주지.”


“조작된 증거 가지고!!!”


“조작된 증거라니? 경찰은 윤 부장이 회사 기밀을 해외로 빼돌리려던 정황을 파악했고 완벽한 증거를 통해 범인은 이미 윤 부장 확정됐어. 거기다 횡령에 배임까지 아주 가관이지.”


그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내가 분을 못 이겨 씩씩대자, 최태석 전무는 불난 집에 더 강하게 부채질했다.


“윤 부장 설마 다른 마음 먹는 거 아니지? 한국 땅에서 일개 부장이라는 놈이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을, 나아가서 재벌가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딱하다만 그만 받아들여.”


“%%^&%@@!##$!”


-쾅!!!


내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책상을 내려치자. 교도관들이 나를 붙잡았고, 강제로 면회는 종료되었다.


교도관들에 의해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눈과 입가에는 나를 향한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최태석 전무가 다녀간 지 삼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갑작스럽게 구치소장이 직접 나를 찾아왔다.


“윤선일 씨 마음의 준비 하고 들어.”


구치소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모친께서 돌아가셨다고 한국대학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네.”


나는 터무니없는 소리에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그게 무···무슨 뜬금없는 소립니까···?”


“갑자기 이런 말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자네 인적 사항에 적혀있던 한국대 병원일세. 자네 모친께서 입원 중이시라던 그 병원에서 조금 전에 연락이 온 거야. 사인이 급성 뇌출혈이라 하더군.”


-철푸덕.


교도소장의 말을 통해 어머니의 죽음을 재차 듣자, 온몸의 힘이 빠져버렸다.


교도소장이 다시 말했다.


“마음이 착잡하겠지만 일단 이거 차고 5일 동안 담당 교도관이랑 같이 나갔다 오게나. 죄수의 신분이라도 할 건 해야지. 상 잘 치르고 조심히 돌아오게나.”


교도소장이 신호하자 교도관 한 명이 내 발에 전자발찌를 채웠다.


-철컥.


그러고는 마흔 정도로 보이는 교도관이 나를 데려가 수송차에 태웠다.


“어디 이동하실 때는 무조건 저랑 함께 가셔야 해요. 보고되지 않은 장소로 무단으로 이탈하시면 즉시 진압 조치 후 복귀니 다른 생각은 마십쇼.”


교도관은 내 발목을 가리키면서 강조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자발찌에서 실시간으로 윤선일 씨 위치가 전송되니까 언행을 조심히 해주세요.”


나는 망가진 정신상태를 간신히 부여잡았다.


“알겠습니다······. 염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구치소를 나온 지 한 시간가량이 지났을 무렵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내리세요.”


-드르륵, 탁.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병원으로 달려가 엄마가 갑자기 왜 돌아가셨는지 관계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달라고 물었다.


“조희숙 씨 보호자님. 안 그래도 조희숙 씨는 뇌 질환이 있으셔서 예민한 상태인데 텔레비전에서 아드님께서 횡령으로 잡혀갔다는 뉴스를 보고는 큰 충격을 받으셨는지 쓰러지시면서 급성 뇌출혈이 터졌습니다.”


“아아······. 나 때문에···.”


“곧바로 의료진이 투입되어서 최선을 다 해봤지만 이미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상태라 수술 도중 그대로 소천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병원 관계자는 말이 끝나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


“하하하···. X발 세상 참 X 같네.”


최태석 전무의 제안에 넘어가 누명을 덮어쓴 여파가 여기까지 뻗어온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 미친 듯이 헛웃음이 계속 나왔다.





***





“이제 돌아가셔야 합니다.”


구치소에서 나온 지 사흘이 지나고 어머니의 장례 절차가 모두 끝나자, 교도관은 수송차에 다시 나를 태우고 구치소로 출발했다.


교도관은 침울해져 있는 내게 나름의 위로의 말을 건넸다.


“교도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가끔 이렇게 상을 치르시는 분들이 있는데 참 안타··· 어? 어어?? 조심!!”


교도관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깜짝 놀라한다.


당황해서 다시 보니 그의 시선은 내 얼굴이 아니라 뒤편의 창문이었다.


-빵빵!!!


크락션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덤프트럭의 범퍼가 이미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끼이이익!!


‘30년 동안 쉬지 않고 인생을 회사에 바쳤건만 누명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트럭에 치여 죽는 건가··· 억울하다 억울해!!’


-쾅!


누명을 쓴 30년 경력의 만년 부장은 그렇게 죽었다.


아니, 안 죽었다?


“허억 X발!”


나는 정신이 번쩍 들자마자 몸을 일으켜 온 몸 구석구석을 만지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내 몸은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어? 나 왜 멀쩡해? 아픈 데도 없고 오히려 몸이 더 쌩쌩한데? 덤프트럭이 밀고 지나갔는데 이게 가능한가?”


당황스럽긴 하지만 몸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한 나는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만화책, 은은하게 퍼져있는 퀴퀴한 나무 냄새, 촌스러운 하늘색 벽지까지 다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여기 우리 집이잖아? 죽기 전 마지막 주마등인가?”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어릴 적부터 쭉 살았던 달서구 외곽의 이 낡은 주택.


취직에 성공할 때까지 20년을 넘게 살았는데 어찌 잊겠는가.


-쾅쾅!


감상에 빠져있을 찰나 누군가 불도저처럼 방문을 따고 들어왔다.


“야! 윤선일! 너 내일 면접이라 점심 기차 타고 서울 올라가야 한다며! 늦잠 자면 어떡해!”


방으로 들어온 젊어 보이는 중년의 여인은 내게 너무나 익숙했다.


“빨리 준비하고 달걀 삶았으니까 가면서 먹··· 자는 줄 알았는데 일어났네? 빨리 나와!”


“어.. 어.. 엄마? 진짜 주마등?”


병원에서 뇌출혈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30년은 더 젊어 보이는 모습으로 눈앞에 보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엄마 아들 회사에서 개 같이 30년을 일했는데 횡령죄로 쫓겨났어요. 불효자를 용서··· 어? 근데 뭔가 이상한데?”


앞치마를 두른 여인은 들고 있던 효자손으로 나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퍽(왼쪽 옆구리)


-퍽(오른쪽 허벅지)


“아! 엄마 아파요!! 내가 나이가 몇인데! 어? 왜 아프지?”


“이놈이 꿈? 뭐 횡령? 죽기는 얼어 죽을, 시궁창 같은 소리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 양복 다려놨으니까!”


30년은 젊어진 나의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집에서 따뜻한 밥만 먹고, 출근 한 번도 안 해본 놈이 정신 차려! 그러게, 만화책 좀 그만 보라니까!”


여인은 투덜거리며 방문을 열고 다시 주방으로 나갔다.


‘주마등이 이렇게 현실감 있을 수가 있나? 이 얼얼한 감각은 뭐고? 피부는 왜 이렇게 탱글탱글하고, 주름도 다 사라졌어.’


나는 이상함을 느껴 책상으로 달려가 달력을 확인했다.


달력에는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끔 색깔 팬으로 화려하게 칠해진 날짜가 보였다.


[1994년 2월 24일 대성전자 면접 D-1]


[1994년 2월 25일 대성전자 공채 면접 날 – 별표 다섯 개]


[Coment: 윤선일 할 수 있다! 세상에 너를 보여주는 거야!]


달력을 확인한 나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이것이 꿈도 주마등도 아닌 현실이고, 죽지 않고 과거로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돌아온 시점이 1994년 대성그룹 공채 면접 날 직전인 것.


“하느님, 부처님, 천부 신령님······. 누구든 일단 감사합니다.”


과거로 돌아왔으니, 앞으로의 인생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생겨버렸다.


말년에 누명을 씌운 그들에게도 복수할 수 있다. 상상만 해도 엄청난 희열이 올라온다.


30년 차 만년 부장으로 살면서 어지간한 산전수전은 다 겪지 않았는가.


말년의 횡령, 배임 3종 세트 덤탱이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건 대성그룹의 앞으로의 30년이 나의 머릿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대성그룹의 집안 승계 다툼부터, 대성그룹의 중요한 프로젝트 대부분 내 손을 거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맨날 만년 부장 소리를 들어서 별 볼 일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재계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일류기업에서 50대 후반인 내가 정리해고 당하지 않고 부장으로 버텼다는 거는 대체 불가한 실무 능력을 지녔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번 생에는 야금야금 내부에서부터 대성을 장악할 것이다. 그게 최고의 복수가 아니겠는가.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나와 서울행 기차에 탑승했다.


길이 잘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어릴 적 오랫동안 살던 동네라 기차역까지는 문제 없이 도착했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때마침 예매해 뒀던 열차가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이번 열차는 서울역, 서울역 행 열차입니다. 한걸음 물러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타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서울로 올라오시고는 기차를 탈 일이 없었기에 잠시 그리운 향수가 느껴졌다.


나는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며 당장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단 당장 내가 복수를 할 수 있는 건 없다. 야금야금 덩치를 키우는 게 먼저야. 그러다 보면 높디높게 느껴졌던 저 꼭대기의 자리까지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 빠진 사내의 눈은 희망과 부푼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이번 생에는 배경 때문에 파혼당하는 일 없이 남들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가능하겠어. 집에 들어가면 불 꺼져있는 빈집이 반겨주는 게 아니라 토끼 같은 아이들이 퇴근한 나를 발랄하게 반겨주는 거지.’


상상만 해도 함박웃음이 나온다.


‘그러면 일단 당장 내일 봐야 하는 면접부터 생각해야겠지. 면접관이 누구였더라?’


옛날 생각을 끌어올려 봤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탓인지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강민혁.’


면접관 중 한 명인 강민혁이 대성그룹의 차남 강영호의 아들, 로열패밀리라는 것.


그리고 면접관 중 가장 어려 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는 것.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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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4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9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3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7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5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9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7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1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2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8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30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2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70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7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7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2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5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8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1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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