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vs 마녀(124)
공략
테츠는 콜라다를 앞세우며 온두라스의 정면으로 마주쳐 날아갔다.
-뻥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딪쳤던 두 사람은 다시 뒤로 튕겨 나왔다.
테츠는 즉시 바닥을 차고 콜라다의 기수식을 잡았다.
세렌의 눈이 빛났다. 테츠가 잡은 기수식은 바로 천마수라검이다.
테츠는 세렌이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천마수라검을 고른 것이다.
공격 일변도의 검법이라 사용함에 신중을 고해야 하지만 지금 온두라스는 능력으로 볼 때 오직 방어 위주다 방어가 곧 공격인 형태라 테츠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무공으로 편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지듯 천마수라검이 온두라스 바로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푸른 검기가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것은 장관이었다.
천마수라검을 수련하고 있는 세렌으로서는 지금 테츠가 펼친 천마수라검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저럴 수가 저걸 견디다니 저자의 정체가 무엇이지?"
세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은 세렌이 놀랄 정도면···.
"방금 천마수라검은 마족 수백 명을 쓰러뜨리고도 남을 위력이었다. 그런데도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다니?'
"저 특이한 보호막 때문입니다. 저것이 온두라스의 힘입니다. 저 보호막을 제거하지 않으면 본체를 공격하지 못할 겁니다."
"혹 저놈이 마족의 우두머리냐?"
"아닙니다. 마족과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다른 존재입니다."
"다른 존재?"
"저도 잘 모릅니다. 교주님의 포탈을 한 번 본 것만으로 기동시켰습니다. 온두라스는 인간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뭐냐? 그럼 신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는 신이라고 해도···."
"음, 신치고는 형편없구나. 인간인 교주님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그건 교주님도 인간이 아닌 신의 범주에 속한 사람 아닙니까?"
"네 말이···."
하긴 틀린 말도 아니다.
한동안 두 사람의 공방이 계속 이어졌다.
세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스승님은 어찌하여 성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지? 온두라스? 저 사람에게서 전투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눈앞에서 저렇게 싸우는데 어찌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거지? 방어막이 그것도 막고 있나? 저걸 어떻게 해체하지?'
테츠의 화려한 무공을 아낌없이 두들겨 맞고 있는 온두라스다. 테츠 근처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달려들면 맞고 튕겨 나가고 달려들면 맞고 튕겨 나갔다.
그런데도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계속 덤벼들었다.
테츠는 테츠 나름대로 온두라스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확실히 이 세계에서 처음 보는 기술이다. 베이지 않고 타격도 받지 않는 특별한 힘이라. 마법도 통하지 않는 방어막이라니.'
테츠는 무공을 펼치면서 한편으로 변환마법을 사용했었다.
매혹, 실명, 변이, 나이트 슬립을 걸었지만, 전부 튕겨 나왔다. 마법 자체가 무효화 된 것은 아니다.
단지 온두라스의 방어막을 뚫고 효과를 주지 못했다.
'까마귀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생명체의 기를 일순 부풀려 터뜨리게 만드는 건가? 놈의 실력으로 볼 때 의도적으로 터뜨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보호막에 닿았을 때 자연스럽게 기가 부풀려지는 것일 거다.'
테츠의 발밑으로 초록빛 빛이 났다. 그 순간 송아지만 한 다이어 울프가 튀어나왔다.
하울링을 울리며 열 마리의 다이어 울프가 온두라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텅
다이어 울프는 보호막에 걸려 튕겨 나왔다.
"엇?"
하지만 까마귀처럼 부풀어 터지지 않았다. 와이어트는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교주님이 골렘까지 소환한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것 봐라? 생명이 없는 것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군.'
보호막을 뚫지는 못했으나 다이어 울프는 부풀어 오르지도 터지지도 않았다. 더없이 용맹하게 재차 덤벼들었다.
테츠는 온두라스의 발밑으로 헬 스플린터를 소환했다. 날카로운 가시가 땅바닥에서 바늘산처럼 솟아올랐다.
온두라스의 몸이 붕 떠올랐다. 헬 스플린터도 보호막을 뚫지 못했다.
"정말 황당할 정도의 기술이군."
테츠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말거나 온두라스는 테츠를 잡으려는 듯이 계속 덤벼들었다.
테츠의 멱살이라도 잡으려 하는 듯이 오른팔을 쭉 내밀고 달려드는 동작을 반복했다.
"나를 잡고 싶은 건가?"
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온두라스는 단순 무식하게 달려들고 있다. 모름지기 한 가지 방법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사용할 만도 한데 왜 저리 한가지 방법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가진 힘이 그것뿐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테츠는 생각했다.
테츠는 다시 달려드는 온두라스의 보호막을 아수라멸천장을 담은 손바닥으로 힘차게 후려쳤다
보호막이 일순 흔들리는 것을 테츠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독하리만큼 물렁물렁해서 아수라멸천장의 파괴력을 대부분 흡수했다.
손바닥을 통해 기혈이 확 부풀어 오름이 느껴졌다. 혈관이 터질 듯이 팽창하며 펄펄 끓는 물에 손을 담근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이놈 아까와 다르다. 방어막의 능력을 올렸군.'
온두라스는 테츠가 방어막을 치는 순간 방어막의 레벨을 순간적으로 끌어 올린 것 같았다.
그때 장내로 하나둘 사람들이 날아내렸다.
소식을 들은 것인지 테드버드와 엘빈, 실버팽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교주님!"
"저놈은 누구지?"
엘빈이 천마비행으로 테츠 앞으로 치고 나가자 테츠가 일갈을 내질렀다.
"물러나라."
엘빈은 급히 제동을 걸고 뒤로 신형을 빼냈다.
와이어트에 대충 온두라스의 정체를 들은 세렌이 고함을 치며 장로들 앞으로 달려 나왔다.
"모두 물러서요. 저놈은 인간이 아닙니다. 교주님 외에는 덤비지 마세요."
"인간이 아니라고? 마족인 거냐?"
테드버드의 고함에 세렌이 답했다.
"아뇨, 마족은 아닙니다. 뭔지 몰라도 그는 인간도 아닌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뭐라고?"
엘빈이 눈을 부릅뜨고 온두라스를 노려봤지만 역시 얼굴에 쓴 가면 때문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온두라스는 여전히 테츠를 향해 날아왔다.
테드버드와 엘빈, 실버팽이 움찔했다.
"덤비지 말고 까마귀를 주시해."
테츠의 말에 그때서야 터져 나가는 까마귀가 눈에 들어왔다.
세렌이 재빨리 온두라스의 방어막에 관해 설명했다. 그동안 다이어 울프들이 계속해서 온두라스의 앞을 막았다.
테드버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까마귀는 터지는데 다이어 울프는 멀쩡해? 어이 엘빈 장로 단검 하나 날려봐."
그 말에 엘빈은 말없이 테츠를 바라봤는데 테츠가 고개를 끄덕이기에 재빨리 품에서 잉겔리움 단검을 하나 꺼내 들었다.
루안의 기술중 은신전(隱身箭)을 이용해 단검을 날렸다. 한 자루의 단검을 날렸다고 생각했지만 던지는 순간 또 하나의 단검을 단검 아래 숨겨서 날렸다.
은신전도 무서운데 또 하나의 단검을 숨겨서 함께 날린 것이다.
보호막에 닿은 단검은 '빵'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다.
"뭐지?"
단검이 터졌는데 잉겔리움으로 된 검신은 폭발력을 견디어 냈지만, 손잡이와 다른 부분은 폭발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 나버렸다.
"아니, 무생물의 단검은 왜 터졌지?"
테드버드가 세렌을 바라보자 세렌도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때 테츠가 말했다.
"저 녀석의 방어막은 상대의 생명력을 순간적으로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단검이 무생물이라서 터진 것이 아니고 단검에 실린 내공이 보호막에 닿은 순간 부풀려져서 터진 거지. 잉겔리움으로 만든 본체는 무사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거다. 마족도 저 까마귀처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갔어. 하물며 인간은 절대 견디지 못한다. 저 녀석 인간의 생명을 순간적으로 부풀려 죽이는 거다."
테츠의 말을 그제야 모두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이어 울프는 정령이기에 생명력이 없다. 그래서 무사하다.
내공은 진기로 인간의 생명 그 자체다.
"놈이 왜 무공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겠다. 자신의 능력이 생명을 부풀리는 기술이기에 우리 무공에 호기심을 느낀 것일 거다."
와이어트는 눈을 번쩍 떴다.
"그렇군요. 저를 죽일 기회는 수도 없었는데 저를 살려 두었던 것은 단순 호기심이었군요. 맞다. 그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재미난 힘이라고 인간이 새로운 힘을 얻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엘빈은 몸체만 남은 잉겔리움 단검을 주워 들고 이번에는 내공을 싣지 않고 그냥 던졌다.
-팅
단검은 무언의 벽에 부딪친 것처럼 튕겨 나왔지만 조금 전처럼 폭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테드버드는 고개를 끄덕였군.
"확실해졌군. 누구든 저 방어막에 닿는 순간 끝이라는 이야기네. 모두 조심해. 너는?"
"엘빈 장로의 막내 당주 와이어트입니다."
"저놈과 같이 있었나?"
"네! 아칸 내성에 잠입했었는데 저를 살려 주었습니다. 제가 가진 무공에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테츠는 흡족했다. 서로 빠르게 협력하여 사태를 파악하고 적을 빠르게 분석한다.
강한 상대를 앞에 두고 허둥거리거나 꼬리를 마는 행동을 하면 승패는 그 순간 갈린다.
이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감추며 반대로 상대의 약점과 틈을 재빨리 파악해 낸다. 이것이 강한 적을 상대할 때 가장 효율이 좋은 방법이다.
다이어 울프의 공격이 거세지자 온두라스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레베카의 까마귀는 정말 끊임없이 덤벼들었다.
"레베카가 무리하는군. 오늘 저녁은 잠 잘 오겠다."
테츠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별장의 문안에서 수많은 쥐 떼가 쏟아져 나왔다.
"저런 무리하는구먼. 응?"
쏟아져 나오는 수백 수천 마리의 많은 쥐 떼를 바라보면서 그중 몇 마리가 등에 무엇을 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엄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죽통이었다.
그때 다른 장로와 당주들도 모습을 보였다.
-펑, 펑, 펑
쥐 떼도 사정없이 온두라스의 방어막에 터져 나갔다. 등에 죽통을 맨 쥐가 터지자 노란 연기가 뿜어졌다.
"오옷! 역시 레베카님이다."
테드버드가 감탄사를 내질렀다. 쥐가 메고 있던 죽통이 터지면 나온 노란색 연기가 온두라스의 보호막에 달라붙어 형체를 만들었다.
이제야 보이지 않던 보호막이 노란색 빛을 내는 구 형상으로 보였다.
-핑, 핑, 핑
연속 세 번 활시위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도착해 상황을 모르는 루안이 쏘아낸 쇄격전 세 발이 온두라스의 구체를 향해 날아 들었다.
화살촉 끝이 구체에 닿는 순간 화살은 딱 정지했고 화살대가 부풀어 오르더니 폭죽처럼 터져 나갔다. 역시 화살에 담긴 내공이 순간적으로 부풀어서 터진 것이다.
"엘빈 넌 가서 아르펜을 업고 와라. 서둘러!"
"존명!"
엘빈이 훌훌 날아가자 테츠가 고함을 질렀다.
"우리 세상에는 무슨 일로 방문한 것인가?"
그때 온두라스가 멈췄다. 구체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테츠는 그것이 온두라스의 호흡과 관련 있다고 파악했다. 들숨과 날숨에 맞춰 보호막이 줄었다 늘었다 하는 거란걸.
'이거 인제 보니 저놈의 자체의 생명력이구나.'
레베카가 방어막을 보이도록 해주는 바람에 또 한가지를 파악할수 있었다.
"모두 구명만 해라. 오늘 일은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엘빈이 올때까지 테츠는 장로들을 위해 다양한 무공을 선보였다. 타켓이 정해져 있으니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다양한 무공을 가식 없이 쏟아냈다.
단번에 장로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 온두라스의 정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테츠가 쏟아내는 무공에 관심이 더 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공에 목마름이 있었는데 이 기회에 자신에 맞는 무공을 가리기 위해 눈 껌벅이는 것도 아쉬울 정도로 집중했다.
세렌은 그런 테츠를 보면서 먼가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다. 장법은 완벽한데 검술은 뭔가 아주 미세하게 아쉬움이 담겨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저런 검이었군. 검이 문제다. 콜라다가 교주님의 힘을 견디지 못하니 교주님이 편안하게 내공을 운용하지 못하고 있어."
테드버드의 말에 세렌은 그 아쉬움의 끈적함이 무엇인지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피이이잉
그때 별장 안에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시커먼 무엇이 날아 나왔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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