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제국 정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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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vs 마녀(139)

DUMMY

격돌 준비


"여기 이 정도 거리에 목책을 세우는 겁니다. 놈들의 발을 붙잡아 둘 수만 있다면···."


노르딕 사령관은 잠시 생각하는 듯 표정을 짓다가 말을 이었다.


"붙잡아 둔다고? 목책 따위로 마족을 얼마나 붙잡아 두겠어? 메테오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당장 피할 텐데."


그놈 장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들 기본적으로 마법 내성이 상당했다. 내 부대의 스톤 마법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내성이 강했어. 그리고 마비 관련 마법도 무용지물이었다. 방법은 메테오 같이 강력한 물리 타격을 안겨 주는 수밖에 없는데 놈들의 신체 특징을 고려 할 때 메테오를 정확히 맞추기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날 여덟 개의 메테오를 떨어뜨렸는데 단 하나도 맞추질 못했지."


사군단장 블러베드 백작도 고개를 내저었다.


"목책 따위로 마족의 발길을 붙잡아 둔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수가 있는 것 아닙니까?"


얀샨 백작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목책만으로 마족의 발을 붙잡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목책은 마족의 발길을 붙잡는다는 것보다 메테오의 떨어뜨리기 위한 과녁의 개념입니다. 마족을 그 과녁에 붙잡아 두는 것은···."

"설마? 그곳에 병력을 투입하자는 소리요?"


노르딕 사령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무의미하게 죽어 나갈 겁니다. 그런 가치 없는 희생보다 조금이나마 마족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다면야."

"아무리 그래도···. 누가 그 자살 미션에 나서겠습니까?"


이군단장 후오란 백작은 크게 고개를 흔들었다.


"얀샨 백작은 그들의 무위를 보지 못해서 이런 계획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놈의 일검을 제대로 받아 내는 우리 쪽 기사는 아무도 없습니다. 검과 화살도 무용지물인 그 괴물을 어떻게 막아 낸다는 것입니까?"

"더군다나 메테오의 미끼로 아군을 얼마나 쓸 생각입니까? 일만의 병력을 세워도 마족에게 금방 궤멸할 겁니다."


얀샨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작전은 최소한의 희생으로 해내야겠지요. 그러려면 마족을 어느 정도 잡아둘 영웅이 필요합니다. 일만의 병력을 대신할 일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군단에서 그 정도 무위를 가진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는 마족에게 속수무책으로···."


후오란 백작은 그렇게 외치다 사람들이 모두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말을 끓었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오군단장 제이미 백작이었다.


"어떻소? 제이미 백작. 놈들을 잡아 둘 수 있겠소? 메테오가 떨어질 시간을 계산하여 우리가 신호를 주겠소."


얀샨 백작의 말에 노르딕 사령관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군단장이 직접 전황 한복판에서 자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소. 더군다나 제이미 백작은 마족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패인 거요."

"그 패를 지키다가 아군이 전멸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얀샨 백작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마족은 소수입니다. 초반 적은 피해로 마족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전황은 우리에게 이로운 쪽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실수라도 하면···."

"신호는 내가 책임지겠소. 첫발은 내가 떨어트릴 생각이니 내 신호에 따라 빠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소이다."


그놈 장군까지 나서자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갔다.

모두 제이미 백작을 바라봤고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했다.


"좋습니다. 부하들의 복수를 할 수 있다면 지옥의 불길속이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노르딕 사령관은 부관을 불러 루엔 성벽 앞에 참호를 파고 목책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그들은 꽤 자존감이 강한 녀석들입니다. 분명히 정문으로 치고 들어올 겁니다. 병력 낭비 필요 없이 정문 앞에만 참호를 파고 목책을 좌우로 길게 늘이지 말고 앞뒤로 길게 만드십시오."


노르딕 사령관은 얀샨 백작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마족은 이백 명이다. 제이미 백작이 아무리 뛰어난 무위를 가졌어도 마족 이백 명의 발을 묶을 수는 없었다. 노르딕은 이 자살 미션의 미끼에 사용된 부하들을 따로 모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들은 제이미 백작에 편중되는 마족을 떼어내야 하는 임무. 최후 신호가 울렸을 때 제이미 백작의 탈출을 돕기 위해 마족을 몸으로 막아 내야 하는 임무까지 주어졌다.


그 임무를 성공시켰다 하더라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메테오를 피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자살 임무인 셈이다.


노르딕은 이 임무의 지원자를 뽑기 위해 고심했다. 임무의 내용을 밝히지 않고 강제 징집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작전 회의를 듣고 있던 경비의 입을 통해 이미 전군으로 퍼져나갔다.

아무리 입과 귀를 조심해도 좁은 이곳에서 비밀을 감추기란 쉽지 않을 일이었다.

앞으로 사흘. 이만의 병력이 달라붙어 성 앞에 참호를 파고 목책을 세우는 일에 매달렸다.


단 한 번의 기회. 이 기회를 놓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하루가 지난 시점 노르딕은 큰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될 거라고 판단했다.

강제 징집. 그 수밖에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사령관님 일군단의 패트릭 단장입니다."

"패트릭? 들라 하게."


일군단 돌격대의 단장 중 한명인 패트릭 남작의 방문이었다.


"사령관님 저와 오백의 푸른 이리들은 이번 임무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노르딕은 매우 놀라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자네는 이번 임무가 어떤 임무인지 알고 있는가?"

"알기에 지원했습니다. 솔라리스의 기사로서 명예로운 죽음보다 더 영광스러운 자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군인이 전장에서 죽지 어디서 죽습니까? 그것이 영예로운 죽음이라면 분명히 가치 있는 죽음일 거로 생각합니다."


노르딕은 말을 잊었다. 이렇게 나와 준다면 그로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다. 강제가 아닌 스스로 자발적인 행동이라면 군의 사기 진작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전장에서 죽을 목숨이야. 단지 자네는 먼저 가 있을 뿐이겠지. 우리도 곧 뒤따라갈 것이니 먼저 가서 자리나 정리해 두게."

"명심하겠습니다."


패트릭 단장이 지원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여러 군단에서 의기투합한 기사들이 속속 지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특히 제이미 백작이 선두에 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이미의 오군단에서 무려 삼천 명이 지원했다.


노르딕 사령관은 이틀 동안 격정을 가라앉혀줄 새로운 정보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아칸 시티에 숨어든 정보원도, 마교의 흔적을 조사하러 나간 정보원도, 테일리아드의 지원 약속을 알리는 소식도 들어오지 않았다.


제이미의 패를 너무 이른 때에 꺼낸 것이 약으로 작용할지 독으로 작용할지가 이번 전투의 가장 큰 핵심 사항이었다.


사흘째 먼동이 틀 무렵 한 필의 군마가 요란한 말굽 소리를 울리며 루엔의 성으로 달려왔다. 길고 단단한 목책은 길게 50m나 빽빽하게 들어섰고 그 사이사이 깊은 참호는 아무리 마족이라도 쉽게 뚫고 들어올 수 없이 보였다.


군마는 목책을 우회하여 동쪽 성문이 아닌 남쪽으로 들어왔다.

만약 마족도 그런 행동을 한다면 목책은 사실상 무의미하게 된다.

얀샨 백작의 말로 그들이 인간 따위에게 자존감을 굽히지 않는다면 당당하게 동쪽으로 밀려오겠지만 혹이라도 그들이 딴마음을 품는다면 이번 계획은 여지없이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이건 거의 도박이나 마찬가지 계획이었다. 이런 수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군단의 현실이었다.


정찰병은 마족이 반나절 거리까지 들어왔다고 보고했다.


노르딕의 작전 회의실 탁자 위에는 보기에도 멋들어진 검 한 자루가 올려져 있었다.

검은 마탈의 태양이라 불리는 마르테스였다.


아그니스 공주가 마르테스를 건네면서 말하길 원래 팬텀 가드너가에서 부마 될 사위에게 내려주기로 약속한 검이었다고 말했다.


원래라면 결혼식 선물로 보내질 검이었다. 아그니스 공주는 이미 임신까지 한 상태였고 제이미 백작은 저절로 팬텀 가드너가의 사위로 인정된 것이다.


"날이 예사롭지 않고 격검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으니 그 단단하기가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검입니다."


제이미 백작은 검 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검으로 마족을 베지 못했으나 오직 이 검만이 마족의 가죽과 살을 가르고 피를 내보였습니다."


얀샨 백작이 그런 제이미를 보고 말했다.


"검에 다른 특징은 없습니까?"

"아주 가볍습니다. 어떨 때는 검을 들고 있는지조차 망각할 만큼 아주 가볍습니다."

"보기에는 묵직하게 보이는데?"


블러베드 백작은 제이미의 손에 들린 마르테스를 주시했다. 검신의 폭이 일반적인 기사의 롱소드 더 약간 더 넓었으며 폭은 반 정도로 얇았다. 검은 특징은 찌르기 용도 보다 공기를 가르며 날렵하게 상대를 베는 데 중점을 둔 검이었다.


"제가 듣기로 이 검을 만든 사람은 제국에서 가장 금속을 잘 다스린다는 명장 세인트 장인이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제이미나 다른 사령관도 이 검이 잉겔리움으로 만들어진 검 이란 걸 알아보지 못했다.


"제이미 백작 혹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신호를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전장을 이탈하시오. 이건 사령관으로서의 명령이오."

"알겠습니다. 다만 부하들을 사지에 버려두고 올 만큼 냉정하지는 못하니 제가 물러나야 한다고 판단하면 부하들과 함께 물러나겠습니다."

"알았네. 현장의 지휘관은 자네일세. 자네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은 우리가 모두 짊어질 것이네."

"그럼 준비하러 나가 보겠습니다."


노르딕은 제이미 백작이 나가고 난 다음 그놈 장군을 바라봤다.


"제이미 백작과 오천 결사대의 생명이 그놈 장군 당신 손에 달려 있소이다."

"물론이외다. 이번 일에는 내가 직접 나설 거니 걱정하지 마시오."

"상황이 나빠지면 제이미 백작을 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주시오. 메테오가 실패하면 우리는 두 번째 계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계획의 중심인 제이미 백작이 없으면 실행 불가능할 테니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오."

"알겠소. 두 번째 계획이란 무엇인지 들어도 되겠소?"

"별것 아니오. 적은 이백 명 정도의 소수요. 그들을 벨 수 있는 것은 오직 제이미 백작뿐이니 제이미 백작이 검을 휘두를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오."

"노르딕 사령관은 마족을 경험하지 못해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거요. 내 두 눈으로 직접 마족의 움직임을 봤소이다. 그들은 상상 밖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소. 여차하면 저 목책 정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오. 내가 기대하는 것은 얀샨 백작의 말처럼 놈들이 자기만족에 빠져 자존감을 굽히지 않을 거라는 기대뿐이외다."


제이미와 오천의 병력은 큰 환호성을 뒤로 하고 목책 뒤 참호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 잘 들어라.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즉시 행동 지침을 내릴 것이다. 늘 귀를 열고 집중하고 있어라. 퇴각의 명령이 내리면 즉시 행동에 옮기도록 하라."


함성이 잦아들고 주변은 고요해졌다. 그놈 장군이 이끄는 마법사들이 성벽 위로 빽빽이 들어섰다. 메테오를 펼치는 마법사는 소수였고 나머지는 마나를 제공하기 위한 조력자의 위치다.


메테오를 한 번 사용하면 심한 마나 고갈로 다음 전개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전이 마법사들이 강제로 마나를 주입하여 그 갭을 메꿀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에 1회 많게는 2회 정도가 한계였다. 그 외 베틀 워락은 다양한 원소 마법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성문이 무너지면 더는 도망갈 곳이 없다. 아무리 마족이 뛰어나더라도 여기에는 오만에 가까운 병력이 운집해 있다.


누구나 머릿수를 보면 한번 해 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앞쪽에서 붉은 불을 단 화살 하나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전방 정찰병의 신호였다.


"준비해라. 놈들이 온다."


제이미도 긴장이 되었는지 입안이 바짝 탔다. 그는 부관에게 가죽 주머니를 건네받고 입술을 축였다.


오크 때와는 그 긴장감이 상상을 달리했다. 말도 안 되는 강적. 단 이백 명의 위세에 오만의 군사가 눌리는 판국이니. 실로 그 위압감은 엄청났다.


"보인다. 놈들이다."


지평선의 경계점 하나둘 아지랑이처럼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의 군대. 공포의 군대가 드디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언 듯 보기에는 오합지졸처럼 보인다. 복장이 제각각이어서 더욱 그랬다.

제이미는 귀로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너무나 똑똑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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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마녀 vs 마녀(108) 20.10.07 1,239 29 13쪽
476 마녀 vs 마녀(107) +2 20.10.06 1,253 27 14쪽
475 마녀 vs 마녀(106) +4 20.10.05 1,209 28 13쪽
474 마녀 vs 마녀(105) +2 20.09.26 1,359 29 13쪽
473 마녀 vs 마녀(104) +2 20.09.25 1,260 28 13쪽
472 마녀 vs 마녀(103) +8 20.09.24 1,263 30 13쪽
471 마녀 vs 마녀(102) +2 20.09.23 1,261 28 13쪽
470 마녀 vs 마녀(101) +4 20.09.22 1,244 27 14쪽
469 마녀 vs 마녀(100) +2 20.09.21 1,325 27 13쪽
468 마녀 vs 마녀(99) +6 20.09.18 1,255 29 13쪽
467 마녀 vs 마녀(98) +4 20.09.17 1,264 30 14쪽
466 마녀 vs 마녀(97) +2 20.09.16 1,239 32 13쪽
465 마녀 vs 마녀(96) +4 20.09.15 1,277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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