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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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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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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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DUMMY

“늦어서 미안~.”


검은 머리의 남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들어왔다.

그를 찾아 다녔던, 아스트라와 브르타뉴의 사자들은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참고로 아스트라와 브르타뉴는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대표자가 아닌, 고위 관리가 대신해서 왔다.

대회의의 원칙상 나라의 대표와 강자가 와야 하지만, 회의를 빼 먹을 만큼 중요한 일이 생겼다. 세상의 존망이 걸린 회의였기에 대표자들의 출석이 필수이지만, 그들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왕족이 가장 신뢰하고 능력있는 자들을 보냈다.


“너 때문에 사람들이 지쳐 죽게 생겼군. 대체 뭘 하다 온 거냐. 제른.”

“구경. 여기 전통 막걸리는 일품이라고. 아, 참고로 이건 내꺼야. 돌아가면서 먹을 거니까.”

“탐내지도 않았다. 빨리 앉기나 해라.”


키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맞혔다.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인원이 모였으니 슬슬 회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원래는 진태화도 와야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일단 진행한 후, 마지막 사안 검토만 맞기로 결정했다.


“그럼 일단 간단히 상황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진리의 아카데미 습격이 있었습니다.”


성진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진리의 아카데미 습격. 그들은 교수진들이 없는 틈을 타서 결계를 만들고, 몬스터와 요괴, 그리고 아마츠키까지 부활시켜서 습격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아카데미 건물은 거의 반파됐고, 학생회장을 포함한 학생들도 수십 명 죽어 나갔다. 또한 별관 지하에서 보관 중이던 희귀 아이템이 전부 사라졌는데, 그곳에 있던 이번 회의의 핵심인 마법사의 왕의 영혼 조각 역시 사라졌다.


“아마츠키가 그곳을 지키고 있던 것을 보아 진리의 원래 목적은 마법사의 왕의 조각인 듯합니다.”

“진리라면 어느쪽이지?”


진리는 현재 수많은 분파로 나누어졌다. 그 수만 수십 개. 제왕 전쟁 이후 각자가 추구하는 끝이 달라져서 생긴 결과였다.


“그건 확인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그렇지. 과거의 강자를 부활시킬 힘을 가졌다는 거니까. 단순한 복제랑은 달라.”


과거 몇 번, 과거의 강호들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부활 자체는 격같은 여러 문제로 힘들었기에, 대부분이 비슷한 분신을 만들어냈다. 가령, 그들의 무기, 혹은 그들이 사용하던 옷 등을 매개체로 해서 말이다.

흔히 레플리카라 불리는 것은 매개체가 있는 만큼 비슷하긴 하지만, 원본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아예 달랐다. 단순히 흉내를 낸 것이 아닌 존재 자체를 부활시켰다. 어떻게 보면 인체연성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애초에 본인인 건 확실합니까?”

“조금 모습이 달랐지만, 팔라딘과 장군 하나가 협공했음에도, 유효한 피해를 하나도 입히지 못했습니다. 기술도 분명 그가 사용하던 기술이고요.”

“칸데시아 말이지... 그 녀석, 아직 부족하지만 절대로 약한 수준이 아닌데. 조금 놀랍네.”


루시드는 눈을 살짝 감으며 중얼거렸다. 놀라운 건 성진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나리 장군은 나이는 어리지만, 고유 특성으로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그런 장군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믿기 힘들군요. 아마츠키와 관련된 모든 건 아스카 왕족이 직접 처리했으니까요. 리니아님, 혹시 부활 마법에 대해 알고 계신 게 있나요?”

“내가 아는 선에서는 없어.... 아니, 하나 있긴 하지.”

“뭐야, 따로 조사라도 한 거야?”

“조사할 필요도 없지. 너희도 알고 있으니까.”


리니아는 품에서 목걸이, 왕의 영혼 조각을 꺼내며 말했다.

비록 지금은 조각의 형태지만, 이것은 분명 부활을 위한 매개체다. 그 때문에 지금껏 이 조각을 감시했고, 지금같은 회의도 만들어졌다. 리니아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이 식을 풀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식만 풀어내면 완전히 제거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이상해. 단순히 마법일 거 같지는 않아.”


리니아는 턱을 괴며 말했다.

그도 그런 것이 마법사의 왕도 죽기 직전에 간신히 영혼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거의 천 년 동안 이에 대해 연구한 리니아도 완벽한 부활 마법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부활 마법을 매개체도 없이 성공했다? 그것도 천 년 전 강호 중 격이 높은 인물을? 현실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거다.


“그냥 엄청 천재인 마법사가 있는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지.”

“가능성이 낮을 뿐이지 제로는 아니잖아. 천 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내가 태어난 거처럼 말이야.”


제른은 다리를 책상에 올리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워낙 가능성이 희박해서 그렇지, 현세대는 천재라고 불리는 자들이 유독 많았다. 특히 제른은 과거 마법사의 왕과 비견될 정도의 현대 최강이라 불리는 남자다.


“그렇다면 굳이 조각을 노린 이유는 뭘까요?”

“격이 너무 높아서 매개체가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 뭐가 됐든 한시라도 빨리 진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군. 화산파를 포함해, 본녀가 여러 문파에게 도움을 청하겠다.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걸세.”

“아뇨. 진리를 쫓을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 어째서지?”


키오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검고 기다란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쏠려서 흘러내린다. 성진은은 곤란하단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 사건에는 제3자가 있었습니다. 살주계 토벌 때부터 모습을 보인 한 여인이죠.”


어떻게 생각하면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의문이라고 볼 수 있는 여인. 편의상 제인도우라고 부르기로 한 이 여인이 영혼 조각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그녀와 조우 했던 칸데시아가 직접 봤으니, 착각했을 리는 없습니다. 제인도우가 진리로 의심되는 자와 싸우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잠시만요. 갑자기 사건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는데요?”

“그때 스승님이 보셨던 두 마력 중 하나는 제인도우의 것이었나 보군요.”


그 여인 덕분에 사건이 꼬이고 말았다. 진리도 여러 개가 있지만, 일단 소속을 아니 어떻게든 뒤를 쫓을 수 있는데, 신원불명의 여인은 행방을 특정하기 힘들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얼굴을 전혀 가리지 않아, 외모를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인데... 그걸로는 턱도 없다.


“제인도우라... 그러고보니 나랑 편지를 하면서 칸데시아가 뭐라 그랬었는데. 의심되는 학생이 있다고.”

“저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렐이라고, 이번 1학년으로 칸데시아님이 관리를 위해 아카데미에 초청했다고 합니다. 들어보니, 제인도우와 아렐이 동일 인물 같다고 합니다만... 성별도 다르고, 마력도 완전히 다르더군요.”


동일 인물임이 확실시되면 모든 정황이 간단히 설명되지만, 말했듯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라...”

“스승님?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마법사의 왕도 그랬었거든. 모습이 여러 개였어.”


과거 그는 여러 모습으로 리니아와 만났었다. 덕분에 헷갈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마지막의 모습은 모든 걸 초월한 신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나중에 직접 만나봐도 괜찮겠네.”

“확실히 그렇군요. 그럼 아렐이란 자를 좀 더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진짜 범인이라면 칸데시아님의 혜안이 옳았다는 뜻이죠.”


전체적인 회의는 이렇게 끝이 났다. 성진은은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일단 이번 아카데미에 대해서는 조정이 공식적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됐어. 지나간 일이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 어떻게 하냐 잖아?”

“...확실히 그렇죠. 그럼 해야 할 일을 정리하겠습니다.”


진행해야 할 일의 우선순서는 이렇게 된다.

첫 번째, 제인도우 추적. 현재 왕의 조각을 가지고 있을 가장 유력한 인물로 그녀를 먼저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만약 다른 진리나, 부활이 가능한 조직과 연관이 돼 있다면, 문제가 심각해 진다. 솔직히 지금같은 상황에서 연관돼 있지 않다는 게 더 이상하겠지만 말이다.


“그게 아니면 굳이 싸울 이유도 없지?”

“아무래도 그렇죠. 싸움에 미치지 않는 이상은, 굳이 진리같은 조직과 부딪힐 필요가 없으니까요.”


두 번째, 아카데미를 습격한 진리를 찾아내는 것. 이들을 찾아내서 알아야 할 것은 부활을 어떻게 했냐이다. 만약 정말로 부활식을 발견한 것이라면, 부활식을 알고 있는 자들을 전부 찾아내서, 제대로 파기시켜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강호 사냥. 시간이 더 지났으니, 아마츠키뿐만 아닌 다른 존재도 부활할 수도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그들을 찾아내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천 년 전 전쟁이 반복될 수도 있으니까.


“제인도우 추적은 리니아님이, 진리를 찾아내는 건 국가적으로 협력해서 맞겠습니다. 그리고 강호 사냥은...”

“나한테 맡겨.”


제른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난히 그의 황금 눈동자가 더더욱 빛나는 거 같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활은 했지만, 완전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위험... 아, 아닙니다.”

“뭐야, 왜 걱정하다 말아.”

“괜한 걱정이니까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제른에게 있어서는 정말 괜한 걱정이다. 현대 최강이라 불리는 마법사. 과거 마법사의 왕과 처음으로 비견되고, 공간의 권능까지 가지고 태어난 존재가 바로 제른이다.


“이번 세대에 강자가 많은 이유는 이것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 뭐, 제른 씨와 진태화 씨는 완전히 규격 외지만요.”

“그렇지. 하지만 그건 다시 말해, 규격 외의 적이 등장한다는 뜻이기도 해. 세상은 제로섬을 유지하니까.”

“스승님 때도 그랬다고 했죠. 제왕 전쟁도 여러 강자 때문에 일어난 거였고요. 이번에는 막을 수 있을 까요?”

“..막을 거야.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그가 죽기 전 부탁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지 않게 막아달라고.

용사는 멋있는 존재지만, 용사가 있다는 건 그만큼 세상이 위험하다는 뜻이다. 자신과 같은 용사가 나오지 않고,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는 시시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그는 부탁했다.


“조사는 바로 진행할 건가요?”

“응. 그 녀석이 진짜로 부활하면 세상은 바로 혼란에 빠질 테니까.”

“그 녀석이라면 마법사의 왕?”


가넷과 리니아의 사이로 문득 제른이 끼어들었다.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리니아는 직접 봤지. 어때? 마법사의 왕은?”

“약해 빠졌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강해. 그것도 엄청나게.”


리니아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흠.... 네가 그렇게 말하니 궁금하네. 진태화 할아버지랑 리니아 너 빼고는 힘든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이번에 처리해야 하실 강호들도 비슷할 수준일 텐데. 괜찮으세요?”

“글쎄. 그 정도 되는 사람들이면 조금 힘들지 않을까?”

“자신 없어?”


리니아의 질문에 제른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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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엘프 마법사 NEW 12시간 전 3 1 10쪽
30 사면초가 24.09.18 7 1 10쪽
» 약속 24.09.17 8 1 12쪽
28 과제 24.09.16 11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9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9 1 11쪽
25 맹수 24.09.13 11 1 12쪽
24 초대 24.09.12 10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8 1 12쪽
22 티파티 24.09.10 10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4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3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11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1 0 11쪽
16 제의 24.09.04 12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11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3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3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1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7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4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3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3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9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8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21 2 11쪽
4 조우 2 24.08.22 21 2 11쪽
3 조우 1 24.08.21 30 2 14쪽
2 몸 풀기 24.08.20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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