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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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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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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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DUMMY

아렐은 소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아르카나와의 전투 중 몰래 그를 보고 있던 노예였다. 귀찮아서 그냥 살려뒀을 뿐인데, 그 업보가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너무나도 차가운 반응에 소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녀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는 아렐을 다시 부르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아르카나가 가지고 있던 아마츠키와 아렐의 대화가 찍힌 카메라였다.


“다... 당신이 마법사의 왕인 거죠?”

“그렇다면? 미리 말하지만, 어디 가서 말하든 말든 상관없다. 협박은 통하지 않아.”

“협박이... 아니에요. 전 그저 당신의 제자가 되고 싶을 뿐이라고요.”


아이의 손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린다. 아렐은 잠시 그런 소녀를 빤히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놈 불법 노예니 순순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다. 근데 왜 굳이 나한테 찾아온 거지? 의도를 모르겠는데.”

“...돌아갈 곳이 없으니까요.”

“버림이라도 받은 건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유가 부족하지. 정확한 이유를 대라. 최악의 마법사라고 불린 나를 찾아온 이유를 말이다.”


소녀는 입술을 달싹였다. 이유를 말해준다고 해서 들어줄까? 반대로 자신을 혐오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내 날아온 아렐의 한마디에 그런 생각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빨리 말해. 파스타 불어.”

“...당신은 지금도 저따위보다 밥이 더 중요하군요. 법도, 정세도, 사람과의 관계도 전혀 신경 쓰지 않겠죠?”

“흥미가 돋거나, 날 거슬리게 하지 않으면 그렇지. 내가 왜 그딴 걸 신경 써야 하지? 난 내 주제에 맞게 살 뿐이다. 타인을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면서 사는 것도 벅차다. 오로지 내 유쾌함이 먼저일 뿐이다.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아.”


흥미가 돋으면 관찰하고, 거슬리게 하면 죽이고, 재밌으면 살려준다. 그게 몬스터가 됐든, 요괴가 됐든, 사람이 됐든, 엘프가 됐든 상관없다. 오로지 그의 기분이 중요하다. 그가 마음에 들면 마음에 드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게 돈이든, 권력이든, 신이든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 그런 사람이 필요해요. 과거도, 핏줄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이요. 전 풍요인의 후손이니까요.”

“풍요인...?”


처음 듣는, 아니 정확히는 역사책에서만 봤던 이름이다. 지금으로부터 700년 전에 있었던 한 종족. 제왕전쟁의 혼란이 제대로 끝나기도 전에 등장한 이 늑대 형태의 종족은, 새로운 혼란을 만들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가진 엄청난 재생능력과 늑대의 포학함으로 또 다른 전쟁을 일으켰다. 엄청난 번식 속도와 공격력으로 혼란은 순식간에 가중됐다. 하지만 당시에 있던 용사의 의지를 이은 자들과, 리니아를 중심으로 약 백 년에 걸쳐 그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전쟁에 필요한 인력을 위해, 그리고 본능적으로 진행한 번식으로 인해, 여러 종족과 여러 형태로서 풍요인의 후손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수백 년 동안 배척당했다. 현대에 와서야 인식이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그 피를 이어받은 저도 마찬가지고요...”


소녀는 눈을 질끔 감았다. 지금까지 당했던 여러 종류의 폭력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아렐도 작은 소녀의 몸을 바라봤다. 이제 보니 몸 이곳저곳에 여러 형태의 흉터가 남아있었다.


“당신이라면 저같은 존재는 신경 쓰지도 않겠죠. 제가 풍요인이의 피를 이어받았어도 말이죠. 그러니 당신의 제자가 되고 싶어요. 더 이상 사람에게 희망도, 슬픔도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아요. 원하는 대로, 당신처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살고 싶을 뿐이에요.”

“확실히 난 네 이름도 궁금하지 않다. 게다가 마침 네 이야기를 듣고 풍요인에대한 흥미가 생겼고, 네놈 눈이 옛날의 나를 보는 거 같아서 제자로 받아도 괜찮겠지. 하지만 역시 거절한다.”


이 소녀의 혈통에 관심이 생겼고, 눈도 썩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 소녀 자체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소녀는 좌절한 것처럼 고개를 푹 떨궜다.


‘스승과 제자라...’


아렐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와 동시에 머리속에서 한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너무나도 오래돼서 빛바랜 한 기억이 말이다. 지금 이 소녀를 받아들이면, ‘그때’와는 정반대의 것을 맛볼 수 있을까?


“원래는 이러지 않지만... 기회를 주지.”


아렐은 소녀에게 빨간 목걸이를 하나 던져줬다. 목걸이는 붉은 핏방울처럼 빨갛게 반짝이고 있다.


“지금 네놈에게 부족한 걸 찾아라. 그러면 제자로 받아주지.”

“부족... 한 거요?”


소녀는 배울 의지도 충분하고, 재능도 있어서 가르침은 금방 습득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지금껏 그녀를 괴롭힌 대부분의 것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스스로를 위협하는 모든 것에서 살아남고, 아렐처럼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것이 부족하다.


“그걸 찾는 것도 네놈 과제지. 아무튼 난 이제 가겠다.”


아렐은 이 말을 끝으로 완전히 떠나버렸다. 소녀는 멍하니 목걸이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품에 넣었다.


“오, 이제 왔냐?”


식당에 들어가니 이미 음식은 전부 차려진 후였다. 아렐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자리에 앉다가 문득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얼굴을 확 찌푸렸다.


“...이건 뭐냐?”

“파인애플 피자.”

“이런 개새...”


아렐은 냅단 피자를 한 조각 집어서 에덴의 얼굴에 던졌다. 설마 이딴 걸 시키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게 에덴일 줄은 몰랐다.


“하아... 망할 꼬맹이 녀석. 그냥 죽였어야 했는데.”


괜히 시간을 잡아먹은 소녀에게만 짜증이 났다. 제자고 뭐고, 그냥 바로 죽이는 게 답이었다.


*********


대회의는 조선 궁궐, 주요 인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곳에서 진행된다. 그곳에 모인 자들은 각 나라의 대표와 강자들로, 현세대의 최전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두 모이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군요.”


성진은은 조용한 탁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모이는 인물들은 여섯 소속으로, 인원은 총 열세 명이다. 현재 모인 건 절반도 안 되는 세 명으로, 조선과 아스카 왕국의 주요 인물뿐이었다.


“아마츠키라...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 힘들군요.”


아스카 왕국의 현 왕인 나다치니 야마토는 찻잔에 살짝 입을 가져가며 말했다. 천 년 전에 존재했던 검객의 부활. 신기하고, 궁금하기도 한 한편, 피해가 더 확산될까봐 걱정된다. 아니, 분명히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천 년 전 그의 손에 죽은 검객이 수만에 달하죠. 기록에 따르면 달빛같은 공격은 피할 곳도 없다고 합니다. 왕가의 핏줄이 직접 나섰음에도...”

“이겨내지 못했었죠.”


야마토의 옆에 서 있는 무사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스카 제국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검사. 나다치니 호시노는 조용히 무기를 잡았다. 참고로 얀카의 친오빠이다.


“천 년 전의 검객의 부활... 그리고 사라진 천 년 전의 마법사의 왕의 조각... 그 말은 다시 말해서...”

“그 녀석도 부활할 수 있다는 의미지.”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리니아는 간식을 하나 먹으며 말했다. 아마츠키도 문제지만 지금 진짜 문제는 다름 아닌 마법사의 왕의 영혼 조각이다. 만약에, 정말로 그가 부활한다면, 세상은 순식간에 혼돈으로 빠질 것이다.


“70년 전에 하나 파괴, 이번에 하나가 사라졌죠. 그럼 남은 건 이제...”

“세 개지.”


문득 문이 열리면서 한 소녀와 관록이 붙은 남자, 그리고 신전인 두 명이 들어온다. 검은 치파오를 입은 소녀의 이름은 키오, 하얀 수염이 멋있는 노인은 현 화산파의 장문인인 양청으로, 진나라 대표였다. 원래는 양청이 아닌, 백도가 참석해야 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패스했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억지로라도 데려왔어야 했는데...”

“됐다. 어차피 말을 들을 위인도 아니고... 장문인인 네가 직접 온 거면 된 거지. 지금 당장 전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소녀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앉았음에도 어른스러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도저히 홍련과 같은 나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우리도 꽤 늦었지만, 나머지는 어딨지? 슬슬 시작해야 할 텐데.”

“진태화 님께서는 좀 늦으실 거 같습니다. 나이가 있으셔서...”

“그럼 저희 쪽에서 치료받는 건 어떤가요?”


현세대의 성녀인 루시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등에 있는 커다란 검과 신전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파격적인 옷 덕분에 범상치 않은 인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요? 리니아님 일행이랑 같이 오는 거 아니었나요?”

“저희가 대신 아카데미 조사를 하기로 해서, 아스트라와 브르타뉴 분들과 함께 오기로 했는데... 글쎄요. 왜 안 오는 걸까요?”


그렇게 대회의 시간은 점차 길어졌고, 가장 중요한 인간은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오기로 한 아스트라와 브르타뉴의 인물들은 갑자기 사라진 그를 찾느라 진을 빼고 있었다.


“조선은 언제 와도 마음에 든단 말이지.”


먹물보다도 더 짙은 검은 머리카락과 황금색 눈동자. 현대의 마법사의 왕이자, 최강이라 불리는 남자는 기념품을 몇 개 샀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한쪽 눈동자에는 선명한 별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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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엘프 마법사 NEW 12시간 전 3 1 10쪽
30 사면초가 24.09.18 7 1 10쪽
29 약속 24.09.17 7 1 12쪽
» 과제 24.09.16 11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9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9 1 11쪽
25 맹수 24.09.13 11 1 12쪽
24 초대 24.09.12 10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8 1 12쪽
22 티파티 24.09.10 10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4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3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11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1 0 11쪽
16 제의 24.09.04 12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11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3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3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1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7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4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3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3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9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8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21 2 11쪽
4 조우 2 24.08.22 21 2 11쪽
3 조우 1 24.08.21 30 2 14쪽
2 몸 풀기 24.08.20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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