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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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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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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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면접 (1)

DUMMY


3화. 면접(1)



익숙한 기차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서울역에 도착하겠습니다.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도록 미리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서울역에 내린 나는 곧바로 회사 근처의 여관으로 향했다.


집이 멀기 때문에 서울에 미리 올라와 다음 날 면접에 늦지 않기 위함이었다.


여관에서는 면접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그러다 보니 밤이 홀딱 지나갔고, 햇빛이 아침을 밝혔다.


나는 신선한 바람을 느끼며 결전의 장소인 대성그룹의 면접 장소로 향했다.


-부스럭, 부스럭.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근처 정자에 앉아 샌드위치를 꺼냈다.


대충 끼니를 때우며 근처를 관찰하고 있었는데 건물 입구 근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미 합격한 것처럼 마냥 헤벌쭉해하는 지원자도 있었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청심환을 꿀떡 삼키는 사람부터.


이해는 한다만 면접이 뭐 별거라고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응원하는 모습 등등 다양한 장면들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웅장한 대성타워에 입구에는 수많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여러분의 합격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누군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대성을 보게 하라!]


“저 멘트들 상당히 낯이 익는 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뭐.”


또 다른 현수막을 바라봤다.


대기업은 대기업이라고 속된 말로 참 뽀대나게 꾸며놨다.


[당신의 젊음을 대성에 바쳐라. 대성은 당신에게 세계를 걸겠다!]


[대한민국의 심장, 그것은 바로 대성]


[대성(大聖)에서 대성(大成)하자!]


나는 양손 주먹을 꽉 쥐고 본사 건물 로비에 들어서면서 생각했다.


가능성.


일개 신입사원이 대성그룹의 주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


‘그 가능성은 이제 0%가 아니다. 단 1%에 불가할지라도 가능성이 생겼다.’


대성그룹의 본사 건물은 미래가 창창한 사내의 가슴을 다시 한번 불태우기 충분할 만큼 거대했다.


“어 선일이 형!”


대성그룹의 주인이 되는 망상에 젖어 있을 찰나 누군가 뒤에서 나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달려왔다.


말끔하게 정장을 빼입었지만 흐트러진 머리. 인상은 밝고 선했지만 무언가 어리바리 해보이는 사내였다.


‘누구였지···?’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아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 뻔했지만, 번쩍 그와 관련된 기억이 스쳐 갔다.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모범생 동아리 후배였다.


‘내가 입시에 실패하고 지방대로 도피하듯이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은 끊겼지만. 학창 시절에는 친했었지. 나름 선배라고 잘 따르던 동생이기도 했고.’


“어!? 민준이구나! 너도 대성 지원했었어?”


알아봐 줘서 반갑다는 듯이 겉으로는 어리버리 해보이는 사내의 표정이 헤실헤실 밝아졌다.


“여러 곳 지원하긴 했는데 면접은 이제 대성 하나 남았어요. 학교 다닐 때 학점 좀 잘 챙길걸 그랬어요. 이게 발목을 잡아버리네요.”


“도대체 몇 점이길래 고대생의 발목을 잡아?”


무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인 민준이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학점이 2점대였다.


학사 경고도 몇 번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짧게 대화를 이어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사회초년생 시절 한신 금융의 은행원 신분인 민준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 생각나 응원차 말을 건넸다.


“민준이 너는 무조건 합격할 거야. 긴장하지 말고 우리 둘 다 각자의 위치에서 잘해보자. 합격하면 형이 한 턱 쏠게.”


‘물론 민준이 너는 대성 말고 한신으로 다니겠지만 응원하마.’


“좋아요!”


사회로 나가면 끼리끼리 사람을 사귄다지만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나 동창은 예외인 것 같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가 없다.


대화를 마친 나는 기분 좋게 결전의 장소인 타워의 13층, 대성 전자팀 면접 대기실로 올라갔다.




***





대성그룹 13층의 한 면접실에서는 세 명의 면접관이 분주하게 평가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면접관 중 푸근한 인상의 사내가 지원자들을 내보낸 뒤 잠시 평가를 멈췄다.


“강 차장, 이 부장 우리 잠깐 쉬었다가 하자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금 지치네. 앞자리가 달라지니까 이거 원 체력이 옛날 같지 않는단 말이지 하하하! 아 그런데 아까 그 친구가 강 차장 자네 집안 막내 맞지? 어려서부터 유학에 뭐 4개 국어까지 스펙이 아주 화려하더구먼.”


차재열 상무는 다른 면접관의 평가지를 힐끗 확인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강 차장이 미리 말해줘서 다행이지 실수할 뻔했잖아. 집안 막내 손주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려는 게 조금 의아하긴 한데 뭐 요즘 유행하는 그런 건가? 재벌인 걸 숨기고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스토리 말이야.”


차재열 상무의 말이 끝나자, 순간 면접실에는 냉랭한 공기가 맴돌았다.


“하하······.”


“아휴 강 차장 농담이야, 농담.”


이야기를 듣던 강민혁 차장은 차재열 상무가 집안 사람을 희화화하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 나빴지만, 농담인 걸 알기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넘어갔다.


“그래도 민아 걔가 대단하긴 해요. 걔가 어려서부터 아주 악착같이 살았어요. 할아버지한테 순수하게 자기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거 같은데 사정이 좀 딱하죠.”


강민혁은 물을 한 잔 들이켜며 마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민아네 부모님이 할아버지한테 좀 미운털이 박혔어야죠. 다들 아시겠지만, 할아버지가 고모를 어릴 때부터 그렇게 끔찍하게 아끼셨는데 고모부가 홀랑 채가니 미우실 만하죠······.”


차재열 상무는 이야기를 듣다 옛날 생각이 떠올랐는지 호탕하게 반응했다.


“하하 맞아 생각해 보니 한때 그랬던 적이 있었지. 회장님께서 사윗감으로 대법원장 아들하고 한신 금융 장남 중에 누구랑 자리를 만들지 행복하게 고민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역력하구만. 물론 결말은 베드 엔딩이지만.”


“그래도 할아버지가 민아까지 싫어하시지는 않아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하나뿐인 사촌 동생 제가 잘 챙겨야죠. 뭐.”


민혁의 잘 챙기겠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가뜩이나 장자 승계를 고집하는 집안이라 민혁도 불만이 많은 상황인데 민아까지 열심이니말이다.


안그래도 집안 내부 형들에게도 압박받는데 아래에서도 치고 올라오려는 상황.


그러니 하나뿐인 사촌 동생이 더 발악하지 말고 깔끔하게 자신의 편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





[13F B홀 대성 전자 면접실 -> -> -> ->]


면접 진행을 맡은 직원으로 보이는 안내원이 대상자들을 호명했다.


“175번부터 179번 지원자분들 면접실로 들어가세요~.”


안내원은 한 명이 보이지 않자 큰 목소리로 재차 호명했다.


“179번 한가영 씨! 없으신가요? 에이 안 오셨나 보네.”


당시에는 적당한 대학 졸업증만 있다면 어지간한 회사에 취직하는 건 어렵지 않은 시기였기에, 179번은 다른 회사에 붙어서 면접 날 불참한 것으로 보였다.


“다음 180번! 180번 윤선일 씨!”


“넵!”


나는 자신감 있게 저 여기 있습니다~ 하는 뉘앙스로 존재를 알렸다.


“윤선일 씨 원래는 다음 조로 들어가셔야 하는데 바로 앞 조 분 중 한 분이 불참하셔서 한 칸 땅겨서 진행할게요.”


“알겠습니다.”


안내원은 면접관들에게 변동 사항을 전하며 우리를 입장시켰다.


“179번 한가영 씨 불참으로 175번부터 180번까지 다섯 분 들어갑니다~.”


차례차례 앞 순번 지원자들이 순서대로 입장했고, 나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바른 자세로 면접실로 들어갔다.


면접실에는 냉랭한 공기와 함께 포커페이스의 세 명의 면접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과 동시에 나는 자리에 앉으며 면접관 모두와 한 번씩 눈을 마주쳤다.


강민혁 차장을 제외하고는 면접관이 누구였는지 도무지 기억나질 않았는데, 얼굴을 보니 기억이 났다.


왼쪽부터 머리카락이 풍성한 환갑에 가까운 사내가 보인다.


그런데 저건 사실 가발이다. 실체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아저씨라고 할 수 있다.


아마 극소수만 알고 있는 정보일 것이다.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서 잔업으로 밤을 새우다가 그가 가발을 벗고 쉬고 있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으니 말이다.


‘차재열 상무···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지. 그런데도 끝까지 부하 직원들과 거리를 두지 않고 참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


나는 가운데로 눈을 돌렸다.


‘강민혁···.’


강대성 회장의 차남 강영호의 아들로 그룹 내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다 장자 승계로 인해 날개가 꺾인 비운의 능력자.


아마 이때쯤이면 20대 후반으로 나와 비슷한 나이일 텐데 벌써 차장이다.


물론 강민혁 차장이 로열패밀리라지만 그는 자신의 안목과 능력을 입증한 진짜배기이다.


나는 그를 나도 모르게 무심코 빤히 바라봤다.


‘나와 같이 장남 집안의 적의를 가지고 있으면서 바닥에서 단기간에 나를 끌어 올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 그의 눈에 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사내는 차재열 상무와 거의 동년배로 보이지만 충격적이게도 아직 40대인 이규철 부장.


‘인사팀 부장으로서 항상 인재에 목말라 있는 재밌는 사람이었지. 회사에 참 진심인 사람이었단 말이야.’


이렇게 저 셋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오묘하면서도 참 반가웠다.


잠시 면접관들을 살펴보던 중 이규철 부장이 나를 포함한 면접자들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다섯 번째 가장 끝자리에서 면접관들의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


분명 이규철 부장이 면접의 시작을 끊었음에도, 그를 제외한 다른 두 명은 아무 반응 없이 묵묵히 서류만 읽고 있었다.


“왼쪽부터 우리 회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랑 자기소개 좀 해줄래요? 간단하게 1분 내로 부탁해요.”


가장 처음은 카리스마 넘치는 올백 머리의 젊은 여인이었다.


“안녕하세요. 대성전자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한 백선아라고 합니다. 전공은 마케팅 분야이고 입사 후 대성이라는 가치를 지금보다 더 끌어올리고 싶다는 포부로 지원했습니다.”


두괄식의 깔끔한 주장과 의도된 걸 알면서도 면접관이 질문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답변.


올백 머리의 저 여자가 왜인지 익숙하다 했더니 전생의 입사 동기 중 한 명이었다.


이규철 부장은 살짝 공격적인 어조로 다시 한번 질문 공세에 들어갔다.


“잠깐만요. 백선아 씨 마케팅이 전공인데 왜 전자에 지원했죠? 훨씬 잘 어울리는 분야가 있잖아요? 내 생각에 전자는 일단 아닌 거 같은데.”


면접관의 질문에도 그녀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면접관의 질문을 유도하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저는 학위가 두 개입니다. 학부생 시절 처음으로 배운 전공은 마케팅이지만, 두 번째 전공은 전기 전자 쪽입니다.”


질문 유도를 통해 학위가 두 개라는 점을 이용해 자기 PR을 깔끔하게 성공해 냈다.


여기서 PR이란 Public Relation의 약자로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의 복수전공이라, 흥미롭네요.”


대답을 들은 이규철 부장은 표정이 상당히 밝아졌다.


아무래도 그는 인사과를 이끄는 부장이었기에 다재다능한 지원자가 보이면 언제나 환영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


이규철 부장은 다른 두 명에 면접관과 눈빛을 한번 교환한 뒤 책상 위 종이에 펜을 끄적였다.


다른 두 명의 면접관도 살짝 반응을 보일락 말락 했지만 결국 다시 무관심 상태에 들어갔다.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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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3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9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3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7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5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9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7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1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2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30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2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70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7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7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2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5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8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1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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