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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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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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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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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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거래소

DUMMY

한국에 건스미스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무기 판매 구역은 생각보다 넓고 방대했다.


벽과 진열장에 가득가득 쌓여있는 반짝거리는 무기들. 십자검, 일면도, 양날검, 레이피어까지 온갖 종류의 검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전시되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전시된 검들을 살펴보자,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다가왔다. 친절이 몸에 배어있기라도 한 듯, 그녀는 친절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저... 혹시 매입도 여기서 하나요?”

“그럼요! 매입은 저쪽에서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


곧장 나는 끌려가듯 어딘가를 향했다. 그녀가 안내한 곳은 창문 하나 없는 밀실. 넓직한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가 달랑 있는 밀실에 나를 밀어 넣고는, 서류 몇 장을 챙겨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처음이신 것 같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매입 시 판매자의 신원 노출과 매도할 물건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밀실에서 1대1로 매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입을 담당하는 직원 또한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했으며, 실명으로 된 명찰까지 부착한 채 진행하기 때문에 판매자분께서는 어떤 걱정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역시 공인 협회였다. 판매자의 신상 보호까지 신경 쓰다니. 아무래도 그동안 사건사고가 많았으니, 가능한 모든 일에 대비를 해둔 것이겠지.


직원은 나의 앞에 앉아 준비한 서류를 내밀었다.


“그리고 저는 고객님의 매도를 도와드릴 감별사 장서윤입니다! 우선 매도하실 물건을 보여주시겠습니까?”


나는 곧장 아공간에서 주웠던 C등급 창을 꺼냈다. 창을 넘겨받은 장서윤은 곧장 매서운 눈으로 창을 살펴봤다.


“창의 등급은 C, 고유 특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별다른 하자가 없으므로 저희 매뉴얼에 따라 물품 가액은 2,300만원으로 책정됩니다. 매도하시겠습니까?”

“대금은 바로 지급되나요?”

“계좌로 5분 안에 송금됩니다.”


시원시원한 진행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서윤은 몇 장의 서류에 서명을 요청했고, 나는 그녀의 말에 따라 고분고분 서류를 작성했다. 걱정과 달리 물건을 얻은 경로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 않았다.


서명을 마치고 서류를 넘기자, 장서윤은 곧장 태블릿을 꺼내 계좌정보를 입력했다. 그리곤 1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띠링-!


핸드폰에서는 입금 문자가 울렸다. 정확히 2,300만원이라는 금액이 입금되었다. 아마 세금은 나중에 따로 내라고 하겠지.


문자를 확인했다는 사인을 보내자, 장서윤은 자신의 인벤토리에 창을 집어넣고는, 밀실의 문을 열었다.


“매입 절차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조금만 둘러볼게요.” “네.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무기를 매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5분. 정말 빨랐다. 성일에게서는 아직 어떤 문자도 오지 않았다. 2천만원도 벌었겠다, 천천히 무기들이나 구경해야지.


#


“아니, 대금 지급이 늦어진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몇 시간도 아니고 몇 일라니!”


창구에 울려 퍼지는 최성일의 목소리. 그는 인내심이 바닥나기라도 했다는 듯 목소리를 키웠다.


“정말 죄송합니다. 상부에서 그렇게 지시가 내려와서...”

“대금 지급은 늦어진다, 물건 매도는 이미 끝나서 무를 수 없다. 이게 무슨 억지입니까! 애초에 여기 사업단도 보장한 내용이잖아요! 좀 덜 받는 대신 즉각적인 대금 지급을 약속한다는 것이!”

“그렇긴한데... 아다만트 원석은 워낙에 특수한 상황이라...”


최성일의 성난 목소리에 직원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연신 죄송합니다만 내뱉었다.


“후, 이게 지금 앞에 계신 직원분이 당장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잖아요. 그쵸?”

“네, 일단 위에 전달을 했으니 답변이 오면 최대한 빨리...”

“그럼 차라리 제가 직접 책임자를 만나게 해주세요.”

“네? 자..잠시만...”


그리고 이어지는 전화 돌리기. 최성일은 벌써 1시간째 이곳에 발이 묶여있었다. 평소 같았더라면 3분 만에 끝났어야 할 일.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한 것은 담당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위에서는 계속해서 기다리라고만 하고, 당장 앞에서는 돈을 주던가, 아님 물건을 돌려달라고 한다.


사실 최성일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이 무리도 아닌 것은 직원도 잘 알고 있었다. 무기 유통 사업단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자원 유통 사업단은, 헌터가 수집해온 자원을 시중가보다 20퍼센트 저렴하게 매입하는 대신, 즉각적인 대금 지급과 철저한 익명을 보장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금 지급이 늦어지고, 판매 철회는 또 막으라고 하니 당장 욕받이가 된 직원도 미칠 노릇이었다.


“저 뒤에 있는 방이 여기 책임자 사무실 맞습니까?”

“그렇긴 한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일단은 기다리겠는데, 말은 똑바로 전하세요. 3일 안에 대금 지급 안 되면, 남은 원석 50kg 전부 헐값에 해외로 넘겨버린다고.”


최성일의 목소리가 창구를 넘어 영업장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담당 직원은 마침내 한숨 돌렸다는 듯 안심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곤 열리는 사업단장의 사무실 문. 그곳에서는 책임자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다급하게 뛰쳐나와 최성일의 팔을 붙잡았다.


“아이고, 이게 무슨 사단이야! 헌터님, 얼마나 불편하셨습니까! 신입 사원이라 아직 일이 미숙한 모양입니다. 대금 지급 건은 제가 바로 손 쓸 테니, 기다리시는 동안 라운지로 모시겠습니다!”


아다만트 원석 50kg이라는 말에 반응이라도 한 듯, 책임자는 곧장 최성일을 VIP 라운지라고 적힌 방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무능한 직원 취급을 받은 담당 직원은 울상이 됐다.


최성일은 불쌍한 담당 직원을 보며 생각했다.


‘그럴 줄 알았다. 블러핑이긴 했지만, 이렇게 바로 효과가 올 줄이야. 썩어빠진 놈들.’


천천히 닫히는 VIP 라운지의 문 뒤로 고개를 푹 숙인 채 휴게실을 향하는 담당 직원의 모습이 보이자, 최성일은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손해를 볼 수는 없는 노릇.


문을 닫은 책임자의 가슴팍에는 ‘지점장 전영준’이라고 적힌 명찰이 금빛으로 빛났다.


“많이 불편하셨지요? 제가 말해두었으니 대금은 10분 안에 지급이 될 겁니다. 워낙에 큰 액수라 직원이 실수를 저지른 모양입니다. 다시는 그럴 일이 없게 제가 잘 일러두겠습니다!”

“아, 예. 입금 확인되면 나갈게요.”


최성일의 퉁명스러운 대답. 그럼에도 지점장 전영준은 열심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들으려고 들은 것은 아닙니다만. 아다만트 원석 50kg이 남으셨다고...”

“그런데요?” “저희가 작은 실수로 약간의 실망을 드리긴 했습니다만, 원하신다면 이 지점장 전영준의 이름을 걸고! 그 50kg의 원석을 책임져드리겠습니다!”


전영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최성일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 그렇지. 블러핑이었다만, 만약에 정말 가지고 있었어도 너희들한테는 안 팔아.’


“생각해볼게요.”


최성일의 대답과 함께 울리는 문자 소리. 아다만트 원석의 대금이 지급된 소리였다. 최성일은 곧장 대금을 확인하고는, 푹신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장서윤이라는 직원은 영업장을 나설 때까지 따라오며 안내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여기는 1대1 마킹이 원칙인 모양이지.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모습이 부담스럽긴 해도, 대접받는 느낌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덕분에 아다만트가 정확히 무엇인지, 등급별 무기는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증을 전부 풀 수 있었으니까.


내가 이해한 바로는, 아다만트는 현존하는 금속 중 가장 강도가 강한 금속이다. 강도가 강하면서 내구성도 좋아, 무기로 쓰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다만 수급이 불가능한 수준이라 아다만트로 만들어진 무기는 등급이 낮아도 두 단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그럼 내가 처음 봤던 A등급 아다만트 십자검은 도대체 가격이 얼마란 말인가. 앞에 떨어졌을 때 곧장 뽑아 들었어야 했는데. 지금은 보랏빛 산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있을 무기가 너무나도 아까웠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직까지도 없는 성일의 문자. 이 정도면 내 아다만트 원석을 먹고 도망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성일이 들어간 곳을 향해 가니, 꽤 높아 보이는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영업장을 나서는 성일의 모습이 보였다.


“성일아! 뭐야, VIP야? 막 배웅까지 해주네?”

“저게 다 원하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야. 등급은? 등록은 했어?”

“등급은 조용한 곳에서 말해줄게. 등록도 이제 해야지.”


슬며시 미소 짓는 나의 표정을 보자, 성일은 꽤 높은 등급이 나왔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곧장 등록 부서 옆 휴게실을 향했다.


다행히도 휴게실은 텅 비어있었다. 조용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안성맞춤. 나는 곧장 품에 고이 모셔둔 결과지를 꺼냈다.


“성일아, 형은 이제 A급 헌터다. 잘 모시도록.”


결과지를 확인한 성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A급이라니! 태우야, 너 진짜 인생 폈구나! 하긴, 그런 능력이 A등급이 아니면 뭐겠어. 바로 등록해야지?”

“당연하지. 한국에 A등급이 몇 명이나 있으려나?”

“너랑 나 포함해서 200명 정도. A급은 수가 적어서 익명 네트워크가 따로 있어. 좀 있다가 초대해줄게.”

“자, 잠깐만! 너도 A등급이야?”

“몰랐어? 내가 말 안 했나?”


처음 듣는 소리였다. 생각해보면 물어본 적도 없었지만.


“에이, 뭐야! 그럼 너랑 동급이네?”

“뭘 기대한 거야? A등급이면 내가 뭐 형님으로 모실 줄 알았어?”

“갑질 좀 해보려고 했더만, 같은 A등급이면 내가 줄 건 없겠네. 맞지?”


라는 말에 곧장 바뀌는 성일의 태도.


“A급이라도 같은 A급이 아니지요! 암! 예전부터 항상 존경하고, 우러러 보아왔습니다, 형님!”

“그래, 마침 기분도 좋겠다, 등록이나 하러 가자꾸나!”

“예, 마님! 바로 모시겠습니다!”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이어지는 말장난. 20년짜리 우정은 어디 안 가는 모양이다.


#


“정말이야? 50kg? 확실한 거지?”

“방금 1.2kg을 팔고 갔습니다! 아마 간을 좀 본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확실합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받아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럼요! 그것만 제가 따오면, 제 진급도 신경 써주시는 거 확실하죠?”

“당연하지! 어디 진급뿐이겠어? 우리 지점장만 믿네!”


턱-!


전화가 끊어진 핸드폰이 책상에 떨어졌다. 핸드폰을 던진 사내는 무언가라도 이룬 듯 허공으로 주먹을 쥐었다.


“이번 건만 조용히 먹으면 은퇴 생활은 걱정도 없겠어! 으하하!”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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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60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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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계약 24.09.08 510 10 12쪽
20 20. 입이 가벼운 브로커 24.09.07 524 9 12쪽
19 19. 아공간의 사탑 +1 24.09.06 549 12 12쪽
18 18. 채권 인수 24.09.05 57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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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3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5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3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2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91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2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9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1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3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 04. 거래소 24.08.22 842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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