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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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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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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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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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으리으리한 협회

DUMMY

“근데, 그 월도 가격이 얼마나 나가길래 그러는 거야?”


나의 물음에 최성일은 테이블을 닦으며 대답했다.


“지금 내가 쓰는 C급 검이 3천 만원. 그것도 특성이 없어서 비교적 싸게 산 거야. 근데 공격 특화 스킬까지 있는 B급 월도면 얼마나 하겠어? 못해도 수억은 하지.”

“그럼 내가 어제 수억원을 너한테 준거야?”

“줬다가 뺏으면 대머리 된다.”


최성일은 눈치를 힐끔 살피며 쓰레기봉투를 펼쳤다. 아무래도 내가 월도를 돌려달라고 할까봐 눈치가 보였던 모양이다.


“안 뺏어가. 내가 뭐 그런 째째한 인간으로 보이냐?”

“응.”


눈치를 보면서도 슬금슬금 사람을 긁는 솜씨는 역시 대단했다. 그럼 똑같이 응수해줘야지.


“정답이야. 내놔.”

“라고 할 리가 있겠습니까! 무한한 영광에 감복하고 있습죠!”


최성일은 나의 말을 예상이라도 한 듯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전에는 이렇게 굽실대던 인간이 아니었는데. 자본주의라는 것의 위력이 다시 한번 여실히 느껴졌다.


딸그닥-!


어제의 흔적을 모두 정리한 최성일은 마지막 쓰레기 봉투를 현관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터벅터벅 걸어와 소파에 앉았다.


“자, 정리 끝! 협회도 가야지?”

“그래야지. 가서 아다만트 원석도 전부 팔아버리고. 드디어 빚도 갚고 회사도 때려치우는구나!”


소파 앞에 쌓아둔 아다만트 원석을 짤그닥거리며 해방감에 취하자, 최성일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뭐야, 갑자기 너답지 않게 왜 진지해져?”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최성일은 생각을 마쳤다는 듯이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등록은 하는데, 스킬은 밝히지 마. 원석도 전부 팔지는 말고.”

“갑자기? 나 빚 갚아야 하는데? 퇴사도 하고.”


최성일은 곧장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기사 하나를 보여주었다.


[(속보) B등급 헌터 피살... 원인은 마정석 강도]


기사는 7개월 전의 것이었다. 천천히 기사를 읽어보니, 대충 내용은 이러했다.


높은 순도의 마정석을 다량으로 획득한 B등급의 헌터가, 협회에 이것을 매도하러 가던 중 마정석을 노린 강도에게 피살되었다는 것. 인벤토리에 마정석을 넣어두었더라면 강도를 당하지 않았겠지만, 이 불쌍한 헌터는 인벤토리가 가득 차버려 보따리에 바리바리 싸들고 협회를 갔다고 한다.


“다 읽었어? 생각보다 이런 걸 노리는 놈들이 많아. 그래서 상위 등급 헌터들도 대부분 익명으로 활동하고.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야 해. 값비싼 자원을 많이 매도했다가 신분이라도 특정되면, 그땐 네 가족도 위험해져.”


최성일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걱정은 이해한다만, 기사 덕분에 나는 다른 것이 궁금해졌다.


“근데 말이야, 마정석도 비싸?”

“에휴, 됐다. 일단 나 말고는 아무한테도 그 보랏빛 산 이야기는 하지 마.”

“언제까지?”

“조만간은 물건 함부로 팔지도 말고. 던전 한번 안 가본 인간이 아다만트 원석을 파는 게 정상적으로 보일 리가 없잖아!”


생각보다 최성일은 똑똑했다. 하긴, 그러니 공격계 헌터 중에서도 나름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것이겠지.


“그럼 오늘은 등급만 확인해? 아다만트 원석 팔지 말고?”

“돈이 필요한 거면 내가 대신 팔아줄게. 아니, 애초에 그 귀한 자원이 어떻게 니 아공간으로 들어오는 거야?”

“블랙홀로.”

“블랙홀?”


최성일은 다시 한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당장 보랏빛 산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 성일이에게는 다 이야기해도 괜찮겠지.


나는 곧장 어제 아공간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최성일에게 털어놓았다.


“세상에! 그럼 블랙홀로 박살난 던전 자원이 전부 네 아공간에 쌓여있는 거야? 맙소사, 그럼 이깟 아다만트 쪼가리가 문제가 아니잖아!”

“전부는 아니고. 아마 어제 김지환이 소멸시킨 A급 게이트에서 온 자원일 거야.”

“그럼 앞으로도 누가 블랙홀을 쓰면 니 아공간으로 쏟아지는 거야?”

“모르지.”


블랙홀 이야기를 들은 최성일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아이고 답답아! 너는 니가 얼마나 많은 것이 생겼는지도 모르지?! 앞으로 너의 행동에 따라 헌터 업계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건 아는데, 난 업계까지 뒤집을 생각은 없어. 그냥 자원 팔면서 호의호식하면 되잖아? 위험하게 던전에 들어갈 필요도 없고.”


사실이다. 내가 헌터가 되고 싶었던 것은, 영웅이 되어 폼나게 사는 것이 부러워서가 아니었으니까. 당장 회사 사람들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는 것도 싫은데, 인터넷에서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좋을 리가.


목숨도 걸고 싶지 않다. 그래서 블랙홀 스킬이 부러웠다. 그냥 슉 소환하면 게이트가 알아서 사라지니까.


내 말을 들은 성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 너 같은 놈한테 그런 능력이 생겨서...”

“너 같은 놈?”

“...너 같은 분.”


그래. B급 월도도 줬는데. 앞으로 어떤 무기가 나올 줄 알고.


점심쯤 되자, 모든 숙취가 씻은 듯 사라졌다. 미리 집에 구비해놨던 음주 측정기를 불어봐도, 혈중 알콜 농도는 0. 이 정도면 운전해도 문제는 없겠지. 혹시 몰라 성일의 입에도 측정기를 가져다 댔다.


“음주 측정기가 집에 왜 있어?”

“종종 회식하고 주말 특근 나오라고 해서. 음주까지 걸리면 억울하잖아.”

“... 빨리 때려쳐라.”

“가자.”


나가자는 사인에 성일은 아다만트 원석들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대신 팔아준다고 했으니, 돈도 곧장 보내주겠지.


#


띵동-!


번호판에 새로운 번호가 올라왔다. 대기번호 34번. 내 손에 쥔 대기표에 적힌 번호는 35번. 이제 곧장 다음 차례다.


기다려왔던 순간이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흘렀다. 긴장한 내 모습을 보자, 성일은 팔을 툭 쳤다.


“떨리냐?”

“떨리지, 그럼.”

“어차피 던전 안 들어간다며?”

“그래도. 등급이 높으면 대우가 달라지잖아. 길드 들어가면 돈도 많이 주고.”


띵동-!


다시 한번 울린 소리. 번호판에 35번이 올라왔다. 내 차례였다.


“갔다 와라.”


성일은 웃으며 등을 밀었다. 곧장 번호가 뜬 창구에 앉아, 직원은 친절한 말투로 안내를 시작했다.


“네,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

“저... 등급을 좀 확인하고 싶은데요.”

“등급 확인 비용은 5만원이고, 시간은 5분 정도 소요되십니다. 현재는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직원은 기계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안내를 읊었다. 나는 곧장 카드기에 카드를 꽂아 넣고, 3만원을 결제했다. 결제가 끝나자, 직원은 안내서와 종이 몇 장을 건네며 가야 할 곳을 안내했다.


“3층으로 가셔서 안내 요청서 데스크에 제출하시면 됩니다.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

“없어요. 감사합니다.”


주섬주섬 종이를 챙기고 일어나자, 성일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따라왔다.


“3층으로 가라고 하지?”

“어떻게 알았어?”

“나도 해봤어. 잘됐네. 마침 자원 매입도 3층이니까.”


협회의 건물이 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지간한 건물을 넘어, 왠만한 정부청사 건물보다도 거대한 크기였다. 한 건물임에도 A, B, C, D동으로까지 구분되어 있는, 살면서 본 건물 중 가장 큰 건물이었다.


“여기 진짜 크다. 난방비만 한 달에 몇 억은 나오겠는데?”

“여긴 마정석 쓰지. 대한민국에서 마정석 제대로 쓰는 곳은 여기밖에 없을걸?”


마정석. 게이트가 나타나고, 한때 클린 에너지로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자원이다. 구하기도 쉬웠던 덕분에 너도나도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성공한 나라는 몇 없었다. 구조가 너무 불안정해 폭주 위험이 있다나 뭐라나.


마정석을 본격적으로 쓰는 나라는 전세계에 딱 5곳. 미국, 독일, 중국, 한국, 북한뿐이다. 북한이 어떻게 마정석 사용에 성공했냐고? 열폭주로 물을 끓여서, 증기터빈을 돌렸댄다. 지금까지 사고가 난 적도 없다는데, 뉴스에서 위성 사진으로 나온 폭발사고만 5번이 넘는다. 뭐,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지.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니까.


엘리베이터가 3층에 다다르고, 문이 열렸다. 성일은 내가 가야 할 곳을 짚어주고는, 코앞에 있던 자원 매입 구역으로 휭 가버렸다. 본인도 은근 기대를 하고 있던 것이겠지.


자동문을 열고 데스크에 요청서를 올리자, 새로운 직원이 안내를 시작했다. 등급 확인이 이루어진다는 방을 들어가니, 마치 엑스레이를 찍는 기계처럼 생긴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앉으실게요. 허리는 쭉 펴고, 5분 정도만 이대로 움직이지 않으실게요.”

“움직이면 등급이 다르게 나오나요?”

“정확성이 떨어져서 공인이 안 됩니다. 그리고 다시 찍으시려면 5만원을 다시 내셔야 해요.”

“가만히 있겠습니다.”


5만원을 다시 내라니. 그건 안 될 말이지. 직원이 나가고, 방문이 닫혔다. 그리곤 기계에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되고 있는 거야? 차라리 좀 시끄러우면 작동되는 줄이나 알겠는데.’


5분이라는 시간을 가만히 있기란 생각보다 어려웠다. 앞에 짧은 영상이라도 틀어주면 좋을 텐데. 이래서 도파민 중독이 무서운 모양인가보다.


속으로 센 시간이 4분을 넘겼을 무렵에, 구석에 달린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등급 확인 끝나셨습니다. 밖으로 나오실게요.”


방에서 나오자, 요청서를 낸 데스크에서 밀봉된 봉투 하나를 건넸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검사 결과는 밀봉된 채로 전달됩니다. 헌터 등록은 바로 옆에 있는 등록 사업소로 가시면 됩니다.”


봉투를 받은 나는 곧장 휴게실로 달려가 봉투를 뜯었다. 마치 복권의 번호라도 확인하는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둑-!


단단히 밀봉된 봉투가 뜯어지고, 곱게 접힌 결과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천히 봉투를 열자, 나의 정보와 함께 등급이 나타났다.


[검사 결과 ‘하태우’님의 등급은...]


시선이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시선을 내리며, 가려진 등급을 확인했다.


[A등급입니다.]


“호우!”


한순간,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환호성이 목청을 타고 휴게실에 울려 퍼졌다. 나에게 쏠리는 무수한 시선은 덤.


나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결과지를 주머니에 곱게 접어 넣었다. 그리곤 두근대는 마음으로 성일이가 있는 자원 매입 구역을 향했다.


구역 앞에 도착하자, 거대한 유리벽 뒤로 창구에 앉은 성일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뭔가 진지한 이야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 괜히 들어갔다가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나의 눈에 들어온 무기 판매 구역.


‘그래, 천천히 알려주면 어때. 문자 남겨놓고 옆에 무기 판매 구역이나 구경하고 오지 뭐.’


가벼운 발걸음을 무기 판매 구역으로 옮기며, 성일이에게 문자 한 통을 남겼다.


[A]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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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3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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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1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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