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vs 마녀(117)
성황 잉그람
와이어트는 무슨 과거의 신화를 듣는 기분이었다. 공주는 와이어트에게 다짐했다.
이 이야기는 후일 자신의 자식에게 모두 전해야 한다고 만약 이곳에서 살아난다면 팬텀 가드너가의 비밀을 팬텀 가드너의 피를 이은 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지금 살아남은 제시어스 왕자도 마찬가지다.
와이어트는 이 모든 비밀을 팬텀 가드너 후손에게 전할 것을 맹세했다.
아그니스 공주의 이야기는 계속 됐다.
"드래곤 특히 데블 와이어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있는 파괴의 마왕이었습니다. 과거의 인간 말라키가 와도 데블 와이어만은 어찌하지 못했을 겁니다. 마족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데블 와이어에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니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실 겁니다."
"대륙 최고의 마법사들, 그리고 그들이 원수처럼 생각했던 마녀들. 영웅이라는 소리를 듣던 소드 마스터들 모두가 합세해도 수컷은커녕 평범한 암컷도 겨우 사냥할 정도였지요."
"인간이 입은 피해는 너무나 엄청 났습니다. 이대로 가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을 알았지요. 테일리아드에서는 금서로 봉인해 놨던 말라키의 책을 세상에 내보였습니다."
"마족을 물리쳤던 말라키의 기록이 봉인된 그 책은 세상에 나왔고 마법사들은 마지막 희망을 품고 말라키의 책을 탐독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 방법이 발견되었죠."
"인간으로 막을 수 없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대체하자는 방안이었죠. 모든 마법사와 마녀들이 달라붙은 결과 하나의 소환진을 완성해 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인간의 염원을 담고 소환진을 만들었는데 수많은 마법사와 마녀가 희생되었습니다. 저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어떤 존재가 소환되었고 그 소환이 이루어진 정확히 1년 후 용기사 한 명이 대륙에 홀연히 나타나 드래곤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이 성황 잉그람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잉그람은 드래곤을 사냥하면서 세 명의 왕족 혈통에 자신의 힘을 나눠 주었습니다."
"팬텀가드너, 테일리아드, 로만울프군요."
"그들은 드래곤을 토벌하고 세상을 구했습니다. 드래곤이 없어지자 사람들은 다시 태양이 비치는 세상으로 나왔고 번영의 길에 올랐습니다."
"그때 문제가 발생했는데 바로 성황 잉그람의 존재죠. 대항할 적이 없어진 지금 인간에게 신의 힘을 가진 잉그람의 존재는 커다란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성황 잉그람을 도운 세 사람은 각기 자신의 영토에서 왕국을 부활시켰습니다. 잉그람은 데블 와이어의 둥지인 지금의 어반마르스에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과 함께 왕국을 세웠습니다."
"테일리아의 영웅 후아신은 잉그람에게 이제 당신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기를 권했죠. 하지만 잉그람은 거부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아닌 존재. 절대 인간과 함께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죠."
"세 영웅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성황 잉그람뿐만 아니라 잉그람이 가진 무서운 피의 힘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과 같은 힘을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하든 성황을 다시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기를 바랐고 소환진을 역 설계하여 그를 돌려보내기로 계획을 꾸몄지만, 테일리아드 후아신의 딸이자 마녀의 피를 가진 세르자비의 배신으로 잉그람은 테일리아드를 침공해 관련된 모든 마법사와 마녀를 죽여 버렸죠. 그리고 소환진이 적힌 책인 마탄의 서를 가지고 가버렸습니다."
"세 나라는 뭉쳤고 드래곤 전쟁이 겨우 끝났는데 다시 한번 전쟁의 피바람이 불어올 찰나였죠. 세르자비의 설득과 세 왕궁의 왕들은 잉그람이 이 세계에 머무는 대신 조건을 내걸었죠."
"신성불가침 조약이군요."
"그렇습니다. 신성불가침 조약에 성황이 피의 서명을 하면 세 왕궁은 무사할 수 있었고 다른 계획이 생길 때까지 잉그람의 세력을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죠."
"잉그람의 입장에서도 더 이상의 전쟁은 인간의 파멸을 가지고 올 수 있었고 자신도 인간을 위해 드래곤과 싸웠기에 인간과 싸우기를 원치 않았죠. 세르자비의 설득도 크게 한몫했습니다."
"신성불가침 조약은 한 명의 순혈 마녀가 스스로 목숨을 건 대가로 만든 조약이었기에 그 저주는 잉그람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평화가 지속하는 듯 보였지만 세 명의 왕들은 어떻게 하든 잉그람을 원래 세계로 되돌려 보내는 시도를 계속했습니다. 그들은 금서의 내용을 세상에 퍼뜨렸고 그에 따라 일반인 중에서도 전혀 파악조차 되지 않았던 금서의 내용을 알아내는 자들이 등장했죠."
"바로 말라키의 피를 가진 자들이 하나둘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마녀의 창궐, 마법사들은 거대한 힘을 손에 넣었고 말라키의 책에서 퍼진 지식은 점점 퍼져나갔습니다. 말라키의 피를 각성한 인간들이 대륙 곳곳에서 나타났고 세 왕은 그런 그들을 귀족으로 편입시키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원치 않은 폐해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네크로맨서들의 반란이었죠. 죽은 자를 다스리는 힘을 얻은 그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대륙 곳곳에서 봉기했죠."
"네크로맨서의 힘은 막강했습니다. 죽은 자 산자 가리지 않고 마수를 뻗쳤습니다. 세 왕궁은 이들 네크로맨서의 반란으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런 그들은 또다시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왕 잉그람에게 도움을 요청 했군요."
"그렇습니다. 세상은 정말 아이러니하죠. 성왕은 흔쾌히 그들을 도왔고 성황의 성군은 단번에 네크로맨서를 토벌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성황 잉그람의 무서움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네크로맨서의 반란이 진압되자 세 명의 왕들은 늘 불안에 떨어야 했죠. 잉그람이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자신들의 왕궁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할 것이 없었거든요. 성황을 잡아 놓은 유일한 무기는 신성불가침 조약이었고 그것으로 인해 세 왕궁은 그나마 안전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죠."
"잉그람은 우리 안에 갇혔지만, 성황과 같은 힘을 가진 다른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그는 신성불가침 조약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괴물이었죠."
"오! 그 괴물이 누구입니까?"
"바로 성황 잉그람의 아들 테드입니다."
"세 왕궁을 발칵 뒤집혔죠. 그들은 잉그람이 후손을 가지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첫 번째 왕비 세르자비, 두 번째 왕비 율리아나는 마녀의 저주를 받아 아이를 잉태할 수 없는 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네르미온느라는 일황비 시녀의 몸을 통해 성황의 씨앗이 태어났습니다."
"세 왕국의 왕들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만약 성황의 아들이 자라 대를 이으면 끝이라는 생각을 했죠. 신성불가침 조약의 영향도 받지 않은 제2의 잉그람입니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세 왕궁을 간단히 멸망시키겠지요."
"무엇보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 가야지 인간 외의 신의 힘을 가진 존재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어떻게 하든 잉그람과 그의 아들 테드를 없애려 했습니다. 성황은 신성불가침 조약에 묶여 있기에 급한 것은 오히려 테드 황태자였습니다."
"테드 황태자가 자라기 이전에 빨리 제거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잉그람의 아들답게 모든 주술과 독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테드 황태자는 자라면서 이상한 기행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천하의 개망나니로 사리 분별도 할 줄 모르는 엄청난 괴물이 되어갔죠. 이것은 세 왕국의 왕들에게는 희소식이자 시간 벌이가 됐습니다. 그들은 테드 황태자를 없애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했고 결국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고대 말라키의 피를 이은 순혈 마녀 중 한명이 남긴 일각 마녀의 뿔피리였습니다. 그 뿔피리를 불게 되면 그 어떤 소원이라도 단 하나는 들어 주게 되어 있습니다. 일각의 뿔피리는 고대신인 니알라 토텝의 힘이 깃든 것이라 그 누구도 그 저주를 벗어날 수 없죠. 그 뿔피리만 손에 넣게 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보았으나. 성황 잉그람도 그 존재를 눈치채고 뿔피리를 뒤쫓기 시작했고 로만 울프가의 왕녀 세일럼도 피리를 뒤쫓았고 저희 팬텀 가드너에게서도 솔라리스에서 가장 유명한 용병을 파견했습니다."
"하지만 뿔피리는 행방은 묘연해졌고 그 이후 그 누구도 다시는 일각 마녀의 뿔피리의 행방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일련의 사건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까?"
"문제의 시작은 저희 팬텀 가드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말입니까?"
"반사르가에서 한 권의 책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책이라면 설마?"
"테일리아드 왕궁의 비밀 서고에 보관됐던 말라키의 서적 중 마탄의 서는 성황 잉그람이 가져갔지만, 완벽히 똑같은 사본이 존재했었죠. 테일리아드의 후아신왕은 성황 잉그람의 출병 소식을 듣자 이 사본을 저희 테일리아드로 보냈는데 그 후송을 맡은 사람이 케이사르였습니다."
"케이사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책을 바로 아버지에게 보내지 않고 반사르가에서 보관하였습니다. 그러다 두 왕자의 시련의 난이 일어날때쯤 그 책을 가지고 왔었죠."
"저는 아버지와 케이사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깨어나지 않게 되었고 두 오빠는···."
"전 반사르가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케이사르의 딸인 엘로이에게 접근했고 우리는 친자매처럼 지냈죠."
"그때 귀족들은 권력 싸움이 한창이었고 저희 팬텀 가드너를 지지하던 귀족들이 시몰레이크 후작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는 오크의 위협으로부터 아칸을 구한 영웅이었으니까요."
"저는 사실 두 오빠의 죽음이 모두 시몰레이크 후작의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엘로이는 그녀는 대단한 인물입니다. 반사르가의 정보원인 천명의 인커전을 부리는 수뇌였습니다. 그녀는 솔라리스에 벌어지는 그 어떤 정보도 이틀 안이면 손에 쥘 정도였죠. 그녀는 두 오빠의 죽음이 시몰레이크 후작이 아니라 성황 잉그람의 칠무신 때문이라고 말했죠."
"저는 크게 분노했습니다. 윌리엄 대공인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운명의 등불을 밝히고 그들을 부른 것은 저였습니다. 오히려 그들 때문에 두 오빠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제 잘못인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와이어트는 그녀의 이야기속으로 깊숙이 빠져 들었다.
"시몰레이크 후작은 그 틈을 노려 권력을 잡고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귀족이 그를 추종하며 그가 주체한 모임에 참석했죠."
"저는 엘로이에서 아칸의 위기를 부른 오크를 이 땅에 소환한 것이 시몰레이크 후작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시민들은 시몰레이크 후작을 칭송했고 병석에 누운 아버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죠. 두 오빠는 죽음을 맞이했고 왕자비는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잠들어 있는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시몰레이크 후작의 흉계에 걸려 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수치를···."
"저는 삶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세상 모두가 미웠습니다. 그때 엘로이가 찾아와 제 귀에 속삭였죠. 아칸의 시민들을 보라고 그들은 자신을 구했던 윌리엄 대공의 은혜를 잊었다. 팬텀 가드너는 버려졌다. 그들은 시몰레이크 후작을 칭송하고 따른다. 시민들은 시몰레이크 후작이 왕이 되기를 바란다."
"저는 암살까지 당할뻔 했죠. 조카는 어디에 있는지 행방조차 알지 못하고 그런 저는 삶에 의욕도 없었습니다. 엘로이는 속삭였죠. 오크 보다 훨씬 강하고 악랄한 존재를 이 땅에 불러와 더럽고 오염된 것들을 쓸어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반사르는 영원한 팬텀 가드너의 사람이라고 팬텀 가드너의 마지막 혈육인 제시어스 왕자도 자신이 데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염된 세상을 씻어 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오크 보다 훨씬 강하고 악랄한 존재 그것이 마족이군요."
"저는 미쳐 있었습니다. 제 인생, 팬텀 가드너의 명예 그 모든 것이 송두리째 날아갔습니다. 제게 남은 것은 복수심 뿐이었습니다."
"저는 왕궁의 고위 마법사뿐만 아니라 왕족의 권한으로 테일리아드의 고위 마법사들을 초빙했습니다. 그리고 반사르가로 보냈죠."
"아칸의 군단은 제이미 백작이 나선 이후 대승을 이뤘고 오크를 잔버크 지역에서 밀어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팬텀 가드너가 아닌 시몰레이크 후작을 칭송했고 그가 마치 왕인 것처럼 대했습니다."
"그때 엘로이가 찾아왔죠.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아칸을 중심으로 오염된 것들을 쓸어 버리고 새로운 왕국을 건설할때가 왔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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